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한

누구세요
title: 골드50개우리놀아요:0/ 2017.10.12 조회 516 댓글 0 추천 0





현재 살고 있는 할아버지 댁에서 겪었던 일입니다. 할아버지 댁에서 살게 된 것이 약 2년 전부터인지라, 이 일을 겪었던 때는 부모님과 함께 살던 때였지요.

아마도 초등학교 5~6학년 때였을 겁니다. 추석을 맞아서 친 척분들과 함께 많은 식구들이 현재 할아버지 댁으로 연휴를 맞으러 내려오게 되었습니다.

저도 그 당시에는 많은 식구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이 무척이나 좋아했던 시절이라 그 때를 참 재밌었던 시간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추석 당일이 되는 새벽에 저 혼자 신기한 경험을 했다는 것이지요.

저희 할아버지 댁의 집은 오래되기도 참 오래됐습니다. 할아버지 말씀으로는 이 집이 6.25 당시 지어져서 현재까지 이렇게 살고 있다고 말씀 해주셨는데, 겉으로 보기엔 초가집이지만, 전체적인 크기는 꽤 큰 편입니다.

자가용 3대 정도가 주차될 수 있는 정도의 마당과 집의 오른쪽 편으로는 비닐하우스가 있는 옆 마당과 외부에 설치되어 있는 아궁이, 그리고 여름에 시원히 쉴 수 있는 수돗가도 있습니다. 집 곳곳엔 소, 개, 닭 같은 가축들도 있고요.

집 내부도 꽤 넓은 편인데 특이하게도 거실이 가운데 있는 구조가 아닌, 가장 오른쪽으로 치우쳐 있는 구조란 것입니다 

중앙을 차지하고 있는 공간은 현재 할아버지와 할머니께서 주무시는 안방입니다. 그리고 안방의 왼쪽으로 바로 제 방이 있고 주방의 앞쪽에는 동생의 방이 있습니다.

집 자체가 작진 않아서 그런지 추석이나 설날 같은 명절에 친척들이 많이 오더라도 어떻게든 방 어딘가에 서로 껴서 잠을 청하긴 하더군요.

그 날, 저는 남자 어른 분들과 안방에서 잠을 잤습니다.

제 발 아래로는 주방이 바로 이어져 있었는데, 끝나가는 여름이어서 날씨가 여전히 더웠던터라 집안의 모든 문이란 문은 활짝 열려 있었고 주방으로 통하는 문도 물론 열려 있었습니다. 

그 때 주방에서는 주로 여자 분들이 주무셨죠. 어찌됐든 집 안의 문들만 열려 있던 것이 아니라 안방에서 마당으로 나가는 창호지 문도 두 문 쪽이 대청마루 쪽으로 모두 열려 있도록 고정되어 있었습니다. 물론 모기나 파리 같은 해충들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모기장이 완벽하게 쳐져 있었습니다.

그 때 자면서 저는 여름 날씨답지 않은 한기를 느껴서 순간적으로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반쯤 떠진 눈으로 대강 주변을 둘러보니 어르신들이 모두 주무시고 계셨고 전 제 머리 바로 위쪽에 걸려있던 시계를 보기위해 몸을 돌렸습니다.

희미하게 보이는 시계 바늘을 찬찬히 바라보고 있자니 우연치 않게 딱 새벽 4시 정각을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시계를 보고선 "괜히 기분 나쁘게 4시가 뭐야 4시가……." 라고 중얼 거리며 다시 몸을 돌려 바르게 누우려는데, 그 때였습니다.

여름엔 해가 일찍 뜨는 편이라 새벽 4시 쯤 되면 어둠이 깊지 않아서 모기장 밖에 쳐져 있지 않은 문턱 건너편의 마당이 그럭저럭 잘 보였는데 대청마루의 기둥 옆에 기대고 있는 사람의 뒷모습이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그것도 옛날 사극에서나 나올 법한 선비들의 옷가지를 걸친 남자 말입니다. 선비들이 쓰고 다니는 검은 갓과 도포를 걸치고 있었습니다.

정말 순간적으로 얼마나 기겁을 했는지 모릅니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그 때 그 뒷모습이 선명하게 기억이 나는데, 주변에 친척 분들이 모두 주무시고 계셨던 터라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자 두려움이 조금 사라졌습니다. 그리곤 도대체 저 사람은 어디서 왔을까 - 언제 왔을까 - 와 같은 묘연한 궁금증들이 머릿속을 채워 갔습니다. 

그래서 순간적으로 "누구세요?" 라는 말을 내뱉었는데 입은 움직이면서도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것입니다. 그 점이 더 당황스러웠습니다. 마치 불가사의한 힘이 제 입을 막아버린 것처럼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 혹시 내가 목소리를 내버리면 저 사람이 뒤를 돌아 나를 쳐다볼 것만 같은 공포가 서서히 떠오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아주 조심스럽게 자리에 바르게 누워 숨소리조차 제대로 못 내고 있는 상황에서 설마 내가 헛것을 본 것은 아니겠지 하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마당을 슬쩍 다시 쳐다보니 아직도 그 형체가 있었습니다.

다시 두 눈으로 확인을 해 버리고 나니 도저히 그 안방에 누워있지를 못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안방에서 탈출할 것을 결심하고 도둑이 슬금슬금 도망을 치듯 제 발 아래 문이 열려있던 주방으로 아주 천천히 기어서 빠져나갔습니다.

주방으로 빠져 나온 뒤 다시는 안방을 쳐다볼 생각도 안하고 어렵게 엄마의 옆자리를 비집고 들어가 누워 다시 잠을 청했습니다.

다행히도 바로 잠들 수 있었고 일어나니 아침이었습니다. 한창 제사를 모시기 위해 안방에 제사상이 차려 지고 있는 동안 주방이 시끄러웠던지라 잠이 금방 깨버렸는데, 일어나자마자 새벽일이 떠올라 소름이 전신에 끼쳐버렸습니다.

전 엄마와 아빠, 큰엄마들을 붙잡고 새벽에 있었던 일을 하소연 했지만 어르신들은 저의 장난이라고 생각하셨고, 그나마 긍정적으로 반응하신 분들은 제가 악몽 꿨다며 오히려 위로해주시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전 정말 두 눈으로 똑똑히 봤습니다.

다행히도 그 일이 있고나서 다음 시골에 내려왔을 때부터는 같은 일을 겪지 않았습니다. 현재 할아버지 댁에서 살고 있으면서도 그런 일은 없었는데, 문득 조상신께서 제사상을 받으러 오셨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이제와 한번 해보게 됩니다.

한 가지 좀 더 의문이 생겼다고 한다면 작년 겨울 날씨가 워낙 춥다보니 바깥바람이라도 막아서 기름 아껴 보시겠다던 할아버지께서 집 대청마루 바깥쪽에다가 바람막이로 새시 공사를 하셨는데요.

다시 날씨가 쌀쌀해 지는 요즘 그 것 때문에 작년 보다야 덜 춥게 살고는 있습니다만, 지금 생각해 보니 대청마루 기둥 옆에 계셨던 그 분이 이제 새시로 기둥 옆이 다 막혀버린 지금 계실 곳이 사라지게 되었다는 점이 생각났습니다.

계실 곳을 사라지게 해서 화가 나신건지, 그 분을 목격한 후로 집안에 안 좋은 일이 갑자기 많아졌던 게 생각나네요. 전 귀신이란 존재를 확실하게 있다고 믿는 사람인데 어쩌면 그 때 일을 계기로 믿게 된 것 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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