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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겪은 가장 소름 돋았던 일

title: 메르시운영자2017.03.04 01:47조회 수 1964추천 수 3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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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은 큰집이 천안이었어. (흔히들 가는 시골에 본가 있지? 나는 큰 집이라고 쓸게)

 

그래서 매년 추석때, 그리고 설날에 항상 천안으로 내려갔어.

 

아버지가 곧 도착한다~ 라고 이야기 하실 때 창 밖을 보면 사람들이 북적북적한데

 

점점 큰집으로 갈 수록 시골틱해지는 그런 동네였어.

 

창 밖으로 논밭이 보이고 뭔가 구릿한 냄새가 날 때 쯤이면 '아 도착했구나..' 하게 되는 동네였지.

 

 

 

어렸을때는 그냥 시골이구나. 하는 느낌밖에 없었어.

 

큰 집에 도착하면 일단 짐 풀고 음식 하는거 돕고 사촌들이랑 마당에서 신나게 뛰어놀다보면 해가 졌지.

 

또 시골에만 도착하면 아버지가 절대 마당 밖으로는 나 혼자 못 나가게 하셔서 집 주변에 뭐가 있는지도 잘 몰랐어.

 

마당 밖으로 나갈 일은 사촌 형들이랑 썰매 타러 집 뒷쪽에 있는 언덕에 갈 때 정도 밖에 없었거든.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초등학생때 까지만 해도 매 해 내려가다가

 

중학교에 입학하고 나서는 학원 간다, 뭐한다 하면서 안 가게 됐어.

 

 

 

그리고 고등학교에 입학한 해 가을. 오랜만에 시골에 내려가게 됐어.

 

오랜만에 내려가니 사촌 형들은 군대 가고, 취직하고, 누나들은 이미 클 대로 커서 잘 안 내려오고

 

애는 나 혼자에 전부 어른들만 있어서 엄청 심심했지.

 

그런데 하나 좋았던건 집 밖을 돌아다닐 수 있게 된거야.

 

내가 나이도 먹었고, 사촌 형누나들이 없으니 심부름 시킬 사람도 나 밖에 없잖아.

 

그래서 추석에 내려가 있는 이틀동안 큰 집 주변을 돌아다니면서 이런 저런 구경을 했어.

 

 

 

 

그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건 큰 집에서 옆 길로 들어가다 보면 있는 폐가였어.

 

첫 인상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해.

 

열댓평 남짓한 공터에 집이 한 채 있는데

 

지붕은 나무 판자위에 나뭇가지? 볏짚? 같은걸 엮어서 만들었고 집 대부분은 나무로 돼있었어. 

 

문은 나무 판자 두개로 되어있었는데 자물쇠가 걸려 있었어.

 

 

 

척 보기에도 사람은 안 사는 집인데 자물쇠가 걸려 있어. 궁금하잖아?

 

가까이 가서 판자문 사이로 집 내부를 슬쩍 봤지.

 

그냥 단칸방인데, 바닥에 놋쇠 그릇? 같은거랑 숟가락이 널부러져있었고 멀찌감치 안에는 나무에 한지가 발려있는 함 같은게 있었어.

 

내 딴에는 너무 무서웠어. 그걸 보자마자 소름이 쫙 끼쳤거든.

 

 

 

그리고 집에 와서 큰아버지한테 여쭤봤어.

 

그러니까 큰아버지가 말씀하시길

 

큰아버지는 어렸을때라 자세한건 모르는데

 

아주 옛날에 거기 부부가 살다가 어느날 떠났다는거야.

 

자기들 땅에 지은 집도 아니고 그냥 주인 모를 땅에 멋대로 지은 집이라서 팔 생각도 안 하고 그냥 두고 떠난 것 같다고 하시더라구.

 

그렇게 몇십년이 흐른거래.

 

그 말을 듣고 그냥 끄덕그덕.. 폐가구나. 하고 말았지.

 

 

 

그리고 몇 달 후 설날에 다시 큰 집에 내려가게 됐어.

 

당연히 또 나 뿐이고 나는 심심했지.

 

그나마 다행이었던건 겨울이었다는거야. 겨울에는 큰 집 근처에 있는 언덕에서 썰매를 타고 놀 수 있었거든.

 

나무 판자랑 포대자루로 만든 눈썰매를 들고 언덕쪽으로 갔어.

 

그런데 가는길에 묘한 호기심이 발동했는데, 바로 몇달 전 봤던 폐가가 궁금했던거야.

 

그래서 길을 많이 돌아가더라도 폐가쪽으로 가기로 했지.

 

 

 

조금 걷다보니 이전에 봤던 폐가에 도착했는데, 눈은 새하얗게 쌓여있고 바람이 판자문을 흔드는 소리가 어찌나 스산하던지.

 

저번처럼 안을 들여다 볼 생각도 못하고 얼른 썰매를 들고 언덕쪽으로 갔어.

 

그리고 바닥에 썰매를 놓고 앉았지.

 

그러니까 뒤에서 사촌형이 부웅~ 하고 밀어주는데,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더라구.

 

이야.. 어렸을때도 사촌형이 항상 간다? 간다? 부웅~ 하면서 밀어줬는데...

 

 

 

그런데 뭔가 이상한거야.

 

사촌형은 없잖아?

 

나 혼자 올라왔고, 밀어줄 사람도 없고, 나 혼자 발로 굴러서 썰매를 밀었어야하는데.

 

대체 부웅~ 소리는 누가 냈고 나를 누가 밀었지?

 

소름이 쫙 돋으면서 헐레벌떡 뛰어서 큰 집으로 돌아왔어.

 

 

 

내가 너무 놀라서 말도 못하니까 아빠가 무슨 일이냐고 이야기 좀 해보라고 물으셨어.

 

내가 썰매를 타려고 했는데 뒤에서 누가 밀었다. 소리도 냈다. 이런식으로 횡설수설 이야기를 했지.

 

그러니까 그냥 허허 웃으시고 그러냐? 가서 밤이나 좀 까라. 그러시더라구.

 

나는 너무 무서워서 도대체 무슨 일인지 상황 파악도 안 되고 손은 떨리고... 밤을 까려고 칼을 쥐어도 밤을 깔 수가 없는거야.

 

시골에 있는동안 내내 그 생각만 나고 밥도 잘 못 먹었어. 숟가락만 들면 오싹하고 소름이 돋더라고.

 

 

 

그렇게 이틀을 지내다가 서울로 다시 올라오게 됐어.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본 폐가가 문제인 것 같은거야.

 

그래서 우리 차를 타고 같이 서울로 올라가시는 큰고모한테 여쭤봤지. 그 집 근처에 폐가 있는거 아시냐고.

 

그러니까 큰고모가 이야기 하시길

 

옛날에 거기 부부가 살았는데, 남자가 망나니였대.

 

부모가 누군지도 모르고 집도 없고 하루 벌어서 술이나 사먹던 사람이었는데

어느날 여자가 생겨서 결혼을 한거래.

 

여자가 말도 없고 자꾸 울었던걸로 봐서는 결혼 생활이 순탄치는 않았던 것 같더래.

 

그렇게 살다가 애가 생겼는데 여자는 그 애를 금이야 옥이야 업어키웠다는거야. 엄청 예뻐했대.

 

그런데 그 애가 추운 겨울에 병에 걸렸는데, 형편이 어려워서 약도 한 번 못 써보고 그렇게 죽었대.

 

그 후에 여자는 어디로 갔는지 훌쩍 사라져버렸고, 남자도 어느날 사라졌다고..

 

 

 

그 이야기를 들으니까 진짜 온 몸에 소름이 확 돋는거야.

 

두피에서는 식은땀이 확 나면서 온 몸의 피부에 닭살이 돋는 느낌이었어.

 

큰 집에 내려가더라도 다시는 그 폐가엔 가지 않겠노라고 다짐하면서 서울로 올라왔지.

 

 

 

그리고 다다음날, 아버지 어머니는 출근하시고 나는 집에 혼자 있었어.

 

그런데 누가 현관문을 콩콩콩 두드리는거야

 

처음엔 게임하느라 못 느꼈을 정도로 작은 소리었는데

 

콩콩콩 소리가 커지더니 점점 쾅쾅쾅에 가까워졌어.

 

그재서야 나는 집 밖에 누가 있다는걸 알고 누구세요~ 하고 물었지

 

그런데 대답이 없어.

 

나는 뭔가 싶어서 인터폰으로 밖을 봤어. 분명 아무도 없어. 그런데 계속 문 두드리는 소리는 나.

 

진짜 무서워서 울면서 엄마한테 전화해서 여기 이상하다고 밖에 아무도 없는데 누가 문 두드린다고 이야기를 했지

 

그러니까 엄마가 우리집 윗층에 사시던 할아버지한테 전화드려서 혹시 밑에 무슨 소리 나냐고 물어보셨는데

 

아무도 없고 아무 소리도 안 난다고 하셨대.

 

그리고 소리는 사라졌어.

 

 

 

나는 아직도 설날 때 쯤이면 이 생각이 나.

 

썰매 탈 때 날 뒤에서 밀었던건 대체 뭐고

 

우리집 문을 그렇게 두드렸던건 대체 뭔지

 

문을 두드렸던게 사람이면 왜 초인종을 누르지 않고 문을 두드렸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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