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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톨게이트 마지막

title: 메딕제임스오디2017.10.05 16:28조회 수 729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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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열고 나가는 재원이의 뒤를 따라가면

서, 나는 그 여자를 보고 동정심에 거짓말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제가 알아보겠습니다.

어떻게 될 지는 모르겠지만, 최선을 다해

도와드리겠습니다.

너무 기대는 마시고...

얘기 해주신 것 감사합니다......”

병실 문을 닫기 전에 마지막으로 그 여자를

돌아보았다. 사지가 결박되어있는 채로 처절

하게 몸부림치는 그 여자의 모습을 보니 이상

한 느낌마저 들었다.

어두침침하고 음산한 정신 병동 복도를 말

없이 걸어나오는데, 재원이가 말을 건넸다.

“저 여자 말 어때? 진짠 거 같아?”

“휴... 모르겠다, 모르겠어...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그래?

그런 내가 흥미로운 얘기를 들려줄게...

날 따라와.

저 여자를 담당하고 있는 선배 레지던트를

만나보자.”

재원이는 나를 데리고 정신과 레지던트 당

직실로 갔다.

거기에는 아까 재원이와 나를 병동으로 들어

가게 해 주었던 레지던트가 책을 읽고 있었다.

우리를 보더니 반갑게 맞아주면서, 그 여자

에 대한 얘기를 꺼냈다.

“일한씨라고 했죠?

어때요? 그 여자 얘기 들어보니깐...”

“잘 모르겠어요...

저도 이런 얘기는 그래도 많이 들어봤다고

생각하는데요...

다들 이런 얘기를 하는 사람들은 정상인 취

급을 받지 못하고 있었거든요...

솔직히 잘 구분 못하겠어요.

그 여자가 미친 것인지, 아니면 실제로 살

인을 하고 다니는 악령을 본 것인지...”

그 레지던트는 내 얘기를 듣더니, 빙그레 웃

으며 담담하게 얘기를 시작했다.

“사실 그 환자의 얘기만 듣고는 아무도 그

얘기의 진실성을 알 수가 없죠.

일한씨, 그런 얘기 들어봤어요? 진실의 양

면성이라는 것이요...

진실은 바라보는 사람에 따라 다른 모습을

지니고 있다는 얘기래요.

그 환자의 얘기도 그렇게 생각하면 될거예요.

지금까지 제가 그 환자를 치료하고 검진해

본 결과, 그 여자는 절대로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니예요. 진실만을 말하고 있죠...”

그 여자가 진실만을 얘기했다는 레지던트의

말은 나에게 더 큰 충격을 주었다.

“그렇다면... 그 여자가 사실을 말했다면...

그 여자가 본 것이 전부 사실이라는 거예요?”

당황한 나의 질문에 그 레지던트는 미묘한

표정을 지으면서 얘기를 계속했다.

“글쎄요...

그 환자가 진실을 얘기했지만, 사실을 얘기

하지 않았다고 해두는 것이 맞죠.

그 환자는 자기가 진실이라고 믿는 것을 얘

기했어요.

그런데 그 진실이 실제 일어났던 사실이라

고는 할 수 없는 것이죠.

그 환자가 이 병원에 이송되었을 때는 환자

의 입장이라기 보다는 살인 용의자로 왔어요.

사람을 난도질해 죽인 범인으로 병원에 왔

어요...”

나는 처음에는 레지던트의 말을 잘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레지던트의 친절한 설명은 나를 큰

충격에 몰아넣었다.

“일한씨도 그 환자로부터, 무덤에서 나왔다

는 살인자 얘기를 들었을 거예요. 그 살인자의

악령이 톨게이트를 돌아다니며 살인했다는 얘

기였죠?

그 환자는 입원 첫날부터 그 얘기를 되풀이

했어요.

하지만 그 환자를 이송한 경찰의 보고서는

다른 진실을 보여 주었어요.

그 보고서에 따르면, 그 환자가 얘기한 모든 

살인 사건은 바로 그 환자에 의해 저질러진

것이라는 것이였어요.

젊은 여자가 칼로 그 많은 사람을 난도질

해서 죽인 것이지요.

경찰은 사건이 진행됨에 따라 정황증거로

그 환자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수사를 집중

했다더군요.

그 환자가 받았다는 표에 묻었던 혈액은 다

름 아닌 그 환자의 피로 판명이 되었데요. 그

래서 그 날 그 지역 경찰이 아닌 담당 형사들

이 정산소에 온 것도 사실은 유력한 용의자였

던 그 환자를 감시하기 위해서였데요. 그러다

그런 끔찍한 일을 당했지만...

그리고 가장 결정적인 증거는 사건 현장에

서 발견된 칼에서도 그 여자의 지문이 채취되

었다는 거예요.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그 여자는 자기가 한

일을 전혀 기억못하고, 무덤에서 나온 살인자

가 모든 살인을 저질렀다고 주장하는 거예요.

검진 결과 그 여자는 정신질환자로 밝혀졌어요.

자기가 저지른 살인을 진짜로 기억못하고,

전부 자기가 굳게 믿고 있는 그 악령이 살인을

했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그렇게 믿고 있고...

아, 물론 약간에 의문은 있대요...

현장에서 태워진 채로 발견된 차는 도난차

량으로 발견되었대요.

그리고 타버린 시체의 신원은 밝혀내지 못

했대요.

경찰은 그 시체가 차를 훔쳐달아나다 죽음

을 당한 차량 절도범으로 결론 짓고, 신원파악

에 주력하고 있지만 아직도 오리무중이고요...

또 짧은 밤 시간에 그 환자가 그 먼거리를

왔다갔다 하며 살인을 저질렀다는 것도 약간

신빙성 없고요. 하지만 경찰 주장에 의하면 시

속 160킬로 정도로 달리면 살인하고 돌아올

수 있다더군요.

아무리 차가 없는 시간이라도, 심야 빗속을

그런 속도로 달렸다는 것이 좀 이상하긴 하지요...

그래도 가장 확실한 것은 그 여자였기 때문

에 살인범으로 체포했지만, 진술이 너무 황당

해서 정신감증을 의뢰했고...

결국은 정신질환자로 판명되어서 이 병원

에 있는 거예요...

이게 바로 그 환자가 말한 진실의 다른 면

이지요...”

나는 그 얘기를 듣고 혼란스러워 질 수 밖에

없었다.

그 여자가 사람을 몇 명이나 난도질해서 죽

인 살인자라니...

갑자기 의문이 머리에 스쳤다.

“그 여자가 진짜 살인범이라면 살인의 동기

는요?

아니면, 그렇게 무시무시하게 미치게 된 원

인은 도대체 뭐지요?”

“이 얘기를 들으면 다들 그런 의문을 갖게

되지요...

다 정신질환에 대한 잘못된 상식때문이예요...

모두들 정신병 하면, 뭔가 큰 충격이라던가

아니면 성장기에 겪은 비정상적인 일이 원인

이 되어 발병하는 것으로 생각하지요.

하지만, 아직 정신질환의 정확한 원인은 의

학계에서도 규명하지 못했습니다. 그런 개인

적 경험이 원인이 될 수도 있지만, 그것은 빙

산의 일각이고요...

쉽게 말하면, 이유없이 미친다는 것도 성립

될 수 있는 거예요.

멀쩡하던 사람이 자다가 이유없이 급사하

듯이, 정상인이 어느날 갑자기 미쳐버릴 수 있

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래서 성경에서는 미친 사람을 마귀 들렸

다고 표현하기도 했지요.

이 환자도 이유 없이 미쳐 버린 수많은 정

신질환자 중에 하나로 보는 것이 맞겠지요...”

나는 레지던트의 말을 듣고 한동안 아무 말

도 할 수 없었다. 받아들이기 어려운 사실이었

다. 나도 모르게 그 여자의 말을 믿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레지던트의 말이 휠씬 합

리적이고 논리적이라는 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귀신의 존재가 모든 것을 합리화시킬 수는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잠시 할말도 잊고, 찜찜한 채로 가만히 있었다.

당직실 안에는 침묵이 흘렀다.

갑자기 그 침묵을 깨는 끔찍한 비명소리가

복도 저편에서 아스라히 들렸다. 멀어서 그런

지 희미하게 들렸지만, 그 비명소리를 들으니

이상할 정도로 소름이 끼쳤다 그와 동시에 당

직실 전화가 요란하게 울렸다. 레지던트는 심

각한 표정으로 그 전화를 받았다.

“뭐라고요? 또 시작했다고요?

지금 제가 가보죠.”

전화를 끊고 레지던트는 다급하게 일어서며

멍해있는 나와 재원이에게 얘기했다.

“그 여자 환자가 또 발작을 시작했다더군요.

매일 밤 심한 발작을 해요.

정말 무서운 것이라도 본 것처럼...

지금 가 봐야하는데...”

더 이상 여기 있을 이유도 없어 우리도 자리

에서 일어났다. 같이 당직실을 나서는데 레지

던트는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이 얘기했다.

“사실 나도 그 환자의 얘기를 듣고 나름대

로 알아봤어요.

그 동네 보건의로 제 동기가 하나 가 있거

든요...

그런데 이상한 것은 그 환자가 말한대로 그

동네 묘지에서 시체를 한 구 못 찾았대요. 

그것도 그 환자 말대로 살인 전과자의...

그리고 좀 무서운 얘기가 하나 있어요.

국립과학 수사 연구원에 다니는 선배가 얘

기해 준건대요.

그 신원을 알 수 없다는 타버린 시체 있잖

아요?

그 시체가 부검실에서 감쪽같이 사라졌다

는 거예요.

부검하기 위해 시체를 옮겨 놓았는데, 밤

사이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

다는 거예요. 살아서 걸어나간 것처럼요...

국과수에서는 난리가 났더래요.

중요 피해자의 시체가 사라졌으니...

결국 용역회사의 착오로 화장된 것 아닌가

추측하고 종결지었다고 하더군요...

참 이상하지요...

그 환자 말대로 정말 그 시체가 살인마의

귀신이었을까요?...

잘 모르겠네요...”

그 얘기를 던지고 레지던트는 정신과 복도

저편으로 황급히 걸어갔다.

큰 충격을 받은 나는 멍하니 선 채로 음산한

정신과 복도 저편으로 사라져 가는 레지던트

의 뒷모습만 바라보고 있었다......


 

출처 짱공 **둥 님글



웡 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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