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png신규 글




DET.png신규 댓글


식물도 바이러스에 감염된다고?

포이에마2020.03.21 17:47조회 수 76따봉 수 2댓글 0

    • 글자 크기

바이러스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이 담배 모자이크 바이러스...


인류 생존을 위협하는 식물 바이러스





[이기자의 유레카!-10]  3월도 하반기에 접어들었지만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기세는 꺾일 줄 모르고 있습니다. 각국 의료진의 사투도 이어지고 있죠. 코로나19처럼 '바이러스'라고 하면 흔히 사람을 비롯한 동물이 걸리는 바이러스를 떠올리기 쉽습니다만 식물을 감염시키는 바이러스도 있습니다. 바로 '식물 바이러스'입니다.

◆식물도 바이러스에 감염된다?

식물 바이러스는 지름이 20~250㎚(나노미터) 정도로 매우 작습니다. 가장 작은 세균(400㎚)보다도 작아 전자 현미경을 통해서만 관찰할 수 있죠(사람의 머리카락 굵기는 약 6만㎚입니다). 미생물학·현대의학의 아버지 루이 파스퇴르, 세균학의 창시자 로베르트 코흐도 바이러스를 직접 보진 못했습니다. 이들이 사용하던 광학 현미경으론 관찰에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죠.

담배 모자이크 바이러스(TMV)에 감염된 페튜니아. 감염되면 초록 잎에 반점이 나타나는데 이 모양이 마치 모자이크 같다고 해서 `모자이크병`이라고 불립니다. 병에 걸린 식물은 시들어 죽어버립니다. TMV는 곤충, 진딧물 등을 매개로 전염되기도, 토양과 즙액으로도 확산됩니다. /사진=미시간주립대

19세기 말 유럽 담배 농장에선 갑자기 담뱃잎 곳곳이 썩어들어가면서 잎 전체가 생육 부진에 빠지는 이상한 질병이 돌기 시작했습니다. 독일의 농화학자 아돌프 마이어는 마치 박테리아처럼 식물 간 전염되는 '이것'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병든 담뱃잎에 생긴 반점이 마치 모자이크 같다는 데 착안해 마이어는 이 질병을 '담배 모자이크병(TMD)'이라고 이름 붙였죠. 마이어는 병든 담뱃잎을 갈아 즙을 낸 뒤 건강한 담배에 주사했고, 병이 옮는다는 것을 확인했지만 무엇이 병을 일으키는지 규명하진 못했습니다.

1892년 러시아 식물학자 드미트리 이바노프스키도 크림반도 등에서 확산하고 있던 담배 모자이크병을 연구했습니다. 그는 프랑스 미생물학자 샤를 샹베를랑이 설계한 '파스퇴르-샹베를랑 필터(세균을 걸러내 무균 상태를 만들어주는 특수 필터)'를 이용한 연구를 진행했죠. 이바노프스키는 병든 담뱃잎에서 얻은 추출물을 필터에 통과시킨 뒤 정상 담배에 주사했고, 병에 걸리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무균 필터로 거른 추출물이라 세균이 병의 원인일 수 없었기에 이바노프스키는 세균이 만든 '독(毒)'이 원인이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1898년 네덜란드 식물학자이자 미생물학자인 마르티누스 베이에링크는 이바노프스키의 실험을 재현해봤죠. 베이에링크는 배양액이 '증식'한다는 것을 발견했고, 세균의 독이 아닌 새로운 생명체가 담뱃잎을 병들게 한 원인일 거라고 추정했습니다. 동물도, 식물도, 그렇다고 세균이나 곰팡이도 아닌 새로운 것이었기에  그는 이 생명체에 라틴어로 독(毒)을 의미하는 '바이러스'란 이름을 붙여줬습니다.  그러나 정작 그 역시도 바이러스를 직접 보진 못했습니다.

우리가 주식으로 삼는 작물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생산량이 크게 줄어들고, 이는 전 세계적인 식량난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작다고 무시하면 큰코다쳐

담배 모자이크병을 일으키는 '담배 모자이크 바이러스(TMV)'가 발견된 이야기를 알아봤습니다.  '나는 담배도 안 피우는데 담뱃잎을 시들게 만드는 바이러스가 뭐 어때서?' 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정말 괜찮은 걸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동물 바이러스처럼 식물 바이러스에도 다양한 종류가 있습니다. 앞서 소개한 △담배 모자이크 바이러스 외에도 △아프리카 카사바 모자이크 바이러스 △바나나 타래꼭지 바이러스 △보리 황화위축 바이러스 △벼 엔도르나 바이러스 △감자 바이러스 Y △콩 황화 모자이크 바이러스 등이 있죠. 전 세계적으로 알려진 농작물 바이러스만 약 1500종에 달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벼줄무늬 잎마름병 △벼오갈병 △오이 녹반 모자이크 바이러스 △호박 녹반 모자이크 바이러스 △담배·토마토 모자이크 바이러스 △감자 바이러스 Y 등이 발생해 농가에 큰 피해를 입힙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각종 병해충으로 매년 전 세계 주요 작물 수확량의 20~40%가 피해를 입습니다. 기후변화로 인해 병해충 발병이 빈번해지고 있죠.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각국의 식량 부족 문제는 더 심각해질 수 있습니다. /사진=FAO

오늘날 전 세계는 서로 밀접하게 연결돼 있습니다. 중국에서 첫 발병 사례가 보고된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빠르게 확산된 것처럼 식물 바이러스도 사람과 상품의 이동을 따라 세계 곳곳으로 퍼져나갈 수 있습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각종 병해충으로 매년 전 세계 주요 작물 수확량의 20~40%가 피해를 입습니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연간 2200억달러(약 270조원) 규모입니다.  밀·벼·감자·카사바 등 우리가 주식으로 삼는 식량 생산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세계적인 대기근이 올 수도 있습니다.  19세기 중반 아일랜드를 덮친 대기근이 반복될 수도 있죠.( 아일랜드 대기근은 바이러스가 아닌 감자역병균이란 곰팡이가 그 원인이었지만 병해충이 얼마나 큰 피해를 줄 수 있는지 보여준 대표적 사례입니다. ) 농가 소득이 줄어들어 농부들이 빈곤층으로 전락할 위험도 있습니다.

2020년은 `국제 식물 건강의 해(International Year of Plant Health)`입니다. 건강한 식물은 지구상 모든 생명체에게 중요하기 때문에 식물 건강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한다는 것이죠. /사진=FAO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각국이 힘을 모아야 합니다. 2020년을  '국제 식물건강의 해(International Year of Plant Health·IYPH)' 로 지정한 유엔은 "건강한 식물은 지구상 모든 생명체·생태계·식량 안보의 근간이며, 식물 건강을 지키기 위한 범세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취둥위 FAO 사무총장은 지난해 유엔 회의에서 "식물은 인류의 주된 영양 공급원"이라며 "사람과 동물의 건강을 고려했을 때 식물들을 병해충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은 감염 후 치료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문제 해결의 열쇠는 백신

식물 바이러스는 곤충, 토양, 즙액, 접촉 등을 통해 전파됩니다. 이 중 과학자들이 주목하는 것은 곤충입니다. 해충을 막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살충제 살포입니다. 문제는 농약으로 환경오염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사람에게도 해로울 수 있죠.

해충 방제의 또 다른 방법은 '유전자 변형 농산물(GMO)' 입니다. 유전자 변형을 통해 작물이 해충을 죽이는 독소를 만들고, 이를 먹은 해충이 서서히 죽게 만든 것이죠. 식물 자체가 살충제의 기능을 하는 것인데 문제는 GMO의 인체 안전성에 대한 논란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코로나19 백신처럼 식물도 백신을 만들 수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작물에 뿌리는 RNA 백신을 이용해 바이러스를 옮기는 해충만을 없애는 방법을 연구 중입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살충제와 GMO의 대안으로 제시된 방법이  RNA(핵산의 일종으로 DNA의 유전정보에 따라 필요한 단백질을 합성할 때 사용) 간섭현상을 활용한 백신 입니다.

2019년 독일 마르틴루터 할레비텐베르크대 연구팀은 살충제처럼 뿌리거나 동물 백신처럼 주사할 수 있는 새로운 식물 백신을 공개했습니다. 앞서 2018년에도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원(CNRS)과 핀란드 헬싱키대 공동 연구팀도 비슷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식물 백신의 가능성을 보여준 연구지만 아직 실용화까지 갈 길이 멀죠. 상업화를 위한 대량생산의 숙제가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핀란드대 연구팀은"연구 목적으로 RNA 분자를 화학합성을 통해 만들 수 있지만 대량생산엔 비효율적"이라며 "RNA 분자를 다량으로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코로나19의 백신 개발처럼 친환경적인 식물 백신도 개발돼 식량 부족 문제에서 빨리 벗어날 수 있으면 좋겠네요.

[이영욱 기자]

포이에마 (비회원)
    • 글자 크기
[알술신잡] 물 탄 맥주? 물 안 탄 맥주? (by 블루복스)

댓글 달기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