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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꿈 속의 버스

title: 풍산개안동참품생고기2015.05.03 16:21조회 수 1030추천 수 1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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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년 전의 일입니다.


꿈속에서 저는 어떤 거리에 서있었습니다.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계속해서 기다리고 있었죠. 그런데 너무 기다려서 짜증이 날 정도였습니다. 날은 너무 어둡다 못해 음침할 정도였고 지나가는 사람들도 보기 힘든 곳이었습니다. 그런데 전 이상하게도 그 곳이 낯설지가 않았습니다. 


지금은 시흥 시에 살지만 그 전에 안양에서 20년을 살았기 때문에, 길치인 저라도 안양에 무엇이 있는지는 다 알고 있습니다.


네, 꿈 속의 그 곳은 제가 그 20년 동안 지내던 안양이었습니다. 그런데 꿈속에 있던 그 고향은 너무 달라보였습니다. 제가 이사 오기 전까지만 해도 없던 간판과 건물이 있었고, 특히나 제가 눈여겨 본 것은 바로 앞에 술집이었습니다. 반 지하에, 검은 간판 그리고 화려한 네온사인. 


별 거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원래 별 것도 아닌 거 유심히 보는 버릇이 있어 또 그 버릇이 도졌나보다라고 생각했죠. 


한참 뒤에 멀리서 버스가 오는 것이 보였습니다. 그런데 버스가 좀 이상했습니다. 하늘색 페인트 한 줄이 버스 한 가운데를 가로로 그리고 있는 그 버스는 일반 버스가 맞나, 의심스러웠습니다.


이상한 점은 그것뿐만이 아니었습니다. 그 버스는 라이트도 켜지 않은 상태였으며 버스 안이 어찌나 어두운지 운전사가 보이지도 않았습니다. 게다가 버스 번호는 ...없었습니다. 그 파란색 줄 빼고는 전체가 다 하얀 색이었습니다.


[저래서 어떻게 운전을 한다는 건지... 왠지 타기가 꺼림직하네]


정말 기분 묘했습니다. 난생 처음 그렇게 기분 나쁘게 생긴 버스는 처음이었죠. 그런데 그 버스는 아주 천천히... 아주 천천히... 제 앞으로 오고 있었습니다.


제 앞에 도착한 버스. 버스의 문이 열렸습니다. 전 타기에 앞서 그 운전수를 보고 싶어 고개를 빼꼼히 내밀고 쳐다봤습니다. 그런데 보이지 않았습니다. 없었다는 건 아니고, 얼마나 캄캄한지 볼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 어디서 그 많은 사람들이 그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인지.... 


수많은 사람들이 제 뒤에서 달려들더니 앞 다퉈 타는 것이었습니다. 전 밀리지 않으려고 애를 썼죠. 다행히 저는 그 버스 속으로 밀리지 않았습니다. 


저는 타기가 싫었습니다. 그 버스 행선지를 알 수도 없었고, 어둠을 무서워하지 않는 저였지만 왠일인지 그 컴컴한 버스가 너무 무서웠습니다. 한참 동안 내가 타기를 기다렸던 버스는 저를 포기했는지, 문을 닫자마자 엄청난 속도로 내달리기 시작했습니다. 


다음 버스는 언제 올까라는 생각에, 그냥 탈 걸 그랬다하는 후회를 하며 마냥 기다리다가 잠에서 깼습니다.


2.

여기까지는 꿈 얘기입니다. 


그런데 제가 이 꿈을 생각할 때마다 소름끼치는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그 꿈을 꾼 지, 사흘 뒤의 일입니다. 그날 오후 어머니가 제게 오시더니.


[우리가 살던 안양 있잖니? 예전에 그 근처 술집에서 살인사건이 났다던데 그 범인이 잡혔다더라]


라고 말씀하시는 거였습니다. 제가 이사 오기 전 까지만 해도 그 동네에는 술집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맨 술집? 갑자기 꿈속에 유심히 봤던 그 술집이 떠올랐습니다. 


나도 이상해서 물었습니다. 어머니가 말씀하시는 그 술집.


제가 꿈에서 본 술집과 똑같았습니다. 가게 위치, 반지 하에 검은 간판. 네온사인. 그리고 버스정류장 바로 앞에 있다는 것까지.... 하지만 전 그 술집을 직접 본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살인사건은 그 술집에서 일어났다는 겁니다. 제가 그 꿈을 꾼 날과 그 살인 사건이 일어난 날도 똑같았습니다. 아직 전 그 술집을 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보고 싶지 않습니다. 


정말 제가 꿈속에서 본 가게가 그 가게라면...


그리고 또 한 가지. 


제가 그 버스를 탔다면, 전 어떻게 되었을까요?


[투고] 심심풀이 땅콩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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