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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상주할머니

title: 병아리커피우유2015.05.30 08:33조회 수 3537추천 수 13댓글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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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얘기는 제가 여덟살이었을 때 얘기입니다.

그 해 봄.... 드디어 학교를 가게 되었으니까요, 제 찬란한 자유가 끝장나던 해라 잘 기억합니다.

학교에 입학하고는 몇 달이 지난 때였습니다.

처음 입학하고 몇 번은 엄마가 따라 오셨었는데, 그 이후론 전 그 학교에 다니는 동네 형 손에 넘겨져 학교를 다녔습니다.

제가 혼자 학교를 다니게 된 때까진 그 후로 1-2년이 걸렸어요.

1학년은 수업이 빨리 끝나는 관계로 학교가 끝나면 모여서 집엘 가곤 했어요.

그 때 저랑 같이 방과 후에 맨날 같이 집에 오던 친구는 남자 아이 하나와 여자 아이 하나..

그렇게 세 명이 항상 동네에서까지 뭉쳐서 다녔었습니다.

보통 점심 시간 이전에 수업이 끝나 집에 와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어머니가 집에 오는 좋아에게 밥을 차려 주셨지만, 전 집에서 밥을 먹을 때 보다는 가방을 집에 던지곤 옆집에 가서 상주 할머니가 차려 주시는 밥을 먹을 때가 훨씬 많았답니다.

우리집과 할머니 댁은 반찬 때깔 부터가 달랐으니까요.

항상 할머니 집에 가면 할머닌 우리 강아지 오냐시며 반겨주셨고, 곧 푸짐한 밥상을 차려 주셨었지요.

그러면 전 맛나게 밥을 먹었고,
할머닌 항상 미소를 지으시고 밥 먹는 제 옆에 앉으셔서는 밥에 이것 저것 맛있는 반찬을 집어 올려 주셨습니다.

고기 위주로요.

할머니 집엔 항상 고기가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전 정말 좋았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할머닌 절 먹이시려고 일부러 항상 고기를 사다 놓으셨던 거 같습니다, 할머닌 육식을 그닥 좋아하지 않으셨으니까요.

언제나 돼지고기, 소고기를 볶아 주셨고, 간혹 집에서 기르시던 암탉도 손수 잡아 몸 보신을 시켜 주셨었죠.

떡이랑 약과와 함께 할머니집 냉장고 냉동실에 항상 있던 음식은 산적이나 고기 꼬지 같은 음식이었고, 간혹 겁나게 큰 생선도 통째 들고 오시기도 했습니다.

그러면 그건 다 저의 뱃속으로 들어가 저의 살과 피가 되었지요.

그 날도 할머니가 차려 주신 밥을 먹고 마당에서 놀고 있었습니다.

한참을 놀다가 뭔가 이상해서 할머니를 돌아봤습니다.

평소 할머니께선 그렇게 제가 마당에서 놀고 있으면 항상 마루에 앉으셔선 제 동선만 자비로운 미소를 지으시며 쳐다보고 계셨는데, 그 날은 왠지 자꾸 딴 생각을 하시는지 자꾸 한숨도 쉬시고 하시는 게 눈에 훤히 보이더군요.

그러고 보니 근래 며칠 할머니가 좀 이상하셨어요.

자꾸 딴 생각을 하셨던 거 같아요.

하지만 그냥 그러려니 했답니다.

애들이 뭘 깊게 생각하나요?

한참을 그러시더니 자리를 털고 내려 오셔서는 툇돌에 놓인 하얀 고무신을 신으셨어요, 그리고 한숨을 푹 쉬시고는 '내 팔자를 내가 뽂네 ....우짜겠노, 사람은 살려야지...' 하시고는 "좋아야! 할미 좀 나갔다 올꺼니까 예서 놀고 있던 집에가서 놀던 하거라." 하시면서 휘 나가셨습니다.

전 잠시 생각하다가 할머니 뒤를 따라갔습니다.

할머니가 어디 멀리 가시는 게 아니란 걸 알았거든요.

할머니는 항상 장에 가시든, 옆 마을을 가시든, 마을을 벗어나실 땐 항상 깨끗하게 다린 새옷과 외출시에만 신으시는 꽃신을 신고 나가셨는데 그 날은 입고 계시던 무명 한복과 고무신 차림으로 그냥 나가셔서 멀리 안 가시고 마을 어딘가에 가시는 거라고 예측할 수 있었습니다.

나가보니 벌써 할머니는 까마득히 앞에 가고 계셨답니다, 걸음이 워낙 빠르신 분이라 젊은 여자들은 물론 청년 남자까지도 할머니랑 보조 맞추어 걷기 힘들어 하는데 제 걸음이야 뭐....

전 할머니를 놓칠새라 뛰어 갔는데 할머니가 보인 곳까지 도달해 보니 이미 할머니의 종적은 없었습니다.

할머니의 행방을 찾고 있던 제 귀에 그때 고성이 들렸습니다.

소리가 나는 곳은 길에서 좀 떨어진 집 안이었는데,
그 곳은 할머니 또래의 노 부부와 40을 넘기고도 장가를 못 갔던 그 집 큰 아들이 살던 집이었습니다.

마을에선 가장 잘 사는 축에 속했던 그 집은 집도 많이 넓었어요.

그 곳에서 상주 할머니의 고함 소리가 나고 그 못잖은 그 집 할머니의 고성이 들려왔습니다.

누가봐도 싸우는 상황이었고, 전 즉시 다시 집으로 뛰어 들어 갔습니다.

집엔 마루에 어머니랑 할머니가 같이 앉으시어 콩인지 뭔지 곡물을 다듬고 계셨습니다.

전 어머니 할머니께 할매 얘길했습니다.

할무니, 엄마!! 상주 할매 또 싸운다~~였고 이 말의 주제는 싸운다가 아니고 또 싸운다 였습니다.

외 할머니는 아이고 못산다!! 우디서 또 싸우시더노? 하고 제게 물으셨고,
전 지금 보고 온 집을 말씀 드리며 지금 그 집 할매랑 그 집 마당서 막 싸운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러자 할머니랑 어머니는 깜짝 놀라시며 어머니가 할머니를 쳐다보시며 그러셨습니다.

"엄마!~~ 상주 할매 정말 노망 나신거 아이가?
안 그래도 그 집 ㅇㅇ이 오빠가 아파가 다 죽어가서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닌 집에 와 가서 그라는데?" 하셨고,

외 할머니께서도 "그러게 말이다." 하시며 두 분은 급히 신을 신으시고 달려 나가셨습니다.

저도 엄마 나도! 하고는 따라 나가려다 혼자 있는 동생을 보고는 달려가서 "히야 손 잡고 따라온나." 하며 어머니와 할머니 뒤를 따랐지요.


동생을 데리고 그 집 마당에 들어서니 이미 소동을 들으신 동네 어른들 몇 분이 마당에 서서 광경을 구경하며 자기들끼리 수근수근거리고 있었고, 어머니와 외 할머니는 상주 할머니 양쪽에서 한 팔씩을 잡으시고 할매 와카는교? 하고 상주 할매를 말리고 계셨습니다.

할매의 앞엔 그 집 할매가 노기가 등등하여 상주 할매에게 삿대질을 해대면서 큰 소리를 지르고 계셨어요.

"이 할망구가 미칠꺼면 곱게 미치지, 안 그래도 심란해 죽겠구만 남의 집에와 왜 지X이고!!" 하시고요.

그 집 할아버지는 남자 체면에 여자랑 같이 싸우시진 못 하시고 담배만 연신 피우시며 불쾌한 표정을 감추지 못 하셨습니다.

그 때 할머니가 그러셨어요.

"그러이까 니 아들 좀 나와 보라캐라.
내가 앵간해선 남 일 참견 안 할라꼬 몇날 며칠을 생각 했꾸만, 그래도 한 동네 사는 정이 있고 사람 목숨은 일단 건져야 겠다 생각해서
왔더니 누구 한테 큰 소리고 큰 소리가.
니 아들 니 앞서 피 토하고 고꾸라져 뒈지는 거 보기 싫음 퍼뜩 나와보라 해라."

그러시며,

"니 아들 병원에 갔었제? 빙원서 뭐라 카드노? 무신 병인지 모른다고 안 하더나? 갸 가만 두면 두어 달 못 산다." 라고 하셨어요..

저희 모두는 벙쪘고 그 얘길 들으신 그 집 할머니도 그제사 이게 뭔 소린가 하시는 표정으로 목소리까지 부들 부들 떠시며 "그.. 그기 뭔 소리고?" 라고 기겁을 하셨습니다.

아들이 죽을지도 모른다는데 어떤 엄마가 제정신이겠습니까?

상주 할머니의 얘기가 이어졌습니다.

"니 아들 데리고 병원에 갔었제? 니 병원서 뭐라카드노? 분명 뭔 병인지 모른다고 했을 낀데?
빙원선 당연히 모르제. 귀신에 시달리는 구만 그걸 빙원서 우찌 알겠노?"

그리고는

"나도 상관하긴 싫치만 그래도 우짜겠노? 한 동네 사는 인연인데 알고도 모른 척은 못 하겠고....뭐하나? 퍼뜩 아 안 데리고 나오고..."

그 집 할머니는 그 집 할아버지를 돌아보시며 ㅇㅇ이 아베요. 하셨어요.

그러자 그때까지 듣고 있던 그 집 할아버지가 황급히 방으로 들어가셨고, 곧 아프다는 그 집 큰 아들을 부축하여 나오셨어요.

그 할매네 아들이 나오자 모두들 깜짝 놀랐어요.

그건 사람의 모습이 아니였습니다.

저도 그 날 전에 수시로 그 아저씨를 보고 인사도 드리곤 했었는데,
풍채도 좋으시고 항상 웃는 얼굴로 대해 주시던 좋은 아저씨였거든요.

그러나,

그 날 본 그 아저씨는 산 사람이라 부르기도 민망한 모습이셨어요.

두어달 못 본 사이 아저씨는 영화 미이라에 나오는 이모텝 같이 바싹 마른 모습이었지요.

할배의 손에 부축을 받고 나오신 아저씨는 잠시 서 계시는 것도 힘드신 듯 어른들이 서 계시는데도 마당에 있는 평상에 털썩 걸터 앉았습니다.

그러시고는 안에서 상주 할머니가 한 얘길 다 들으셨는지 멍한 눈으로 할머니를 쳐다봤지요.

상주 할매가 평상 가까이로 가서는 그러셨어요.

"몰골 봐라, 이기 이기 한 달도 더 못 버티겠구만? 니 니가 뭔 죄 지었나 아나?" 라고 하셨습니다.

아저씨는 정말 자긴 뭔 죄가 있는지 모르겠단 표정으로 천천히 고개를 저었고, 그 순간 할매를 슬쩍 좌우에서 잡고 계시던 외 할머니와 어머니가 대처할 사이도 없이 뼈에다가 가죽만 입혀 둔 거 같은 할머니 주먹이 아저씨 머리로 날아갔고, 아저씨의 해골에 가죽만 입혀 둔 거 같은 머리는 상주 할매의 주먹과 부딪치며 정말 큰 소리가 났습니다.

빡!!!!!

할매 와 그라는교? 하고 엄마와 외 할머니가 붙드시고 그 집 할매는 비명을 지르며 아들에게 달려 갔어요.

상주 할매가 그러시더군요.

"아프나? 살아 있으니까 그나마 아픈 거도 느끼는 기다. 죽고 나면 그 껍데기는 아무 소용 없는 기다." 하시면서,

"니 우짜자고 남의 무덤엔 손 댔노? 그리고 무덤인 걸 모르고 건드렸으면 잘 수습해서 다시 묻어 드려야지.
니가 한 번 생각해 봐라, 누가 난중에 니 죽고 쉬고 있는데 언 놈이 니 무덤 파헤치고 쓰레기 취급 해가 아무데나 갔다 버리면
니 화 나겠나 안 나겠나? 니가 판 무덤 주인이 지금 니 꼭 데리고 가겠다고 이를 갈고 니한테 달라 붙어 있다."

거기 모인 사람들은 다 놀라고 그 집 할머니, 할아버지도 첨 듣는 얘기인양 '참말이가? 니 여 할매 얘기가 참말이가?' 하셨습니다.

그제야 뭔 생각이 났는지 아저씨는 몹시 당황하셨고,
상주 할매를 보고는 애원하는 눈빛으로 겨우 입을 열었습니다.

"몰랐어예, 이래될지 몰랐어예 아주무이요 어쩌면 되겠습니꺼?"

그때까지 노발 대발 하시던 그 집 할머니 ,할아버지도 할머니께 애원하는 눈빛으로 할머니 입에서 뭔 얘기가 나올까 입도 벙끗 못하고 지켜 보고 있었습니다.

할머닌 예의 그 씨크한 표정으로 우짜긴 뭘 우짜노? 잘못했다고 용서하실 때까지 빌어야지 하시며, 그 집 할머니와 할아버질 쳐다 보시고는 카리스마 넘치는 표정으로 얘길 하셨습니다.

"할배는 땅 팔 도구랑 제사 때 쓰는 깨끗한 흰 종이 큰 거 준비하고, 할매는 지금 당장 차 타고 시내가가 제수로 쓸 술이랑 과일이랑 고기
사가 오소....정성껏 젤 좋은 놈으로 준비 하소. 제사는 정성이 반이라 카이.
그리고 내 아들 살려 달라는 간절한 맘으로 음식 준비 하소. 시간 없다. 빨리 빨리."

사람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였습니다.

그 때 할머니의 카리스마는 어떤 굿판의 무당님들도 당해낼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여담으로 굿판을 호령 하시는 카리스마 넘치는 무녀 아줌마들도 할머니 앞에만 오면 말 잘 듣는 양순한 강아지로 변하셨으니까요.

그리곤 아저씨께 얘기하셨습니다.

"니 밥은 뭇나? 언제 부터 굶었노? 입맛 없어도 억지로라도 밥 한술 떠 먹어라. 산에 가서 니까지 장사 지내고 오긴 실타." 하시며 밥 먹고 목욕 깨끗이 하고 옷도 싹 새것으로 갈아 입으라 하셨습니다.


그 일은 이랬습니다.

장가도 못 가고(그 시절 농촌 총각 문제가 심각했지요. 그 땐 국제 결혼도 없던 시절이라.) 부모님 모시고 농사 짓고 살던 아저씨는 동네서도 참 착하고 부지런한 사람으로 통했다고 합니다, 우리 엄마도 어린 시절을 함께 보냈던 아저씨를 오빠라 부르시며 따르셨고요.

아저씨네는 밭이 여러군데 있었는데 농부들의 땅 욕심은 정말 한이 없지요?

산 바로 밑에 있던 밭을 일구시던 아저씨는 밭을 좀 늘리실 생각으로 바로 붙어 있던 산을 조금씩 개간하셨다고 합니다.

그러던 한 날, 땅을 파시는데 곡갱이가 푹 들어가더라고 합니다.

그래서 이상하다 생각해서 땅을 파 보니 다 썩은 관이 나오고, 그 안에서 꺼멓게 변해버린, 아직 완전히 흙으로 돌아가지 못한 유골이 나왔다고 합니다.

이미 거의 다 없어지고는 큰뼈랑 이빨 등의 작은 조각만 좀 나왔다고 하는데 딱 봐도 무덤이라 생각 될 봉분도 다 까뭉개진 것이 누구도 돌보지 않는 오래된 무덤으로 보이셨대요.

그리고 그 동네서 평생 사신 아저씨도 몰랐고 어른들께도 거기에 무덤이 있단 걸 들은 기억이 없어 무덤은 굉장히 오래전에 만들어졌단 걸 알 수 있었다 합니다.

그런데 아저씨는 그 뒤 하지 마셔야 할 행동을 하셨습니다.

주인도 모르고 연고도 없는 무덤이다 보니 시신을 대충 바께스에 모으셔선 밭에서 멀지 않은 산에다 갔다 뿌리신 겁니다.

그래서 그 무덤의 주인이 화가 나 아저씨께 해꼬지를 시작하신 거죠.


그렇게 준비를 하신 후 몇 시간이 지나 준비가 다 되어, 상주 할매가 그 집 아들을 앞장 세우고 유골을 뿌린 곳으로 갔습니다.

아저씨랑 그 집 부모님, 마을 어른 여러 분과 우리 엄마랑 외 할머니까지요.

그 곳에 도착한 할머니는 할아버지께 깨끗한 흰 종이를 펴게 하신 후 아저씨께 유골을 수습하게 하셨습니다.

니가 한 조각 한 조각 사죄하면서 정성껏 모시라며 아무도 돕지 못 하게 하셨지요.

아저씨가 유골을 뿌린 숲을 헤치고 들어가셨는데, 잠시 후 비명을 지르시며 주저 앉으셨습니다.

분명 그 아저씨는 바케쓰에 남은 뼈를 담아 숲에 막 뿌렸었는데,
유골이 일부 없어지고 흙이 된 거 빼고는 거의 원래 형태에 맞게 맞춰져 있더군요.

전 그 때 그 장면은 엄마가 못 보게 해서 못 봤는데 나중에 어른들이 하시는 말씀을 듣고 알았죠.

그리고는 다 수습 하고는 양지 바른 곳에 묻어 드리려 할 때였어요.

할매가 거는 안 된다 하시면서 처음 묻혔던 자리를 보시고는 "누가 무식하게 저따 묘 자리를 잡았노?" 라고 하시더군요.

"저는 물길인데 저다 묘를 쓰면 우짜노?" 하시면서 원래 땅속의 물길은 영원하지 않고 변한다 하셨어요, 그래서 그런 거 감안해서 묘는 산 정상서부터 중턱까지만 쓰는거래요.

산 아래 부분은 언제 물이 찰지 모른다고. 그러시면서,

"묘에 물이 차면 시신이 썩지도 못하고 뼈도 시커멓게 변하는 건데 그럼 혼이 얼마나 화가 났겠노?
그런데다 쓰레기 취급 받고 아무데나 뿌려졌으니 그 원망이 다 너 한테 간 기지..." 라고 하셨어요.

아저씨는 수습한 유골을 정성껏 들고는 산으로 올라 가셨고, 상주 할매가 지정한 자리에 고이 모시고 준비해 온 제수로 젯상을 차리시고는 정성껏 제사를 드렸습니다.

그 집 할매랑 할배도 같이 앉아 "우리 아가 뭘 모르고 그랬습니더 제발 노여움 푸이소.." 하고 간절히 비셨어요.

한참 후에 할매가 이자 되었다고 하실 때까지요.


그 뒤 아저씨는 잠도 잘 주무시고 먹는 것도 잘 드시고 한 달 후 쯤엔 예전 모습으로 돌아 오셨고,

간혹, 일 하시다가 가게에 가셔서는 막걸리 하나 사들고 산에 올라 가셨죠.

그 분께 드리러 가셨었나 봅니다.

그리고 명절 때엔 이름도 모르는 그 분의 무덤에 성묘도 하셨어요.

그 집 할매는 그 뒤론 완전히 상주 할매의 팬이 되시어 상주 할매가 팥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믿을 기세가 되셨답니다.

할매랑 손잡고 어디라도 가려고 그 집 앞에만 지나 가면 어찌 아시고는 귀신처럼 뛰어 나오시어 "행님! 어데 가시는교? (상주 할매가 두어살 위셨어요.) 시원한 음료수 한 잔 자시고 가이소!!" 하고 잡아 끄셨습니다.

아저씨의 정성이 그 분께 통했는지 1년 후 쯤 그 집엔 경사도 생겼답니다.

아저씨가 상주 도회지 여자랑 결혼을 하셨죠.

나이 차이도 제법 많이 나고 시골로 시집올 분이 아닌 것 같았는데 이상하게 두 분이 인연이 되시었어요.

아저씨랑 그 집 어른들은 기뻐 하시며 그 분이 도와 주셨다고 좋아하셨고, 아저씨 장가 가던 날 우리 마을은 무려 3일 동안 잔치를 벌였답니다.

그 집서 기르던 수십 마리 닭을 때려 잡고, 시내 정육점에서 돼지 몇 마리랑 소도 한 마리분 배달 받으셔선 정말 거하게 잔치를 했죠.

그 잔치의 VIP는 상주 할매셨고 저도 덩달아 VIP.



다음 번엔 여름이고 하니 물놀이 조심 하시란 의미로 물귀신 얘기 하나 할께요.

제가 물에서 노는 걸 정말 좋아하는데 할매가 질색을 하셨습니다.

저랑 물이랑 아주 상극이랍니다.

할매 죽고 나서도 니 이담에 죽는 날까지 절대 바다나 강이나 계곡 등의 큰 물에 가면 안 된다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얘기하셨죠.

제가 오래 전에 할머니 살아 계실 때 그리 저랑 안 맞으면 물이 무서워야 하는데 난 물이 너무 좋타고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그 때 할머니 말씀이 지금도 박혀 있어요.

애둘러 말씀 하셨지만 생각해 보면 요점은 그게 물귀신 될 팔자란 겁니다.

실제로 어린 시절 물에 빠져 죽을 뻔한 적이 여러 번 있었습니다.

총 세 번을 겪었는데 결론은 할머니 때문에 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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