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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동냥귀신이야기8- 기억

title: 섹시변에서온그대2022.08.05 16:33조회 수 7904추천 수 4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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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 나름 소소한 취미생활이네요.

별거 아닌 이야기에 같이 공감해주고 기다려주셔서 감사해요.

 

 

 

_시작-

 

 

 

오늘은 과거 기억에 대한 이야기야.

직접 목격한 귀신이야기는 아님을 미리 밝혀둘께.

지금껏 지내오면서 느꼈던 공포심이나 기이했던 경험 몇가지를

에피소드 형식으로 나누어 볼까해.

 

 

 

1. 교통사고

내가 살던 곳은 첩첩산중 시골마을이었어.

(나중에 읍내로 전학을 갔지만)

마당에서 360도 사방을 둘러보면

거리의 차이는 있겠지만 결국엔  

사방이 모두 산인 그런 곳이었지

 

읍내로 가려면 버스가 다니는 곳까지

한 30분은 걸어야 했고,

다시 그 곳에서 버스를 타고 40분정도를 더 가야

읍내가 나올 정도였으니까. 정말 깡촌 시골인게 맞아.

 

내가 유치원 입학하기도 전의 일이었데.

내 기억으론 내가 초등학교 저학년때쯤의 일이지 않을까

막연히 생각하곤 했는데

나중에 사촌언니가 말하길,

나 유치원 가기도 전이었다고 하더라고.

그러니까 내가 한 5살? 6살? 쯤의 이야기야.

 

그래 그날, 고모가 집에 놀러왔었어.

고모가 내 손에 돈을 쥐어주며 

오랜만에 까까나 사먹으라 하시더라고

그러면서 언니(고모 딸)랑 같이 가서

맛난거 많이 사오라고 궁둥이를 막 토닥토닥해주셨어.

 

당연히 나는 신이 났겠지.

왜냐면 우리 동네에 슈퍼는 딱 한군데.

걸어서 20분 거리에 있는지라

혼자서는 갈 생각도 못해봤고

어쩌다 가끔 아빠가 선심쓰듯

보름달빵이나 빵빠레를 사러 가자 할때

아빠 꽁무늬 쫓아 털레털레 따라간게 전부였으니까

 

사촌언니는 나보다 대여섯살 많아.

내가 여섯살 즘이었다면 언니는 못해도 초등 고학년이었겠다

언니 손 꼭잡고 가라고 신신당부했지만

언니는 나를 살뜰히 챙기지 않았지 ㅡ_ㅡ

아직도 기억나

빨리 안 걸어오면 두고 가겠다고

저만치 앞으로 지 혼자만 슉슉 걸어간거

 

그런데 정말 그러면 안되었던게

슈퍼에 가려면 차가 다니는 대로를 따라 걸어야 하거든

그당시에는 시골 차도가 매우 좁은 2차선인지라

보행자를 위한 공간이 확보되지 않은 때였어

 

차가 조금만 부왕~ 하고 지나가면 흙먼지 풀풀 날리는 시골길

지나가는 차는 몇대없지만 그렇기 때문에

차들이 속력을 늦추지 않아서 위험하단 말야.

 

나는 부지런히 언니를 쫓아서 걸었어.

언니를 쫓기가 힘들어서 헉헉 대면

언니가 중간중간 멈춰서서 내가 오나안오나

기다려주고... 그러다보니

결국 슈퍼가 저만치 보이더라구.

 

그런데 그때였어.

저만치에서 옥색 한복을 입은 할머니가

도로를 이쪽저쪽 왔다 갔다 갈지자로 걷고 있더라고.

지금이었다면 할머니 빨리 이리오세요- 위험해요- 외치거나

얼른 뛰어가서 할머니를 모시고 왔을텐데

 

그때의 나는 너무 어렸고

함께 있던 사촌언니도 겨우 어린이.

 

그러던 중에 할머니 뒤에서 주황색 레미콘이 부와왕-하고 나타났고

우리는 레미콘 경적소리가 너무 커서 잽싸게 갓길로 후다닥 물러났어

그 짧은 찰나에 다시 레미콘을 주시하려는데

언니와 내 앞으로 뭔가가 툭 떨어지더라구

 

 

...

 

 

글을 쓰는 나도 인정하기 싫지만.

 

언니와 내 앞으로

할머니의 머리가 툭 하고 떨어졌어.

거짓말 같지?

 

그런데 진짜야.

어린 내가 봐도 그건 머리였어.

 

언니와 내 발에서 한 두발자국?

그정도 남겨놓고 백발 머리카락 수북한

할머니 머리가... 툭 떨어지더라고.

 

그리고 그 후에 기억은

솔직하게 말해서 없어.

 

진짜 딱 거기까지만 기억이 남아있고

그후에 사고현장이 어떻게 수습이 되었는지

기억을 떠올리려고 애를써봐도 딱 거기까지.

 

명절날 친척들 모이면 가끔 그때 이야기 하거든.

사촌언니 입을 통해서 듣거나

어른들 입을 통해서 들은 이야기를 모아보자면

 

정말로 내 발앞에 떨어진게 할머니 머리가 맞아.

동네 치매 걸린 노인 분이 레미콘에 치어서

머리랑 몸이 분리된채로 사고가 났었고

 

언니는 바로 갓길에 구토하느라 정신이 없었고

나는 그 자리에서 울고불고 경기 일으켜서

언니가 나를 못 데리고 왔데

 

슈퍼 주인 아저씨가 집으로 전화를 걸어서

아빠가 오토바이를 타고 부랴부랴 왔더라는거야

 

그날 나는 바늘로 열손가락, 열발가락 다 따고

그래도 애가 진정이 안되서

아빠가 그 비싼 택시불러서 읍내까지 나갔었다고..

 

혹시나 자작이야기 나올수도 있겠다 싶지만

내가 본건 진짜야.

 

그 이후로 있잖아

나는 어린나이에 차가 얼마나 무서운지

교통사고가 얼마나 끔찍한게 일찍 깨닫고

길 건널때 아무리 늦더라도

차가 다 지나간 후에야 건넌다.

 

같이 길을 걷는 친구들은

그렇게 까지 주의할 필요는 없다고

답답하다고 하는데...

 

그날의 기억은 도통 잊혀지지가 않아.

아주 어렵게 내가 예전에 이러이러했었다고 말하면

다들 한결같이 한다는 소리가

"야 그렇다고 목이 잘린건 첨들어본다"고 하는데..

 

내가 이 글을 쓰면서 자작의심을 받을까봐

검색까지 해봤어.

 

교통사고 목 절단, 이렇게 해봤더니

실제로 그런 사례가 몇개 있더라고.

 

우리 친구들

다들, 길 건널때 조심하도록 하자.

 

 

 

 

 

 

 

2. 저수지

 

 

이건 내가 국딩 시절의 이야기야.

아까도 말했지만 내가 살던 곳은 첩첩산중 산골마을.

 

때문에 학교는 거의 분교라고 봐야할터.

 

내가 1학년에 입학할당시에 11명이었고

1학기가 끝날무렵에 1명이 전학갔고

2학년이 새로 시작할 무렵엔 7명만 남았고

4학년이 올라가는 겨울방학에 나는

읍내로 전학을 나왔지.

얼마나 작은 규모의 마을이었는지 대충 알겠지?

 

그렇게 작은 학교다 보니 전교생을 모아봤자

70명? 80명? 암튼, 100명이 안된건 확실했어.

그래서 소풍을 가더라도 다 같은 장소에

학년 구분없이 한꺼번에 갔었지.

 

그리고 그 시절, 그 학교에 돈이 얼마나 있었겠어.

요즘 시대엔 버스 대절해서 놀이공원이니 유원지니

구경할 곳도 많고 놀곳도 많지만

그때 그 시절엔 말그대로 소풍은 작은 나들이일뿐.

 

엄마가 싸준 김밥을 들고 선생님 손잡고

야트막한 앞산 구릉에 가서 술래잡기 하는게 전부였어.

레알. 진심. 트루. ㅜㅜ

막 너무 순수해서 인간극장에 나올것 같지?

그런데 진짜 그랬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웃긴게

그땐 그것도 마냥 즐겁고 재밌었다고.

 

1학년 가을소풍, 학교앞 언덕.

2학년 가을소풍, 학교앞 언덕.

3학년 가을소풍, 학교앞 언덕.

바로 그 3학년 소풍 때의 일이지.

 

우리는 100명도 채 되지 않은 작은 집단.

학교 앞산으로 출발하기 전엔 항상

선생님이 둘둘씩 손을 붙잡고 줄을 세웠어.

맨 앞줄 부터 기차처럼 줄을 지어 걸어갔거든.

 

원래는 1학년 맨 꼬맹이부터 걸어가야 하는데

ㅇ_ㅇ....1학년 2학년 꼬맹이가 없으므로

내가 가장 선두가 되었어.

나는 그 당시 키가 가장 작았기 때문에

아마 제일 앞에 서지 않았을까 싶기도 해.

 

짝궁 손을 잡고 룰루랄라 신이나서 걸었을꺼야.

가는 길은 농가 황토길을 따라 한 15분 걷고

논둑길 같은 좁은 길을 또 비슷하게 걸어서

산속으로 산속으로 들어가면 저수지가 하나 나와.

 

둑방길이라고 하나? 저수지 옆으로 높이 다져진 길.

그 길을 지나서 오르막 길을 올라가면

얕은 산등성이 길이 나오거든.

 

나는 걷고 또 걸어서 드디어 그 저수지 옆 둑방길을 걷게되었어.

처음에는 줄을 잘 맞춰서 걷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보폭이 빠른 애랑, 느린애가 엉켜서

빨리 걷는 놈은 저~기 앞쪽에

느린 애들은 저~기 뒤에 난리도 아니지.

 

나는 키는 작았지만 잽싸게 걸었나봐.

나랑 몇명의 친구들이 제법 무리에서 멀어져있더라고.

그래도 어린이는 어린이다운게

선생님이랑 멀어지면 안된다는 생각으로

그 저수지 둑방길 한 복판에서 친구들을 붙잡아놓고

선생님 기다려서 같이 가자고 말하곤 앉아 있었지.

 

그런데 풀숲에 앉아서 토끼풀? 그런걸 뜯고 있었는데

시야에 왠 신발이 눈에 들어오는거야.

하얀색 운동화 한 켤레가 나란히 있더라고.

뭐지? 싶어서 가까이 가봤더니

정말로 하얀색 신발 한켤레가 있었고

그 신발은 제법 큰 돌로 눌려있었어.

 

왜 신발을 돌로 눌러놨지? 궁금해서 친구들한테

야, 이거 같이 치워보자고...

책가방만한 돌을 굴려서 치웠어.

돌을 굴리고 보니 정말 말짱한 신발이었고

그 신발을 집어들어보니까

신발 밑에 왠 사진이 한장 있더라고......

,,,

 

그 사진은 일반 스냅사진 규격이었는데

일반 가정집에서 홀로 찍은 어떤 할머니의 독사진이었어.

그땐 어려서 눈치없이

아니, 왜 신발 밑에 사진이 있나? 도대체 이게 뭘까?

친구들이랑 희희덕 거리면서 신발 주웠다고 막

니꺼아니라고 내꺼라고 그러고 있었는데

 

금방 뒤따라온 선생님께서 너희들 뭐하냐고... 이리 줘보라고

신발이랑 사진을 가져가서 보시더니

제자리에서 팔짝팔짝 뛰시는거야

 

그당시에 학교 체육선생님은 거의 남자분이셨거든.

우리 선생님이 체육선생님 부르고

줄지어 오던 학생들의 줄은 그자리에서 정지되고..

체육선생님은 급하게 다시 마을쪽으로 달려 가시더라고

 

우리는 조금더 지체하고 있다가

교장선생님의 인솔하에 산으로 들어가서 재미난 소풍을 보냈어.

 

그런데 나중에 엄마한테 들은 이야긴데

그 사진 뒷편에 유서가 적혀있었데.

본인 생년월일이랑 마지막 남긴 말이랑.

아마도 그 사진속의 할머니는 저수지에 몸을 던져서

생을 마감하셨나 봐...

그걸 공교롭게 어린 우리가 발견했고

다행인지 불행인지

선생님이 마을이장님께 신고하고

이장님은 다시 경찰에 신고해서

저수지를 수색해서 실제로 한분은 건져올렸다고 했어.

 

내 마지막 시골 분교에서의 소풍이었기 때문에

그날의 기억 더욱 또렸하거든.

 

가을 햇살에 반짝이던 저수지의 초록색 물결이랑.

조용히 불던 바람이랑. 저수지를 감싸던 고요함이랑.

그 고요함 속에 누군가 죽어서 잠들어 있었다니...

ㅜㅜ

 

죽음은 참..

항상 가까이 있는것 같아.

 

 

 

 

뭔가 우울한 이야기만 해서 미안한데

이런식으로 글을 쓰면

오히려 두려움이 가시는것 같아.

 

가끔 꿈에 저수지가 나올때가 있거든?

아무도 없는 풀만 가득한 저수지.

그런데 그 저수지를 한참 내려다보면

저수지 가득 시체가 잠겨 있어서

진짜 끔찍해서 잠에 깨고 나서도

스스로 뺨을 때린적도 있어.

 

그래서

유년시절의 경험이 미치는 영향이 엄청나다는걸

실감하곤 해.

 

 

 

오늘의 이야기는 여기까지야.

 

출처 네이트판 헤이브 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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