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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

Double2021.12.13 23:27조회 수 384추천 수 3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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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파도에 홀린다는 말을 아시나요? 흔히 쓰는 말은 아니라 생소하실겁니다.


바닷가 근처에 오래 사신 어르신들이나, 낚시꾼 아저씨들이 주로 하시는 말씀인데요.


음기가 쎈 곳은 혼자 낚시를 갔다간 파도에 홀려 빠져죽는다는 말씀들을 하시며, 절대 혼자서는 낚시를 다니지말라고들 하십니다. 


이번에는 제가 파도에 홀렸던 경험을 이야기 해보려 합니다.


--


 저는 군대를 다녀온 직후, 반년간은 빡세게 놀아보자 생각했고 그 때 선택했던 취미가 바로 낚시였습니다.


주로 다녔던 곳은 부산 기장군의 해안가였고, 이번 이야기의 무대는 '오랑대'라고 불리는 일출 사진 촬영 명소입니다.


서울서 온 동갑내기 친구와 저는 밤새 낚시를 한 뒤 오랑대의 일출을 카메라에 담아보려 지하철을 타고 기장으로 길을 떠났습니다.


근처 대변항에서 밤샘 낚시를 하려 했으나 이틀 뒤의 태풍 예보의 영향인지 바람이 아주 강하더라구요.


너무 강한 바람에 낚시를 일찍 접고 새벽 3시경 오랑대로 향했습니다만 갑작스런 소낙비에 옷이 홀딱 젖어버렸고


추위에 벌벌떨고 있던 찰나, 오랑대 뒷편 해광사라는 절 쪽에서 나온 어르신 한 분이 이리오라 손짓을 하덥디다.


"느이는 뭔데 여서 이래 발발 떨고있노"


"아 일출을 좀 찍을라했는데 날씨가 장난 아이네예.."


"마 그럼 해 뜰 때 까지 이 안에서 좀 기다리라.. 낚싯대는 뭐고? 여서는 밤에 낚시하면 클난다, 알겠나?"


"아이고 감사합니다.. 조용히 있다가 가겠습니다."


대충 이런 대화를 나눴던 기억이 납니다. 


아무튼 어르신이 마련해주신 불단이 있는 작은 방에서 한시간 반 정도 눈을 부치다 밖을 나섰습니다.


몰아치던 비바람은 언제 그랬냐는듯이 싹 그치고, 수평선 너머로 희끗희끗 여명이 밝아오려는 기운이 느껴졌습니다.


제 친구는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으러 나섰고, 저는 위쪽 주차장에 있는 벤치에 앉아서 몰아치는 파도를 구경했습니다.


사진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저 날 바람이 엄청 강해서 파도가 사람은 쉽게 집어삼킬 정도로 높게 쳤거든요.


시원시원하게 치는 파도를 보니 속이 청량하게 뻥 뚫리는 느낌? 시원시원하더라구요.


그런데 밑을 가만 보니 일출 사진을 찍으러 간다던 친구가 파도치는 갯바위 한 가운데에 서있었습니다.


사진을 찍으려고 하는건가? 싶었는데 카메라도 삼발이도 없고, 위태위태하게 바다를 바라보며 서있더라구요.


세차게 치는 파도가 갯바위를 넘나들고, 세찬 파도에 친구의 옷은 홀딱 젖고 몸이 휘청거릴 정도였습니다.


분명 위험할거라 생각한 저는 " 마! ㅁㅁ야 니 거서 뭐하노! 마!!" 애타게 친구를 불렀습니다.


하지만 파도 소리가 너무 큰지, 제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 같더라구요. 다급해진 저는 주차장 쪽에서 길을 돌아가


갯바위쪽으로 재빠르게 달려갔습니다. 하지만 제가 도착했을 때에는 이미 친구는 갯바위에 없었습니다.


바다가 낯선 친구였기에, 무조건 물에 빠졌다싶어 파도치는 갯바위를 넘나들며 친구를 찾으러 갯바위 위를 뛰어다녔습니다.


하지만 가장 깊숙한 곳의 갯바위까지 나섰지만 친구는 흔적조차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 때 문득 '지금 물에 뛰어 들어가서라도 친구를 찾아야 되지 않을까? 나 때문에 친구가 물에 빠져 죽은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도 그럴게 파도치는 갯바위 위에 올라선 친구를 말리지 못했으니까요..


이미 온 몸은 파도에 홀딱 젖었고, 미끌미끌한 갯바위 위에 파도를 맞으며 아슬아슬하게 서있던 저는 결단을 내렸습니다. 


지금 물에 뛰어들어서 친구를 찾자! 하고요. 갯바위 가장자리에서 마음가짐을 다 잡고 물에 뛰어들려고 하던 그 때


갑자기 뒤에서 누군가가 제 이름을 어렴풋이 부르는게 들렸습니다.


간 밤에 비바람 피할 곳을 내어주신 어르신과 그 옆에 제 친구가 다급하게 저를 부르는 모양이었습니다.


어라? 친구는 갯바위에 있었는데? 파도에 홀딱 젖었어야 될 친구의 옷은, 멀리서 봐도 젖어있다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뭐고 이게.."


문득 주위를 둘러보니 갯바위엔 저 혼자뿐,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도 모를만큼 먼 곳 까지 와있었습니다.


몰아치는 파도에 몇 번이나 바다에 빠질뻔하면서 겨우겨우 갯바위를 빠져나온 저는 숨을 헐떡이며 친구에게 물었습니다.


"니 아까 저기 서있었다아이가? 옷도 홀딱 젖고? 니 근데 어떻게 여기있는데.. 내랑 엇갈렸나? 뭔데 도대체"


그러나 친구의 대답은 놀라웠습니다. 파도치는 바다가 무서워 갯바위 근처로도 간 적이 없다고 합니다.


주차장 구석에 사진 찍기 좋은 위치가 있어서 그 곳에서 사진을 찍다, 문득 바다를 보니 저 혼자 ***마냥


파도를 온 몸으로 맞아가며 바위를 뛰어다니고 있었다고 합니다. 아마 친구를 찾던 저의 모습이었겠죠.


그걸 보고 화들짝 놀란 친구는 그 길로 바로 저를 향해 다급하게 소리쳤고, 저는 그 소리를 듣고 정신을 차린거죠.


어르신은 옆에서 얘기를 듣더니 "니가 아무래도 파도에 홀맀는갑다" 하시며 쓴 웃음을 지어보이셨습니다.


그래도 누구 하나 다치지 않아서 다행이라며 다음부터는 바닷가 근처에선 정신 똑바로 차리라며 신신당부를 하셨습니다.


아직도 여전히 낚시도 가고, 서핑도 다니는 등 이전과 똑같이 지내고 있지만 가끔씩은 바다가 무섭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과연 그 날 갯바위에 서있었던건 누구일까요? 그리고 친구가 저를 불러주지 않았다면 저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아마 물 속에 뛰어들어 뉴스의 한 구석을 장식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출처  루리웹 뛰어다니는사람 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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