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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산악구조대원으로 있었던 일 (中)

익명할거임2020.07.26 17:21조회 수 503추천 수 3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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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대에서 펌.


작성자  : 삶이무의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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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침울한 얼굴로 산을 내려갔다. 어떻게 내려갔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정신이 없는 하루다. 간신히 본부에 도착하니 많은 선배들과 대장이 나를 격려해줬다. 

  

“인한아 첫날에 험한거 보게 해서 미안하다. 힘들면 안나와도 돼.”

  

그렇게 말하며 나를 다독여주는 대장을 보며 난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괜찮아요.’ 라고 말하기엔 방금 있었던 일이 내겐 너무나 큰 충격이었으니까. 많은 세월을 산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나름 건강하고 멘탈이 강하다고 자부한 나였다. 

  

하지만 눈 앞에서 펼쳐진 죽음과 원인 모를 존재들을 눈안으로 담아내기엔 내 멘탈이 강한 편은 아니었다. 

  

[그래도 이거 하나만은 확실히 말할 수 있어 . 이 일 .. 되게 보람차거든 . 사람을 구하는 일이잖냐 . 뭐 .. 보수가 크게 따라오지도 이름이 날리는건 아니야 . 근데 그 사람을 살려주고나서 받는 감사는 생각보다 되게 커 . 그래서 이렇게 너 같은 사람이 다시 온거고]

  

문득 창수 선배의 말이 떠올랐다. 어쩌면.. 아주 어쩌면 나와 창수 선배가 서둘렀다면 그 사람은 살아서 우리와 함께 얘기를 나누지는 않았을까? 

  

그런 생각이 들자 왠지 모를 오기가 생겨났다. 

  

“아뇨. 내일도 나올게요. 이게 다 강하게 크라는거겠죠. 선배님들도 다 그런걸 보면서 지내오신거고. 사명감 하나로 하신거아니에요. 저도 여기서 물러날 수 없습니다.”

  

내 말에 모두가 의외라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리곤 대장이 침묵을 깨며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이거 정말 오랜만에 좋은 대원 하나를 얻었어. 고맙다. 오늘은 들어가서 쉬어.”

  

그렇게 모두의 배웅을 받으며 주차장으로 이동하는데 창수 선배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궁금함에 그의 안부를 묻자 대장이 대강 얼버무리며 답했다.

  

“그 자식 사람 죽어나가면 꼭 하는 행동이 있거든. 아마 그거 하러 갔을거야.”

“그게 뭔데요?”

“글쎄다.. 뭐 죽은 사람들 마지막 가기전에 배나 채우고 가라고 고수레 같은거 하더라고.”

“..어디가면 볼 수 있나요?”

  

내 물음에 대장은 한 곳을 가리켰다. 집으로 돌아가기 전 창수 선배와 조금이지만 얘기를 나누고 싶어졌다. 

  

산을 완전히 내려가는 길 작은 샛길로 조금 걸어가니 작은 공터가 나왔는데 창수 선배가 거기에 소소한 상차림을 하고서 묵묵히 서있었다. 

  

“선배..?”

  

헌데 그게 조금 이상하다. 오래 알고 지낸건 아니지만 짧은 시간 동안 곁에서 봤던 선배의 기운이 느껴지지가 않았다. 조심스레 걸음을 옮겨 접근해보니 창수 선배의 오른쪽에는 샷건 하나가 들려 있었다. 

  

“아니 선배! 이게 뭐하는거에요.”

  

내 말에 창수 선배가 상에 차려진 작은 소반상을 보며 중얼거리듯이 답했다.

  

“내 그 고라니 새끼들만 아니었으면..”

“..예?”

“그 고라니 새끼들 오늘 내가 다 죽여버릴거야.”

  

그렇게 말하며 돌아서는 창수 선배의 두 눈은 광기로 물들어 있었다. 이건 뭔가 사단이 나도 단단히 날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창수 선배는 빠르게 내 곁을 지나쳤고 서둘러 그의 뒤를 따라가려는 찰나 어둠 속에서 밝은 안광이 나를 보고 있는게 느껴졌다.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그리곤 걸음을 멈춰 그곳을 멍하니 보는 순간.

  

타-앙!

  

엄청난 총격 소리에 안광이 순식간에 사라졌고 창수 선배는 괴성을 지르며 숲으로 뛰어들어갔다. 

  

‘큰일이다.’

  

직감적으로 그렇게 생각한 나는 다시 본부로 돌아가 대원들과 대장에게 이 사실을 전했고 그들은 모두 아연실색하여 서둘러 채비를 갖췄다. 

  

“그동안 창수 그놈이 쌓인게 많아서 그럴거야. 아무래도 오늘 뭔 일 나겠어. 진성아.”

 

 

진성이라고 불린 선배는 대장 앞으로 나왔다. 아마 꽤 경험이 많은 베테랑 같아보였다. 

  

“창수 그놈 제정신 아닐테니까.. 너가 좀 잘 설득해줘라. 인한이는 그만 들어가.”

  

왠지 나만 배려해주는 것 같아 불편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창수 선배가 은근히 걱정되기도 했다. 

  

“아니에요. 진성 선배랑 같이 갈게요.”

  

내 말에 대장은 뭐라 말하려다가 진성 선배에게 가로막혔다. 내 앞으로 온 진성 선배는 잠깐 나를 훑어 보고는 물었다.

  

“너 겁 없어?”

  

그 말에 뭐라 대답할지를 몰라서 우물거리는데 진성 선배가 이어서 말했다.

  

“그 새끼 한번 돌면 눈에 뵈지도 않는 새끼야. 너 재수 없다가 총 맞으면 어쩌려고 그래.”

  

그 말에 돌아가고 싶은 욕구가 순간 차올랐지만 마지막 창수 선배를 보던 두 안광이 또렷하게 기억났다. 

  

“선배도.. 그 고라니에 대한 로어를 믿으시나요?”

  

내 말에 진성 선배의 두 눈썹이 꿈틀거렸다. 아마 이곳 선배들은 다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창수 선배가 사라지기 직전.. 그 고라니가 선배를 또렷히 보고 있었어요. 제가 경험이 없어서 잘 모르겠는데 고라니가 나타나면 꼭 사람이 죽는다면서요. 그게 이번에 창수 선배가 될수도 있잖아요.”

  

내 말에 진성 선배가 코웃음을 쳤다.

  

“허. 얼마 되지도 않은 놈이 얌마. 말이 씨가 된다? 따라와.”

  

그렇게 말하며 이동하기 시작하는 진성 선배를 따른다. 나머지 다른 선배들은 각자 정해둔 위치가 있는지 다른 루트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어두운 산길을 헤쳐나가며 두 사람의 발걸음 소리만이 가득하다. 대체 왜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그 밖에 로어가 뭐가 있는지 묻고 싶었지만 진성 선배는 그리 친절한 편은 아니었다. 창수 선배와 친한건가? 걱정되서 이렇게 초조해 하는건가? 

  

“너..”

“예?”

“산 타다가 길 잃어버리면 말야.”

“..예.”

“아무것도 믿지 말고 별을 따라서 길을 내려가라. 나무도 풀도 동물도 믿지마.”

  

신입인 내게 주려는 팁이었을까? 

  

“하지만 창수 선배는 하늘을 보면 방향 감각이 사라져서 위험하다고 했는데..”

“그게 시간대가 있어. 노을이 지기전이나 지고 난 후 보면 방향이 좀 틀어지긴 하는데 이렇게 어두울 때면 별을 보고 내려가는게 좋아. 시간 나면 별자리 공부도 해둬. 별은 거짓말을 안하거든.”

  

그렇게 말하는 진성 선배는 걸음을 멈추고는 지도를 펼쳐들었다.

  

“저.. 정말로 길을 잃기도 하나요?”

  

내 물음에 진성 선배는 여전히 지도를 보며 답했다.

  

“그런적이 좀 되지.”

“..어째서요? 매번 이 산을 오르락내리락 한다면서요.”

“글세 과학적으론 설명이 되지 않는 일이야. 뭐에 홀렸다고 밖에 표현 못하겠네.”

“홀린다고요?”

“가끔 떠도는 영혼들이 심심해서 산타는 사람들을 골려주려고 그렇게 한다고 들었어. 뭐 목숨에 해를 가할정도는 아니지만 정 길을 못찾겠으면 그냥 그 자리에 있어. 어쩌면 너랑 같은 처지의 사람을 발견할 수도 있으니까.”

  

그렇게 말한 진성 선배는 무전을 했다.

  

[아 지금 a-3 포인트인데 다른 팀들은 다 어디있는지?]

[우린 지금 b-6포인트. 특이점 없습니다.]

[여긴 c-2 포인트. 창수가 갈만한데 가봤는데 아무것도 안보이네.]

  

그렇게 들려오는 무전은 좋은 소식이 하나도 없었다. 진성 선배는 무거운 숨을 내쉬며 랜턴을 껐다. 

  

“하.. 이 새끼 진짜 사람 골치 아프게 만드네.”

“고라니 잡으면 안되는거에요?”

“안되지. 그래도 보호종인데 잡으면 사유서 써야하고 거기다가 총까지 휴대하고 있었다며 그 새끼 허가증도 없어.”

“근데 어떻게..”

“대장이 허가증이 있어서 보관하고 있거든. 평소에 창소에 둬서 잠가두는데 어떻게 알고 딴건지 원..”

  

진성 선배는 다시 묵묵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타-앙!

  

하늘을 찢는 듯한 소리에 나와 진성 선배의 발걸음이 기계적으로 멈췄다. 그리고 서로를 보며 말 없이 눈빛을 교환했다. 그것은 곧 빠르게 움직일거라는 뜻이었다. 빠른 걸음으로 소리가 난 곳으로 걸어가기 시작하는 진성 선배. 위급한 상황이 되자 그가 움직이는 속도는 정말 상상을 초월했다.

  

“서, 선배! 같이가요.”

  

내 말에 진성 선배가 다그쳤다.

  

“소리가 퍼져서 오래 끌면 못잡아! 네가 서둘러!”

  

뛰는 것 이상으로 산을 타는 진성 선배의 힘은 정말 놀라웠다. 죽기 살기로 그의 뒤를 따라가기 시작하기를 5분째.. 이젠 더 이상 쫓지 못할 것 같아 고개를 들어 정면을 보니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두운 공간만이 시야에 가득 잡혔다. 

  

“아..”

  

터져버릴 듯한 심장을 간신히 진정시키며 일단 자리에 앉았다. 물로 대강 목을 축이고서 주위를 둘러본다. 짙은 어둠과 느껴지는 거대한 자연의 향기. 순간 왠지 모를 두려움이 밀려왔다. 이런 시각에 산에 혼자 있어본 적이 없거니와 아직 내겐 경험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어떻게 할까.. 잠시 고민한 끝에 일단 선배들에게 도움을 청하기로 했다.

  

“저, 저! 길을 잃었습니다!”

  

아주 큰 소리로 산이 떠내려가라 소리를 질렀지만 다시 돌아오는 것은 메아리 뿐이었다. 

  

“길을 잃었을 땐 별을 따라가.”

  

순간 진성 선배의 말이 떠올랐다. 찬찬히 고개를 들어 하늘에서 반짝거리는 별들을 따라 시선을 가져가니 어느 한 곳으로 일정하게 반짝거리는 것이 보였다. 뭐라 설명하기엔 애매하지만 나의 감이 거기로 가라고 말하고 있었다. 

  

어떻게 한다.. 제자리에 있어야 하나 별을 따라가야 하나. 잠시 망설이던 찰나 뒤쪽에서 바스락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잘못들은건가? 고개를 살짝 돌려보니 파란 안광이 나를 가만히 응시하고 있는게 느껴졌다. 

  

고라니다. 왜 그토록 창수 선배가 고라니를 증오하는지 조금은 알 것도 같았다. 이런 분위기에 혼자 남아 저 안광을 보고 있자니 기분이 너무 껄끄러웠기 때문이다. 

  

녀석은 내가 여기 있는 것을 알고 있는건지 가만히 나를 응시하기만 할 뿐 미동이 없었다. 천천히 걸음을 떼서 별이 있는 곳으로 걸어가기로 했다. 헌데 그 순간.

 

바스락바스락바스락.

바스락바스락바스락.

바스락바스락바스락.

  

엄청난 수의 소리가 들려왔고 순간 엄청난 공포감에 휩싸여 사방을 둘러 보니 파란 안광들이 나를 둘러 싸고 있는 것이 보였다. 공포는 극대화가 되었다. 온 몸이 벌벌 떨리기 시작했다. 대체 왜 나를 두고 이런 일이 일어나는건지 모르겠지만 일단 별이 있는 곳으로 무작정 뛰었다.

  

‘제길.. 제기랄 제기랄..’

  

마음 속으로 얼마나 중얼거렸는지 모른다. 그렇게 한참을 달려도 끝이 보이지 않았고 그에 따라 바스락 거리는 소리는 더욱 커져만 갔다. 바로 지척에서 들리는 듯한 소리에 심장이 터질 것 같아 호흡이 가빠졌지만 멈출 수 없었다. 

  

이대로 멈추면 왠지 무슨 일이 날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허억. 헉! 헉!”

  

이제 육체에서 한계라고 부르짖으며 내 다리를 묶어 놓기 시작한다. 순간 내 옆으로 수욱 들어오는 그림자에 놀라 비명을 지르니 아주 익숙한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얌마! 걱정했잖아.”

  

진성 선배였다. 선배도 나를 찾기 위해 이리저리로 뛰어 다녔는지 성한 구석이 별로 없어 보였다. 

  

“서, 선배! 저기.. 저 고라니 새끼들이 저를 쫓아와요.”

  

내 말에 진성 선배는 고개를 저었다.

  

“헛것을 본거야. 그놈들은 무리 생활을 안해. 그리고 사람이 극도로 긴장하면 안보이는 것도 더 크게 보이고 헛것도 보이고 그러는거지. 가자. 창수 찾았대.”

“..찾았다고요?”

“그래. 본부에 있댄다.”

“다행이네요.”

  

내 말에 진성 선배는 묵묵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무사히 본부로 도착한 나와 진성 선배는 불이 완전히 꺼진 본부 문 앞에 서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상하다.. 다 왔다고 했는데?”

  

그렇게 말하며 먼저 본부로 들어가는 진성 선배의 뒤를 따르자 순간 온 몸이 경직되기 시작했다. 주루룩 돋아나는 소름을 느끼며 본부 안으로 들어서니 무수히 많은 푸른 안광들이 나를 보며 서있는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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