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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가평 < 1 >

title: 보노보노김스포츠2015.05.10 21:03조회 수 1167추천 수 1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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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기때 부모님이 맞벌이는 하시는통에 밤늦게까지 곧잘 어린 동생과 집을 지키기 일쑤였다.

 

어린 동생이 일찍 잠자리에 들고나면 덩그러니 빈집에 혼자 있는 느낌이랄까...

 

마당쪽으로 나 있는 앞쪽 현관문과, 작은방 뒷쪽 보일러실로 나있는 2층 계단으로 나 있는 뒷문.

 

늦은 시간에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길가는 아니었기에 밤만 되면 들려오는 혹은 내가 느끼는 소리들로 인해 밤늦도록

 

잠을 청하지 못한채 동생을 이방으로 옮겼다, 저방으로 옮겼다. 어디가 무슨일이 생겼을때 어린 동생을 들춰업고 

 

뛰어 도망가기 용이할까 하며 새벽녘까지 잠을 이루지 못했었다. 당시가 11살 즈음이었고 동생은 5살배기 꼬맹이였다.

 

반투명 유리에 현관문에선 가끔 칠흙같은 어둠을 뚫고 하얀 무언가가 아른거리기도 했으며, 보일러실 뒷문쪽에선 누군가

 

문을긁는듯 삭삭 거리는 소리가 자주 들리곤 했었다.

 

이방 저방 거실. 화장실 빼고 온 집안에 불을 켠채, 부모님이 언제 오시나..늘상 기다리며 잠못 이루던 날들.

 

아마 그때는 귀신인지 뭔지 모를 막연한 존재에 대한 두려움이 엄청 컸던거 같다.

 

이후 중학생이 되어서도 그 공포심은 쉬이 떨쳐지진 않았던듯, 극기훈련에서 실시한 담력훈련에서 친구들과 줄지어

 

잘따르다 정신이 아득해짐을 느끼고 정신을 차려보니 나만 혼자 동떨어진채 담력노선으로 지정해둔곳을 이탈해 어두운

 

산길을 헤매고 있었다. 당시 내 옆을 같이 걷던 친구는 "아 무서워 무서워" 연발하던 내가 느닷없이 정색하는 표정과

 

단호한 목소리로 "너 먼저가. 저기 뒤에 선생님이 나 부르신다" 라고 말하며 오던길 뒤로 쭈욱 걸어갔다고 한다.

 

웃기게도 난 전혀 기억이 없는데...

 

참, 내가 헤매던 곳은 담력훈련 최종 목적지였던 축사 비슷한곳에서 약 500미터 떨어진 산길이었다는데

 

우리를 매일 아침 점심으로 굴리시던 조교님이 나를 찾은곳은 오래된 약수터 근처였다고 하신다. 무섭게도 거기서 약

 

200m정도만 더 들어가면 높진 않아도 꽤나 가파른 절벽같은게 있었다고도 했고...

 

그냥 내가 기억하는건 무섭다고 몸서리치며 친구들 뒤를 따랐던것과, 흐릿한 의식이후 조교님과 같이 산길을 

 

걸어 나왔다는거 정도밖에?

 

이후에도 그 미지의 존재에 대해 더욱더 몸서리칠수밖에 없던일들이 있었는데..(가령 아버지가 귀신에 씌워 오신다던가등)

 

이야기의 흐름상 중요한 이야기는 아니니 생략하도록 하겠다.

 

 

어쩌다보니 성인이 되었고, 머리가 조금씩 굵어지다보니 귀신이네 뭐네따위에 낭만찾을 시간도 여력도 없게 되었다.

 

그저 한해 한해 갈수록 먹어가는 나이와, 무섭도록 세상이 요구하는 돈 돈 돈..

 

현실이 무서웠다.

 

20초중반 시절, 기억에 남는 몇몇 가지에 일들도 있고 부족한 글실력으로 몇자 날려본 기억도, 바쁜삶속에 아득하게

 

먼일마냥 잊어지는 일들도 있고...

 

그런 흐릿한 기억속에서도 잊어지지 않는 일이 있다.

 

오늘이면 그날이후 딱 2년이 지났다. 여전히 나는 그날일을 가끔 되짚어보곤 한다. 내가 본게 맞는걸까? 혹여나 잘못본걸

 

시간이 흐를수록 잘못된 기억으로 덮어버리는건 아닐까 라고?

 

그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새벽녘. 갑작스런 전화벨이 울려 받아보니 지난해까지 같이 일을하던 형이었다.

 

"아 형 왠일이에요 이 새벽에.. 예의도 밝으셔라"

 

채 뜨지도 못한눈으로 시간을 확인해보니 오전 3시.

 

"야..진짜 미안한데..형 장모님이 돌아가셨는데, 내일 발인인데 관 운구할 사람이 없어서 그러는데..혹시 아침에 시간되니?"

 

어지간히 급했나보다 이형. 마지막으로 연락한게 언제인지 기억도 안나는데..돌고 돌아 나한테까지 부탁하는거보면..

 

평소 좋은일엔 빠져도, 나쁜일엔 같이 하라하셨던 어머니 말씀이 떠오른다.

 

"예 알았어요. xx병원이요? 아 그럼 지금 준비해야겠네. 형 그런데 저 드라이 해놓은 정장이 없어서 그런데 거기서 하나만

 

빌려주시면 안되요? 사이즈는 95구요. 네 씻구 출발할때 전화할께요"

 

서울에 한 병원이었다. 부리나케 옷 갈아입고 뭐하느라 고인의 친지분들께 인사도 제대로 못건낸채 관을 들었다.

 

화장터로 이동한다는데...공교롭게도 아버지가 계신곳이다. 평소 잘 찾아뵙지도 못했는데...아이러니 하다.

 

아 그보다..이쪽인줄 알았으면 그냥 이쪽으로 오라고 하지..뭐하러 서울까지..집에서 엄청 가까운데...라는 

 

생각도 잠시였지만, 식장에서 차까지 운구할때도 같은 인원이 필요하겠구나 싶었다.

 

운구가 끝난뒤 시간을 보니 11시즈음.

 

소주를 한병 사들고 아버지가 계신곳으로 간다. 워낙 정신없던터라 제대로 모시지도 못하고..

 

합동으로 유골가루를 뿌리는곳에 나도 모르게 뿌리는 실수로 범하고 말았었다. 

 

그냥 아버지 지인분들이 여기 뿌리면되..뭐가 그리 급한지 재촉하는바람에 뿌렸었는데 10년이 지난 지금 

 

어머니와 내 가슴엔 그 어리석은 선택이 여전히 한 이다.

 

담배를 한대 태워 올려드리고, 소주를 따랐다. 기분좋게 돕는다는 마음으로 왔는데..이곳이란 이야길 들었을땐

 

가슴 한켠이 쿵하고 뭔가가 주저 앉는 기분이었다. 소주 반병을 마시고 반병을 뿌리고 자리를 벗어났다.

 

맑은 초봄의 하늘과는 별개로 내 마음은 그리 편치 못했다. 때마침 여자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어디야?" 잠에서 깬듯 조금은 잠긴 목소리였다.

 

"아 톡 못봤어? 아는형 도와주려고 왔지. 이제 다 끝나서 집에 가려구"

 

담배를 비벼껐다.

 

"내일 여행 가는거, 약속한 시간보다 한시간 늦게 와도 될거같아. 그쪽에서 픽업 나오는 시간이 변경됬더라구"

 

 

전화를 끊고 아버지가 계신 뒤를 다시금 돌아보았다. 유난히도 쓸쓸해 보인다.

 

그 가족공원에는 아버지뿐 아니라, 모셔져있는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도 계셨다. 돌아볼까 하는 마음도 잠시

 

괜시리 더 우울해지기 싫어 형에게 간다고 말을 하곤 택시를 잡았다. 

 

가는길에 약간의 접촉사고로 택시에서 내리게되었고, 다시금 택시를 잡던도중 화장터까지 타고간 장례버스에 내 소지품을

 

놓고온게 기억이 나 다시금 투덜 거리며 돌아갔다.

 

짜증나게도 그 놓고왔다 생각한 내 물건은 버스에서 발견되지 않았고, 담배한대 더 태운단 요량으로 벤치에 앉았을때

 

아버지에게 소주한잔 따라드릴때 그곳에 놓고왔단 생각이 퍼뜩 들어 가보니 그곳 구석한켠에 놓여져 있었다.

 

괜시리 기분이 이상해졌다. 뭔가 좋지 않은일이 일어날꺼란 기분이 들었던건 아마 그때부터 였던거 같다. 


출처:짱공 파페팽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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