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덤게시물 단축키 : [F2]유머랜덤 [F4]공포랜덤 [F8]전체랜덤 [F9]찐한짤랜덤

실화

"보지 마."

title: 고양이3전이만갑오개혁2019.03.07 12:04조회 수 1319댓글 1

    • 글자 크기



 

 

 

 초등학교 때 겪은 일이야.


우리집은 빌라 2층인데, 안방 창문을 열어두면 빌라 현관 앞에서 나는 소리가 
바로 옆에서 들리는 것처럼 소리가 다 올라오는 집이야. 
그리고 우리집 안방 창문에서 내려다보면 가리는 곳 하나 없이 아래가 훤히 다 보여.


난 어렸을 때 안방에서 항상 할머니와 함께 잤어. 
벽에 붙어서 자는 걸 좋아해서 항상 창문 맞은편 벽 쪽에 누워잤지. 
그리고 그 날도 지금같은 열대야의 여름밤이었어.


새벽 2시쯤 됐을까? 난 너무 시끄러운 소리 때문에 잠에서 깼어. 
누군지는 몰라도 우리 빌라 앞에서(안방 바로 아래지.) 막 큰소리로 
웃고 떠들고 난리가 난거야. 
목소리를 들어봤을 때에는 중,고등학생 한 7,8명 정도되었을까 싶었어. 
나도 어렸기 때문에 중고등학생은 무서우니까..가만히 일어나서 앉아서 
"아.. 저러다 가겠지..다른 데 가서 놀겠지" 하고 기다렸어. 
할머니는 바로 옆에서 코까지 골면서 잘 주무시는데 깨우기도 그렇고..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목소리들이 점점 커졌어. 
막 깔깔깔 소리를 지르면서  서로 욕하고 장난을 치고 그러는 거 같더라고.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서 대체 누군지 민폐쟁이들 얼굴이라도 좀 보자 싶더라. 
잠자리에서 일어나서 창문쪽으로 한 3걸음 내딪었는데 
바로 뒤에서


"보지 마."


라고 왠 젋은 여자 목소리로 누군가 내 뒤에서 속삭였어. 
방에는 할머니와 나 밖에 없는데. 
너무 무서웠어. 얼어붙어서.. 도저히 뒤를 돌아볼 수가 없더라. 
물론 그 와중에도 창 밖에서는 오두방정을 떠는 소리가 크게 들려오고.


한참을 방 한가운데 우뚝 가만히 서있는데.. 도저히 안되겠더라. 
뒤를 돌아볼 용기가 없다면 차라리 밖에서 떠드는 애들이라도 보자고 생각했어. 
불량청소년이든, 가출청소년이든 나 혼자라는 느낌을 지울 수 있을 거 같아서. 
그래서 시끄러운 창문쪽으로 턱턱턱 걸어가서(그 몇 걸음이 어찌나 멀던지...) 
밖을 냅다 내려다봤다.


그런데 그 순간부터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어. 
그리고 우리 빌라 아래에는 아무도 없었어. 
무섭도록 조용해졌어. 
내가 창문을 내려다봄과 동시에 음소거 버튼이라도 누른 것처럼 순식간에.


아 정말... 진퇴양난이 이런 건가. 
정말 뭐라도 보이면 돌아버릴 것 같아서 더이상 아래를 보고 있고 싶지도 않은데 
아무 것도 없는 텅빈 곳을 계속 내려다보고 있기도 무섭고, 
할머니를 깨우려면 뒤돌아봐야하는데 
뭐가 있을 지 모르는 뒤를 돌아보기는 더 무섭고.. 
너무 오래 가만히 서있었더니 다리가 저리고 어지러울 지경인데  
무서워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더라. 
눈을 꼭 감고 창틀을 꽉 붙잡고 가만히 서있었어.


결국 밤잠 짧으신 할머니가 새벽녘에 깨어나셔서 
창문을 들여다보는 채로 가만히 서있는 날 보고 "너 지금 뭐하냐"고 말을 거시기 전까지 
난 그대로 가만히 거기 서있어야 했어.


지금도 열대야의 밤에 잠 못 이룰 때면 가끔 그 일이 생각나. 
대체.. 우리 집 앞에서 떠들고 있었던 그 아이들은 누구였을까.. 
그리고 나에게 보지말라고 뒤에서 속삭인 사람은 또 누구였을까...

 

 

 

 

  



    • 글자 크기
댓글 1

댓글 달기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조회 수 추천 수
13770 실화 서해 어느섬의 폐가 14 title: 연예인1오바쟁이 3437 0
13769 실화 돌고 도는 무서운 이야기#142 title: 연예인13라면먹고갈래? 2473 0
13768 2CH [2ch괴담] 비디오에 찍힌 것1 화성인잼 2585 0
13767 실화 어릴 때는 귀신이 보였지만 지금은 일반인인 내 이야기51 title: 양포켓몬패널부처핸접 2012 0
13766 실화 돌아온 박보살 이야기* 8편. 일찍 와서 놀랬슈? ㅋㅋㅋ2 title: 메르시운영자 3079 0
13765 실화 골목길의 향냄새.2 title: 연예인13라면먹고갈래? 2215 0
13764 실화 괴담-[An Egg/알]3 이모저모 2098 0
13763 실화 당신은 기적을 믿습니까?3 title: 섹시변에서온그대 1584 0
13762 미스테리 박쥐인간1 title: 그랜드마스터 딱2개ILOVEMUSIC 1968 0
13761 미스테리 괴생물체 ufo2 title: 그랜드마스터 딱2개ILOVEMUSIC 1928 0
13760 기묘한 Uno Moralez의 기괴한 그림들3 title: 풍산개안동참품생고기 3516 0
13759 기묘한 세상에서 가장 황당한 죽음 Top 10. title: 풍산개안동참품생고기 4300 0
13758 실화 마술사 최현우의 무서운 이야기1 title: 풍산개안동참품생고기 3158 0
13757 Reddit [펌/영미권번역괴담] 세상에서 제일 훌륭한 학교 심리학자 title: 이뻥아이돌공작 3352 0
13756 실화 미국에서 겪은 수수께끼 같은 일2 title: 연예인1오바쟁이 1887 0
13755 단편 버스 안에서 title: 토낑도나짜응 1655 0
13754 기묘한 우리가 꾸는 꿈은 기묘한 세계1 title: 그랜드마스터 딱2개ILOVEMUSIC 1892 0
13753 실화 '일본유학하고부터 보인다...'Ssul (번외편(하) 영어사건)2 title: 연예인1오바쟁이 4712 0
13752 2CH 왼발1 금강촹퐈 2082 0
13751 기묘한 극히 암울]자신의 몸을 요괴같이 그려만든 화가의 작품4 title: 이뻥아이돌공작 1703 0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