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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산악구조대원으로 있었던 일 (下)

익명할거임2020.07.26 17:22조회 수 563추천 수 3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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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대에서 펌.


작성자  : 삶이무의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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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억!!”

  

가쁜 숨을 몰아쉬며 눈을 뜨니 아주 익숙한 공간이 보였다. 분명 기분 나쁜 꿈을 꾼 것 같은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 천천히 몸을 일으켜 밖으로 나오니 대장과 창수 선배가 심각한 얼굴로 얘기 중이었다. 

  

그들은 곧 내 발자국 소리를 듣고는 고개를 돌렸다. 

  

“몸은 괜찮나?”

  

대장의 물음에 난 고개를 끄덕였다. 천천히 걸음을 옮게 그들에게 다가가니 창수 선배가 잔뜩 얼굴을 구기며 한숨을 쉬었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라는 것을 알기에 난 적당히 그들을 기다려주기로 했다. 

  

대장은 내게 담배를 내밀었다. 

  

“담배는 잘 태우나?”

“..예.”

  

가볍게 담배를 받아들고서 불을 붙여주는 대장에게 고맙다는 표를 한 뒤, 크게 담배를 빨아 들인다. 폐부 가득히 차오르는 이물 적인 감각이 기분을 조금이나마 좋게 해준다.

  

“그.. 어제 있잖냐.”

“후우~ 예.”

“진성이가 죽었다.”

  

그 말에 담배의 짜릿한 맛이 사악 사라지는 것 같았다. 아무리 봐도 장난치는 특유의 무언가가 없었기에 난 그것이 사실임을 받아들여야만 했다. 그 때문에 창수 선배가 이리도 침울했던 것인가. 

  

“하지만 어제 분명히 저랑 같이 올라갔는데..”

“그랬지. 근데 너도 가는 길에 정신을 잃어서 다른 대원들이 널 발견하고 데리고 온거야. 그리고 그 과정에서 진성이가 사고를 당한거고.”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에요?”

  

내 말에 대장은 입을 굳게 다물었다. 창수 선배는 더 이상 그 자리에 있기가 힘든지 다른 곳으로 걸어가버렸고 난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타들어가는 담배 불빛만을 바라볼 뿐이었다. 

  

**

  

산악본부 분위기는 그야말로 처참했다. 그 중에서는 창수 선배를 몰아내자는 얘기가 나왔고 상당히 고무적이었다. 아무래도 이들에게 창수 선배의 입지는 그리 크지 않은 것 같다. 

 

하기야.. 이런 분위기 속에서 창수 선배가 계속 있어봤자 팀에 도움이 되진 않을 것 같다. 허나 대장은 그것을 완강히 거부했다.

  

“이 새끼들이.. 야 니네들! 너네는 창수한테 빚진거 없어? 막말로 진성이가 창수 때메 죽었어? 그놈도 산길을 타고 내려오다가 실수로 발을 헛디뎌서 굴러넘어진거 아니야.”

“진성 선배가 얼마나 베테랑인데 그정도로 발을 헛디딘다는게 말이 됩니까? 아무리 위급한 상황이었다고 해도 말이죠. 예? 솔직히 누구는 여기에 있으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대들 듯 반항하는 이름 모를 대원이 나서자 창수 선배가 폭발하듯이 튀어나갔다.

  

“그래 ♥♥! 내가 죽였다. 어? 내가 죽였다고. 그래. 너도 죽여줘? 어? 이 시팔놈아!”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된 본부. 사람들은 엉겨 붙은 두 사람을 간신히 떼어 놓았고 그것을 가만히 보던 대장은 창수와 이름 모를 선배에게 다가가 강렬한 따귀를 날렸다.

  

“너네 필요 없어. 나가 새끼들아.”

  

그 말에 창수 선배는 미련 없이 몸을 돌렸고 다른 선배는 묵묵히 자리에 서있을 뿐이었다. 대장은 세상이 떠내려가라 한숨을 쉬었다. 

  

“나도 이 일하면서 많은 사람들의 죽음을 봤어. 정말 거지같은 일 다 겪었단 말이야. 너네는 멘탈이 흔들리면 안돼. 우린 사람을 구하는 사람들이야. 어디에도 흔들리면 안된다고.”

  

모두가 꿀먹은 ♥♥♥가 된 듯 침묵을 지켰다. 대장은 그들을 보며 다시 말을이었다.

  

“당분간 시에서 구조대를 운용하기로 했다. 적당히 쉬다가 오란다.”

  

그 말에 다른 대원들이 수군거렸다. 허나 대장은 그것을 넘길 생각이 없었는지 재차 말했다.

  

“이건 결정된 사항이야. 시에서 허가가 떨어지기 전까진 산에는 얼씬도 하지마라. 오늘은 이만 해산하자. 다들 수고했다.”

  

그렇게 말하며 힘 없이 본부를 나가는 대장의 뒷모습을 보며 뭐라 형언할 수 없는 복잡한 기분이 들었다. 대관절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아무리 별별 일이 일어난다는 곳이라고는 하나 그 타이밍이 너무나 ♥♥ 맞다. 

  

내가 들어오고 나서 모든 엿 같은 일이 겹겹이 일어났다. 정말 창수 선배의 말대로 로어들은 단순히 떠도는 얘기만은 아닌 것인가.

  

모두가 힘 없이 짐을 꾸리고 있다. 그들을 가만히 보다가 문득 어느 한 사람에게 시선이 갔다. 

  

“..뭐지?”

  

모두가 분주한 가운데 한 사람은 멍하니 창 밖을 응시하고 있다. 챙길게 없는건가? 

  

“선배님.”

  

그렇게 말하며 다가가는데 문득 이상하고 오묘한 기분이 들었다. 왠지 이 앞에 있는 사람은 사람이 아닌 것 같은 그런 더러운 기분 말이다. 하지만 이미 발걸음은 떼어지고 있는 상황.

  

“얌마. 무슨 헛소리야.”

  

그렇게 말하며 나를 끌어당기는 다른 선배의 말과 동시에 사람의 형체는 순식간에 사라지고 없었다. 너무나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어버버하며 창문 쪽과 선배를 번갈아 보고 있자니 나를 당긴 선배가 말했다.

  

“헛것을 봤구만.. 어서 가. 넌 좀 쉬는게 좋겠다. 들어오고 나서 이게 왠 날벼락이냐.”

  

착각이었나? 고개를 저으며 냉수를 들이키곤 산악 본부를 나섰다. 곧 주차장쪽으로 걸어가 차에 올라타니 무겁고 진득한 피곤이 전신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하암.’ 커다랗게 하품을 하면서 차에 시동을 걸고 출발한다. 

  

핸들에 전해지는 약진동을 느끼며 하루 사이에 있었던 일들을 상기 한다. 도저히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서둘러 집으로 돌아와 기절하듯 침대에 눕자 기다렸다는 듯 잠이 쏟아져 내려 의식의 끈을 놓았다. 

  

얼마나 잤을까. 자연스레 눈이 떠져 고개를 드니 환한 달빛이 내 방에 가득 채워지는 것이 보였다. 너무 오래잤나.. 하고 몸을 일으키려는데 발목 쪽에서 느껴지는 이상한 이물감에 이불을 걷어냈다.

  

“사, 살려줘!”

  

그와 동시에 들리는 절박한 외침소리.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칠흑이 내 발목을 잡고 그렇게 외치고 있었다. 

  

“으아! 으아악! ♥♥ 뭐야!”

  

열심히 발을 흔들어 가며 그것을 떼내려고 했지만 생각보다 강한 악력에 내 발목은 더욱 아파져갔다. 

  

“살려줘! 나 아직 그곳에 있어. 제발.. 인한아!”

  

그 소리에 내 몸이 돌처럼 굳었다. 내 이름을 어떻게? 

  

“..진성 선배?”

  

내 물음에 칠흑은 잠깐이나마 형체가 흐릿해졌다. 곧 악력이 서서히 약해지며 말이 들려왔다.

  

“너 밖에 없어. 지금 나를 느낄 수 있는 사람은 너 밖에 없어.. 제발 도와줘. 마지막 나와 헤어졌던 그 포인트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어. 거기서 날 꺼내줘.”

“선배에요? 정말 진성 선배에요? 어떻게 된 일이에요? 예?”

“시간 없어. 이제 도망다니는 것도 한계야. 제발 도와줘. 인한아!!”

  

그와 동시에 칠흑은 순식간에 사라져버렸고 발목에 전해지는 악력 역시 없어져 있었다. 놀란 마음에 서둘러 불을 키니 믿을 수 없게도 발목 부근에 사람 손자국이 붉게 남아 있었다. 

  

이건 보통 일이 아니다. 서둘러 창수 선배에게 전화를 걸었다. 조금의 신호음이 가자 창수 선배가 전화를 받았다.

  

“..보세요?”

  

혀가 잔뜩 꼬인 목소리. 아무래도 술을 마신 것 같았다. 저 상태로 산을 올라가기엔 무리가 있다. 난 말 없이 전화를 끊고서 잠깐 고민을 했다. 경찰에 신고해도 내 말을 믿어줄지가 미지수다. 그럼 내게 남은 것은 대장 뿐인데.. 

  

난 길게 망설이지 않기로 했다. 서둘러 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대장님. 저 방금 진성 선배를 본 것 같아요.”

  

내 말에 한참이나 침묵을 지키며 한숨을 쉬던 대장이 말했다.

  

“인한아. 그만해라 이제.”

“..아니에요. 정말..”

“그만하라고 ♥♥! 어디서 그지같은게 들어와갖고.. 너 때문에 그런거라고! 너 때문에!”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제가 뭘 했다고. 그것도 그 빌어먹을 로어입니까?”

“넌 몰라. 아무것도 몰라.”

  

그 말만 남기고 대장과의 통화는 더 이상 이어지지 않았다. 서서히 빛을 잃어가는 스마트폰 액정을 보며 마지막 발악하듯 외치는 진성 선배의 목소리가 다시금 생각났다. 그리고 발목 부근에 남아 있는 손 자국을 보며 난 길게 망설이지 않고 밖으로 나왔다.

  

서둘러 차를 운전해 산악 본부로 이동하는데에는 정말 순간이었다. 거기서 뭘 챙겨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안에 들어가서 뭐라도 봐야만 했다. 

  

허겁지겁 걸어가며 본부의 문을 열자 낮에 대장에게 뺨을 맞았던 선배가 화들짝 놀란 얼굴로 나를 보며 서있는게 보였다.

  

“..선배?”

  

내 말에 선배는 멋쩍게 웃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버릇이 되서 말이지..”

  

사람 좋은 미소로 나를 보며 서있는 선배에게 난 모든 것을 털어 놓았다. 선배는 곧 심각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철우 선배는 진성 선배와 매우 각별한 사이라고 했다. 이제 3년차에 접어든 선배는 진성 선배가 사수였는데 그에게 많은 것을 배웠고 또 친형제처럼 지내 왔었다고 한다.

  

“이건 정말.. 로어인데 말이야.”

“철우 선배.”

“왜.”

“왜 다들 그렇게 로어에 집착하는거에요? 그거 단순히 헛소문 아니에요?”

  

내 물음에 철우 선배는 설명하기 어렵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나도 처음엔 너 같은 반응이었어. 근데 있잖아. 세상에는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정말 무수히 많아. 특히 이 산은 말이다. 외부와 철저히 격리가 된 곳이야. 거기다가 밤이면 그 좋던 기운이 순식간에 바뀌어. 엄청난 음기를 뿜어내지. 그럼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

“....”

“우리보다 한참 윗 선배들은 야간 산행을 하면서 꽤 많은 고생을 했지. 그 과정에서 터득한 노하우 같은 것을 모아서 전파하는게 지금에 와서는 로어가 되어버린거야.”

“그럼 정말로 신빙성이 있는 얘기라는거에요?”

“과거엔 그랬지. 헌데 요즘에 누가 밤 산길을 타냐. 어지간히 정신나간 매니아가 아니고서야.. 그것도 최근엔 법이 바뀌어서 밤에 산타려면 최소 2~3인이 되어야 하고 거기다가 경찰에 신고를 하고 가야 해. 그래야 혹시 모를 일에 대비할 수 있거든.”

  

그렇게 말한 철우 선배는 남은 장비들을 챙기기 시작했다. 

  

“어디가시게요?”

  

내 물음에 철우 선배는 산을 가리켰다.

  

“확인해야지.”

“제 말을 믿으시는거에요?”

“아니, 난 진성 선배를 믿는다.”

  

그렇게 이상한 말을 꺼낸 철우 선배는 바로 본부에서 나갔다. 거기서 뒤쳐질 수 없는 난 서둘러 철우 선배의 뒤를 따랐다. 

  

한참을 묵묵히 걸어 올라가던 중 반드시 왼쪽으로 건너야 하는 포인트가 나왔는데 철우 선배는 신경쓰지 않는지 오른 발로 건너버렸다.

  

“어? 선배 방금..”

“알아. 하지만 네 말대로라면 오른발로 건너는게 진성 선배를 만날 가능성이 높을 것 같아서 그래.”

  

그렇게 말하며 미련 없이 걸음을 옮기는 철우 선배를 보며 나 역시 오른발로 건널까 했지만 창수 선배의 조언대로 왼발로 건너가기로 했다. 

  

그렇게 한참을 오르고 올라 서로가 힘에 부쳐 힘을 헐떡일 무렵 우린 잠시 쉬기로 했다. 말 없이 물을 삼키며 주위를 살펴보고 있노라니 요상하고 스산한 기운에 온 몸이 떨리는 듯한 착각이 일었다. 

  

바스락. 

  

순간 뇌리에서 뭔가가 번뜩였다. 그리고 마지막 진성 선배가 내게 말을 걸었던 장소 역시 생각이 났다.

  

“철우 선배. 알았어요. 마지막 진성 선배가 있던 장소 말이에요.”

“그래? 어서 가자.”

  

우리 둘은 서둘러 이동하기 시작했다. 산에는 우리 둘이 내는 발자국 소리 외엔 아무것도 들리지가 않았다. 한참을 그렇게 걸어가던 도중 철우 선배가 말했다.

  

“잠시만.. 아무래도 길을 잃은 것 같다. 아까부터 계속 같은 곳만 돌고 있어.”

“..예?”

“별을 보고 가자. 저기 천칭자리가 있으니까.. 너 대강 위치가 어디라고 했지?”

  

철우 선배는 지도를 펼쳐 내게 내밀었다. 확신할 수는 없었지만 내 직감이 어느 포인트라고 말해주고 있었다.

  

“여기에요.”

  

내 말에 철우 선배는 다른 별자리를 찾더니 곧 그리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원래 산은 밤이면 이렇게 변화무쌍해. 너도 이참에 별자리 공부 좀 해둬라.”

“정말 그래야겠어요.”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진성 선배와 마지막으로 만났던 포인트에 도착한 우리 둘은 찬찬히 주변을 수색하기 시작했다. 

  

바스락. 바스락. 

  

그와 동시에 느껴지는 시선에 고개를 드니 푸른 안광이 나를 보며 서있는게 보였다. 녀석을 가만히 보니 뭔가를 입안 가득 씹고 있었는데 그 소리가 워낙 이상해서 절로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천천히 걸음을 떼 녀석에게 다가가니 주춤거리며 내게서 멀어지는 놈을 볼 수 있었다. 왠지 이대로 녀석을 놓아주서는 안될 것 같아서 랜턴을 눈에 비추기로 했다. 고라니는 눈에 직접적으로 빛을 받으면 일정 시간 움직이지 못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찬찬히 손을 뻗어 랜턴을 들어 대략적으로 녀석의 눈에 조준한 뒤 랜턴의 스위치를 켜자.

  

“으아아악!”

  

거기엔 고라니의 얼굴 대신 진성 선배의 얼굴이 나를 보고 있는게 보였다. 그러니까 몸은 고라니지만 얼굴에는 진성 선배가 나를 보며 서있는게 보였다. 질겅거리는 입 안에는 검은 색의 뭔가가 가득했는데 아무래도 머리카락 같아 보였다. 

  

“와, 왔구나..”

“으아악!”

  

그 모습이 너무도 기괴하고 무서워 반사적으로 소리를 지르며 뒤로 돌아서 뛰려는데 어느새 다가온 철우 선배가 나를 제지했다.

  

“괜찮아? 야!”

“선배 저기.. 저기!”

  

내 말에 철우 선배는 딱딱한 얼굴로 내가 가리킨 곳으로 갔는데 순간 샤샤샥- 하는 소리와 함께 뭔가가 빠르게 지나가는게 보였다.

  

“뱀이야. 뭘 봤길래 그래?”

“하아.. 하.. 젠장.”

“마인드 컨트롤 잘해. 안 그러면 계속 헛것 보다가 실족사한다.”

  

철우 선배는 곧 이 부근을 수색하기 시작했다. 천천히 심호흡을 하고서 철우 선배의 뒤를 따르니 문득 수색을 하고 있던 철우 선배가 가만히 굳은 상태로 내게 손짓했다. 조심스레 그의 곁으로 다가가니 어느 한 부근에서 규칙적으로 들리는 소리가 들렸다.

  

눈매를 모아 소리가 나는 곳으로 시선을 가져가니 두 사람이 어느 부분을 파고 있는게 보였다. 어두운 밤이라 그 모습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게 답답했지만 분명 두 사람은 무언가를 파고 있는게 분명했다. 

  

철우 선배는 말 대신에 스마트폰을 들어 어느 한 곳에 전화를 했다.

  

“저게 뭐에요?”

  

속삭이듯 묻는 내 말에 철우 선배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답했다.

  

“범죄 현장이지. 아마 시체를 묻는걸거다.”

“..시체요?”

  

철우 선배는 대답 대신 땅을 열심히 파는 두 사람의 옆에 곱게 놓여진 마대 자루를 가리켰다. 자루는 꽤 컸다. 정말 저 안에 시체라도 있는걸까. 

  

“이 시간대에 두 사람이 저렇게 묵묵히 땅을 판다는 건 십중팔구지.”

  

우린 그 자리에서 묵묵히 두 사람이 하는 행동을 바라보기만 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으, 으악!”

  

한 사람이 내는 비명소리에 우리 둘의 몸이 움찔거렸다. 철우 선배는 내 몸을 누르며 말했다.

  

“가만.. 가만있어.”

  

커다란 소음 소리가 온 산을 뒤흔들었다. 그 소리에 놀란 다른 한 사람이 빠르게 소리를 지른 사람을 저지했지만 그 사람은 뭘 본건지 처절하게 발작하며 발버둥을 쳤다. 

  

“사, 살려줘! 내가 미안해. 잘못했어!”

  

그렇게 말하며 서둘러 산을 뛰어내려가는 사람. 홀로 남게 된 사람은 잠시 어찌할 바를 모르다가 이내 빠른 속도로 다가가 뛰어가는 사람의 뒷통수를 강하게 후려쳤다. 

  

빠-악. 

  

박이 깨지는 소리와 함께 사람이 쓰러졌고 공격을 가한 사람은 마무리 공격을 하고서는 크게 한숨을 쉬고서 이젠 시체로 변해 버린 사체를 질질 끌기 시작했다. 

  

귀신보다도 무서운게 사람이라 했던가. 그 말이 여실히 와닿는 순간이었다. 그나저나 경찰은 대체 언제 오는거야. 이대로 있다가는.. 

  

“거기 누구야.”

  

순간 귓속을 파고드는 목소리에 심장이 철렁였다. 그 사람은 내가 있는 곳을 정확히 보며 고개를 이리저리 흔들었다.

  

“누구냐고. 장난치지말고 나와.”

  

그 말에 온 몸이 굳어가는 것 같았다. 왠지 이대로 있다가는 영락없이 당할 것 같아서 서둘러 철우 선배를 불렀다.

  

“선배. 선배..?”

  

철우 선배는 언제 갔는지 마대 자루가 있는 곳으로 거의 접근한 상태였다. 이러면 내가 어떻게 해줘야하지? 시간을 끌어줘야 하나? 아무래도 철우 선배는 저 마대 자루에 진성 선배가 있다고 확신한 것 같았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직감이 그리 말해주고 있었다. 

  

“내가 가면 너 죽는다?”

  

그렇게 말하며 서있던 사람은 돌연 빠른 속도로 내게 뛰어오기 시작했다. 그게 너무나 빨라 헛바람을 들이킨 나는 미련 없이 몸을 일으켰고 그 사람은 잠깐 걸음을 멈추더니 말했다.

  

“하, 정말로 있었네?”

“제길..”

“아저씨. 다 봤지?”

  

어둠 속에서 그 사람의 목소리만 들렸다. 모습이라도 봤으면 이렇게 떨리지는 않았을텐데.. 어서 철우 선배의 작업이 끝나기만을 빌고 빌었다. 

  

“저, 전 아무것도 못봤어요. 그냥 갈게요. 그러니까..”

“그걸 내가 어떻게 믿어? 어?”

“그.. 그러니까.”

“그걸 내가 어떻게 믿냐고오!”

  

그렇게 말하며 다시 뛰어오기 시작하는 사람을 보며 나 역시 전속력으로 도망가야만 했다. 이정도면 철우 선배에게 훌륭하게 시간을 벌어준 셈이다. 문제는 어디로 가야하는 것인데.. 아무래도 저 사람을 보아하니 이 산에 대해 능히 잘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야! 거기서!”

  

바로 지척에서 들려오는 듯한 소리에 나 더욱 빠르게 달려야만 했다. 그렇게 얼마나 달렸을까. 달리고 있다는 사실도 잊어버릴 무렵 난 어느 한 곳을 빙빙 돌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후.. 후우. 후..”

  

차라리 다행이다. 왠지 여기라면 저 살인마가 나를 쫓아오지 않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적당히 숨을 돌려가며 자리에 앉으려는 찰나.

  

“..고맙다.”

  

그렇게 말하는 아주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화들짝 놀라 고개를 돌려보니 검은 인영이 어느 한 쪽에서 나를 보며 서있는게 보였다. 순간 집에서 내게 도움을 청하던 그 인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천천히 그 인영 쪽으로 다가가니 인영은 다시 한번 말했다.

  

“이제 돌아가.”

“자, 잠깐만요.”

  

그렇게 말하며 서둘러 인영을 따라가니 순식간에 배경이 바뀌어버렸다. 어느새 산악본부 바로 앞까지 오게 된 나는 허탈한 마음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오인한씨?”

  

그와 동시에 모습을 드러낸 여러 경찰들. 어리둥절하여 경찰들을 멍하니 보고 있자니 가장 선두에 있던 경찰이 내게 다가왔다.

  

“아까 신고하셨죠? 사람이 죽는걸 봤다고.. 지금 수색대 파견했으니까 곧 소식이 올겁니다.”

“..신고라뇨?”

“아까 신고하셨잖아요. 어느 살인자가 사람 묻는거 봤다고요. 여기 이 동영상 안보내셨어요?”

  

그렇게 말하며 내게 동영상을 보여주는 경찰. 이건.. 이건 내가 보낸 적이 없는데..? 어떻게 된일이지? 

  

“아, 아..”

  

붕어처럼 입을 벙긋거리며 어떤 말을 해야 할지 고를 때였다. 저벅. 저벅. 저벅. 여러 발자국 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고개를 돌리니 아주 익숙한 얼굴이 내 눈에 들어왔다.

  

“창수 선배..?”

  

창수 선배 좌우로는 수 많은 경찰들이 무장을 한 채로 서있었다. 

  

“현행범 체포하였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창수 선배를 단단히 옭아맨 이들은 산 아래 쪽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잠깐.. 잠깐만요!”

  

뭔가 이상하다. 서둘러 그들에게 달려간 뒤 창수 선배에게 물었다.

  

“선배? 이게 어떻게 된 일이에요?”

  

내 물음에 창수 선배는 말 없이 나를 바라보기만 했다.

  

“..선배?”

“쳇..”

  

그 말과 함께 창수 선배는 말 없이 그들에게 연행되었고 영문을 알 수 없는 나는 어느 경찰에게 인도되어 산악 본부로 들어가게 되었다. 거기에는 두 구의 인영이 있었는데 흰색으로 뒤덮어져 있었다. 직감적으로 그것이 시체임을 알게 된 나는 왜 이것을 내게 보여주는지 경찰에게 물었다.

  

“보기 싫으시면 안보셔도 됩니다. 다만 알고는 계셔야 할 것 같아서요. 우선 좌측에 있는 분이 이진성씨이고.. 여기 우측에 있는 분이 김철우씨입니다.”

  

그 말에 머리가 멍해졌다. 철우라고..? 김철우?

  

“아뇨. 말도 안됩니다. 철우 선배는 분명 저랑 같이 있었는데.. 그래서 철우 선배가 신고를 한거고 그 마대 자루를 확인하러 갔단 말입니다.”

“....”

“이, 이건 말도 안됩니다. 어째서.. 어째서?”

  

내 말에 경찰은 사무적인 투로 답했다. 

  

“평소 세 사람의 원한 관계가 깊었던 모양입니다. 그게 어제 일로 인해서 극적으로 폭발하였고.. 이진성씨는 죽은 지 하루에서 이틀정도는 더 되었습니다. 김철우씨는 어제 죽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럴수가.. 이럴수가.”

“많이 힘든거 이해합니다.”

  

그렇게 말하며 침묵을 지키는 경찰을 보며 난 어떠한 말도 할 수 없었다. 이게 어찌된 일인가? 왜 멀쩡했던 철우 선배가.. 왜 창수 선배는 이 둘에게 이런 일을 벌인것이지? 대체 어떻게 굴러가고 있는거야? 

  

“원한이 있었다는 것은 어떻게 아셨죠..?”

“동료 산악 대원들이 증언했습니다. 세 사람은 평소에도 다툼이 심했었다고요.”

“...."

"우선 집까지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추가적으로 협조를 요청할 수 있으니 양해바랍니다." 

 

경찰은 그렇게 말하며 다시 산악 본부로 들어가버렸다. 난 대체 뭐에 홀린거지? 이 산에는 정말 뭐가 있기라도 한건가? 대체 이들이 말하지 않은 로어에는 뭐가 숨어 있는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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