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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의사가 본 최악의 자살법

앙기모찌주는나무2018.03.08 10:24조회 수 7163추천 수 2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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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오전이었다. 그날 나는 전공의 2년차로 응급실 당직 근무를 섰다. 유난히 하늘은 맑았다.
응급실 정문을 통해 들어오는 산홋빛 푸른 봄바람이 내 몸의 피곤을 풀어주었다.


갑자기 전쟁 같은 하루를 알리는 구급차의 요란한 소리와 함께 어린 여자 아이 세 명이 들어왔다.
여섯 살, 세 살, 육 개월. 세 자매였다. 입술 주위가 파랗게 변했고, 입 안은 모두 헐어 있었다.

아이들은 고통에 울부짖었다. 아이들 입을 통해 나오는 역한 냄새가 매우 낯익었다.
얼마 후 서른여덟 살의 젊은 남자가 구급차에 실려 왔다. 역시 같은 냄새였다.

그라목손이라는 농약 음독이었다. 가정 불화로 부인이 가출한 뒤,
이를 비관한 아버지가 세 딸에게 그라목손을 먹이고 자신도 뒤따라 마신 뒤,
119대원에게 실려 온 거다. 삶이 녹록지 않았나 보다.

그날 난 의사로서의 의무감, 책임감과 그 아버지를 향한 모멸감 사이에서 많은 갈등을 겪었다.
그라목손 음독은 워낙 치사율이 높으며, 마신 양과 소변 검사를 통해 보았을 때
아이들과 아버지 모두 생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예상했다.

그러나 난 의사였기 때문에 어린 자식들까지 끝없는 고통 속으로 몰아넣은
그 아버지를 살릴 방법을 찾기 위해 애써야 했다.

얼마 가지 않아 아이들 모두 생을 마감했고, 아버지는 며칠 후 힘든 삶을 끝냈다.
지금 생각해도 내 의사 생활 중 몇 안 되는 고통스런 순간이다.

농번기가 시작되면 그라목손 음독으로 많은 환자가 병원에 온다. 거의 모두 자살목적으로 마신 것이다.

그라목손이라 불리는 파라쿼트는 제초제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것으로, 농가에서 널리 쓰이고 있다.
파라쿼트는 산화 과정을 통해서 인체 내에 독성을 나타낸다.

음독 후 수 분에서 수 시간 내에 구강 내 타는 듯한 느낌이 나타나며,
48시간 내에 입술, 혀, 인두에 궤양이 나타난다.

또한, 식도 궤양이 발생하며 이는 식도 천공까지로 진행할 수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비가역적인 폐 섬유화를 일으키는 데,
이는 산화 과정을 통해 독성을 나타내는 파라쿼트가 체내에서
산소 이용도가 가장 높은 폐에 밀집되기 때문이다.

또한, 파라쿼트는 주로 신장을 통해 배설되기 때문에 음독 후 24시간 이내에
신 세뇨관 괴사를 일으킬 수 있다.

이처럼 파라쿼트는 음독 후 짧은 시간 내에 다장기 부전을 유발하여
사망에 이르게 하는 치명적인 제초제이다.

그라목손이 정말 무서운 건 이렇게 몸이 죽어가는 와중에, 마지막까지 정신은 거의 멀쩡하다는 거다.

응급실에 환자가 오면 보통은 문진과 검사를 하고,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현재의 상태 및 향후 치료 계획에 대해서 설명을 한다.
그러나 그라목손 음독의 경우에는 언제나 결론부터 설명한다.

“ 마음의 준비를 하십시오.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최선을 다해보겠지만 소생 가능성은 별로 없습니다.”

참 괴로운 순간이다. 고통에 울부짖는 환자, 그 옆에 얼굴이 하얗게 질린 보호자에게
전달할 수 있는 희망의 메시지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며칠 전 오래 알고 지내던 할아버지 한 분이 부인과 크게 다투고 그라목손을 마신 후 유명을 달리하셨다.
칠십 평생, 굴곡진 삶을 참 잘 견뎌 오시다가 그렇게 생을 마감하셨다는 게 안타까워
스산한 마음이 잘 접어지지 않아 몇 자 적어본다.

추1) 자살을 염두에 두고 마셨더라도, 막상 마지막 순간에 후회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추2) 다른 나라에선 그라목손 판매를 금지하거나, 농도를 얕게 희석시킨 제품만 판매를
허가하기도 한다는데, 우리나라도 정부 차원에서의 대책이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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