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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개그맨 염경환이 본 뛰어오르는 아이들

title: 연예인1오바쟁이2021.09.14 06:46조회 수 751추천 수 2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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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내가 개그맨으로 데뷔한 지 얼 마 안 되어 겪은 일이다.

당시 나의 스케줄은 추석 프로그램 녹화였다.

1~2주 정도 이어지는 긴 프로젝트였던 걸로 기억한다.

추석연휴에 방송될 예정이었지만 꽤나 많은 준비를 해야한다고 미리미리 촬영한다는 PD의 설명 하에 난 매니저와 코디를 대동하고 녹화장소로 향했다.

당시 추석이 예년보다 빨랐기 때문에 녹화하던 때는 여름의 막바지였다.

여전히 뜨거운 햇빛을 맞으며 도착한 장소는 강원도의 한 시골 마을이었다.

산자락에 고즈넉하게 자리잡은 마을은 도시와는 다르게 상당히 서늘했다.

같은 태양빛을 받는 것이 의심스러울 정도로 시원한 날씨였다.

또 마을 사람들 역시 친절하고 순박해서 촬영하는 내내 즐거웠다.

정신없이 하루가 흐르고 해가 뉘엿뉘엿 저물 즈음 PD는 촬영을 끝냈다.

"오늘은 각자 잠을 자고 내일 오전 11시에 여유롭게 촬영시작하자."

간단하게 일정이 알려진 뒤 모두가 고생했다는 말을 나누고 각자 숙소로 흩어졌다.

숙소라고 해봤자 마을 주민들 집에서 얹혀자는 것이었는데 안타깝게도 나를 비롯한 코디와 매니저가 잘 자리까지는 있지 않았다.

당시까지는 신인급 개그맨이었기에 아무런 불평도 하지 않은 채 애써 웃으며 차에서 자겠다고 말했다.

피곤했지만 어쩔 수 없이 그렇게 하룻밤을 보내야했다.

나 같은 경우는 의자도 제대로 못 눕힌 채 그냥 앉아서 잠을 자야했다.

불편한 데도 불구하고 피곤했던 나머지 곧 잠에 빠져들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나는 앉아있던 자세에서 머리를 숙여 차창에 이마를 댄 자세로 잠을 자고 있었다.

살짝 차가운 유리의 감촉을 느끼며 눈길을 돌려 무심코 밖을 바라봤다.

어슴프레한 새벽의 산 속에서 어린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이 어두운 밤 중에 어린이들이 왜 여기 있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내 눈동자는 웃음이 들려오는 곳을 향해 움직였다.

차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어린이들 십수명이 무리지어 놀고 있었다.

널뛰기를 하는 애들이 보였는데 열심히 하늘을 향해 뛰어오르는 것이 귀여워보였다.

나는 그 모습에 이끌려 한참이나 바라봤다.

널뛰기를 하던 아이들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욱 높이 뛰어오르더니 이제는 주위에 있던 나무 높이보다 더욱 높이 뛰는 것이 아닌가.

무언가 위험하다는 생각이 든 순간 옆에서 수다를 떨며 놀던 애들도 덩달아 맨바닥에서 껑충껑충 뛰더니 곧 허공을 향해 솟아올랐다.

그리고 귀엽고 순수했던 웃음소리는 곧 내 귀를 자극하는 비웃음으로 변해버렸다.

정말 괴기스런 상황을 목도하던 나는 이 상황을 피해보고자 몸을 움직여보았다.

하지만 내 몸은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그렇다, 가위눌림을 당하고 있는 상태다.

나는 그저 차창에 이마를 기댄 채 그 기괴한 널뛰기 놀이를 멀건히 지켜보고 있는 수 밖에 없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뛰어오르던 어린이들은 이젠 나무 위로 올라가서 앉기 시작하더니 일제히 내가 있던 차를 내려다보았다.

어둠 속에서도 잘 보일 정도로 그들의 얼굴은 엄청나게 창백해보였고 눈가는 뻥 뚫려있었다.

나는 공포에 질려 온 몸에 땀이 흐르고 있었고 땀의 습기 때문에 차창이 뿌옇게 흐려질 정도였다.

그 와중에도 어떻게든 가위눌림에서 풀려나기 위해 몸부림쳤다.

하지만 그건 부질없는 짓이란 걸 곧 깨달았다.

나무 위에 앉아 조용히 날 내려다보던 어린이들은 모두 허공에 떠올라 천천히 날아오기 시작했다.

그 모습은 아직도 내 뇌리에 생생할 정도로 공포였다.

천천히 날아오는 순간이 1년, 10년 같이 길게 느껴졌다.

땅바닥에 사뿐히 착지한 어린이들, 아니 귀신들은 차를 둘러싸고 다시 미친듯이 웃어댔다.

처음보다 더 날카롭고 괴랄한 소리를 내며 말이다.

입가에 한껏 미소를 머금은 어린이들.

거기에 눈이 있어야할 자리엔 검은 기운만이 남아있을 뿐.

차창에 머리를 기대고 굳어버린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다.

그리고 차에 더욱 바짝 달라붙으며 조롱하듯이 계속 웃음소리를 냈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그 어린 귀신들을 내려다보는 수 밖엔 없었다.

그들의 시선을 피해보려했지만 이젠 눈마저도 내 뜻대로 감기지가 않았다.

그렇게 시선을 교환하며 공포에 치를 떨 즈음.

조금씩 동이 터오기 시작한다.

차 주위를 둘러싸던 어린이들은 햇빛을 맞으며 하나둘 사라져가고 내 몸은 스르륵 가위눌림이 풀리기 시작했다.

새벽동안 나를 괴롭혔던 이상한 공포체험은 날이 밝으며 끝이 났다.

난 가위가 풀렸음에도 차창에 그대로 이마를 박은 채 한참동안이나 숨을 헐떡이며 있었다.

매니저와 코디는 기지개를 켜며 잠에서 깨어났지만 나는 그들에게 내색도 못 한채 자리에 앉아 창 밖만 바라봤다.

잘 잤느냐며 안부를 물어오는 그들에게 대충 대답을 하며 얼버무렸고 용기를 내어 차 밖으로 나가보았다

그 많던 어린이들은 사라지고 널뛰기를 하던 널들도 없었다.

넓은 공터에 겨우 우리 차 한 대뿐.

간밤에 내가 생생히 목격했던 광경들은 대체 무엇인가하는 착각이 들기까지 한다.

아직 남은 촬영 일정 때문에 떠나지도 못하고 그렇게 열흘 동안 그 마을에 머물러야했다.

남은 일정동안 난 산 속이 아닌 마을 입구에 차를 대고 잠을 잤지만 첫날밤의 기억 탓에 단 한숨도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

마지막날 마을을 떠나며 이 곳에서 무슨 사연이라도 있었나 사람들에게 묻고 싶었지만 그러지도 못한 채 집으로 돌아왔다.

그 날 내가 본 어린이들은 대체 어떤 아이들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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