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덤게시물 단축키 : [F2]유머랜덤 [F4]공포랜덤 [F8]전체랜덤 [F9]찐한짤랜덤

혐오

의사가 본 최악의 자살법

금강촹퐈2018.07.21 01:32조회 수 1774댓글 0

  • 1
    • 글자 크기


17032248_41.jpg 의사가 본 최악의 자살법

 

토요일 오전이었다. 그날 나는 전공의 2년차로 응급실 당직 근무를 섰다. 유난히 하늘은 맑았다.
응급실 정문을 통해 들어오는 산홋빛 푸른 봄바람이 내 몸의 피곤을 풀어주었다.


갑자기 전쟁 같은 하루를 알리는 구급차의 요란한 소리와 함께 어린 여자 아이 세 명이 들어왔다.
여섯 살, 세 살, 육 개월. 세 자매였다. 입술 주위가 파랗게 변했고, 입 안은 모두 헐어 있었다.

아이들은 고통에 울부짖었다. 아이들 입을 통해 나오는 역한 냄새가 매우 낯익었다.
얼마 후 서른여덟 살의 젊은 남자가 구급차에 실려 왔다. 역시 같은 냄새였다.

그라목손이라는 농약 음독이었다. 가정 불화로 부인이 가출한 뒤,
이를 비관한 아버지가 세 딸에게 그라목손을 먹이고 자신도 뒤따라 마신 뒤,
119대원에게 실려 온 거다. 삶이 녹록지 않았나 보다.

그날 난 의사로서의 의무감, 책임감과 그 아버지를 향한 모멸감 사이에서 많은 갈등을 겪었다.
그라목손 음독은 워낙 치사율이 높으며, 마신 양과 소변 검사를 통해 보았을 때
아이들과 아버지 모두 생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예상했다.

그러나 난 의사였기 때문에 어린 자식들까지 끝없는 고통 속으로 몰아넣은
그 아버지를 살릴 방법을 찾기 위해 애써야 했다.

얼마 가지 않아 아이들 모두 생을 마감했고, 아버지는 며칠 후 힘든 삶을 끝냈다.
지금 생각해도 내 의사 생활 중 몇 안 되는 고통스런 순간이다.

농번기가 시작되면 그라목손 음독으로 많은 환자가 병원에 온다. 거의 모두 자살목적으로 마신 것이다.

그라목손이라 불리는 파라쿼트는 제초제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것으로, 농가에서 널리 쓰이고 있다.
파라쿼트는 산화 과정을 통해서 인체 내에 독성을 나타낸다.

음독 후 수 분에서 수 시간 내에 구강 내 타는 듯한 느낌이 나타나며,
48시간 내에 입술, 혀, 인두에 궤양이 나타난다.

또한, 식도 궤양이 발생하며 이는 식도 천공까지로 진행할 수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비가역적인 폐 섬유화를 일으키는 데,
이는 산화 과정을 통해 독성을 나타내는 파라쿼트가 체내에서
산소 이용도가 가장 높은 폐에 밀집되기 때문이다.

또한, 파라쿼트는 주로 신장을 통해 배설되기 때문에 음독 후 24시간 이내에
신 세뇨관 괴사를 일으킬 수 있다.

이처럼 파라쿼트는 음독 후 짧은 시간 내에 다장기 부전을 유발하여
사망에 이르게 하는 치명적인 제초제이다.

그라목손이 정말 무서운 건 이렇게 몸이 죽어가는 와중에, 마지막까지 정신은 거의 멀쩡하다는 거다.

응급실에 환자가 오면 보통은 문진과 검사를 하고,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현재의 상태 및 향후 치료 계획에 대해서 설명을 한다.
그러나 그라목손 음독의 경우에는 언제나 결론부터 설명한다.

“ 마음의 준비를 하십시오.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최선을 다해보겠지만 소생 가능성은 별로 없습니다.”

참 괴로운 순간이다. 고통에 울부짖는 환자, 그 옆에 얼굴이 하얗게 질린 보호자에게
전달할 수 있는 희망의 메시지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며칠 전 오래 알고 지내던 할아버지 한 분이 부인과 크게 다투고 그라목손을 마신 후 유명을 달리하셨다.
칠십 평생, 굴곡진 삶을 참 잘 견뎌 오시다가 그렇게 생을 마감하셨다는 게 안타까워
스산한 마음이 잘 접어지지 않아 몇 자 적어본다

 


  • 1
    • 글자 크기
댓글 0

댓글 달기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조회 수 추천 수
10030 실화 김중사이야기3 아리가리똥 1771 1
10029 실화 나 그냥 눈팅종자인데 귀신보는친구이야기보고 무당집 알바했던 썰 풀어본다. title: 연예인1오바쟁이 1770 0
10028 기묘한 은혜갚은 여우 이야기1 아리가리똥 1770 1
10027 실화 3시간 전에 군대있는 후배한테 전화가 왔습니다...3 title: 이뻥아이돌공작 1770 2
10026 2CH [ 2ch 괴담 ] 이상한 유흥업소3 title: 토낑도나짜응 1770 2
10025 미스테리 [미스테리] 인디고 아이들 1 미숫테리 1770 0
10024 실화 옛날 옛적에 : 귀신의 장난 4부 title: 아이돌의젖홍길동 1769 0
10023 실화 4호선 타고가다가 실제로 겪었던 일이야.2 title: 고양이3전이만갑오개혁 1769 6
10022 실화 후배와 함께 겪은 귀신 이야기1 title: 아이돌의젖홍길동 1769 0
10021 실화 모텔 괴담1 title: 투츠키7엉덩일흔드록봐 1769 2
10020 미스테리 미스테리 뉴질랜드 엄청난 크기 고래 발견 1 하이모발모발 1769 0
10019 전설/설화 러프크래프트의 크툴루 신화에서의 신들을 알아보자 와우장인 1769 0
10018 실화 불운의 고속버스-실화 100%2 title: 연예인13라면먹고갈래? 1769 1
10017 2CH [ 2CH ] 원양어선3 title: 연예인1오바쟁이 1769 2
10016 실화 교통사고 사망 목격담...3 title: 연예인1오바쟁이 1769 2
10015 실화 내가 아는 언니 이야기 title: 하트햄찌녀 1768 0
10014 실화 귀신이 정말로 있을 수도 있다고 믿게끔 한 영매 친구 이야기(스압)1 title: 양포켓몬자연보호 1768 1
10013 미스테리 네이버 질문자들의 생사가 미스테리 아리가리똥 1768 1
10012 사건/사고 중국 학폭 가해자 의문의 사망 사건3 title: 하트햄찌녀 1767 1
10011 기묘한 스폐인 최악의 흉가 코르티호 후라도2 title: 고양이3전이만갑오개혁 1767 1
첨부 (1)
4817c7dd3ada0565517c3995c0f39a5a.jpg
85.0KB / Download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