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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조금 더 있고 싶었는데...'

가위왕핑킹2019.06.05 13:00조회 수 630추천 수 1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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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있고 싶었는데"

 

 

대학원생이 된다는 건,

연구원으로서 산다는 건,

그리고 졸업논문을 준비한다는 건 정말이지 괴로운 일이다.

 

늦은 밤 돌아와 해가 뜨면 다시 랩실로 돌아가는 지옥같은 날들이 끊임없이 반복되었다.

매일매일 포기하고 싶은 순간들이 찾아왔다.

강인했던 의지는 하루가 다르게 시들어 갔고

나는 점점 지쳐갔다.

 

그럼에도 나는 이 지옥을 끝까지 버텨냈다.

'독종'이란 소리를 들으면서 말이다.

 

누군가는 말했다.

성공에 대한 너의 그 열망과 의지가 부럽다고.

그리고

'너 처럼 욕심 많은 애는 처음 본다'고...

 

칭찬을 가장한 시기와 부러움 앞에서도 나는 그 말을 부인하지 않았다.

아니 하지 못 했다.

왜냐하면 나는 정말로 욕심 많은 아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욕심의 기저엔 그들과는 다른 무엇이 있었다.

그건 바로,

엄마...

 

아버지 없이 당신의 한평생을 못난 딸의 뒷바라지에 바친... 

나의 어머니

당신

나는 다짐했다.

당신을 위해 기필코 성공의 왕관을 쓰고 말리라.

그건 내게 해가 뜨고 지며, 밥을 먹고 잠을 청하는 일처럼 당연한 일이었다.

 

'당신의 희생 아래 그 어떤 딸이 그리 살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그건 새벽이 되어서야 돌아온 그 어느 날도 마찬가지였다.

엄마는 못난 딸을 기다리느라 눕지도 못하고 거실 한 켠에 앉아 졸고 있었다.

눈물이 왈칵 쏟아지려는 것을 겨우 참고 다가가니

발 소리에 깬 엄마가 나를 보며 말했다.

"배고프지? 뭐 좀 해줄까?"

"아니에요. 괜찮아요. 잘 자리에 뭘..."

"그래? 그럼 얼른 들어가... 피곤하겠다. 엄마가 이불 다 펴놨어."

그때였다.

브리핑을 위해 짊어지고온 실험 기자재를 발견한 엄마가

화들짝 놀라며 물었다.

 

"딸! 그게 뭐니?"

 

"교수님이 샘플 테스트 때문에 맡긴 적외선 열 감지 카메라야.

이렇게 켜고 가져다 대면 온도를 색으로 표현해줘. 

봐! 엄마도 이렇게..."

 

그 순간 엄마는 세상에서 가장 슬픈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리곤 말씀하셨다.

...

 

 

p.s 제목을 확인하세요.

 

 

 우체통 속 수북히 쌓인 출석요청서 그리고 그 밑에 깔린 한 장의 사망 통지서

 

 

공게에서 활동하던 rkgnl99입니다.

반가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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