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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스크롤김) 우로보로스

title: 보노보노김스포츠2015.05.10 09:02조회 수 756추천 수 1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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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떠 보니 온통 하얀색으로 가득한 방 안에 있었다.


나는 분명 집에 와서 내 방에서 잠을 자고 있었는데, 어째서 이런 곳에 있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불평을 내며 일어나니 방 어디선가 스피커 소리가 들려왔다.


『○○○ 환자님, 다음 방으로 들어가 주세요.』


그러고 보니 나는 환자복을 입고 있다. 그 환자가 '나'라는 것인가?


『○○○ 환자님, 다음 방으로 들어가 주세요.』


다음 방으로 들어가라고? 그러고 보니 내 눈 앞에 라고 새겨진 문이 있었다.


『○○○ 환자님, 다음 방으로 들어가 주세요.』


쳇, 알았어! 시키는대로 하면 될 거 아냐?!


나는 문을 열며 들어가는 척 하면서 얼른 몸을 뒤로 빼냈다.


어떤 영화에서처럼 함부로 다른 방에 몸을 내밀었다가 끔찍한 봉변을 당하는 영화 속 인물이 되고 싶지 않아서였다.


하지만 왠걸...


문 너머의 방은 내가 있는 곳과 똑같은 흰색의 방이었다.


『○○○ 환자님, 다음 방으로 들어가 주세요.』

이 방송이 계속 나오는 것으로 보니, 아무래도 저 방에는 함정이 없다는 뜻인 것 같았다.

나는 걱정 반, 의심 반을 내며 다음 방으로 들어갔다.

『○○○ 환자님, 방 한가운데에 서 주시기 바랍니다.』

방 한 가운데에 서라고?

그러고 보니 방 한가운데에는 서 있어야 할 위치가 뚜렷하게 보였다.

아하, 저기 서야 나를 인식하고 다음 방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건가?

나는 그 지점을 향해 걸어갔다.

'서삭!'

음, 뭐지? 뭔가 '사삭!'하는 소리가.....

'쿵!'

나는 앞으로 고꾸라졌다. 입 다물고 있었기에 망정이지, 하마터면 혀를 깨물 뻔 했다.

아이 씨... 뭐야, 갑자기! 사람 놀래키고...!

나는 투덜거리며 다시 일어서려고 했다. 그런데......

'어?!'

없다......


있어야 할 오른발이 사라졌다...

뼈나 피는 커녕, 마치 지우개로 지운 듯이 깨끗하게 사라져 있었다.

오른발이 사라지니 제대로 일어나는게 힘들었다.

간신히 일어나 한 발로 깽깽이를 하며 겨우 방 한가운데 지점에 섰다.

방송이 울렸다.

『○○○ 환자님의 인식이 완료 되었습니다. 다음 방으로 들어가 주세요.』

장난해? 발 한쪽이 없어졌는데 어떻게 다음 방으로 가란 말이야?!

나는 방 한가운데서 외쳤지만, 돌아오는 소리는 묵묵부답의 스피커 소리 뿐이었다.

『○○○ 환자님, 다음 방으로 들어가 주세요.』


나는 별 수 없이 깽깽이를 하며 라는 단어가 새겨진 문을 열어 다음 방으로 들어갔다.


다음 방도 이번 방처럼 하얀색이다. 그리고 들려오는 스피커 목소리.


『○○○ 환자님, 방 한가운데에 서 주시기 바랍니다.』


나는 몸이 불편해서 짜증났지만 다음 방으로 가기 위해선 별 수 없었다.


나는 불평을 느끼며 한 가운데 지점으로 깽깽이로 걸어갔다.


'사삭!'


'사삭!'이란 소리와 함께 나는 다시 앞으로 고꾸라졌다.


어우 아파!!


이번엔 하마터면 코를 박을 뻔 했다.


아이 씨 또 장난 치지마라고! 왜 또 장난ㅊ....


잠깐만 이 소리는...!


'설마'와 함께 공포가 찾아왔다.


나는 침을 삼키며 몸을 뒤집었다. 그러고 나서 나느 다리 쪽을 보았다.



이번엔 왼발이 사라졌다.


사라진 오른발처럼, 누군가가 지우개를 사용한 것처럼 깔끔하게 사라졌다.


『○○○ 환자님,방 한가운데에 서 주시기 바랍니다.』


젠장,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지?


나는 어떻게든 몸을 기어 방 한 가운데 지점에 있었다.


『○○○ 환자님의 인식이 완료 되었습니다. 다음 방으로 들어가 주세요.』


윽, 또 다음 방이라니... 다음 방도 여기도 하얀 방이겠지?


라고 써진 문 앞까지 기어가 간신히 몸을 일으켜 세워 문을 열었다.


예상한 대로 하얀 방이었다.


『○○○ 환자님, 방 한가운데에 서 주시기 바랍니다.』


장난치지마! 두 다리가 없는 더 어떻게 서있으란 말이냐!


『○○○ 환자님, 방 한가운데에 서 주시기 바랍니다.』


제기랄! 나는 어떻게해서든 방 한가운데 지점으로 기어들어갔다.


나느 이제 껏 믿지 않았던 신의 존재를 믿으며 마음 속으로 기도를 올렸다.


오 하느님, 제발 이번엔 제 몸에 아무 일도 안 일어나길...


그러나, 그 기도에 대한 대답은 정말 처참한 결말을 낳고 말았다.


'사삭!'



내 눈 앞에서 멀쩡했던 두 손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손이 사라지니 기어가는게 더 힘들어졌다! 다시 울리는 방송.


『○○○ 환자님, 방 한가운데에 서 주시기 바랍니다.』


나는 온갖 쌍욕을 내며 오기로 방 한가운데로 기어갔다. 손 대신 손목을 이용해서...


방 한가운데에 와서야 나는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발이 없어서 기어가는게 힘든데,


손이 없으니 기어가는 건 더더욱 힘든 건 당연했다.


거친 숨을 다 몰아쉬니,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방송이 울렸다.


『○○○ 환자님의 인식이 완료 되었습니다. 다음 방으로 들어가 주세요.』


도대체, 스피커로 말하고 있는 놈은 누구지? 목적이 뭐길래, 나에게 이런 명령을 내리는거야?


어?! 대답해봐! 너 도대체 누구야! 원하는게 뭐야?!


『○○○ 환자님의 인식이 완료 되었습니다. 다음 방으로 들어가 주세요.』


소리지르기도 지친 나는 라고 적힌 문으로 다가갔다.

나의 손과 발이 사라진 걸 예상이라도 한 듯, 그 문은 자동문이었다.

자동문이 열리고 다음 방문으로 들어갔다. 

『○○○ 환자님,방 한가운데에 서 주시기 바랍니다.』

오냐, 이 개같은 놈! 누가 이기나 한 번 해보자!

나느 그렇게 이를 바득바득갈며 방 한가운데로 기어갔다.

그런데 갑자기 숨이 가빠졌다.

기어가는게 안 그래도 힘든데, 왜 이렇게 더 힘들지?

'사삭!'

안돼, 안돼, 안돼, 안돼! 또 이 소리야! 또 이 소리라고!

제기랄, 제발 이번 만큼은!

나는 다시 뒤를 돌아보았다.


하반신이 통째로 사라졌다.

지우개로 지워진 것처럼 단면이 깨끗했다.

머리가 아파진다. 분노보다는 두려움이 생겨버렸다.

이대로 가다간 내가 죽는다!

난 살고 싶다! 이런 뭣같은 곳에서 죽기 싫다고!!

나는 살아남기 위해 어떻게든 방 한가운데로 기어가 그대로 섰다.

『○○○ 환자님의 인식이 완료 되었습니다. 다음 방으로 들어가 주세요.』


젠장, 젠장, 젠장! 왜 또 다음 방이야! 도대체 끝이 어디야?

『○○○ 환자님의 인식이 완료 되었습니다. 다음 방으로 들어가 주세요.』

하아 피곤하다... 이제 그만하자...

난 지쳤으니까 제발 그만 하자......

『○○○ 환자님의 인식이 완료 되었습니다. 다음 방으로 들어가 주세요.』

저 빌어먹을 스피커가 사람의 마음을 요동치게 만든다.

마치 내 귀에다가

'그만하고 싶지?! 근데 어쩌나?! 다음이 마지막 방인데... 이대로 포기할거야?'

라고 비웃는 것처럼 느껴졌다...

마음은 그렇지 않은 데, 몸은 이미 다음 문을 향해 가고 있었다.


본능적으로 '이 다음 방은 마지막이다!'라고 느껴진 것이다!


다음 방이 마지막이길......


나는 라고 적힌 자동문을 지나쳐 들어갔다.


『○○○ 환자님,방 한가운데에 서 주시기 바랍니다.』


시X, X발, XX!! 죽일거다! 죽일거야! 내 몸을 이렇게 만든 널 죽일거다!


손이 사라져 매우 짧아진 팔을 휘적이며 앞으로 기어나며 나는 마음 속으로 이렇게 외쳤다.


'사삭!'


또다시 들려온 그 소리.


잠깐만 내가 왜 앞으로 구르고 있지?


그런데 저건 뭐ㅈ.....!!@#!#%#$!$@#$!^&%#$!!!!@#$%



내 상반신은 사라졌다. 앞으로 구르고 있다고 느껴진 건 내 머리가 구르고 있는 것이었다.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나, 아니 한 때 '나'라고 불리우는 머리통 그렇게 광기 어린 허탈한 웃음을 하고 있었다.


하하하하하하하하아...


하아...

하아...

하아...

하아...



하아아...

하아아...

하아아...

하아아...


하아아아...

하아아아...

하아아아...

하아아아...


내가 이렇게 허무하게 죽다니......


하아.... 지친다.... 이젠.....


난.... 잠이나... 자련다...


자련다, 눈이 감긴다.....


자련다, 침을 흘린다.......


자련다, 생각이 몽롱해진다..........


자련다, 생각하기를 포기한다.............





















































눈을 떠 보니 온통 하얀색으로 가득한 방 안에 있었다.


나는 분명 하얀 방을 지나오면서 마지막 방에서 머리만 남은 채 죽은 악몽을 꾸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일어나려는 순간, 방 어디선가 스피커 소리가 들려왔다.

















































『○○○ 환자님, 다음 방으로 들어가 주세요.』



※ 우로보로스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자신의 꼬리를 물고 있는 용 혹은 뱀의 형상을 한 생물

원형의 모습이기에 무한한 순환을 의미하여 '완전함', '변화', '윤회', '지식'등을 상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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