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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재수학원쌤썰2탄. 절에서 보낸 일장춘몽

한량이2019.05.31 17:08조회 수 754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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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랜만에 글을 쓰네요. 

 

4년만 있으면, 모태솔로 30년 외길인생 되므로 음슴체. 재수학원 다닐 때 선생님이 얘기해준 썰임.

 

 

 

이 선생님은 확실치는 않지만, 다녔던 학원의 다른 선생님들을 보면 S대나 K,Y대로 추정됨. 

 

당시 학교를 다니면서 사법고시를 준비하고 있었음. 

 

드물기는 하지만 보통 재학중에 합격하는 사람들이 선후배, 동기들 중에 종종 있었다고 함. 

 

이 상황에서 비슷한 시기에 시험을 준비한 동기 3명이 1명은 재학중에, 나머지는 졸업을 하고 합격했다고 함. 

 

수업을 하는 걸 보면 되게 아는 것도 많고 얘기도 잘 할 뿐아니라 여유도 넘쳤는데, 

 

당시에는 상황이 상황인지라 마음이 상당히 조급했다고 함. 

 

그래서 집안 부모님들과의 상의 끝에 고향에 있는 절에 내려가서 공부를 하기로 하셨다고 함.

 

 

다행히 어머니가 오랫동안 다니시던 절이 있었는데, 그 곳은 시내와 그렇게 많이 떨어지지는 않았지만 산 높이도 어느 정도 되고

 

(아침에 일어나면 절 주변에 안개가 자욱하게 깔리는 경우도 많았다고 함) 

 

산세도 우거져서, 그야말로 새소리, 짐승소리들 밖에 간간히 들릴 뿐 공부하기는 딱인 그런 환경이였다고 함. 

 

절은 산중턱에 있었는데, 

 

마치 조선시대 사고를 보관하던 곳처럼 바깥에서 올려다 봤을 때는 보이지 않지만, 

 

절 건물들은 산을 등지고 가지런히 층층히 올라가는 모양새였고, 

 

앞에는 자그마한 탑들 몇 개가 있고 마당은 절규모에 비해 상당히 넓었고 우거진 산세에 가려졌으면서도 단정했다고 함.

 

 

어머니와 함께 책들을 들고 주지스님을 찾아 뵙고, 이번이 마지막! 이라는 절실한 마음으로 공부를 시작하셨다고 함. 

 

당시 선생님은 집안이 아주 가난하지는 않았지만, 부모님이 늦은 나이에 선생님을 낳으셔서 은퇴하실 나이가 다 되어갔고, 

 

당시 경제상황은 그리 나쁘지는 않았지만, 집안을 일으켜야 한다는 중압감에 상당히 심적으로 힘들었다고 하심. 

 

정말 그래서인지 선생님은 집안의 5대독자셨다고 함. 

 

그래서 선생님 아버지도 당시 군대를 피해가셨다고 함. 

 

그런데도 불구하고 얼마나 마음을 독하게 먹었던지 명절이 되어도 안내려가고 

 

조상님들 제사가 있어도 집에서 부르지 않는 이상 내려가지 않으셨다고 함.

 

 

절에서는 보통 아침이 이르게 시작하는데, 

 

절밥 얻어먹는 신세기도 하고 패턴을 새벽 4~5쯤에 기상해서 저녁 12시나 1시쯤에 취침하는 것으로 패턴을 맞췄다고 함. 

 

그런데 항상 아침에 일어나서 절을 기점으로 산 정상까지 올라 땅을 내려다본 후 마음을 다잡고 공부를 시작했다고 함. 

 

단조롭던 절생활에서 유일하게 스스로에게 자유를 허용한 시간이 그 때였고, 

 

아침이슬을 맞으며 올라가는 것 자체도 몇 번 하다보니 생각보다 상쾌했다고 함. 

 

그러던 어느 날이였음. 

 

몇 주가 지나가고 절생활에 막 적응해가면서 공부에 가속을 밟기 시작할 무렵이였는데, 

 

겨울이 가까워질 무렵이여서인지 새벽 5시가 가까워져가는 시간이였음에도 날이 상당히 어둠컴컴했음. 

 

그렇지만 이미 주변지리도 다 파악하고 평소 매번 하던 일이였기 때문에 가볍게 산 정상까지 올라갔음. 

 

내려와서는 보통 씻은 후에 공양밥을 얻어먹고 공부를 바로 시작했다고 함.

 

 

정상에서 내려와서 절에 들어서는데, 탑 주변에 어떤 젊은 여자 한 명이 자그마한 탑 주변을 어슬렁거리고 있었음. 

 

어두워서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얼굴형태나 몸매로 봐서 상당히 갸녀리고 청순하게 느껴졌다고 함. 

 

어릴때부터 어머니를 따라 종종 그 절에 와봤던 선생님은 종종 바깥에 있는 사람들이 절에 와서 한동안 지내고 가는 경우를 보았으므로, 

 

그 여자도 자기처럼 무슨 사정이 있어서 잠시 머무르나 보구나. 하셨다고 함. 

 

그 때 선생님은 아직 여자를 한번도 사귀어보지 못했다고 함. 

 

그래서 공부하려고 부모님께 다짐까지 하고 학교에서 내려와 절에서 공부하고 있는데, 여자에게 마음을 홀리면 안되지! 

 

라는 마음으로 외면했다고 함.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일주일이 지나고 한달이 지나고.. 몇 개월이 지나고 어느새 시험일이 가까워지고 있었다고 함. 

 

선생님도 사람인 지라, 마음을 짓누르고 있는 중압감과 가까워지고 있는 시험일에 

 

공부할 때의 집중력이 떨어지고 공부의 밀도가 상당히 낮았다고 함. 

 

그 날도 여느 때처럼 이른 새벽 산정상을 오르고 절에 들어오려고 하는 순간이였음. 

 

그동안은 눈길조차 여자쪽으로 주지 않고 바로 일과를 시작했는데, 그 날은 달랐다고 함. 

 

시험 때문에 마음은 초조한데 같이 얘기하면서 자신의 얘기를 들어주고 긴장을 풀어줄 그런 대상이 필요해서 

 

스스로의 금기를 깨고 그 여자에게 말을 걸어보기로 함. 

 

당시 선생님은 혹시 시험이 잘 돼서 합격하면 한 번 다시 찾아와서 말이나 걸어볼까 하는 생각도 있으셨다고 함 ㅎㅎ.

 

 

여튼, 그 여자한테 다가가서 머리를 긁적이며 먼저 말을 꺼냈다고 함. 

 

물어보니 자신은 부모님 중 한 분이 얼마전에 돌아가셔서 절에서 머물고 있고, 

 

그래서 매일 아침 절마당에 나오는 것은 돌아가신 부모님을 기리기 위한 것이였다고 함. 

 

그런데 자기도 항상 젊은 남자 한 분이 매일 아침마다 절에서 나와 산으로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오는데, 

 

한번도 눈길을 주지 않아 섭섭했다고... 그래서 이렇게 먼저 말을 꺼내줘서 고맙다며 서로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었음. 

 

선생님도 딱한 처자의 사정을 듣고 자기도 시험공부를 하고 있는데, 

 

시험끝나기 전까지만이라도 같이 처자 부모님의 명복을 기원해주겠다고 함.

 

시험이 불과 1~2주 남은 시점이였는데, 시험보러 집으로 내려가기 전까지 매일 아침 그 처자와 얘기를 나누었고, 

 

당시 거의 슬럼프 상태이셨던 선생님은 다행히 매일 아침마다 탑 주위에 있던 처자와 얘기를 나누는 것을 통해 

 

긴장감이 풀리고 막판 스파트를 올릴 수 있었다고 함. 

 

마침내 시험일이 다가왔고, 보통 시험전일에는 잠을 못 이루고 시험당일에는 긴장된 상태에서 정신이 없이 시험을 마치고 오는데, 

 

선생님은 전혀 그런 것이 없었고 오히려 시험 전날 아주 깊은 잠을 잤고, 시험일 내내 너무나도 맑은 정신이였다고 함. 

 

시험을 무사히 마치고, 다행히도 얼마 후 합격권에 안정적으로 들었고, 

 

집안에서 얼싸안고 집안에 경사났다며 부모님은 동네 잔치 준비까지 하고 계셨다고 함.

 

 

기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다가, 문득 절에 놓고왔던 책을 비롯한 잡동사니들을 챙겨와야겠다고 생각이 들었다고 함. 

 

사실, 이제 합격도 한 마당에 

 

시험을 얼마 남겨두지 않고 매일 아침마다 얘기를 나누었던 처자에게 고백이라도 해볼까 하는 생각이셨다고 함. 

 

그래서 오전에 절에 올라가서 주지스님께 인사드리고 짐을 찾으러 왔다고 말하고 짐을 주섬주섬 챙겼고, 

 

막 떠나려던 차에 스님께 여쭤봤다고 함. 

 

제가 절에 들어와서 얼마있지 않아 들어왔던 처자가 한 명 있었는데, 혹시 지금 안보이는 것 같은데 내려갔냐고. 

 

혹시 어디 사는 누구인지 연락처라도 좀 알 수 있겠냐고 정중히 여쭤봤음. 

 

그런데 주지스님은 자네가 공부하는 동안에는 누구도 절에 받지 않았다고 함. 

 

그게 스님과 어머니간에 친분이 상당히 두터우셔서 어머니께서 하도 신신당부를 하셔서 

 

아들이 있는 기간동안에는 다른 사람은 받지 않았으면 한다고 부탁하셨던 것. 

 

그러자 주지스님과 선생님 모두. 뭥미?? 하면서 정말 한동안 멍 때리셨다고 함.

 

 

그래서 선생님은 주지스님께 처자와 나누었던 세세한 얘기를 드렸고 

 

선생님의 말을 모두 들은 후에서야 스님은 알아차리고 선생님께 사건의 전말을 알려주셨다고 함. 

 

선생님이 절에 들어오기 불과 몇 해전에 갓 스무살된 소녀와 어머니가 죽어서 절에 모셔져 있다는 것. 

 

사실 그 모녀는 가난했지만, 그 어머니께서 불심이 깊으셔서 절에는 매번 지성으로 찾아오셨고, 

 

딸 역시 어머니를 따라 어릴때부터 절에 자주 다녔던 것이였음. 

 

가난한 집안형편 탓에 소녀는 지금이면 아르바이트라고 하겠지만, 허드렛일 등을 하며 어머니를 도와 집안살림을 꾸려나가야 했다고 함. 

 

그래서 친구도 거의 없었지만, 어머니와 행복하게 생활을 해나갔고, 

 

드디어 일가 친척들의 도움을 조금 받고 자신이 그동안 모았던 돈과 함께 어렵사리 합격한 대학에 입학하게 되었던 것임. 

 

그러던 어느 날, 주지스님은 그 모녀가 겨울에 연탄가스에 중독되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되었다는 사실을 

 

절에 다니는 사람들에게 듣게 되었다고 함.

 

 

모녀의 상황을 하나하나 모두 알고있었던 스님은 너무도 안타까운 마음에 

 

저승에서라도 극락왕생을 빌어주기 위해 절에 모녀를 모셔두었다는 것이였다고 함. 

 

스님이 말하시길, 아마도 대학생활에 가서 친구들과 보낼 즐거웠을 시간들에 대한 아쉬움으로 

 

그 처자가 이승을 떠나지 못하고 절에서 아직까지 머물렀던 것이였던 것 같다고 함. 

 

그런데 마침 절에서 혼자 머물며 공부를 하던 선생님과 한동안 얘기를 했고, 

 

아마 그걸 계기로 이승에서의 미련을 털어버리고 어머니와 함께 길을 떠난 게 아닐까 싶다고 하셨다고 함. 

 

선생님은 그 말을 듣고 며칠동안 내내 눈물을 흘리셨고, 

 

한동안 매일 아침마다 절에 올라가셔서 모녀의 명복을 기원해주셨다고 함.. ㅠㅠ

 

 

 

그런데 아쉽게도 선생님은 주변친지들 중에서 좌익운동을 하던 분이 계셨었고, 

 

시험은 다 합격했지만 아쉽게도 떨어지셨다고 합니다.

 

 

 

출처 : 오유.자유솔로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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