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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덕여왕과 지귀 설화

가위왕핑킹2019.11.27 21:35조회 수 1294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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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이기도 해서 우리나라 전설에 대해 써보기로 했는데, 그 중 애틋한 사연인 지귀의 전설에 대해 들려 드리겠습니다.

 

워낙 유명한 얘기라 많은 분들이 아실거라 생각 합니다.. 

 

지귀 설화는 신라의 속어였다가, 

 

심화요탑(心火繞塔)'이라는 제목으로 고려시대의 학자 소화(小華)박인량[朴寅亮] 의 <수이전>에 실렸다가.. 

 

조선 중기의 한학자인 초간(草澗) 권문해(權文海)가 편저한 백과서(百科書)인 

 

<대동운부군옥(大東韻府群玉)>에 전재된 이야기입니다.

 

 

신라 선덕 여왕 때에 지귀(志鬼)라는 거지가 살았습니다. 

 

그는 활리역(活里驛)에서 노숙을 했는데, 

 

하루는 서라벌에 나왔다가 선덕 여왕의 행차를 구경하다가 선덕 여왕을 보게 되었답니다. 

 

헌데 여왕이 어찌나 아름다웠던지....... 그는 단번에 여왕을 사모하게 되었습니다. 

 

선덕 여왕은 진평왕의 맏딸로 그 성품이 인자하고 지혜로울 뿐만 아니라, 

 

용모 또한 아름다워 모든 백성들로부터 칭송과 찬사를 받았기 때문에 

 

여왕이 한 번 행차를 하면 모든 사람들이 여왕을 보려고 거리를 온통 메웠습니다. 

 

지귀도 그러한 사람들 틈에서 여왕을 본 뒤로 여왕이 너무 아름다워서 혼자 여왕을 사모하게 되었고 

 

어느 날부턴 잠도 자지 않고 밥도 먹지 않으며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선덕 여왕을 부르다가 

 

결국 미쳐 버리고 말았습니다. 

 

"여왕이 날 안으면 아이고..죽겠네..아이고 죽겠네.."

 

지귀는 거리로 뛰어다니며 이렇게 노래를 부르기 시작 했고 

 

이에 당황한 사람들이 매질을 했으나 그의 열병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늘 선덕여왕을 사모하는 내용의 노래를 부르며 혼자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는 등 

 

선덕여왕에 대한 그의 감정은 더욱 더 커져만 갔죠..

 

이런 지귀의 행동은 널리 알려졌고.. 사람들은 그를 욕하기도 하고 동정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난 후 선덕여왕이 영묘사 [靈廟寺]

 

(신라 선덕 여왕 때 경주에 건립된 절로 경덕왕 때 판관을 둘 만큼 나라로부터 특별한 대우를 받았고 

 

여러 번 화재가 난걸로 유명 합니다) 에 기도를 들리기 위해 행차를 하고 있던 때였습니다.

 

선덕여왕을 보기 위해 많은 인파가 몰렸는데 그 곳엔 지귀도 있었습니다.

 

선덕여왕을 태운 가마가 지나가는 순간 지귀는 가슴에 밀려오는 격정을 이기지 못하고 뛰어들어 외치기 시작했습니다.. 

 

 

"아름다운 여왕이여, 나의 사랑하는 선덕여왕이여!" 

 

 

당황한 신하들이 지귀를 붙들었지만 그는 더 목이 터지도록 선덕여왕을 불렀습니다.

 

사람들은 웅성거리기 시작했고 주변이 소란스러워지자 여왕은 뒤에 있는 관리에게 물었습니다. 

 

"대체 무슨 일이냐?" 

 

"미친 사람이 여왕님 앞으로 뛰어 나오다가 다른 사람들에게 붙들려서 그러하옵니다." 

 

"왜 나한테 온다는데 붙잡았느냐?" 

 

"아뢰옵기 황송하오나 저 사람은 지귀라고 하는 미친 사람인데 여왕님을 사모하고 있다 하옵니다." 

 

관리는 큰 죄를 지은 것처럼 머리를 숙이며 말했습니다. 

 

"나를 사모하다니 고마운 일이로구나!" 

 

여왕은 혼잣말처럼 이렇게 말하고는, 지귀가 자기를 따라오도록 허락했습니다.. 

 

한편 여왕의 명령을 전해 들은 사람들은 모두 깜짝 놀랐지만.. 

 

지귀는 너무나 기뻐서 춤을 덩실덩실 추며 여왕의 행렬을 뒤따랐습니다 

 

선덕 여왕은 절에 이르러 부처에게 불공을 올리었고 

 

그러는 동안 지귀는 절 앞의 탑 아래에 앉아서 여왕이 나오기를 기다렸습니다.

 

그러나 여왕은 좀체로 나오지 않았기에 그는 시간이 흐를수록 안타깝고 초조했습니다.

 

그러다가 심신이 쇠약해질 대로 쇠약해진 지귀는 그만 그 자리에서 쓰러져 잠이 들고 말았습니다. 

 

 

여왕은 불공을 마치고 나오다가 탑 아래에 잠든 채 자기를 부르며 잠꼬대를 하는 지귀를 보았습니다. 

 

여왕은 그가 가엾다는 듯이 물끄러미 바라보고는 팔목에 감았던 금팔찌를 뽑아 

 

지귀의 성기 위(물론 옷은 입은 채 입니다)에 놓은 다음 발길을 옮기었습니다. 

 

(지귀의 성기에 팔찌를 올려 놓은 건, 팔찌는 여성의 은밀한 곳을 상징하므로 

 

마음으로나마 지귀의 사랑을 인정하겠다는 뜻입니다) 

 

여왕이 지나간 뒤 잠이 깬 지귀는 성기 위에 놓인 여왕의 금팔찌를 보고는 놀랐습니다. 

 

그는 여왕의 금팔찌를 가슴에 꼭 껴안고 기뻐서 어찌할 줄을 몰랐고 

 

그 기쁨은 곧 불씨가 되어 가슴 속에서 활활 타오르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온몸이 불덩어리가 되는가 싶더니 이내 숨이 막히는 것 같았고, 

 

가슴 속에 있는 불길은 몸 밖으로 터져 나와 지귀를 어느새 새빨간 불덩어리로 만들고 말았습니다.

 

선덕여왕을 향한 그의 사랑과 기쁨의 감정이 폭발하여 현실의 불로 나타난 거죠.. 

 

처음에는 가슴이 타더니 다음에는 머리와 팔다리로 옮아가서 마치 기름이 묻은 솜뭉치처럼 활활 타올랐고.. 

 

지귀는 있는 힘을 다하여 탑을 잡고 일어서는데 불길은 탑으로 옮겨져 이내 탑도 불길에 휩싸이고 말았습니다. 

 

지귀는 꺼져 가는 숨을 숨을 내쉬며 멀리 사라지고 있는 여왕을 따라가려고 허우적 허우적 걸어가는데, 

 

지귀 몸에 있던 불기운은 거리에까지 퍼져서 온 거리가 불바다를 이루었습니다. 

 

이런 일이 있은 뒤부터 지귀는 불귀신으로 변하여 온 세상을 떠돌아다니게 되었고 

 

그로 인해 화재를 당한 집이 생겨나자 사람들은 불귀신을 두려워하게 되었는데, 

 

 이때 선덕여왕은 불귀신을 쫓는 주문을 지어 향가로 백성들에게 내놓았습니다. 

 

 

{지귀는 마음에 불이 일어 

 

  몸을 태우고 화신이 되었네. 

 

  푸른 바다 밖 멀리 흘러갔으니 

 

  보지도 말고 친하지도 말지어다.} 

 

 

백성들은 선덕 여왕이 지어 준 주문을 써서 대문에 붙였는데, 그랬더니 비로소 화재를 면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일이 있은 뒤부터 사람들은 불귀신을 물리치는 주문을 쓰게 되었는데, 

 

이는 불귀신이 된 지귀가 선덕 여왕의 뜻만 쫓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비록 불귀신이 되어서도 여왕을 사모하는 마음이 변함없다는 말이며, 

 

선덕여왕이 주문을 써서 귀신을 쫓은 것은 정치와 종교의 의무를 겸했던 당시 군장의 모습을 보여준 것이기도 합니다.. 

 

 

 

 

 

이 설화는 국가 이래 처음 맞이한 여왕에 대하여 신라인들이 갖게 된 각별한 관심 때문에 

 

만들어진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신분적 격차 때문에 이루어질 수 없음이 명백한 지귀의 사랑을 화제로 삼는가 하면 

 

불귀신을 몰아 내는 여왕의 주술적 능력을 신비스럽게 형상화하고 있는데, 

 

이것은 여왕에 대한 낭만적 호기심과 여왕의 탁월한 지혜를 표현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이 설화는 선덕 여왕이 실로 백성의 추앙을 받을 만한 군주이며, 

 

이상적인 여인으로서 연모의 대상이 되었다는 내용을 기술하고 있는 것이죠.

 

이러한 해석은 '선덕왕 지기 삼사(善德王 知幾三事)'라 하여 여왕의 신이한 능력을 그러낸 

 

세 가지 사례를 서술한 <삼국유사>의 기록과 연관을 지을 수 있습니다. 

 

 

한편, 이 설화는 열렬한 사랑과 불의 이미지를 동일시함으로써 

 

사랑의 한계를 화재 예방을 위한 풍속과 연관시켜 문학적으로 형상화한 것으로 해석되기도 합니다. 

 

지귀로 하여금 여왕과 가장 근접할 수 있는 시간에 잠을 자도록 이야기를 구성한 의도는 

 

여왕에 대한 지귀의 사랑이 허망한 것임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고

 

여왕이 주고 간 금팔찌는 지귀에 대한 연민의 정을 상징하며, 

 

하찮은 신분의 백성까지도 배려하는 여왕의 인자함을 나타내는 것이기도 합니다. 

 

물론 이것은 무모한 사랑의 감정을 잠재우려는 방편이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것이 도리어 지귀의 가슴에 욕망의 불을 붙여 놓았고, 

 

욕망의 불은 바다(물)로 제압하는 것이 순리입니다. 

 

바다는 너그러운 생명의 모태로써 모든 것을 소멸시키는 불과 대립적이고 

 

욕망의 불을 끄고 나면 서로 보지도 친하지도 않게 되는 게 자연의 섭리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지귀를 쫓는 주문은 여왕이 지귀에게 금팔찌를 주었는 조치와 일관되는 것으로 

 

여왕의 넉넉하면서도 모성적인 통치자로서의 탁월한 능력을 구현해 보인 것으로 해석됩니다. 

 

이러한 생각의 연장선에서 또 이 설화는 선덕 여왕이 주문을 지어 불귀신의 원한을 달래어 

 

물리치게 된 내력을 말하고 있으므로 우리나라 특유의 한풀이 기능을 가진 서사문학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한편, <대지토론(大智度論)>이라는 불교 서적에서 '술파가 설화'가 전해지는데 그 중심 구조가 '지귀 설화'와 같습니다. 

 

그 내용은, '어부 술파가가 여왕의 미모에 반해 식음을 전폐하자 여왕이 만나자고 하였는데 

 

약속 장소에서 여왕을 기다리던 술파가는 부처의 조화로 잠이 들고 

 

여왕이 잠든 술파가에게 목걸이를 걸어놓고 가 버리자 잠이 깨어 이 사실을 안 술파가는 

 

몸에서 불이 나 타 죽고 만다.'란 겁니다. 

 

이 <대지토론>은 선덕 여왕 이전에 이미 신라에 수입된 서적입니다.

 

이로 보아 '지귀 설화'는 '술파가 설화'의 영향으로 성립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술파가 설화'는 특히 천신이 여왕과 술파가의 만남을 막았다는 내용으로 보아 

 

이성적 판단을 못하고 감정에 휘말린 사랑을 종교적 입장에서 경계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 불교적 설화에서 종교적 의미가 희석되고, 

 

선덕 여왕 때 일어난 영묘사의 화재 사건 같은 역사적 사실과 화신(火神)의 퇴치와 관련된 민간 신앙에 연결되면서 

 

지귀 설화로 토착화 된 것으로 보입니다. 

 

 

 

 

출처 : 루리웹 백택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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