쥬라기공원 현실화? 1억2500만년 전 공룡 DNA 찾았다

[사이언스샷] 세포에서 DNA 엉켜 있는 염색질 확인, 해독은 아직 못해
공룡 연골세포를 염색한 모습. 보라색으로 염색된 부분이 세포핵이며 더 짙은 보라색의 선 모양은 DNA가 엉켜있는 염색질이다./Communications Biology
공룡 화석에서 DNA를 뽑아내 해독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과학자들이 1억년도 더 된 공룡 화석에서 DNA가 포함된 조직을 찾아냈다. 지금까지 165만 년 전 매머드의 DNA를 해독한 것이 최고(最古) 기록이었다.

중국 척추고생물학 고인류학연구소의 알리다 바이을 교수 연구진은 “중국 북동부 랴오닝성에서 발굴한 1억2500만 년 전 공룡 화석에서 세포핵이 들어있는 연골세포를 찾아냈다”고 지난 25일 네이처 자매지인 ‘커뮤니케이션 바이올로지’에 발표했다. 세포핵에서는 DNA가 들어있는 염색질과 유기분자 흔적도 발견됐다.

연구진이 발굴한 공룡은 ‘카우딥테릭스(Caudipteryx)’로, 중생대 백악기 전기(약 1억 3000만 년 전~1억 2000만 년 전)에 살았다. 몸길이는 1m 정도이며, 뒷다리 두 개로 걸었던 수각류(獸脚類) 공룡이다. 학명이 ‘꼬리 깃털’이란 의미대로 새처럼 깃과 꽁지가 있는 것이 특징이다.

중국 과학자들이 공룡 대퇴골에서 연골 조직(노란색 원)을 추출해 DNA가 포함된 염색질을 확인했다./Communications Biology
바이을 교수 연구진은 공룡의 대퇴골에서 골반 연골 조직을 추출했다. 오랜 세월 규산을 포함한 지하수가 깊이 스며들어 세포 조직이 이산화규소(실리카)로 치환된 상태였다. 이러한 규화(硅化) 덕분에 세포가 잘 보존될 수 있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연구진은 세포핵에 결합하는 헤마톡실린이라는 화학물질로 연골 세포를 염색했다. 그러자 한 세포에서 핵이 보라색으로 드러났다. 핵 안에는 그보다 더 짙은 보라색의 염색질도 선 모양으로 나타났다. 염색질은 DNA가 엉켜있는 부분이다. 공룡의 DNA를 눈으로 확인한 셈이다. 바이을 교수는 이미 지난해 미국 몬태나주에서 발굴한 공룡 연골 조직에서 세포핵과 생체분자를 찾아내 공룡 DNA 발견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공룡 화석에서 DNA가 포함된 부분이 확인되면서 영화의 상상력이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할리우드 영화 ‘쥬라기공원’에서는 공룡의 피를 빨다가 송진에 갇힌 모기에서 공룡 DNA를 추출했다. 이번 발견으로 앞으로는 실제 공룡 화석에서 직접 DNA를 추출해 해독하고, 심지어 영화처럼 공룡을 복제할 수 있다는 기대까지 나온다.

영화 '쥬라기공원'에서 호박 속에 갇힌 모기 화석에서 공룡의 피를 추출하는 모습./Universal
연구진은 DNA 해독을 하려면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처럼 오래된 화석의 DNA를 해독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DNA가 해독된 가장 오래된 동물은 매머드이다. 스웨덴 고유전학연구소의 러브 달렌 박사 연구진은 지난 2월 네이처에 “시베리아에서 발굴한 매머드 화석에서 165만~110만 년 전 DNA를 찾아내 해독했다”고 밝혔다. 그 전까지 가장 오래된 화석 DNA는 2013년 덴마크 코펜하겐대 연구진이 78만~56만 년 전 말에서 발견했다.

연구진은 이번 공룡 화석에서 건강한 세포와 함께 화석이 될 당시 이미 죽어가고 있던 세포도 발견했다. 바이을 교수는 “아마도 공룡이 죽기 전에 이미 세포가 죽어가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세포 사멸은 모든 동물에서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연구진은 화석화된 세포에서 특정 세포 주기를 확인하는 것은 고생물학의 새로운 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