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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저수지

가위왕핑킹2019.11.27 21:29조회 수 695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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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동안 찾아낸 끝에, 가입한 낚시카페에서 알게 된 낚시소년.

 

하지만 실제로 만난 낚시소년은 아이디와는 정반대의 외모로 29살인 나보다 훨씬 나이가 들어 보였다.

웃음 지을 때마다 보이는 눈가의 주름과 훌러덩 벗겨진 이마 그리고 불룩한 아랫배를 보면 영락없는

40대 중후반의 아저씨인데, 나와 세살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었다.

 

“허허허, 이렇게 실제로 만나서 낚시도 같이 하고 기분 좋네요. 아참! 낚시는 처음이라고 하셨죠? 제가 오늘 밤낚시의 진정한 재미를 알려드릴게요.”

 

용태씨는 뭐가 그리 즐거운지 연신 흥얼대면서 말했다. 그리고는 낚시 초보인 나로서는 알아들을 수

없는 낚시 이야기를 낚시터로 가는 내내 해댔다. 덕분에 용태씨가 운전하는 차는 과속과 더불어 간간히

신호위반도 했다. 한적한 곳이라 그런지 단속이 없고, 차도 별로 없어서 다행이었지,

사고가 여러 번 날 뻔했다.

 

“그래도 꽤나 가까운 곳에 사는 분을 만났네요. 원래 다른 카페회원들이랑 만나려면 제가 많이 움직여야 하거든요, 상호씨는 이 근처에 사시나 봐요?”

 

처음으로 용태씨가 내게 개인적인 질문을 했다.

 

“예, 이 근처에 살아요.”

 

“오, 근처에 사는 회원은 처음이에요, 근데 실례지만 무슨 일을 하시는지 물어봐도 될까요? 뭐, 말씀하기 싫으시면 안하셔도 되요”

 

“아, 공무원입니다.”

 

“공무원이라, 부럽네요. 고정수입과 칼퇴근. 저녁 때 시간 남으시면 낚시하기 딱 좋죠. 근처에 좋은 저수지도 있겠다.”

 

용태씨가 너무 공무원을 치켜세우는 거 같아서 부담스러웠다. 공무원도 공무원 나름인데.

 

“공무원이라고 다 좋은 것도 아니죠. 어떤 공무원이냐에 따라서 다르죠.”

 

“그렇긴 하죠, 그래도 이렇게 경기가 안 좋을 때 고정수입이라는 점이 얼마나 든든합니까?”

 

어색함을 무마하기 위한 수다가 오고가는 사이에 차는 어느덧 우리가 밤낚시를 하게 될 저수지에

도착했다. 용태씨는 낚시터에 도착하자마자 뒤 트렁크를 열고는 낚싯대, 낚시받침대, 작은 의자, 망 등

낚시용품들을 꺼내었다. 나 역시 트렁크에 놓아두었던 낚시용품들을 꺼냈다.

물론 모두 아는 분께 빌린 것이었다.

 

“오, 초보자치고는 꽤 괜찮은 낚싯대를 쓰시네요.”

 

용태씨는 내가 꺼낸 낚싯대를 손에 쥐어보며 말했다.

 

“아, 아는 분께 급하게 빌린 겁니다.”

 

“굉장히 친한가 봐요, 원래 낚싯대 잘 안 빌려주는데”

 

“워낙 급했거든요”

 

 

 

 

 

 

 

 

 


낚시가방에 용품 등을 넣고 터로 향하는 길에 간판하나가 보였다.

 

-개통저수지

 

“개통저수지라면 요번에”

 

“예, 맞아요. 시체가 발견된 곳이죠. 그래서 근래에 사람들이 없어요. 아직 범인이 안 잡혀서 위험해서 안 오나 봐요. 그런데 저는 사람이 없으면 조용한 게 더 좋더라고요.”

 

용태씨는 잽싸게 내 말을 끊고 설명을 했다.

 

“범인이 누군지 거의 알아냈다고 하는데”

 

“예, 경찰들이 수사망을 좁혔다니 곧 잡히겠죠?”

 

“네, 빨리 잡혔으면 좋겠네요.”

 

 

 

 

 

 

 

 

 


용태씨는 사람이 없어서 꽤나 좋은 포인트를 차지했다며 좋아했다. 나야 뭐 초보자다 보니까

좋은 포인트라는 게 무슨 말인지도 잘 몰랐지만 조용한 물가에 앉아서 자연을 감상하는 기분은 꽤나

좋았다. 물론 용태씨의 말대로 저수지에 두 사람 정도 밖에 없어서 더욱 조용한 탓에 좋았던 거 같다.

짐을 어느 정도 내려놓고, 용태씨는 자신이 가져온 떡밥을 내게 보여주며 자랑을 했다.

 

“상호씨, 낚시에선 떡밥이 정말로 중요해요. 그리고 이게 내가 특별히 만든 떡밥이에요. 제조할 때 배분이 잘 되서, 적당한 위치에 떡밥이 풀려서 잡어 말고 대어들이 잘 낚일 거예요. 오늘 이걸로 대박 큰놈으로 한 번 낚아봅시다.”

 

용태씨는 내게 친절히 설명했지만 무슨 말인지도 잘 몰랐고, 무엇보다 나는 떡밥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떡밥을 준비한 용태씨는 낚싯대를 만지작거렸다. 역시나 기분이 좋은지 용태씨의 코에서는

콧노래가 끊이질 않았다.

 

“준비과정 하나하나가 즐거우신가 봐요?”

 

나 역시 내 낚싯대를 만지작거리며 물었다. 물론 나는 아무것도 할 줄 모르기에 그냥 만지기만 했다.

 

“그럼요, 제 취미인데. 게다가 오늘은 옆에 상호씨도 있고, 대박을 낚을 것 같은 느낌이네요.”

 

“흠, 용태씨하고는 다르게 저한테는 이 낚시가 일이네요. 사실 이렇게 낚시를 하게 된 것도 다 일 때문이에요.”

 

“하하, 이런 죄송해요. 제가 가르쳐준다면서 신경을 못 쓰고 있었네요. 제가 가르쳐줄게요. 그나저나 직장상사가 낚시를 좋아하나 봐요?”

 

그런 뜻은 아니었는데.

 

 

 

 

 

 

 

 

 


내가 하고 있는 낚시는 처음부터 끝까지 일이었다. 그저 나는 언제쯤 신호가 올지 기다릴 뿐이었다.

그 사이에 용태씨는 꽤 많은 물고기를 잡았다.

 

“우와, 많이 잡으셨네요.”

 

“아뇨, 이 정도는 잡은 것도 아닙니다. 오늘은 더 큰 놈을 낚을 거니까”

 

“더 낚다가 고생만 할 거 같은데요?”

 

한 마리도 못 낚은 나는 괜히 심술을 부렸다.

 

“하하, 아니에요. 오늘은 분명히 대박을 건질 겁니다.”

 

완전히 깜깜해졌을 무렵 배가 고파졌는지, 용태씨는 라면을 찾으려고 가방을 뒤적거렸다.

 

“이런, 라면을 안 가져왔네요. 좀만 가면 근처에서 라면 살 수 있으니까 기다리세요. 기다리시면서 제 낚싯대에 물린 거도 좀 봐주고요.”

 

“네”

 

“아, 그리고 혹시 모르니까 수상한 사람 조심하세요.”

 

용태씨는 그렇게 말하고는 랜턴하나를 들고 라면을 사러갔다. 밤하늘과 낚싯대를 번갈아 보며 기다리는데

갑자기 어떤 검은 모자를 쓴 아저씨하나가 내 곁으로 왔다.

 

“안녕하세요? 근데 위험한데 혼자 여기서 뭐하세요?”

 

아저씨는 근처에서 자리를 잡으며 내게 말을 걸었다.

 

“아, 일행은 라면 사러 갔어요.”

 

나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말했다.

 

“살인사건이 일어난 곳인데 겁도 안 나세요?”

 

“그럼 아저씨는요? 겁 안나요?”

 

“저야 자주 오니까 괜찮은데, 그쪽은 처음인 거 같은데”

 

“아, 그렇군요. 저는 처음이에요. 피치 못할 사정으로 왔죠.”

 

“아, 그래요? 근데 저기 뭐 걸린 거 같은데?”

 

아저씨는 용태씨의 낚싯대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럴 땐 어떻게 하는 거예요?”

 

나는 아저씨에게 무작정 도움을 청했다.

 

“아이구, 완전 초보인가 보네요.”

 

아저씨는 그렇게 말하고는 능숙하게 낚싯대를 집어 올렸다.

 

“어이구, 이거 큰 놈인가 본데 좀 도와줘요”

 

나는 기대감에 아저씨 옆으로 다가가서 아저씨를 도왔다. 있는 힘껏 들어 올리자 거대한 무언가가

수면위로 드러났다. 그것은 유감스럽게도 퉁퉁 불어 터지려고 하는 사람의 시체였다. 나는 놀라서 손에

힘을 뺐다. 그러자 시체가 수면 아래로 다시 들어갔다. 시체를 처음 본 건 아니지만 나는 꽤나 놀란

나머지 엉덩방아를 찧으며 넘어졌다.

 

“방금 봤죠?”

 

“네, 시체”

 

“이거, 살인사건이 또 일어났나보네요. 여기서 지키고 있어요. 일단 시체가 아직 낚싯대에 걸려 있으니까. 저는 신고 좀 하고 올게요. 그리고 저기 어떤 사람보이죠? 잘 감시해보세요. 제가 봤을 땐, 저 사람이 범인 같거든요.”

 

아저씨는 그렇게 말하고는 남아있던 랜턴을 들고 달려가셨다.

 

“경찰에 신고하러 가실 필요 없는데요.”

 

내가 말했지만 그건 이미 아저씨가 쏜살같이 떠난 후였다.

나는 핸드폰을 만지작거렸다.

기분 탓인지 어둠이 더욱 짙게 깔린 느낌이 들었다.

나는 아저씨가 말 한대로 저 멀리를 쳐다봤다.

아저씨 말대로 어떤 사람 하나가 쭈그리고 앉아 낚시를 하고 있었다.

나는 그 아저씨에게 다가갔다.

제법 가까이에서 바라봤지만 아저씨는 움직이지 않고 계셨다.

 

“두 마리다”

 

앉아있던 아저씨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네?”

 

“두 마리다”

 

나는 아저씨 옆에 있던 통을 쳐다봤다.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았지만 물고기 두 마리가 있었다.

 

‘내가 훔쳐갈 까봐 그런 건가?’

 

“저는 낚시랑 물고기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두 마리다”

 

‘정신 나갔나?’

 

나는 황급히 제자리로 돌아왔다. 내 예상 밖의 수상한 인물에 머리가 너무나 혼란스러웠다.

순간 풀 쪽에서 용태씨가 걸어오는 게 보였다.

 

“용태씨! 낚싯대에 시체가 걸렸어요.”

 

“뭐요?”

 

내 말을 듣자마자 용태씨는 자신의 낚싯대를 들어올렸다. 나 역시 용태씨를 도와 시체를 뭍으로 건져냈다.

 

“상호씨, 신고는 했어요?”

 

“아까 어떤 아저씨가 신고한다고 가시긴 했는데”

 

“누가 왔다갔어요?”

 

“네”

 

“그 사람이 범인 같은데요? 우리한테 죄를 뒤집어씌우려고 그런 거 아닐까요? 일단 여기서 벗어나죠.”

 

용태씨의 어처구니없는 생각에 웃음이 나오려 했지만 일단은 용태씨를 따라갔다. 순간 무언가가

나타나더니 용태씨를 덮치고 도망갔다.

 

“으악!!”

 

“괜찮아요?”

 

쫓아가고 싶었지만 용태씨 때문에 쫓아갈 수 없었다.

 

“상호씨, 일단 칼 좀 뽑아줘요”

 

“좀 참아요.”

 

용태씨의 허벅지에는 꽤나 큰 식칼이 박혀있었다. 나는 두 손으로 칼을 뽑아냈다.

 

 

 

 

 

 

 

 

 


“낚았다.”

 

용태씨가 중얼거렸다.

 

“네? 뭐라고요?”

 

순간 환한 빛이 들이닥쳤다.

아까 신고한 경찰들인 모양이었다.

순간, 용태씨가 경찰들에게 달려나갔다.

 

“살려주세요, 저기 저 사람이 저수지의 살인범이에요.”

 

용태씨의 말과 행동에 어처구니가 없어서 웃음이 나왔다. 한편으로는 귀엽기까지 했다.

나는 터벅터벅 경찰들 앞으로 걸어 나갔다.

 

“이 놈이 범인 맞아, 증거도 있으니까 빨리 수갑 채우고, 병원에 데려 가”

 

나는 경찰들에게 말했다.

 

“네, 강 형사님.”

 

경찰들은 용태씨의 손에 수갑을 채웠다. 용태씨는 그런 경찰들을 어이가 없다는 듯이 바라봤다.

 

“어이, 강상호~ 형사 한 건했네.”

 

뒤늦게 나타난 최 반장님이 말했다.

 

“아직 입니다. 두 마리거든요, 제 바로 뒤에 신고한 사람이 공범입니다.”

 

“뭐? 단독범이 아니었어?”

 

“네, 그 녀석은 저 풀숲으로 숨었으니까 지금 찾으면 잡을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용태씨, 공무원은 만만한 게 아닙니다.”

 

나는 그렇게 말하고는 유유히 경찰차를 타고 돌아갔다.

 

 

 

 

 

 

 

 

 


“오, 강상호! 아주 낚시꾼인데? 범인도 낚고?”

 

최 반장님이 커피를 들고 내게 다가오며 말했다.

 

“제가 얼마나 고생한 줄 아십니까? 다음부터는 일이라도 낚시 하러는 안 갑니다.”

 

“그나저나 공범인 거까지 알아내고, 어떻게 알아낸 거야? 우리한테 정보라고는 김용태 하나 밖에 없었는데”

 

“저수지에 있던 낚시꾼이 알려줬어요. 두 마리라고.”

 

“뭐야?”

 

최 반장님이 놀라며 말했다.

 

“농담이고, 범인이 멍청하게 시체가 어떤 낚싯대에 걸렸는지 말도 안 해줬는데 시체가 낚인 자기 낚싯대를 들어 올리잖아요.”

 

“아, 그래? 깜짝이야? 난 또 시체가 말했다고 해서 놀랬잖아. 범인들이 네가 형사인지도 모르고 너를 낚으려고 별짓을 다했더라고, 죽은 사람을 낚시꾼처럼 위장도 해놓고, 웃긴 놈들이야, 그치?”

 

나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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