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110집

집에서 초등학교까지 약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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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 사는 조카는 통학로에서 화장실이 급한 때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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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때 늘 신세를 지는 집이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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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관 앞에 '어린이 110 집'이라고 적힌 자그만 간판이 달려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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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뭔가 곤란한 일이 있거나 도움이 필요할 때 달려갔었다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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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카의 경우 화장실이 급할떄 주로 가곤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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띵동. 띵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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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화장실 쓰게 해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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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오렴. 자, 얼른 쓰려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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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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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조카의 목적은 화장실뿐만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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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거 먹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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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늘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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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을 빌릴 때마다 아저씨가 늘 과자랑 주스를 내어온다. 개중에는 과자를 먹고 싶어서 화장실을 빌리는 아이도 있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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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딱 한 가지 아이들이 싫어하는 것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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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조카의 친구인 T가 화장실을 빌렸을 때였다.늘 그렇듯이 화장실에서 나오니 과자가 준비되어

있었고 T는 전부터 궁금했던 점을 물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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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왜 이 집은 늘 선향을 피우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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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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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는 아무 말도 없이 싱글벙글 웃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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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주택인 아저씨의 집에는 늘 선향 냄새가 끊이지 않았다. 그래서 초등학생들 사이에서는 '선향집'이라고 불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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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조례시간떄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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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밤길에서 아이를 쫓아다니는 거수자가 있다고 합니다. 본교 학생들이 쫓기다가 넘어져서 다치는 경우가 발생했습니다. 거수자는 40~50대 여성이라고 합니다. 밤늦게 혼자서 밖으로 돌아다니지 말아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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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카는 물론이고 저학년 학생들은 두려워했다. 하지만 고학년 학생들 중에서는 어떤 거수자인지 보고 싶어 하는 아이들이 있어서 밤에 혼자 혹은 친구끼리 모여서 거수자가 목격담이 많이 발생하는 스팟에 가는 게 유행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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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조카랑 똑같이 축구 동아리에 소속된 5학년인 S가 거수자를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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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전봇대 뒤에 숨어서 S가 걸으면 거수자도 걸어왔고 S가 달리면 거수자도 달렸다, S가 멈춰서서 돌아보면 거수자도 멈춰서서 돌아본다.

 

S가 뒤로 향한 채 걸으면 거수자도 뒤로 향한 채 걸었고, S가 쭈그려앉으면 거수자도 쭈그려앉았다.

 

거수자는 S의 흉내를 내면서 착실히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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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재밌어하던 S였으나 뒤를 돌아본 채 여러 자세를 취할 때 거수자도 뒤를 돌아보고 있어서 보이지 않을 텐데 똑같은 자세를 취하는 걸 깨달은 순간, 갑자기 무서워져서 후다닥 도망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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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치는 도중에 '어린이 110 집'이 보였다.

 

그래. 그 '선향집'이다, 미친듯이 달려가니 현관 앞에 마침 아저씨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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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는 말하였다 ,"아저씨! 살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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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가 놀라면서도 S를 집에 들이고 현관문을 잠갔다.

 

아저씨는 조용히 현관문 구멍으로 밖을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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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없는거 같구나, 간 모양이야. 무서웠지. 무슨 짓 안 당했니?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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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는 무척이나 걱정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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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는 그래도 신경 쓰여서 현관문 구멍으로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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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거수자는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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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관 앞에서 아까 그 거수자가 가만히 서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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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아직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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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는 무서워져서 아저씨에게 전화를 빌려 부모님에게 맞이하러 오라고 연락했다. S는 아저씨에게 전화를 바꾸어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설명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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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분 후, 부모님 차가 도착하니 이미 거수자는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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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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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수자를 경계해서 부모님들이 교대로 순찰을 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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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어느날 순찰을돌던 부모님들이 거수자와 조우를하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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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수자는 전력으로 도망갔다, 부모님들은 자동차로 거수자의 뒤를 쫓았다.

 

거수자는 어느 집으로 들어갔으며 부모님들은 저 집이 거수자의 집이구나 판단을 내렸다.

 

그렇게 생각한 부모님들은 경찰에 연락했다. 곧이어 경관이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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띵동. 띵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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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인종을 울렸다. 안에서 나온 건 50대 남성. 경관이 사정을 설명하니 남성은 무척이나 놀란 얼굴을 하고 경관이 말이 채 끝나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현관문을 닫으려고 했다. 이상하게 여긴 경관이 집 안을 수색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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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 옆 침실에서 여성의 썩은 시체가 있었다. 공기 조절기도 없이 꼭꼭 닫아둔 방은 심한 악취를 풍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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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을 추궁하니 여성을 살해한 걸 순순히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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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후 반 년 이상 지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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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은 경찰차를 타기 직전 신고한 부모님들에게 이야기할 게 있다고 말하며 다가갔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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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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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신고한 부모님들이 본 거수자는 그 집에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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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었던 건 똑같은 옷차림을 한 썩은 시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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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해당한 여성은 자신을 찾아 주길 원해서 필사적으로 거수자로서 돌아다니고 있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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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무엇보다도 놀라운 것이 이 남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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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110 집' 아저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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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향 냄새는 썩은 시체의 악취를 덮기 위해 피웠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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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이야기를 듣고 무엇보다도 무서웠던 것은 사람을 죽여놓고 태연자약하게 '어린이 110 집' 간판을 걸고 아이들을 집에 들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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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아이들이 화장실을 빌렸을 때 시체를 발견했다면 분명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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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생각하면 오싹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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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도 조심해주길 바란다, 안전하다고 생각한곳이 그 어느곳보다 위험할수있다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