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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벼락맞은 대추나무

title: 하트햄찌녀2020.08.03 14:08조회 수 1371추천 수 3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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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작년 추석 때였을 거야.

시골에서 저녁에 제사를 지내고 있었는데 나는 가만 앉아 있었어.

근데 대뜸 사촌 동생이 웬 나뭇가지를 꺾어서 가져오더니 조용조용 내 옷깃을 잡아당기면서 이거 보라고 그러더라고

그냥 딱 봐도 일반 나무에서 꺾어온 가지였어. 그래서 물어봤지

“이게 뭐야?” 하고


그러자 그 동생이


“벼락 맞은 대추나무래!”


다들 잘 알다시피 복사나무와 벽조목은 귀신을 쫓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집안에는 잘 안 들인단 말이야.

이 소릴 듣고서 놀라신 할아버지는 뒤를 홱 하고 돌아보시더니 동생에게서 나뭇가지를 뺐으려 했어.


“어디서 이런 걸 주워왔냐! 어?!!”


원래부터 목소리가 큰 편이셨는데 그때는 정말... 마을이 떠나가라고 소리를 지르셨어.

그럴 만도 했던 게 (미신이지만...) 조상들이 내려와 밥을 먹는 공간에 귀신을 내쫓는 벽조목을 들고 왔으니 화를 내실만도 했지.

결국 동생은 울음을 터뜨리며 방을 나가버렸고, 할아버지께서 직접 그 나뭇가지를 가져다가 불태워 버리셨어.

그리고 제사를 모두 마친 후에야 그 동생에게 말씀하셨지.


“벽조목은 귀신을 내쫓는 무기여 무기. 근디 그란 것을 제사상에 가져와블믄 된디야?”


동생은 어렸고, 아무것도 모를 나이였어.

귀신을 내쫓니 마니 뭐 무기가 어쨌니... 그런 소리는 귀에도 안 들어 왔을 거야.

무튼 그날은 그렇게 잘 마무리 하는 듯 했어.

조용히 제사를 마치고 식사도 모두 마친 후, 가족들은 제각각 자리를 잡고 잠을 청하기 시작했지.

나는 왠지 잘 때 아무 소리도 안 나면 잠이 안와서 지금도 라디오를 켜놓고 자거든

그때도 이어폰을 꽂은 채로 라디오를 듣다가 잠이 들었는데 꿈을 하나 꾸게 되었어.

배경은 시골집이었고... 나는 방에서 누워있었지.



“안에 계시오?”


누군가가 부르는 소리가 들려서 방문을 열고 보자 왠 아저씨 한분이 서 계시더라고.


“누구.. 시죠?”


내가 묻자, 그 아저씨가 그러더라고


“오메? 이게 누구다야?!”


뭔가 나를 아는 듯한 어투... 난 누군지 모르겠어서 아무 대답도 안하고 있었는데 이어서 말씀을 하시더라고


“아가, 할배 기억 안 나냐?”


암만 봐도 기억에 없는 사람이었지만 나는 대충 ‘아...네’ 하면서 용무를 여쭈었지.


“기억나네요... 그런데 무슨 일이세요?”


그러자, 그분이 대뜸 내게 검은 개 새.끼를 한 마리 건네시면서 가야될 곳이 있는데 얘를 따라 가보라는거야.

나는 동물을 좋아해서 동물장례지도사 자격증까지 취득을 했는데

당시 꿈속에서 봤던 그 개는 정말 내쳐 버리고 싶을 정도로 너무 이상했어.

다른 개들과 똑같은데 분위기라고 할까...? 묘하게 안 끌리는 이상한 느낌이 드는 거야.

그래서 나는 거절했지... 싫다고.


“어딜 가길래 개를 따라가요...?”

“저~그 저.. 하이튼 갈 데가 있응게 가봐 언능...”


뭔가 이상해서 나는 계속 할아버지만 바라보고 있었는데


“암말 말고 따라가 보랑께...!”


그리고 순간 아저씨의 눈빛이 달라졌어.

약간 아래에서 위로 째려보듯이 쳐다보시면서 그냥 잔소리 말고 따라가라는 말에 이걸 어떻게 하지? 하는 그 찰나...

나는 생각이 나 버린 거야 이 할아버지는 옆집에서 할머님을 먼저 보내시고 손녀랑 둘이 사시던 그 할아버지다.

그리고 우리 할아버지와 사이가 아주 안 좋았고, 작년에 돌아가신 분이라는 걸.



이게 꿈이라고 생각은 전혀 못했어.

누구라도 그러하듯 그 상황이 너무나 당연하고 이것이 곧 현실이라고 생각이 되니까...

나는 계속해서 싫다 안 간다 그러고 있자니 이 할아버지가 대뜸 그러면 집에 좀 들어가자는 거야 그래서 내가 그랬어.


“그럼 개는 거기 두고 오세요.”


그러자 할아버지가 멀뚱멀뚱 서서 나를 쳐다만 보고 계시더라고.

그러다가 나는 이어폰 때문에 귀가 아파서 잠에서 깼고, 이미 몇몇 가족 분들은 일어나서 아침을 준비하고 계시더라고.

그리고 옆에서 아이들이 자고 일어난 이부자리를 정리하는 고모 두 분과, 할머니가 계셔서 내가 곧장 할머니를 모시고 옥상으로 올라갔어.


“오메 이놈이 나를 죽일라 그라야 왜이라야 오메 팔 떨어지겄네!”


할머니께선 웃으시면서 저렇게 장난 섞인 말을 꺼내셨고,

나는 옥상에 버려둔 매트리스 받침대에 앉아 할머니께 밤새 꾸었던 꿈에 대해서 말씀을 드렸어.

그러자 할머니께서 그러시는 거야.


“옆집 할배 말하야? 나연이 할배?”

“네 맞아요. 나연이네집...”

“오메 이자슥... 검은 개는 따라가믄 안 된디.. 잘해브렀다. 또 뭐라고 그러디야...”

“집에 들어오겠다는데 제가 못 들어오게 했어요...”

“잘했다 잘해... 암만 봐도 어제 고것이 벽조목을 갖고 와가지고는 니가 그런 꿈을 꿨는갑다...”


동생이 가져온 벽조목과 꿈에 나타난 검은 개가 무슨 연관이 있는 건지 바로 알진 못했는데...

나중에 보니까 그 꿈에 나오신 할아버지 집 마당에 벽조목이 있더라고.

근데 정말 이상한 건... 동생이 그 벼락 맞은 대추나무라고 가져왔을 때 그걸 자기가 꺾은 게 아니라 누군가 가져가라면서 줬다고 했거든.

나는 도대체 누가 제사지내는 집에 벽조목을 가져가라고 준건지 누군지 좀 알고 싶어서 동생한테 물어봤는데

또 혼날까봐 말을 못하겠다는 거야...

그냥 어떤 할아버지가 줬다고... 가져가라고 줬다는데 그 할아버지는 대체 누군지, 왜 준건지 아직까지도 의문이야



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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