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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인 이십면상

skadnfl2020.11.11 23:00조회 수 522추천 수 1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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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할아버지는 약 10년 정도 전부터 치매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소소한 일을 깜빡하는 것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 어느샌가 눈에 띄게 언동이 이상해지기 시작습니다.

 

그러다 종종 "나 자신을 다른 인물로써 생각하게 되는" 증상을 보♥♥에 이르렀는데 그 '다른 인물'이라는 게, 

무려 그 '에도가와 란포'의 '괴인 이십면상'이었습니다.




※에도가와 란포

 


에도가와 란포


일본의 소설가 겸 비평가. 

일본 추리소설의 아버지로 평가됨. 


| 외국어 표기 |

 江戸川乱歩(일본어) 

えどがわらんぽ(일본어) 

Edogawa Rampo(일본어 로마자표기)


 | | 출생 - 사망 | 1894년 ~ 1965년 | 1894년 10월 21일 

일본 미에현(縣)에서 태어났으며, 본명은 '히라이 타로(平井太郎)'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추리소설가 에드거 앨런 포(Edgar Allan Poe, 1809∼1849)의 이름에서 착안하여, 

자신의 필명을 '에도가와 란포(Edogawa Rampo)'라고 명명하였다.

 


 



할아버지는 아주 예전 모 극단에 소속되어 있을 적에 괴인 이십면상 역할을 맡았던 적이 있는데, 

의사의 말에 따르면 그 당시 이미지가 머릿속에 강하게 남아 이런 증상을 보이는 것이라고 합니다.

 

게다가 할아버지는 내 아버지 = 아케치 코고로, 나(글쓴이) = 코바야시 소년 이라는 설정에 완전히 빠져들어 

틈만 나면 나와 아버지에게 장난을 쳐 곤란하게 만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초반에는 날 화장실에 가둬놓고서


 

" 하하하, 어떤가, 코바야시 군 ? "

 



라는 말을 하거나, 아버지의 손목시계를 슬쩍 훔쳐서는 냉동고 안에다 숨기는 정도의 수준이라서 

곤란하다면 곤란하긴 했지만 저나 아버지는 크게 화내는 일 없이 적당히 넘어가곤 했습니다.



항상 이십면상인 상태였던 것도 아니고 그냥 음 또 시작이네하는 정도였는데 그런 식으로 할아버지의 장난을 받아준 것이 

지금 생각해보면 좋은 방법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사건이 터졌기 때문입니다.




그 당시에는 뭐 아침에 화장실에 갇히는 것 정도야 일상 같은 일이어서, 분명 평소처럼

 


 

"또냐, 이십면상!"



라고 소리를 지르면 문을 금방 열어줬을 게 분명했을 터였습니다.




하지만 그날은 어째선지 몇 번을 소리쳐도 반응이 없었는데 평소에는 할아버지가 문을 힘으로 눌러 가두는 식이었기 때문에, 

문을 발로 찰 수도 없었던 저는 그저 큰 목소리로



 

"어쩔 수 없군, 항복!"

 




라고 소리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자 밖에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고, '아, 드디어 문이 열리는구나'라고 생각했을 때 모습을 드러낸 사람은 다름 아닌 아버지였습니다. 

문 앞에 사다리가 받침목처럼 끼어있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아버지는 그날 입고 나갈 양복을 찾지 못해 집 구석구석을 뒤지고 있었는데 그러던 중 갑자기, 할머니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꺄아아악! 도둑이야-!!!"




서둘러 주방에 가보니 창문에 남자의 다리가 보였다고 하는데 아무래도 누군가가 지붕 위를 오르는 순간을 목격한 모양이었습니다.


저와 아버지는 그 순간 뭔가 깨달은 듯 서로를 바라보았습니다.



 

"설마 저거, 할아버지 아냐?"


서둘러 뒷문으로 나가보니, 예상대로 그 다리의 주인공은 지붕을 오르려는 할아버지였는데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버지의 양복을 입고 있었습니다. 아마 아버지 변장을 하려던 속셈이었던 것 같습니다.

 

할아버지는 웬 보자기 뭉치를 옆구리에 낀 채 1층 지붕에서 2층 지붕을 향해 올라가고 있었습니다.




안색이 하얗게 질린 저희는 서둘러 2층에 올라가 창문을 통해 지붕 쪽으로 나가보았는데 그 시점에 할아버지는 이미 

2층 지붕 위로 올라가 버린 뒤였습니다.



할아버지는 당황한 우리를 곁눈질로 바라보며, 할아버지는 비틀비틀 지붕에 올라가 뭔가를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와하하, 아케치군에 코바야시 군이라니. 지금 눈치챈들 이미 늦었다고, 이건 내가 가져가도록 하지!"




그렇게 말한 순간, 할아버지의 발이 쭉 미끄러지나 싶더니 그대로 우리 쪽으로 굴러내려오기 시작했습니다. 

깜짝 놀랐지만 이미 상황은 늦어버렸고 할아버지는 저희 를 붙잡은 채 1층 지붕 위로 낙하했습니다.


그렇게 저희 셋은 지붕을 굴러, 그 기세 그대로 아버지가 날아가 버렸습니다. 

전 어떻게든 할아버지를 붙잡아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의외로 힘이 너무 세서 몸의 회전이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어느샌가 지붕 처마까지 굴러, 아래로 떨어지기까지의 순간을 목전에 두고 있었는데 그 순간 저는 

'이러다 죽겠어!'라고 진심으로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할아버지를 지켜야겠다고도 생각했습니다.

 

그 결과, 저는 할아버지를 껴안는 듯한 형태로 함께 지면에 낙하했는데 할아버지는 가벼운 찰과상을 입은 정도였지만, 

저는 팔을 세게 부딪혀 골절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후 알게 된 것인데, 할아버지가 지붕 위에서 "이건 내가 가져가도록 하지"라고 당당하게 말하던 것은 

거실에 놓아두었던 홋카이도 특산품인 곰 목각인형이었습니다.

 


 

할아버지는 사건으로 인한 충격 때문인지는 몰라도, 완전히 이십면상 그 자체가 되어버렸습니다. 

이후 행동이 점점 엄청나지기 시작함과 함께, 또 소동이 벌어진다면 이번엔 정말 큰일이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고 

마침 할아버지 몸 안에서 암이 발견되기도 해서 저희 가족은 할아버지를 병원에 입원시키게 되었습니다.



할아버지는 입원과 동시에, 날이 가면 갈수록 쇠약해지셨는데 스스로 이십면상이라는 자존심이 있어서인지 병문안을 갈 적마다 큰소리를 쳐댔습니다.



 

그렇게 3개월 동안, 저는 항상 코바야시 소년으로써 할아버지를 대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어느 날 밤, 할아버지의 상태가 악화되었다는 연락을 받은 저희 가족은 한밤중 병원을 찾아갔고 할아버지는 호흡기 같은 것을 달고 계셨고, 

의식은 진즉 몽롱한 상태셨습니다.

 

그 모습을 본 제가



 

"할아버지! 할아버지!"

 




라고 몇 번이고 불러보았지만 아무 반응도 없었고 이제 늦은 건가 … 싶었다. 그러자, 아버지가 무슨 생각을 한 건지



 

"이봐 이십면상! 너무 한심한 꼴 아닌가!"




라고 소리쳤습니다. 아버지는 평소 할아버지 장난을 잘 받아주는 편이 아닌 편이었기 때문에, 전 그 모습에 조금 놀라고 말았습니다.



아버지는 울면서



 

"이대로 아케치 코고로가 ♥♥게 둬도 되는 거냐! 그래도 되는 거냐고!!"

 



라고 소리치는데. 저도 눈물을 뚝뚝 흘리며



 

"이십면상----!"




하고 함께 소리쳤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아버지는 의식을 되찾지 못한 채, 이후 약 30분 뒤 숨을 거두셨습니다. 하지만 아주 숨이 끊어지는 바로 그 순간 

내 뺨을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셨습니다.


 



"아케치처럼 훌륭한 명탐정이 되는 거다, 알겠지? 코바야시 군!"



이라고 말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신 뒤, 지금까지 영감이 전혀 없었던 저는 유령을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어떨 땐 젊은 남자, 어떨 땐 중년 여성. 처음엔 그게 유령인지 몰랐지만 왠지 모르게 알 수 있게 되었는데 그렇게 깨닫는 순간, 유령은 싱긋하고 웃으며 모습을 감추었습니다.

 

마치 '드디어 눈치챘군'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리고 희미한 목소리가 들려왔는데

 

 


" 그 사람이 나와의 약속을 지켰다. 난 이제 앞으로도 이십면상인 거야. "

 


" 만약 너도 궁금하다면 그 곰 목각인형을 잘 가지고 있거라. 거기에 비밀을 숨겨놨어. 난 이제 간다."



역시 변장의 달인 괴인 이십면상은 저세상에서도 여전히 활약을 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다만 저에게 말한 그 사람이란건 

누구를 말하는 건지는 잘 모르겠고 현재도 그때의 곰 목각인형은 제가 잘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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