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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의 비상계단

앙기모찌주는나무2018.03.08 10:14조회 수 693추천 수 1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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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이야기입니다.

 

나는 지방 종합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고 있었습니다.

 

그 날은 야근을 하게 되어, 병실 불을 끌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소등 전에는 병실 뿐 아니라 병동 전체를 돌아보고 점검하는 게 규칙입니다.

 

병동 전체라고는 해도 실제 점검하는 건 작은 면담실과 엘리베이터 홀, 회의실, 당직실, 비상계단 정도지만요.

 

그 때까지 점검 도중 별다른 이상이 있던 적도 없었습니다.

 

 

 

일부러 돌아보는 게 귀찮게 느껴질 정도였으니까요.

 

하지만 일단 규정이니, 그 날도 재빨리 돌아볼 생각이었습니다.

 

비상계단을 점검하는데, 계단과 계단 사이 층계참에 웬 아이가 등을 보인 채 서 있었습니다.

 

 

 

세 살 정도 되어보이는 야윈 아이가, 환자복을 입고 링겔대를 옆에 세운 채 가만히 있는 것이었습니다.

 

링겔대에는 링겔 봉투가 매달려 있고, 시린지 펌프도 달려 있었습니다.

 

어느 병원이던 그렇겠지만, 그 비상계단은 워낙에 인적이 뜸한 곳이라 나는 깜짝 놀랐습니다.

 

 

 

게다가 아이는 창문 하나 없는 벽을 보고 그저 서 있을 뿐입니다.

 

하지만 그 때는 별달리 무섭다는 생각도 없었고, 곧 소등시간인데 여기서 뭐하는 걸까 하는 정도 뿐이었습니다.

 

나는 계단 위에서 아이를 향해 말을 걸었습니다.

 

 

 

[뭐하고 있니? 이제 곧 소등 시간이야.]

 

[...]

 

말을 걸었지만 아무 반응이 없었습니다.

 

 

 

혹시 미아인가?

 

병실에서 도망쳐 나오기라도 했나?

 

데리고 소아과 병동으로 가야하나 나는 잠시 고민했습니다.

 

 

 

[방이 어디니? 빨리 안 돌아가면...] 하고 계속 말을 걸고 있을 무렵이었습니다.

 

간호사마다 한 대씩 지급되는 PHS가 울렸습니다.

 

선배가 도와달라고 전화를 건 것이었습니다.

 

 

 

나는 그 아이를 소아과 병동에 데려가는 건 포기하고, [어서 방으로 돌아가렴.] 이라는 말만 남긴 채 그 자리에서 벗어났습니다.

 

그리고 소등 전 이런저런 잡무를 마친 후, 간신히 소등을 하고 휴게실에서 한숨 돌릴 무렵이었습니다.

 

비상계단에 있던 아이가 떠올랐습니다.

 

 

 

그 아이는 제대로 방으로 돌아간걸까?

 

잠깐 비상계단 쪽을 보고 오겠다고 말하자, 선배는 [왜?] 라고 물었습니다.

 

나는 그 아이에 관해 이야기했습니다.

 

 

 

그러자 선배는 [그만 둬.] 라고 말했습니다.

 

[그 아이, 혼자 링겔대를 들고 계단을 오를 수 있는 아이였니?]

 

깜짝 놀랐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무리였습니다.

 

세 살 정도 되어 보이는 키에, 비쩍 마른 아이였으니까요.

 

링겔대에 의지해 걸을 수는 있겠지만, 그걸 들어올려 층계참까지 올라올 수 있을리가 없었습니다.

 

 

 

게다가 기계장치까지 붙은 무거운 링겔대입니다.

 

선배는 할 말을 잃은 내게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말했습니다.

 

[혹시 부모가 함께 와서 링겔대를 가져다 줬을지도 모르지. 그러면 보호자가 곁에 있었다는 소리니까 굳이 우리가 갈 필요 없어. 만약 그렇지 않다면... 더더욱 가지 않는 편이 낫겠고.]

 

 

 

부모가 곁에 있었다고?

 

그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하지만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소등 직전, 세살 정도 아이를 일부러 층계참에 데려온 후 곁을 떠나는 부모가 있을까요?

 

게다가 잘 생각해보면 소아과 병동은 내가 아이를 본 곳에서 네 층 밑에 있었습니다.

 

나는 컴퓨터로 소아과 입원 환자들을 확인해 봤습니다.

 

 

 

그 날은 연휴 직전이었기에, 외박 환자가 많아 소아과 병동은 대부분 비어 있었습니다.

 

외박을 하지 않은 5세 이하 환자는 고작 몇사람 뿐이었습니다.

 

개인실에 입원해 인공 호흡기로 연명하고 있는 아이, 휠체어에 의지해야 하는 아이, 2시간 전에 수술을 마쳐 회복 중인 아이...

 

 

 

아까 내가 봤던 아이 같은 환자는 없었습니다.

 

그럼 그 아이는 설마...

 

그렇게 생각하고 있자, 선배는 뒤에서 모니터를 쓱 들여다보고는 [이제 납득하렴.] 하고 씩 웃었습니다.

 

 

 

[이 정도는 익숙해져야지. 나는 죽은 환자한테 귀걸이를 뺏긴 적도 있었다니까.]

 

선배는 단발의 머리카락 속에 숨겨져 있던 귀를 드러내 보여줬습니다.

 

귓볼에 한 번 찢어졌다 들러붙은 것 같은 흉터 자국이 남아 있었습니다.

 

 

 

선배가 이전에 죽은 환자에게 수의를 입히고 분칠을 해주던 도중, 문득 뒤를 돌아봤었다고 합니다.

 

그 순간 귀에서 엄청난 통증을 느꼈습니다.

 

귀가 찢어졌던거죠.

 

 

 

귀에 달고 있던 귀걸이가 없어진 후였다고 합니다.

 

나중에 찾고보니, 귀걸이는 죽은 환자가 가슴 위에 포갠 손 사이에 들어 있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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