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덤게시물 단축키 : [F2]유머랜덤 [F4]공포랜덤 [F8]전체랜덤 [F9]찐한짤랜덤

실화

고갯마루의 토째비

형슈뉴2015.06.15 13:03조회 수 877추천 수 1댓글 3

    • 글자 크기


경상북도 반진개(신안)는 제가 자랐던 곳입니다.


그다지 특색 없는 평범한 마을이지만 옛날부터 사람들을 수시로 놀래키던 토째비가 있었습니다.

(제가 철들기 전에 고향을 떠났기에 아직도 그 놈이 있는지는 모릅니다!)


이야기 전에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토째비라는 것입니다.

토째비란 도깨비의 경상도 사투리입니다.


흔히 도깨비라고 하면 두 개의 뿔에 가시 방망이를 들고 다는 것으로 동화나 이야기 속에서는 그렇게 등장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일제 강점기 때 이민 온 일본 오니의 전형적인 모습입니다.


토종 도깨비는 도포 같은 것을 입고 갓을 쓰고 다녀, 그리고 집에 눌어 붙어 서양의 폴터가이스트 현상과 유사한 행동으로 

사람들을 놀래는데, 이런 집을 터가 세다고도 하고 보통 도깨비집이라고 부릅니다.


여하튼 고향의 토째비는 어느 특정한 집에 머물지 않고 마을 사람들이 넘나다니는 반고개라는, 

애장터가 있는 고갯길에 주로 나타나 밤에 지나가는 마을 사람들을 자주 골탕 먹였습니다.


이 토째비의 장난은 오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너무도 많은 이야기가 있지만, 그 중에 친척 할아버지께서 겪은 일을 말하고자 합니다.


할아버지가 초상집에 다녀오는 길이었습니다. 너무 약주가 과해서 사람들이 자고가시라고 했지만, 

할아버지는 혼자 기다리는 할머니가 걱정 한다고 만류를 뿌리치고 취한 걸음으로 반고개를 넘어갔습니다.


옛말에는 조용한 밤길을 걸을 때 어느 낯선 이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면 세 번 까지는 대답하지 말라는 말이 있습니다.


"여(呂)아무개 영감 어디가나?"


너무도 친숙한 목소리 처음에는 잘 못 들은 줄 아셨습니다.


"이보게 여공 어디를 가나?"


할아버지는 그만 대답을 하고 말았습니다.


"집에 가는 길이네."

"나도 집에 가는 길인데 같이 갈까?"

"그래그래, 가가!"


정체불명의 목소리가 너무나도 친근하여 할아버지는 스스럼없이 같이 가자고 했고, 

그 정체불명은 자시는 길 안내 한다고 앞장섰습니다. 할아버지는 취기가 올라 무작정 그 정체불명의 목소리를 따라갔습니다.


"여기 개울인데 바지 걷게."


할아버지는 무조건 시키는 대로만 했습니다.


"여기는 가시덤불인데 이제 바지 내리게."


그저 정체불명의 목소리가 시키는 대로만 하고 밤새도록 그것만 따라다녔습니다. 그러다가…….


"밤이 늦었네. 여기가 내 집이니 여기서 자고가게."

"응 그러지"


할아버지가 정신을 차리신 건 멀리 동이 트는 새벽.

축축한 논두렁에 누워 계셨습니다.


"할아버지 여기서 뭐하십니까?"


할아버지를 깨운 사람은 같은 동네의 조카뻘 되는 학생인데, 새벽밥 먹고 학교가다가 할아버지를 발견한 것입니다.


머리는 산발한 상태고, 상의는 온데간데없고, 하의는 죄다 찢어져 드러난 맨살엔 온통 가시덤불에 긁힌 상처투성이였습니다.


"으응? 여기가 어디지 분명 친구네 집에서 잤는데……."


학생이 불러온 동네 장정들의 부축을 받아 집에 와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아무래도 마을 사람들의 말대로 토째비에게 홀린 것 같았습니다.


누군지 전혀 모르는 목소리를 친구라고 여기고 밤새도록 온 산을 헤매고 다녔던 것입니다. 

가시덤불이 나오면 개울이라고 바지 걷으라 하고, 개울 나오면 가시덤불이라고 바지 내리라고 하고 등등.


할아버지가 토째비에게 홀린 이야기는 이웃 마을까지 소문이 파다하게 퍼져서, 

한 동안은 열시 넘어 어느 누구도 절대로 반고개를 넘어가지 않았다고 하였습니다.


[투고] 법왕님



    • 글자 크기
댓글 3

댓글 달기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조회 수 추천 수
4273 실화 진짜 실화 이거 때문에 1주일을 잠도 제대로 못자고 ...1 title: 썬구리강남이강남콩 1227 1
4272 실화 두유소년 공포실화 - 3. 갈색자국1 title: 유벤댕댕핸썸걸 916 1
4271 실화 군대 통신병 실화1 title: 양포켓몬패널부처핸접 978 1
4270 실화 공수부대 훈련, 군대괴담1 title: 잉여킹조선왕조씰룩쎌룩 589 2
4269 실화 예비 무속인 이야기111 title: 보노보노김스포츠 887 2
4268 실화 흉가체험 갔다 생긴 썰1 아리가리똥 3263 2
4267 실화 송정 민박집에서 생긴 일1 앙기모찌주는나무 1224 1
4266 실화 나의 이야기 보따리...7편[보트공장에서...]1 title: 팝콘팽귄노인코래방 561 1
4265 단편 저승사자를 만나다1 title: 금붕어1아침엔텐트 912 3
4264 2CH 이거, 줘1 앙기모찌주는나무 1369 1
4263 실화 북망산 가는 길 21 title: 유벤댕댕도이치휠레 878 1
4262 단편 우산1 여고생너무해ᕙ(•̀‸•́‶)ᕗ 473 0
4261 실화 군대에 있었을 때 겪은 일1 도네이션 476 1
4260 미스테리 미스테리 서클 진짜 신기하네..1 익명_074d86 1370 0
4259 실화 내가 대학생 때 겪었던 썰1 클라우드9 1722 1
4258 실화 아버지의 입1 title: 애니쨩노스트라단무지 576 1
4257 기묘한 꿈 속, 지하실에서 본 그것 (그림 有)1 한량이 668 1
4256 실화 귀신한테 홀린썰1 title: 양포켓몬패널부처핸접 783 1
4255 기묘한 [충격!] 응답하라1994 귀신포착 헐~1 title: 투츠키7엉덩일흔드록봐 2332 2
4254 단편 유서를 들고있는 남자1 title: 양포켓몬자연보호 736 1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