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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내 컴퓨터

title: 보노보노김스포츠2015.03.26 21:31조회 수 1021추천 수 2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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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시는 아침만 되면 서리가 내려앉고 쌀쌀한 바람이 계속 불어내리는 추운 가을이었습니다. 저는 고등학교에 올라가기 전에 쓰던 컴퓨터가 있었는데, 그 컴퓨터에 대한 이상한 기억이 있습니다. 연합고사를 치르고 원하던 고등학교에 들어가면서 컴퓨터를 새로 장만했으니 오래전 일이지요.

 중학교 3년을 함께한 그 컴퓨터는 꽤나 저가형의 조립식 컴퓨터였는데 성능은 형편없었으나 제 처지에 맞게 구매한 최초의 저만의 컴퓨터였습니다. 중학교에 들어와 처음으로 제게 컴퓨터가 생긴 것이지요. 처음 3개월 정도는 애지중지하게 쓴다고 썼지만 전 처음 컴퓨터를 다뤄 본거였고 관리법은 커녕 바이러스 검사의 필요성도 알지 못해 컴퓨터는 3년 만에 고물이 되어갔습니다.

그러던 중에 전 컴퓨터 쪽에 크게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친구에게 제 컴퓨터를 보여주는 일이 생깁니다. 때는 중3, 기말고사 시험기간이 다가와 학교 수업이 끝나고 남은 시간을 친구와 함께 제 방에서 과외 선생님을 불러다가 그룹 과외를 하게 된 것이 이야기의 시작 입니다.

 제 친구는 틈틈이 과외 중 쉬는 시간이나 과외 선생님이 오기 전에 제 컴퓨터에 매달려 인터넷을 하거나 간단히 컴퓨터 게임을 하기 좋아했는데. 그 기묘한 문제는 친구가 제 컴퓨터를 사용면서 생기게 되었습니다. 당시 제 컴퓨터는 심한 소음과 함께 어째서인지 사용 중에 간헐적인 끊김이 계속 되었습니다.

 제 컴퓨터를 사용하던 친구는 언제나 짜증을 내며 제 컴퓨터 흉을 봤고 그 날 또한 컴퓨터를 두드리면서 참지 못하고 한 마디 했습니다.

"내가 네 컴퓨터 좀 손 봐야겠다."

 친구가 제 컴퓨터를 대신 관리해보기로 마음먹은 것입니다. 친구는 기말고사가 끝나고 나서부터 본격적으로 과외 2시간 전부터 저희 집을 찾아오더니 컴퓨터를 여러 번 분해했다, 조립했다를 반복했습니다. 그러면서 친구는 항상 이상한 말을 하곤 했는데 컴퓨터에 문외한 이었던 저는 그게 무슨 소린지 도통 알 수 없었습니다.

첫 날은


"아, 뭐지? 뭐가 잡고 있나?"

 그렇게 말하면서 컴퓨터의 구석 구석을 살펴보는 것 처럼 보였습니다. 쿨러인지 뭔지를 가느다란 먼지들이 잡고 있다고요. 그렇게 말하더군요.

두 번째 날은


"어, 쿨러 안에 이게다 뭐야?"

 라고 말하면서 저한테 이상한 것을 보여줬습니다. 가느다란 실같았는데 솔직히 실보다 강아지나 동물 털 뭉치처럼 보였습니다. 그러나 역시 전 그게 뭔지 모르겠다면서 그저 시큰둥하게 반응했었죠.

세 번째 날은


"진짜 이상하다……."

 네, 그것은 컴퓨터를 모르는 제가 보기에도 정말 이상했습니다. 컴퓨터의 발열을 눈여겨 보면서 팬의 소음을 신경 쓰던 친구는 제 컴퓨터에 팬의 상태를 보여 줬는데 그것은 새까만 것들로 가득 메워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쿨러에 먼지가 제멋대로 달라붙었거니 생각한 친구였지만 둘째 날부터 문제가 생겼습니다. 친구가 컴퓨터를 옮겨 밖으로 나가 스프레이 먼지 제거제를 이용해 컴퓨터의 쿨러를 씻겨냈을 때였습니다.


 그런데 그 안에서 길다란 검은 실 같은 것들이 계속해서 흩날리는 게 아니겠습니까? 저는 그 모습을 꿀먹은 벙어리가 되어 바라볼 뿐이었습니다. 순간 그 길다란 것들의 가닥가닥을 붙잡아 자세히 보는데 갑자기 전신에 소름이 끼쳤습니다. 친구 또한 무섭다는 듯이 저를 마주 보았습니다. 그 가느다란 것들의 길이는 15cm로 꽤나 길었고 아무리봐도 그것은 머리카락 처럼 보였습니다.


 네, 머리카락이요. 저는 그 걸 양쪽으로 잡고 늘려보았는데 끊어지는 모양이나 느낌도 아무리 봐도 머리카락 이었습니다. 그 모발은 힘을 주지 않아도 금방 끊어 질 정도로 가늘었습니다. 순간 느낌이 꺼림칙하여 그걸 손에서 털어냈지만 여전히 등 뒤로 왠지모를 냉기가 흐르는 것 같았습니다.

 저희 집은 세 식구가 전부입니다. 저는 누나가 있지도 않고 장모[長毛]를 가진 동물을 키우지 않았습니다. 네 외동아들이지요. 그런 기다란 머리를 가진 사람은 저희 집에 없습니다. 어떻게 들어간 건지도 모를 머리카락이 컴퓨터 쿨러에서 계속해서 나왔습니다.

그 이상한 것을 보고 난 뒤 친구는 팬을 버려야겠다면서 자신이 쓰던 헌 팬을 제 방으로 가져 왔던 것 같습니다. 팬을 갈아 끼우면서도 친구는 사뭇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너 임마, 이게 뭔지 아는거 없냐?"

저는 하얗게 질린 채로 대꾸도 못한 채 고개만 저었습니다. 그래도 정말 제가 뭔가 잘못한 게 있지는 않을까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저는 아무런 짓도 하지 않았다는 결론에 닿아서야 눈을 퍼뜩 치켜뜨고 친구에게 짜증을 낼 수 있었습니다.

‘미친! 컴퓨터에 뭐가 이상하다는 거야! 지금까지 난 컴퓨터 잘 써왔거든?‘

 그렇게 짜증을 내면서 괜히 멀쩡한 컴퓨터를 이상하게 만든 것이 친구 탓인 냥 그 애에게 짜증을 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마음에 걸리는 것은 하나 쯤 있기 마련이지요. 네, 저는 자기 전에 컴퓨터를 켜놓고 자는 버릇이 있었습니다. 온라인 게임이 한창 유행일 때가 있었는데 그 당시에 저는 온라인 게임을 밤새 하다가 늦게 잠들었었습니다.

 친구가 컴퓨터를 쿨러를 바꿔놓고 나서 저는 그날 밤 온라인 게임도 못하고 대신에 밤새 핸드폰을 가지고 게임을 하다가 잠들었습니다. 밤새 그렇게 괜히 컴퓨터가 신경쓰여 자다 깨길 반복했고, 그때 마다 핸드폰 게임을 했지요. 전 제대로 잠을 못자서 다음날 아침에는 코피를 세면대 한 가득 쏟았고요. 그 때문에 더욱더 신경이 예민해지고 말았습니다.

 친구는 바로 다음날 저에게 전화하여 컴퓨터에 이상이 없냐고 물었습니다. 아직 손볼 곳이 많다는 것이 친구의 의견이었지만, 저는 벌써부터 컴퓨터를 바꿔야겠다고 마음먹고 있었습니다.


친구가 컴퓨터를 또 만져보고 간 날.

 저는 밤늦게 잠에서 깨고 말았습니다. 하필이면 그날따라 악몽에 시달리면서 새벽녘 가장 어두울 때에 눈이 떠진 것이었지요. 저는 두려움을 잊기 위해 방의 불을 켜고 침대에 누웠습니다. 그러나 딱히 할일이 없었던 전 약간 따분해지고 마음이 진정된 김에 컴퓨터를 켜게 되었습니다.

 그날따라 하고 싶었던 온라인 게임이 왜 이렇게 간절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게임을 켜놓고 다시금 방에 불을 끈 뒤에 열심히 캐릭터 육성이 집중하게 되었습니다. 주요 사냥터라던가 새로운 게임의 정보를 찾으면서 오래되고 낡은 제 컴퓨터를 만족하며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온라인 게임은 아름다운 배경음이 흘러나오며 제 마음을 진정시켜주었습니다.

그러다가 피곤에 지쳐 잠이 들었는데...


 제가 침대에 누워 있을 때 였습니다. 정말 또렷하게 들리는 자판소리였습니다. 연신 컴퓨터 자판을 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저는 순간 너무 놀라서 눈을 번쩍 뜨고 말았는데, 제가 누운 침대 옆으로 제 컴퓨터 책상에 누군가 앉아 있었습니다. 컴퓨터 켜져있고, 모니터로는 제가 즐겨하던 게임의 모습이 모였습니다. 전 아무말도 못하고 바들바들 떨면서 그 모습을 보고만 있었는데...

 순간, 그 낯선 사람이 저를 돌아보았습니다. 몸뚱아리는 정면을 유지한 채 스르륵 고개만 돌려서 저를 바라보는 것 이었습니다. 사실 그렇게 목이 돌아 갈 수 없을텐데, 거의 120도가 넘게 돌아간 것 같았습니다. 그 낯선 사람은 여자였습니다. 팔자 주름이 짙고 눈은 흰 바둑알 처럼 하얀색이었습니다. 곧 그녀는 입 귀 끝에 닿을 것처럼 벌려 보이면서 저를 향해 활짝 웃어보였습니다.


 그러면서 자판 위에 올려져있는 손만은 계속 멈추지 않았는데 오히려 그 자판에 올려진 손은 더욱 속도가 빨라져 무슨 글인가 계속 해서 미친듯이 쳐대고 있었습니다. 정말 손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탁 타닥 탁 타닥 타닥 탁 탁 타닥 탁 타닥 타닥 탁 탁 타닥 탁 타닥 타닥 탁 탁 타닥 탁 타닥 타닥 탁 탁 타닥 탁 타닥 타닥 탁 탁 타닥 탁 타닥 타닥 탁 탁 타닥 탁 타닥 타닥 탁 탁 타닥 탁 타닥 타닥 탁 탁 타닥 탁 타닥 타닥 탁 탁 타닥 탁 타닥 타닥 탁 탁 타닥 탁 타닥 타닥 탁탁 타닥 탁 타닥 타닥 탁탁 타닥 탁 타닥 타닥 탁탁 타닥 탁 타닥 타닥 탁탁 타닥 탁 타닥 타닥 탁탁 타닥 탁 타닥 타닥 탁탁 타닥 탁 타닥 타닥 탁탁 타닥 탁 타닥 타닥 탁탁 타닥 탁 타닥 타닥 탁탁 타닥 탁 타닥 타닥 탁탁 타닥 탁 타닥 타닥 탁탁 타닥 탁 타닥 타닥 탁탁 타닥 탁 타닥 타닥 탁탁 타닥 탁 타닥 타닥 탁탁 타닥 탁 타닥 타닥 탁탁 타닥 탁 타닥 타닥 탁탁 타닥 탁 타닥 타닥 탁탁 타닥 탁 타닥 타닥 탁탁 타닥 탁 타닥 타닥 탁탁 타닥 탁 타닥 타닥 탁탁 타닥 탁 타닥 타닥 탁탁 타닥 탁 타닥 타닥 탁


 전 비명을 지르다가 잠에서 깼고 무서움에 못이겨 불을 켜놓고 밤새 두려움에 떨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날 뒤 저는 오래된 그 컴퓨터를 바로 버리겠다면서 부모님께 때를 썼고 마침내 그 컴퓨터를 제 방에서 치워버렸습니다. 그날부터 전 늦은 시간까지 컴퓨터를 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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