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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산악구조대원으로 있었던 일 (上)

익명할거임2020.07.26 17:20조회 수 749추천 수 3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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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대에서 펌.

 

작성자  : 삶이무의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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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 난 빚을 졌다. 가족을 따라 산길을 오르는 도중에 떨어지는 사고가 있었는데 그 과정에서 산악구조대원들이 날 구해줬던 기억이 난다. 어둠 속에서 무한한 시간을 죽여가며 두려움과 싸울 때에 내게 손을 내밀어준 그들. 그들은 내게 영웅이자 우상이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흘러 성인이 되고 취업도 하며 주말에 뭘 할까 고민하던 도중 산악구조대원을 모집한다는 글을 보게되었다. 자원 봉사 개념이라 돈을 많이 주지는 않았지만 소정의 구조료가 지급된다고 본 것 같았다.

 

돈이 중요하지 않았다. 문득 어릴적 느꼈었던 그 감정. 두려움과 기쁨 그리고 안도감이 다시금 떠올랐기 때문이다. 오래 망설임 없이 산악구조대에 가입 신청을 했고 젊고 건장해 보이는 나를 보던 산악구조대장은 흔쾌히 승낙했다.

 

이번에 새로 들어온 오인한이야. 모두들 잘 챙겨줘.”

 

그렇게 말하며 다른 구조대원들에게 소개시켜주는 대장. 내게 쏟아지는 호기심 가득한 눈빛을 받으며 말했다.

 

잘 부탁드립니다. 사실 어릴적에 구조대원에게 구출을 받은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 저도 보답할까해서 이렇게 오게 되었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내 말에 모두의 반응이 좋았다. 특히 대장은 나의 등을 두드리며 훌륭한 젊은 청년이야.’ 라고 말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구조대원으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일단 산의 모든 길을 알고 있어야 했다. 난 바로 실전에 투입되었고 나를 인솔해주는 창수 선배와 같이 이동하기 시작했다.

 

너 이 산에서 얼마나 사람들이 죽어나가는지 알아?”

 

문득 걸음을 걷다가 장난스럽게 되묻는 창수 선배의 말에 난 적당한 답을 찾지 못했다.

 

농담이야. 농담. 아무튼 이 산은 말야. 밤이 되면 그 분위기가 180도 달라져. 아마 다음달이면 슬슬 밤 산행에 투입될 수도 있어. 대장이 말한거 기억하지? 모든 산길을 외워야 한다고.”

..”

사실 머리로 외우는거보다 몸으로 기억하는게 더 빨라. 그만큼 다리는 고생하겠지만 말야.”

 

그렇게 웃으며 말하는 창수 선배에게 적당한 답을 해주었다. ‘덕분에 이렇게 다리가 튼튼하고 건강하잖냐.’ 라고 자랑스레 말하는 창수 선배를 바라보았다. 그 말대로 30대 중반에 이르렀음에도 불구하고 매우 탄탄한 몸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신체에서 가장 큰 근육은 다리이고 자극으로 남성 호르몬이 가장 많이 분비되는 것도 다리다. 창수 선배 말대로 건강에도 좋고 사람을 구해서 더 좋은 일이 될수 있을 것 같은 좋은 예감이 든다.

 

여기는 왼쪽 다리로 건너야 돼.”

“..왜요?”

 

산 중반에 다다르자 창수 선배가 그렇게 말하며 왼쪽 다리를 내밀었다. 그 아래로는 희미하게 보이는 흰색의 점선이 있었다. 창수 선배는 머리를 긁적이며 답했다.

 

글세.. 로어라고 할까? 오른쪽 다리로 건너면 저승으로 이어지는 다리를 건널 수 있다고 대대적으로 구조대원 선배들이 그랬거든. 그래서 항상 우린 왼쪽으로 넘어.”

그럼 등산객들도 다 왼쪽으로 넘어요?”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다 불문율적으로 지키는 룰 같은거지. 아마 그럴걸? 자 어서 가자구.”

 

손짓하는 창수 선배가 보며 걸음을 옮긴다. 그러면서 왼쪽으로 건너는 것을 잊지 않았다. 내 모습을 보며 창수 선배는 낮게 웃었다.

 

너도 귀가 참 얇구나?”

아이 참.. 그렇게 말씀하시면 하게 되잖아요.”

크크. 말이 그렇다는거지. 나도 첨엔 안믿었는데.. 짬이 차고 나서 이거저거 보다보니까 점차 믿게 되더라구.”

 

적당한 수다를 떨며 다시 걸음을 옮기기 시작한다. 그 과정에서 여러 등산객들을 볼 수 있었는데 모두의 표정이 한결 같이 밝아 보였다. 왠지 좋은 에너지를 받고 있는 듯 해서 기분이 좋다.

 

어느정도 걸은 끝에 창수 선배가 조금 쉬고 가자고 했다. 거절할 이유가 없었기에 그의 옆에 앉아 물을 마시며 목을 축이고 있을 때.

 

아이 시팔..”

 

그렇게 욕지거리를 내뱉는 창수 선배의 표정이 굳어졌다.

 

“..왜 그러세요?”

 

내 말에 창수 선배는 멀찍이 떨어진 곳을 가리켰다. 가만히 손을 뻗은 곳으로 시선을 돌리자 빼곡이 자리 잡고 있는 진득한 풀숲 사이로 빛나는 두 안광이 보였다. 가만히 들여다보니 고라니가 분명해 보였다.

 

고라니잖아요.”

 

내 말에 창수 선배는 고개를 저었다.

 

저 새끼 아까부터 졸졸 따라오더라고.”

“..?”

가끔 있어. 나도 5년차에 접어들지만 고라니가 이렇게 따라오는 날엔 재수가 없는 날이거든.”

그것도.. 로어인가 머시긴가 하는거에요?”

 

내 말에 창수 선배는 물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뭐 그럴지도 모르지. 근데 인한아.”

“....”

고라니가 따라오는 날엔 반드시 그날 사건이 터지더라..

 

그렇게 말하며 죽일 듯이 고라니를 보는 창수 선배의 눈은 왠지 모르게 섬뜻했다. 거기에 대해 더 이상 말을 하기도 애매해서 난 묵묵히 물을 마시며 고라니를 바라보았다. 우주를 담은 듯 투명하고 맑은 두 눈이 나와 창수 선배를 가만히 응시하고 있다.

 

고라니가 세계 멸종인거 아시죠?”

 

분위기를 환기 시키기 위해 말을 꺼냈다. 창수 선배는 몰랐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우리나라에만 유독 집중되어 있대요. 세계적으로는 그 수가 엄청 적어요.”
“..그래?”

 

그렇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난 창수 선배가 묵묵히 걷기 시작한다. 뒤처지면 안될 것 같아서 그 뒤를 빨리 따른다. 2시간 정도를 걸은 끝에 정상에 도착할 수 있었다. 기분 좋은 바람을 맞으면서 정상에서 파는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산 아래를 창수 선배와 훑어 보기 시작한다.

 

이 산에는 여러 루트가 있어. 등산객들이 주로 이용하는 루트. 우리 대원들만 알고 대원들만 이용하는 루트. 넌 그걸 다 익혀야 할거야. 물론 하다가 힘들면 관둬도 돼.”

아뇨. 그런 어중간한 마음으로 온거 아니에요. 전 빚을 졌고 그때 구출되지 않았더라면 전 이 자리에서 서있지도 못했을거에요.”

 

내 말에 창수 선배는 피식 웃었다.

 

그래도 이거 하나만은 확실히 말할 수 있어. 이 일.. 되게 보람차거든. 사람을 구하는 일이잖냐. .. 보수가 크게 따라오지도 이름이 날리는건 아니야. 근데 그 사람을 살려주고나서 받는 감사는 생각보다 되게 커. 그래서 이렇게 너 같은 사람이 다시 온거고.”

. 정말 그런 것 같아요. 이만 내려가시죠.”

그래. 오늘은 이 루트로 탄거 기억해놔. 한번에 기억하긴 어려우니까 여러번 숙달하다보면 몸으로 익혀질거야. 내일은 다른 루트로 올라가자.”

 

그렇게 말하며 하산을 시작하는 창수 선배를 따라간다. 내려가는 산길도 기분이 좋았다. 자연의 힘을 그대로 받는 느낌이랄까. 산에서 나오는 시원하고 따스한 기분이 온 몸에 스며드는 것 같았다.

 

그렇게 한참을 내려가면서 창수 선배와 수다를 떨고 있을 때.

 

끼이이익-

 

높은 하이톤의 비명소리가 들리며 바로 옆에서 고라니가 모습을 드러냈다. 고라니의 모습보다 소리에 더 놀란 나는 그 자리에서 주저 앉아 버렸고 창수 선배는 열이 단단히 났는지 고라니를 향해 발길질을 했다.

 

이 미친! 저리 안꺼져? ?!”

 

위협스런 동작에 고라니는 미련 없이 산 안으로 뛰어들어갔고 씩씩 거리는 창수 선배는 내게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괜찮아? 가끔 있는 일이야. 근데 오늘은 더 심하네.. 시팔.”

 

격하게 요동치는 심장을 부여 잡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고라니가 이런 대낮에 사람에게 다가와 소리를 지르다니. 이상해도 단단히 이상했다. 그렇게 심호흡을 하며 다시 걸음을 옮기며 무사히 산 아래로 내려와 산악구조대 본부로 돌아온 나와 창수 선배는 적당히 놓여진 밴치에 앉아 담배를 물었다.

 

너 겁주려고 하는건 아닌데 말야.”

 

묵묵히 담배를 피던 창수 선배가 운을 띄웠다.

 

.”

왠지 오늘이나 내일 일 터질 것 같다. 혹시 연락하면 전화 잘 받아줘. 사고나면 한 사람이라도 아쉬우니까. 괜히 부담주는 것 같아서 미안하지만 우리 일이 사람살리는 일이잖냐.”

, 그럼요.”

 

창수 선배는 기분 좋게 웃으며 들어가.’ 라고 말한 뒤 구조 본부로 걸어갔다. 본부로 들어가는 선배의 뒷모습을 가만히 보다가 집으로 돌아온 나는 간만에 느껴지는 하체 감각과 피로함을 느끼며 침대에 쓰러지듯 잠들어 버린 것 같았다.

 

그렇게 얼마나 잤을까. 해가 조금 졌다고 생각을 무렵 스마트폰을 보니 문득 전화가 울리는 것을 알수 있었다.

 

여보세요.”

, 인한아 나야.”

창수 선배?”

. 혹시 지금 시간 되니?”

. 되죠.”

 

내 말에 창수 선배는 조금 뜸 들이는가 싶더니 덤덤히 말을 이었다.

 

실종 신고를 받아서 우리 대원들이 출동하게 되었는데 말야. 이번에 경험 삼아서 가는건 어떨까 해서. 피곤하면 쉬어도 되고.”

 

난 오래 망설이지 않기로 했다. 누구보다도 산에 홀로남겨질 때의 그 기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갈게요. 지금 가면 되나요?”

. 나랑 같이 올라갈거야.”

 

아무래도 내 사수는 창수 선배로 정해진 것 같다. 서둘러 전화를 끊고 차에 올라타니 문득 시각이 18시를 조금 넘어섰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1시간 이내로 해가 지면 산은 완전히 어둑해져서 사람을 찾기가 어려워질수도 있다. 그러면 찾는 인원을 대폭 늘리는 수 밖에 없을텐데.. 아마 창수 선배는 이것을 두고 한 사람이라도 더 빌리고 싶다는 말을 한 것 같았다.

 

집과 산악구조본부는 꽤 가까워서 20분내로 도착할 수 있었다. 본부에 도착하니 대장을 포함해 창수 선배. 그리고 아침에 보았던 대원들로 대략 10명 정도가 집합해 있었다. 그들은 나를 보더니 박수를 치며 말했다.

 

우리 신입이 아주 열정적이라 좋아.”

그래 그 정신이면 사람들 다 구할 수 있어.”

 

내가 온 것을 확인한 대장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곤 대원들을 보며 말했다.

 

“10분전에 사고자와 연락이 끊겼다. 꽤 무서워 하는 상황인 것 같으니까 서둘러서 올라가주고. 대략적인 위치는 일단 이 포인트다. 이 포인트 위주로 찾아보고 그래도 없으면 자기들의 감대로 찾아봐. 진성이.”

.”

너 그런쪽으로 특출났잖아. 힘좀 써.”

 

그 말에 모두가 작게 웃었다. 아마 내가 모르는 에피소드가 있을 것 같았다. ‘그럼 출발.’ 이라고 대장이 말하자 모두가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창수 선배는 곧바로 내게 다가와 말했다.

 

오늘은 다른 루트로 올라갈거야. 어차피 포인트로 연결되는 길은 여러개니까. 도착하면 다른 대원들이랑도 만날 수 있을거야.”

. 알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우린 서둘러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하늘을 바라보니 이젠 완전히 석양에 잠겨 붉은 하늘만이 온 산을 뒤덮고 있었다.

 

이제 부턴 하늘을 보지마.”

왜요?”

시야가 흐려지거든. 그럼 판단도 흐려져. 우리 같은 사람들은 판단이 흐려지면 안돼. 그럼 미아가 되거든.”

미아가 된다구요..? 선배는 몇 년 동안 여기 산을 탔잖아요.”

 

내 말에 창수 선배는 씁쓸히 고개를 저었다.

 

밤엔 나도 어쩔 도리가 없는 경우가 가끔 있어. 실제로 몇 번 길을 잃은적도 있고 말야.”

 

그렇게 말하며 창수 선배는 랜턴에 작은 리본 하나를 달기 시작했다. ‘그건 뭐에요?’ 라고 물으니 길을 잃었을 때 이게 안내해줄거라고 말했다. 그 말에 완전히 동의할 순 없었지만 동시에 느껴지는 건 산악대원들 나름대로 개인의 로어를 갖고 있다는 것이고 그것을 철칙처럼 여긴다는 점이었다.

 

산은 고요했다. 낮과는 다르게 새소리며 벌레소리가 전혀 들리지가 않게 되었다. 과연 창수 선배 말대로 밤이 되면 전혀 다른 분위기로 변한다는게 과언이 아니었다. 그래서일까. 이상하게 몸이 으슬거리고 떨려오기 시작했다.

 

치지직- 치직-

 

그때 창수 선배의 무전기가 울리기 시작했다.

 

[우리가 가장 선두에 있는 것 같으니까 가서 있으면 말할게. 혹시 없으면 알아서 다른 포인트로 흩어지고.]

 

그 말을 들은 창수 선배는 지도를 꺼내 포인트 여러 군데를 보기 시작했다. 지도 내에 그냥 점으로 찍힌 곳을 포인트라고 부르는 것 같았다. 처음 보는 나로서는 도저히 길이 안보이지만 창수 선배 같은 베테랑은 그게 잘 보이는 듯 하다.

 

.. 그럼 혹시 모르니 이 포인트로 가자. 원래 가려던 곳과는 조금 떨어진 곳인데 사람이 무서우면 여러군데로 돌아다니거든? 운이 좋으면 만날 수 있어.”

 

그렇게 말하며 앞서 걷는 창수 선배를 따라간다. 얼마나 지났을까. 입에서 단내가 날정도로 빠르게 산을 오르던 중.

 

삐이익- 삐익-

 

호루라기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에 창수 선배는 허탈한 얼굴로 나를 보며 말했다.

 

죽었나보네..”

뭐라구요?”

어지간한 사건 아니고서야 호루라기 잘 안불거든. 아마 죽은 것 같다.”

 

그렇게 말하며 터덜거리며 걷는 창수 선배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문득 낮에 보았던 고라니가 생각 났다. 로어라고 하기엔 그 타이밍이 너무나 절묘하다. 정말로 무슨 일이 있음을 암시한건가?

 

왜 그 녀석은 굳이 내 앞으로 다가온것일까. 역시 뭔가를 알리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걸음을 옮기니 호루라기 소리가 난 곳으로 도달할 수 있었다. 거기에는 미동도 하지 않는 사람의 형체가 있었는데 먼저 도착한 대원들은 참담한 얼굴로 시체 앞에서 묵념을 하고 있었다.

 

인한아. 모시기 전에 인사드리고 가자.”

 

창수 선배가 그렇게 말하며 내게 손짓했다. 헌데 이상하게도 그 앞이 잘 보이지 않아 랜턴을 찾아봤지만 묘하게도 허리춤에 달린 랜턴이 사라지고 없었다. 대신 주머니를 뒤적거리며 라이터를 꺼내들었다.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대원들에게 향하는 길을 찾기 위해 라이터를 켜는 순간.

 

“!?”

 

대원들과 시체 주위로 서성이는 수 많은 그림자가 내 눈에 들어왔다. 그 칠흑 같은 그림자가 살아 있는 생명체가 아님을 내 오감이 말해주고 있다. 순간 놀라서 소리를 지르자 창수 선배가 다급하게 뛰어오며 외쳤다.

 

라이터 꺼!”

.....”

라이터 끄라고 새꺄!”

 

그 소리가 너무 컸던 탓일까? 소리를 들은 그림자 들이 동시에 내 쪽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너무 놀란 나는 다시 한 번 비명을 질렀고 어느새 다가온 창수 선배가 라이터를 빼앗아 불을 꺼버렸다.

 

슈아아-

 

동시에 연기처럼 사라지는 그림자들. 마치 안개처럼 산으로 흡수되듯이 없어지는 그림자들을 보며 창수 선배에게 물었다.

 

, 선배.. 이게 대체.. 이게 어째서?”

 

창수 선배는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라이터를 자기 주머니에 넣고는 말했다.

 

산에서는 절대 불 피우지 마.”

 

그렇게 말하며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 사체 앞으로 데려간 창수 선배가 말했다.

 

인사하고. 5분 뒤에 출발할거야. 119에 신고했으니 구조대원들이 여기서 와서 시체를 옮길거다.”

“..5분이에요?”

 

내 말에 다른 선배가 나섰다.

 

아직 죽은지 모를거야. 지금 혼이 여러 방면으로 떠돌아 다니면서 방황하고 있을 테니까 그걸 알려주는거지. 조금 이따가 가자.”

 

그렇게 말하며 당신은 지금 죽었습니다.’ 라고 말하는 다른 선배를 보았다. 선배들은 이런 일엔 이미 익숙해져 있는지 모두가 덤덤해져 있었다. 그렇게 길고 긴 5분이 지나고 모두가 이동하기 시작했다.

 

인한이가 가운데에서 걸어라.”

 

가장 최고참으로 보이는 선배가 그리 말했다. 여기에도 분명 로어가 있을거라 생각한 나는 분명 이유가 있을것이라 여기며 가운데로 들어갔다.

 

아깐 놀랐지?”

 

어느새 곁에 다가온 창수 선배가 그렇게 말했다.

 

? 그거 진짜에요?”

 

내 말에 모두가 묵묵히 걷기만 했다. 창수 선배는 대답 대신 고개만 끄덕였다. 아무래도 길고 긴 내리막길이 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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