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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모르고 있다

title: 금붕어1현모양초2022.10.23 14:58조회 수 4300추천 수 1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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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러프넥은 깜짝 놀랐다.


어젯 밤, 자신의 침대에서 잠든 것이 분명하게 기억 나는데, 일어나 보니 전혀 엉뚱한 곳에


자신이 누워 있었던 것이다. 손에는 죄수들이 찰법한 쇠고랑이 매여져 있었다.


어리둥절하게 일어나 주위를 살펴보고는, 빌은 이곳이 자신이 한번도


와본적 없는 곳이라고 단정지었다. 어두운 회색빛 콘크리트로 지어진 벽이 삼면을 막는


작은 방이었다. 방에는 변기와 터무니 없이 얇은 매트리스가 얹어진 작은 쇠침대만이 있었다.


손바닥 두짝을 붙여 놓은 듯한 크기의 작은 창문에는 쇠창살까지 달려있었다.


나가는 문은 두꺼운 쇠문이었는데, 아래는 작은 구멍과 그 여닫이가 보였다.


빌은 자연스럽게 이곳을 감옥이라고 생각했다. 텅텅텅-! 빌은 쇠문을 두드리며 사람들을 불렀다.


두드린지 한참이 지나 흰 옷을 입은 사람 하나가 다가왔다. "이봐요, 왜 내가 여기있는 거요?"


흰 옷을 입은 사람은 그를 빤히 쳐다보았다. 얇은 반무테 안경을 쓴 그는 날카로운 인상을 지니고 있었다.


"왜 내가 여기있는 거냐니까?" 그 사람은 빌을 뚫어지게 쳐다보다가 한마디 내뱉었다.


"*** *****?" 빌은 귓구멍을 후볐다. 상대의 말을 잘못들었다고 생각했다.


"뭐라고?"


"***** *** ***"


전혀 알아 들을 수 없었다. 마치 4,5 살의 어린 아이들이 간혹 횡성수설 지껄이는


그런 비슷한 말같았다, 혹은 아기들의 옹알이 라고나 할까.. 귀로 듣는다고 이해할수 있는


말이 아니었다. 꼬마들의 장난같이 웅얼웅얼대는 괴상한 소리였다.


빌이 전혀 들어본적 없는 괴상한 중얼거림이었다.


그리고, 그 이상한 소리를 중얼거린 사람은 그 소리를 끝으로 빌의 방 앞을 지나쳐 갔다.


"이봐! 기다려!" 빌은 낙담해서 계속해서 철문을 두드렸다. 그러나 대답은 앞이 아니라


옆에서 왔다. "보아 하니 새로 들어온 모양이군?" 묵직하게 울리는 목소리가


침대 옆에 있는 벽쪽에서 들려오자 빌은 번개같이 달려와 벽에 귀를 가져다 댔다.


혼자가 아니란 것에 묘하게 안도가 된 빌은 다시 말했다.


"당신은 누구지? 나처럼 갇혀 있는건가?" 대답은 즉시 왔다.


"그렇지 않으면 당신과 이처럼 대화할 일도 없겠지"


빌은 상대가 말을 끝나자 마자 곧바로 이어지듯 빠르게 물었다.


"우리가 왜 이 감옥에 갇힌 거지? 난 잘못을 저지른적 없어, 평범하게 살고 있었다고.."


벽 너머에서의 대답은 금방 왔다. "이봐, 친구. 나 또한 잘못을 한적이 없다네, 적어도 내가 알기로는"


"그럼 대체 이곳은 어디고, 왜 우리를 가두고 있는 거냔말이야"


빌은 딱딱한 침대 위에서 계속 물어왔다. "친구, 당신 이름은 뭐지?" 상대는 급할것 없다는 어조로


느긋히 물어왔다. "빌.. 빌 러프넥" 빌은 마음이 초조해지는 것을 느끼고 손톱을 물어 뜯었다.


"좋아, 빌 잘 듣는게 좋을 거야. 우선, 나도 많은걸 아는건 아냐. 왜 우리를 가두고 있는지, 나도 잘 몰라.


나 또한 어느 날과 다를것 없이 생활하던 어느날 정신을 차려보니 이곳이었으니까.


다만 분명한건, 아까.. 대화해 보았을 테지? ... 그놈들과?"


빌은 금방 생각해냈다. "그래, 흰옷을 입은 사람들 말이지"


"그래, 그 흰옷입은 친구들이 하는 말을 들어 보았겠지만, 전혀 우리와 의사소통이 되질 않아.


이상한 헛소리만 지껄여 댄다고, 그리고 우리가 말하는 것도 그 친구들은 이해하지 못해.


다행인건 그 놈들이 적어도 우리에게 해를 끼치지는 않는다는 거야.


이 방에 갇둬 두고 있지만, 적어도 아침 점심 저녘 식사는 꼬박 꼬박 가져다 주지.. 뭐, 그렇다고


메뉴가 마음에 드는 건 아니지만 말이야" 상대는 이런 곳에서도 침착한, 아이러니한 여유가 담긴


목소리로 말하고 있었다. "이곳따위는 궁금하지 않아, 난 나가야돼!"


옆방에서는 잠시 침묵이 있었지만, 아주 잠깐이었다.


"이봐, 친구.. 아니, 빌이라고 했나? 빌, 잘 들어둬. 난 이곳에서 벌써 근 2년 남짓을 보냈어.


내 오른쪽 방에 네가 있고, 왼쪽 방엔 또 다른 녀석이 있어, 이름은 케플러라고 하지.


어쨋든 나가려는 기대는 접는게 좋아


케플러는 나보다 훨씬 더 긴 시간을 이곳에서 보냈다는군. 그런데 그의 말에 의하면 적어도 감옥에서


나가는 사람은 본적이 없다는 거야"


빌은 멍해졌다. 꾹 억눌러져있던 좌절과 원망이 생각 전체를 가득 매웠다.


더이상 입을 여는것을 포기하고는 차가운 매트리스위에 누웠다.


옆방의 남자 또한 그의 심정을 이해하는 것처럼 더이상 말이 없었다.


그의 다른 곳에서의 생활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옆방 남자의 이름은 제임스 헤더웨이라고 했다.


갇혀 있는 상황이기때문에 서로 대화만 할 수 있고, 아무것도 볼수 없었지만


그는 건장한 흑인이라고 했고, 그에 어울리는 목소리를 가지고 있었다.


빌은 이 감옥에서 유일한 유흥거리는 대화 뿐이라는 걸 금방 깨달았다.


매번 식사를 넣어 줄때나, 아니면 감옥 앞의 복도를 걸어 지나갈때 보이는 흰색 옷의 사람들은


보통 사람과 다를것 없었지만,절대로 말이 통하지 않았다. 그들은 우리가 말하는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듯했고, 역으로 그들이 말하는 것을 우리도 알아듣지 못했다.


한달에 한번은 그들이 감옥 앞에 앉아서 빌에게 말을 걸었다. 녹음기를가지고 와서 이것 저것 물었지만,


그는 그 괴상한 소리를 알아듣을수 없었고, 반대로 빌이 여러가지 말을 해도 그들 역시 알아듣지 못했다.


도저히 이해가 되질 않았다. 처음에는 그들이 그를 놀리는 건줄 알았다, 하지만 그들의 표정은 진지하고


심각했다. 또 그들이 말하는 걸 살필때마다 진심인 듯한 감정이 얼굴표정에 드러났으므로 빌은


그들이 거짓으로 이 일을 하고 있는게 아니라는걸 확신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내뱉는건 적어도 문명을 지닌 사람들이 만들어낸 문자를 가진 언어가 아니었다.


그저 횡설수설에 불과했고, 그가 알고있는 어떤 말과 비슷한 발음이나 문장을 들을 수 없었다.


그렇게 언어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깨달은 빌은 마침내 그들과 이야기 하는 것을 포기했다.


가끔은 감옥 앞을 지나가는 흰 옷을 입은 여자들이 보였다. 빌은 그녀들에게 성적인 농담을


크게 내뱉는 것을 일상의 취미로 삼았는데, 물론 그녀들은 빌의 상스러운 농담을 전혀 알아듣는 눈치가


아니었다. 심지어 노골적으로 가슴이나 다리에 관한 이야기를 크게 외쳐도 그녀들은 의아스럽고,


우습다는 듯한 얼굴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간혹 동정심이나, 연민, 두려움같은 감정들도 그녀들의


눈에서 읽어낼 수 있었는데,그녀들과도 대화가 전혀 되지않는다는 걸 알고는 더이상 신경쓰지 않게 되었다.


빌은 그렇게 말도 안되는 생활에 서서히 적응해 나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이었다.


그날은 흰 옷입은 자들의 질문공세를 들어야 하는 날이었다. 한달에 한번 있는 지겨운 날이었는데,


어느덧 빌의 감옥 앞에 의자가 놓이고, 잠시 뒤에 어느 남자가 그 의자에 앉고는 빌에게


말을 하기 시작했다. "******?" 물론 당연하듯 알아들을수 있는 말은 하나도 없었다.


대화가 통하지 않는 다는걸 알게 된 시점에서 빌은 그들에게 거의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상관없다는듯이 저 멍청한 중얼거림을 계속하는 그들에게, 그리고


항상 반복되는 지겨운 이 일과에 짜증이 솟은 빌은 자신이 그 이야기를 듣지 않는 다는 것을


보이려고 매트리스 위로 올라가 과장된 동작으로 양팔을 들어올려 귀를 막았다.


하지만 그래도 상관없다는 듯이 우스운 눈초리로 그를 바라보며 이야기를 계속하는 그들의


모습에 화가나서 몸을 거칠게 뒤로 돌리다가 그만 발을 헛디뎌 침대에서 거꾸로 떨어지고 말았다.


"아..!" 천장이 순식간에 기울어져 보였다. 다리쪽은 침대에 걸쳐진 상태에서 머리만이 수직으로


허공에서 부터 바닥으로 추락했다.


쾅-! 눈앞에 번갯불이 번쩍했다.


뒤통수가 불에 닿은 듯 뜨겁다가 이내 전기가 오른듯 찌릿거렸다.


빌은 천천히 시선이 허물어지는 것을 느꼈다.


의식이 어둠속에 잠기고 있었다.









짹- 짹- 창 밖에서 들려오는 새소리에


빌이 눈을 떠보자, 익숙한 자신의 감옥이 눈에 들어왔다.


머리에는 붕대가 감겨져 있었다. 굉장히 배가 고팠다. 하지만 이곳은 식사를 주는 시간이 엄격하게


정해진 곳이었다. 작은 쇠창살 사이의 하늘을 보건데, 식사를 하려면 대략 3시간쯤 남은 것 같았다.


빌은 자신이 의식을 잃고 얼마나 흐른지 궁금하여 자신의 옆방을 두드렸다.


"이봐, 제임스 내가 아무말도 없던 때부터 얼마나 지났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빌은 짜증스럽게 다시 벽을 두드렸다. "내가 기절하고 얼마나 지났는지 몰라?"


그때였다. "으히히히.. 으헤헤헤, 헤.. 히히히히" 큰 남성의 웃음소리가 옆방에서


들려왔다. 빌은 미간을 찌푸렸다. "누구지? 제임스가 아닌가? 당신 누구야?"


"헤헤헤헤흐흐, 흐흣, 이히히힛" 다시한번 실성한 사람의 것같은 웃음소리가 퍼졌다.


불안해진 빌은 철창문으로 다가가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그들과는 말이 통하지 않지만,


적어도 옆방에 있는 친구가 이상하다는 것을 몸으로라도 알릴 생각이었다.


그런데...



"또, 무슨 일인가요? 러프넥씨, 다친 머리가 아픈가요?"


너무나 놀란 까닭에 오히려 반응이 빠르게 오지 않았다.


빌이 듣고 있는 것은 명확한 발음의 영어였다. 그는 말을 한 상대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짜증스럽고 귀찮다는 듯한 얼굴을 가진 한 여자가 서있었다.


복도에서 볼때마다 그가 상스러운 농담을 던졌던 여성중 한명이었다.


문제는 그것이 아니었다, 그들이 말하고 있는 언어였다.


"당신, 말할수 있..?"


빌이 겨우 한마디 하자,쇠문 앞에 서있는 그녀의 눈에도 놀라움이 번지는게 보였다.


"러, 러프넥씨. 제 말을 알아 들으시겠어요?"


"알아듣.." 빌이 겨우 한마디 꺼내는 찰나에 그녀가 소리소리를 질렀다.


"선생님! 러프넥씨가 정신이 돌아왔어요! 선생님!, 선생님!"


그말에 멀리서부터 허겁지겁 뛰어오는 발소리와 함께, 빌이 전에 본적 있던 안경을 쓴 날카로운 눈매의


중년 남성이 문앞으로 달려왔다. "뭐라고? 러프넥씨가 완치되었다는 말인가?"


"예! 그런것 같아요!" 중년 남성은 창살안으로 보이는 빌에게 말을 걸었다.


"러프넥씨? 내 말이 들립니까?, 이해할 수 있습니까?" 빌을 어리둥절하게 대답했다. "물론, 들립니다.


대체 이게 무슨..?" 빌의 말은 다시 한번 끊겼다.


"이거 정말 놀랍군! 머리를 부딫히는 강한 충격을 받고 난 뒤에 극히 희박한 확률로 정신이


돌아온 건가?" 빌은 도저히 그들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이봐, 이게 대체 무슨 일이요? 난 이곳에 억울하게 1년 가량을 갇혀있었소, 당신들 정체가 대체


무엇이오?"


그러자 갑자기 앞에 있던 남녀의 얼굴이 심각해졌다. 침착한 손놀림으로 안경을 벗어 다리를 접고 윗옷


주머니로 집어 넣은 중년 남자는 천천히 말을 이었다.


"러프넥 씨, 지금은 이해하기 힘들겠지만,


당신은 가족들의 입원 동의서로 인해 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게 된 거요, 그러나 거의


가망이 없다고 여겨져 정상적으로 회생이 불가능 하다고 여겨지는 사람들만 특별 수용하는


이 중환자 수용소로 옮겨진 것이고."


빌은 아직도 이해가 되지 않는 다는 듯이 물었다.


"내 몸은 멀쩡하오, 얼마전 다친 이 머리만을 제외하고는.. 대체 이곳이 무슨 병원이오?"


중년의 의사는 품안에서 작은 스크린이 있는 기기를 꺼냈다.


"당신의 눈으로 보는 것이 빠를 것이오"


빌은 충격에 휩싸였다. 작은 기기의 화면에는 도저히 정상인으로 볼 수 없는 자신이 찍혀 있었다.


"우흐흐히히.. 헤헤헤헤.. 컥,커.." 미친 사람이라고 밖에는 볼 수 없는 소리와 몸 짓들..


하지만 스크린 내에서 보이는 사람은 분명히 그였다. "이제 알겠소?"


빌을 한번 쳐다본 뒤에 그 의사가 말을 이었다.


"이곳은 정신 병원이오. 그동안 당신은 우리 의료진들과도 의사소통도 되지 않을 정도로


심각한 환자였소, 지금 이렇게 기적적인 확률로 치유되기 전까진.. 물론 이곳에 수용된 모든 환자들이


대화가 불가능할 정도의 중증의 환자들이긴 하지만.."


빌은 갑자기 밀려오는 오한에 몸을 부들 부들 떨었다. 그가 겪었던 것은, 대체 무엇인가?


나는 과연 지금도 정상인가? 그때에 내가 정상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었던 모든 이들에게


지금이라도 다시 물을 수 있다면..


정신병자는 지금 당신들이 아닌가?


아니면.. 단지 모든게 내 스스로 만들어낸 환각인건가?


그는 확인해야만 했다.


"저.. 혹시, 옆방에 있는 환자의 이름이 제임스 헤더웨이가 아니오?"


간호사와 의사는 눈에 띄게 당황했다. "어떻게 그것을..?"


"그가 직접 말해줬소, 옆방에서.."


의사는 빠르게 말했다. "거짓말 하지 마시오, 누군가 당신에게 알려주었겠지, 헤더웨이씨는


현재 자신의 이름 조차 말하지 못하는 중증의 환자요"


그랬다, 그들은 모르고 있다.


그들은 미치지 않았다. 다만 다른 세계에서 살고 있다.


우린 어디에 살고 있는가? 이곳은 정상인들의 세계인가? 혹은 아직도 완전히 각성하지 못한,


스스로 정상인이라고 믿고있는 또다른 정신 병자들의 세상인가


 

 

출처: 웃긴대학교 초록환타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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