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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성황당 귀신과 창호지

title: 하트햄찌녀2023.02.08 09:51조회 수 4889추천 수 3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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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초등학교를 작은 시골 분교에서 나왔음.




전교생이 6명이었던 우리 분교는


따로 정해진 시간표가 없어서


담임 선생님이 공부하자고 하면 공부하고,


나가서 놀자고 하면


나가서 뛰어노는 그런 곳이었음.




당연히 우리들은


공부보다 뛰어노는 것에 익숙해져 있었고


등교부터 하교 때까지


대부분의 시간을 운동장, 산에서 뛰어 놀았음.




때는 내가 초등학교 5학년 무렵, 여름이었음.




매일 운동장에서만 놀기에 싫증을 느낀 우리는


담임 선생님께 자연학습을 하겠다고 하고


개구리와 가재를 잡으러 산으로 올라갔음.




당시 우리 마을에는


마을 뒷편으로 두 개의 성황당이 있었고


성황당 주변 나무에는


오색 천이 휘감겨 있어


매우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풍김.




이 두 개의 성황당 사이로 작은 개울이 흘렀는데,


여기는 물이 매우 맑아서


가재나 도롱뇽 등이


지천으로 널려있는 곳이었음.




예전부터 어른들께서 성황당 근처는


얼씬도 하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하였지만,


맑은 개울가에서 놀고 싶은 아이들의


유혹을 막을 수는 없었음.




오전 10시가 되었을 쯤에 우리 6명은


그 개울가로 향했음.



이 개울가는 한 여름에도 서늘한 바람이 불고


주변은 숲으로 우거져있어


피서 장소로는 그만인 곳이었지만,



마을 사람들 누구도 아무리 더운 날이라고 해도


이 근처로는 지나다니지 않음.




여름의 더위도 피할 겸 우리 6명은


개울가에 발을 담그고


가재를 잡으며 놀고 있었음.




그러다 한 아이가


개울가가 어디까지 이어져있는지


그 위로 올라가보자고 함.




괜한 모험심과 호기심에 들뜬 우리는


당연히 콜을 했고 개울가 위로 계속 올라갔음.




그렇게 40분쯤 개울을 거슬러 올라가자


개울물이 발이 시리도록 차갑고


한 여름임에도 오한이 들 만큼


차가운 공기가 느껴졌음.




그리고 대낮이었지만


주변이 온통 숲으로 둘러싸여서


아주 어두컴컴했음.




여기서 초등학교 저학년이던


아이 두 명이 겁을 먹고 내려가자고 졸랐음.




나는 6학년 형과 함께


괜한 어른스러움을 보여주고 싶어서


하나도 겁이 안 난다고 괜찮다고


올라가자고 함


(지금 생각해도 이 때의 나를 죽여버리고 싶음)




그렇게 20분을 더 올라가자


개울가 옆에 집이 한 채 보였음.




집은 아주 낡은 나무로 지어진 집이었는데,


신기하게도 문과 창문에 창호지가


어디 하나 찢어진 곳 없이 깨끗하게 발려있었음.




누가 집을 관리하는 것처럼


창호지가 새하얗고 깨끗하게


유지되어 있었던 것이 아직도 기억남.




우리는 새로운 아지트를 발견한 기분으로


그 집을 탐색해보자고 함.




6학년 형이 앞장서고 내가 그 뒤를 따라감.




문을 열려고 문고리를 잡았는데


정말로 느낌이 쎄했음.




그 기분은 아직도 생생한데


이 기분만 떠올리면 소름이 돋음.




뭔가 이 문을 열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음.




그리고 문고리는


노랑, 빨강, 파랑 등의 끈으로 묶여져 있었음.




6학년 형이 끈을 끊고 문고리를 열어젖히자


방 안에서 굉장히 차가운 공기가 확 느껴졌음.



방 안은 신문지, 부적 등의 종이로


덕지덕지 도배가 되어 있었고


장롱이나 책상, 이불 등은


먼지가 쌓인 채 그대로 있었음.




우리는 방에 뭐 쓸만한 게 있나


들어가서 천천히 구경을 하기 시작함.




그런데 그 때,


누가 문고리를 잡아당기는 것처럼 쾅!!


하고 문이 엄청 쎄게 닫힘.




방안에는 나와 6학년 형이 있었고,


밖에서 지켜보던 아이들은


비명을 지르며 도망가기 시작함.




나와 형도 적잖이 당황했지만


하나도 겁을 안 먹은 척 하며


문을 다시 열려고 밀었음.




그런데 안 열림.




정말 세게 밀어도 문이 안 열림.




마치 누가 밖에서


똑같은 힘으로 미는 것처럼


문이 덜컹덜컹 할 뿐 열리지가 않음.




여기서 나와 형은 멘붕이 오고


울면서 문을 계속 밀었음.




이때 약간 정신을 잃은 것처럼 기억이 희미함.




그 때 집안에서


창호지가 미친듯이 떨리기 시작함.




종이가 팽팽하게 바람에 떨리는 소리처럼


파르르르르 하는 소리가 사방을 뒤덮음.




그리고 누군가 창호지를


손톱으로 박박 긁는 소리도 심하게 남.




나와 6학년 형은 미친듯이 문을 밀다가


발로 문을 걷어차서 부수고 밖으로 나옴.




우리는 이미 제정신이 아니었기 때문에


개울을 따라 필사적으로 달려내려갔음.




그 때가 늦어도


오후 1시정도 밖에 되지 않았을 텐데


밖은 밤 10시처럼 아주 깜깜했음.




개울가를 따라 마을까지 뛰어내려오자


먼저 도망쳤던 아이들이


끝에서 기다리고 있었음.




우리는 눈물이 범벅이 되어 오들오들 떨면서


어떻게 된 일인지 모여서 얘기를 나눴음.




그런데 초등학교 저학년 한 아이가


얼굴이 파랗게 질려서


자기는 그 집에서 무언가를 봤다고 함.




문이 쾅 닫히고


다른 아이들과 도망쳐 뛰어내려올 때


잠깐 뒤를 돌아봤는데,



검은 머리를 풀어헤치고


하얀 소복을 입은 여자가


까륵까륵 하는 소리를 내며


문을 꽉 닫고 있었다고 함.




우리는 모두 소름이 돋았지만


어른들에게 혼날 것이 무서워


오늘 있었던 일은 비밀로 하자고 굳게 약속했음.




그리고 학교로 돌아가 수업을 듣고


집으로 하교를 했는데


이 때부터


심상치 않은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했음.





나는 그 께름칙한 집에서 도망쳐나오느라


옷은 엉망이고 얼굴도 눈물자국이 선명한 채로


집으로 돌아왔음.




엄마가 학교에서 무슨일이 있었냐고 물었지만


사실대로 말할 순 없어서


개울가에서 놀다가 뱀을 봐서


무서워서 도망쳤다고 둘러댔음.




이상하게 한기가 느껴지고


몸이 으슬으슬 추워서 나는 저녁만 먹고


일찍 방에 들어가 이불을 덮고 누웠음.




잠깐 잠이 들고 몇 시간이 지났을 무렵임.




깜깜한 방 안에서 누군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음.




어두워서 잘 보이진 않았지만


확실히 내 방 안에


누군가가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음.




너무 겁이 났던 나는 소리도 지르지 못하고


천천히 눈을 떴음.




누군가 내가 누워있는 발 끝 부분에 서서


나를 내려다보고 있는 실루엣이 어렴풋이 보임.




그 실루엣은 좌우로 천천히 몸을 흔들더니


갑자기 무당이 굿을 하는 것처럼


방방 뛰면서 까륵까륵 소리를 냄.




난 너무 무섭고 충격을 받아


잠깐 정신을 잃을뻔하다가


있는 힘을 다해 소리를 질렀음.




밖에 계시던 엄마, 아빠, 할머니가


무슨 일이냐고 달려들어오셔서 불을 킴.




그러자 그 형체가 거짓말처럼 사라졌음.




나는 그 검은 실루엣이 내던 까륵까륵 소리가


너무 소름돋았고


낮에 저학년 동생이 한 말이 생각나


도저히 잠을 이룰 수 없었음.




결국 나는 울면서


부모님과 할머니에게 모든 사실을 털어놨음.




그러자 할머니 낯빛이 굉장히 어두워지더니


나보고 그 문을 그대로 열어놓고 나왔냐고


추궁하셨음.




그렇다고 하자


할머니가 내일 아침 날이 밝는대로


마을사람들과 무당과 함께


그 집에 가봐야겠다고 하셨음.




그 날, 나는 알수 없는 이유로


열이 40도 정도로 올라 심하게 앓았음.




시골에선 밖으로 나갈 차편이 없었기 때문에


부모님이 나를 밤새 간호하시며


해열제만 계속 떠먹이셨음.




하지만 차도가 없이


나는 아침이 밝도록 고열에 시달려야 했음.




아침이 되자 할머니는 곧바로


읍내에 있는 무당을 찾아가심.




그리고 나와 같이 그 폐가에 갔던 아이들을


모두 우리집으로 불러모았음.




나는 고열이 나는 아픈 몸으로


아이들과 같이 두려움에 떨고 있었음.




오후쯤에 할머니가


무당과 함께 집으로 돌아오심.




그런데 무당이 우리집 문을 열자마자


소금을 마구 뿌리면서 너무 추워서


혼자서는 악귀를 쫓아낼 수가 없겠다고 했음.




나와 아이들은 공포에 질려서


전부 울기만 했는데,


한 시간 후쯤 무당의 연락을 받고


다른 무당까지 우리집으로 옴.




그리고 무당 둘은 곧바로 굿을 하기 시작했음.




차려놓은 음식도 없고 변변한 도구도 없이


이상한 나뭇가지 하나와 방울만 들고


굿을 하기 시작함.




나와 아이들은 굿을 하는 한 가운데


모여앉아서 겁에 질린 채 무당을 지켜보았음.




덩실덩실 춤을 추며 굿을 하던 무당 한 명이


갑자기 뭐에 홀린 것 마냥


자지러지게 웃더니 우리를 죽일 듯이 쏘아봄.




그리곤 우리에게 다가와서


왜 자기 집에 왔느냐,


문을 다 부숴놨으니 갚아라


라며 우리를 마구 흔들어재낌.




그리고나서 머리를 풀어헤쳐


산발을 만들더니 까륵까륵 거리며 웃기 시작함.




너무 겁이 났던 우리는 살려달라며 빌고 빌었음.




그런데 귀신에 홀린 무당이


갑자기 우리집 문을 박차고 뛰어들어가더니


내 방을 마구 뒤지기 시작함.




잠시 후 무당이


내 방에서 무언가를 가지고 나왔는데


새하얀 창호지였음.




누군가 금방 접어놓은 것처럼


빳빳하고 깨끗하게 접힌 창호지가


내 방안에서 나온 것이었음.




그리고 무당은 그 창호지를 품에 안더니


이제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하며


휭하니 나가버렸음.




구경하던 마을사람들과 다른 무당 한 명이


부리나케 그 무당을 쫓아나감.




귀신에 홀린 무당은


우리 마을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성황당 사이에 있는 길을 알 턱이 없는데,



마치 자기집으로 향하는 것처럼


성큼성큼 성황당 사이 개울길을 따라 올라갔음.




그리고 마침내 우리가 어제 도착했던


그 폐가로 들어갔는데


이상하게도 폐가의 한쪽 벽의 창호지만


전부 벗겨져있었다고 함.




귀신에 홀린 무당은 그 벽에다가


아까 품어 갔던 창호지를 붙이더니


다시 한 번만 내 집을 건들면


마을사람들 전부 씨를 말리겠다고 소리를 지름.




이 광경을 모두 목격한 마을사람들은


성황당 사이 개울을 폐쇄하고


성황당 두 곳에서 매년 제사를 지내게 됨.




이 일이 있은 후, 나와 아이들은


한동안 어른들의 꾸지람을 들었고


학교 외에는 아무곳에도 가지 못하도록


단단히 감시를 받았음.




몇 년 동안이나 우리는


암묵적으로 이 일에 대해 얘기하지 않았고


각자 성인이 되어 대학에 간 이후에서야


조금씩 그 날 일들을 이야기하게 되었음.




나는 그 날,


내 방에서 창호지가 나온 이유에 대해 알지 못했고


무당이 그걸 어떻게 찾아냈는지도 알 수 없었음.




그런데 그 때 당시 6학년이었던 형이


한번은 술에 취해 나에게 고백을 함.




폐가에서 도망쳐 나오던 때,


누군가 본인의 손목을 잡는 느낌이 들었다고 함.




그래서 돌아보니


하얀 창호지가


손목에 칭칭 감겨져 있었다고 했음.




너무 겁이 났던 형은 그 창호지를 찢고


그대로 도망쳤는데,


창호지를 가지고 가야 우리의 이야기를


아이들이 믿어줄 것이라는 생각에


그 창호지를 내 주머니에 몰래 넣었다고 함.




결국 그 창호지에 귀신이 붙어


나를 따라온 것이었음.




이미 오래 전의 일이기 때문에


그 형을 원망하거나 미워하진 않지만


난 그 일을 겪은 이후,


폐가라든지 폐교,


혹은 유명한 귀신이 나온다는 스팟에는


절대 얼씬도 하지 않게 됨.




버려진 곳은 나름의 이유가 있고


그런 곳은 귀신들이 살기에


아주 좋은 곳이기 때문임.




혹시 이 글을 읽은 사람들 중에


호기심으로라도


폐교나 폐가에 가보고 싶다거나


그런 호기심을 갖고 있다면


당장 마음을 고쳐먹기를 당부함.




그리고 이미 그런 폐교나 폐가에


다녀온 경험이 있는 분들은


자신의 몸에 귀신이 들러붙어 온 것은 아닌지


한 번쯤 의심해보시길..




그 날 입고 갔던 주머니를 샅샅이 뒤져보고


웬만하면 그 날 입은 옷들은


태우거나 버리길 부탁함.




아니면 지금 당신 뒤에 있는 귀신처럼


당신이 잠들었을 때


까륵까륵 거리며 무당춤을 출지도 모름.





-끝




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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