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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마지막 방문

형슈뉴2015.06.15 13:05조회 수 1247추천 수 1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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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12월 자대 배치를 받고 막내생활을 시작했습니다.
8월 군번이었지만 후반기 교육 때문에 자대를 늦게 갔습니다.
물론 다른 운전병들도 마찬가지긴 하지만…….

내무실과 수송부에서 막내생활을 하고 있던 저는 석 달 먼저 온 선임과 친해지게 되었습니다. 좀 까칠한 성격이었지만 저에게 무척이나 잘 대해줬었습니다. (A로 표기하겠습니다.)

A는 청주에서 나름대로 부잣집 아들이었고 그 당시 빨간색 티뷰론을 소유하고 있었습니다. 한 번씩 자신의 애마 사진을 보여주곤 했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A에게도 불행이 있었습니다. 바로 심장이 좋지 않다는 것. 제가 일병이 되기도 전에 그는 국군 수도통합병원으로 후송되어 갔습니다. 몇 달이 지나도 그는 돌아오지 못했고, 간간히 들려오는 소식에 아직 잘 살고 있구나 하는 정도였습니다.

그러다 5월 달쯤 유격 가기 직전에 부대로 복귀했습니다. 그 쯤 해서 저는 일주일간 유격훈련을 떠났는데, 유격훈련 마지막 날 오전 교육 중에 활차를 타기 위해 산을 뛰던 저는 전날 내린 비 때문에 미끄러지고 갈비뼈에 금이 가는 부상을 입었습니다.

그렇게 아픈 몸으로 기나긴 행군을 마치고 부대로 복귀했을 때도 여전히 그는 의무과에 입실 중이었습니다. 저는 갈비뼈 아픈 것을 핑계로 일과시간에 의무과 가서 진통제 한대 맞고 A 선임하고 노는 것이 하루 중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렇게 몇 달이 흘러 저는 상병을 달게 되었고 얼마 후 휴가를 나가게 되었습니다. 그 선임이 조만간 의가사 제대를 한다는 말을 들었지만 그냥 흘려 들었습니다. 짧은 휴가 기간에 정말로 가리라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데 제가 휴가를 간 사이에 이상한 일이 벌어졌습니다.(이하 내용은 A선임과 근무를 같이 했던 다른 선임의 이야기를 들은 것입니다.)

내무실로 돌아와 정상적으로 생활하던 A선임이 새벽에 야간 근무를 나가게 되었습니다. 당시 선임들이 많아서 어지간해서는 대우도 못 받던 상황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A선임은 부사수로 나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근무를 서는 도중 초소뒤쪽 철조망 쪽에서 누군가가 다가오는 소리를 들었답니다. 자세히 보니 사람형체를 한 희뿌연 것이 보였답니다. 50대 정도로 보이는 남자였답니다. 사수였던 B선임은 정말 겁이 없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그쪽을 유심히 주시했고 초소로 다가오자 수하를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그 거수자는 자신이 왔던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고 사수는 부사수인 A에게 초소를 맡기고 추격했답니다.

B선임은 잡으면 포상휴가를 간다고 좋아했답니다. 상대는 비무장 상태의 나이가 있어 보이는 어른이었기 때문에 자신의 힘으로 제압이 가능하다고 생각한 모양입니다.

그렇게 한참을 쫓았는데 거리가 줄어들 것 같으면서도 줄지 않았답니다. 총을 들고 있어서 그런가 싶어 더 열심히 쫓았는데, 철조망 앞에 다다르자 그 거수자는 그냥 철조망을 통과해버렸습니다. 그때서야 그 선임은 뭔가 잘못된 것을 깨닫고 초소를 향해 뛰기 시작했습니다.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뭔가를 느끼면서…….

초소에 도달했을 때 부사수 A는 그대로 있었답니다. 초소에는 아무 일도 없었던 모양입니다.

그렇게 기분 나쁜 근무를 끝내고 막사로 돌아와 잠을 자고 일어났는데, 일직사관이 A선임에게 집에서 온 전화를 받으라는 것입니다. A는 아무 생각 없이 전화를 받았는데 그 전화는 어젯밤에 A의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전화였습니다.

사업이 기울어 힘들어 하시던 아버지께서 끝내 병으로 숨을 거두신 것입니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중대원들은 뭐라 위로의 말도 제대로 건네지도 못했습니다.

하지만 근무를 같이 섰던 B선임은 불현 듯 생각나는 것이 있었습니다. 어젯밤에 본 정체불명의 거수자. 그는 아마 자신의 아들을 보러온 A선임의 아버지였을 것입니다.

자신이 후임의 아버지를 쫓아버렸다는 생각에 너무나 미안해서 A선임이 제대할 때까지 휴가비로 쓰라고 돈도 주고 아침에 옷도 다려주고 했었답니다.

제가 휴가를 복귀하니 이미 A선임은 휴가를 나간 상태였고 복귀 후, 얼마 안 있다가 의가사 제대를 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의 소식을 알 수가 없습니다.

[투고] Kenneth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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