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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창문 밖의 누군가.

title: 병아리커피우유2015.05.23 16:51조회 수 739추천 수 2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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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를 적으면 공감이 적어서 망설여지지만, 조심스럽게 다시 실화를 들고 올게요.

저는 가위가 수면 장애의 일종이라고 생각합니다. 너무 피곤하거나 아픈데 졸릴 때 의식은 살아 있는데 몸이 죽어버리는 느낌이 들 때가 있어요. 그럴 때 보여지는 가수면 상태에서의 환상이죠.

한 번은 이런 상태에서 머리카락 끝이 발가락에 스치는 기분이 들더군요. 그래서 으아아아아- 진짜건 아니건 귀신을 보겠다는 사실에 초인적인 힘으로 일어났던 기억이 있습니다.

한 마디로, 수면 상태에서의 귀신을 잘 믿지 않아요.

그런데, 그 날은 달랐습니다.
어어 이러다 가위 눌리겠는데 귀신 보이겠는데-가 아니라 눕자마자 누군가 뒤에서 절 끌어 안는 느낌이 들었어요. 사지를 움직일 수 없었습니다.

발가락아 움직여줘- 하면서 힘을 주려는 찰나 베란다 창문 께에 뭔가 불쑥 불쑥 거리는 게 느껴졌습니다. 저는 온 힘을 다 해 그 쪽을 쳐다봤어요. 쳐다보면 안 나오겠지. 안 나오겠지. 이건 내 환상이겠지.. 했는데 머리카락 사이의 시뻘건 눈과 마주쳤습니다. 그리고 이 시점에서 저는 자유의 몸(도비?)이 되었어요.

마음을 진정시키기 어려워 아침 여섯시에 거실에서 찬송가와 기타를 쳤죠. 어머니의 등짝 스매시가 매서웠습니다.

아니 근데 얘가 자꾸 나오더라고요. 가수면 상태와 꿈을 넘나들며 자꾸 나왔습니다. 사각틀의 창문. 그리고 거기서 느껴지는 시선. 우리집은 20층인데 거기서 그러고 있으니 공포감은 더욱 극심해졌습니다.

더 무서운 것은 이 귀신놈이 갈수록 과감해진다는 사실이었어요. 점점 얼굴을 높이 쳐들더니 저는 그녀의 부서진 턱을 볼 수 있을 지경이 됐습니다. 혀가 뱀처럼 날름거렸습니다. 표정을 잘 읽을 수는 없었지만 즐거워하는 것 같았어요.

잠 자는 게 두려워 소설책을 끼고 읽다 잠드는 날들이 많았어요. 슬슬 지치고 고통스러웠습니다. 원하는 게 뭘까? 생각해 봤지만 결론을 내릴 수 없었어요.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던 어느 날이었어요. 꿈인지 가위인지 구분이 안 되는 새벽녘. 또 귀신이 나오려고 하는게 느껴졌습니다. 꾸무럭 꾸무럭.. 그러더니 천천히 고개를 쳐들었습니다.

그 때 제 안에서 무슨 피같은 게 용솟음 치는 느낌? 강렬한 삶의 에너지라고 해야 할까요. 이게 분노처럼 막 용솟음치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와 동시에 저는 귀신에게 (부끄럽지만) 속사포 욕설을 뱉었습니다.

(욕설주의)
야이 씨*새*야 여기가 어디라고 깝쳐 뒤졌으면 곱게 꺼지던가 미*년아 !***** ***** *****야!!! 참고로 전 욕을 입 밖으로 정말 안 내뱉어요. 군대에서도 후임들 군기 잡느라 욕 하면 어색하다고 하지 말라고 했을 정도입니다.
절대 욕쟁이 아닌 초특급 흔남..

아무튼 그와 동시에 귀신은 사라지고 (귀신 미안) 저는 헐떡이며 일어났습니다. 집이 고요한 것을 보니 제가 실제로 욕한 것 같진 않았어요. 그리고 저는 두 번 다시 그 귀신을 보지 못 했습니다.

저는 회의론자에 기독교인이지만,
뭐였을까요? 그저 제 환상? 그렇다고 하기엔 시달렸던 내용과 마지막의 그 뜨거움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아무튼 1년 전의 미스터리했던 경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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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으로 보이는 손 (by 엉덩일흔드록봐) 창문 밖에 무당이 서 있었던 이유 (by 애옹쓰)
댓글 2
  • 2015.5.27 11:18
    턱없는게 소름이다
  • 2016.6.27 15:31
    제 친구녀석은 어렸을적 가위에 자주 눌리다가 어느날은 열받아서 식칼을 손에 들고 쌍욕하면서 휘둘렀다네요. 그 후로 가위 눌리는 빈도가 줄어들더니 가위 안 눌리게 되었다던데, 비슷한듯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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