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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남편이 봤다던 그 귀신을 저도 보았습니다.

가위왕핑킹2019.11.20 16:26조회 수 2277추천 수 1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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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길게 쓸만한 얘기도 아닌데
쓰다보니까 글이 존시나 길어졌습니다.

장문 미리 감안해주세요 흑흑

모래가 울면 훍흙

 

 

 

 

어제 남편이 늦은 밤 편의점에 다녀오다가

집 근처 공사장에서 귀신을 봤다고 했었습니다.


그 귀신은 공사장같은 특유의 현장 작업복을 입은 채

공사중인 건물 내부에서 등을 돌리고 서있었다고 합니다.

 


저희 집 근처는 원룸건물이 많아 신축공사다 뭐다 해서 그런 공사장이 제법 있었으나

남편이 들른 편의점과 저희집 사이에 있는 공사장은 한 곳뿐이었기에

어느 곳인지는 듣자마자 알았습니다.


그러나 그 곳은 평소 낮에 지나가면 평범하게 작업복 입은 아저씨들이

열심히 일하시는 평범한 광경만 보일 뿐,

사고가 났다거나 하는 얘기도 전혀 없이 아주 평화로운 곳이었습니다.

 

거기다 저는 평생 살면서 단 한번도 귀신을 본적이 없었고

자다가 가위조차 단 한번도 눌려본 적이 없어

귀신의 존재는 전혀 믿지 않는 편이라

남편의 이야기를 듣고도 솔직히 믿지는 않았었습니다.

 

"에이 그냥 밤에 작업장에 뭔 일 있나~ 싶어서 확인차 한번 들르신거겠지"

"그리고 얼굴이 보인 것도 아니고 등돌리고만 서 계셨는데
커신인지 아닌지 어케 아누!ㅋㅋㅋ"


하고 장난스럽게 놀렸으나

남편의 표정은 퍽 진지해 보였습니다.


"아냐 얼굴이 안보여도 느낌이 있었어 그 사람이 아닌 것 같은 특유의 느낌!"

"거기다 사람이었으면 뭐 부시럭거린다거나 짝다리를 짚는다던가 하는
사소한 움직임이라도 있었어야 했는데 그 귀신은 숨조차 안 쉬는 것처럼
진짜 마네킹처럼 가만~히 있었다니깐!!!!"

"내가 눈 마주칠까봐 무서워서 진짜 보자마자 바로 집까지 뛰어왔자나ㅠㅠ"


하고 우는소리까지 하는 것이었습니다.


남편이 장난치는것 같지도 않고

직접 봤다는 당사자가 저리도 확신을 해선 겁에 질려있으니 일단 다독여주긴 했었으나

그때까지도 전 반신반의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일에서 하루 지난 오늘,
방금 갑자기 양송이 버섯 치즈 요리의 레시피를 보고 먹고싶어져

남편에게 만들어달라고 하기위해 근처 마트에 들러 재료를 사고 오던 도중

저 또한 그 공사장을 지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남편이 어제 봤다던 커신썰이 생각나서

저도 건물 내부쪽을 유심히 보면서 천천히 걷고 있으니


정말로 뒤돌아 우뚝 서있는 사람의 형상이 건물 내부에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남편은 어린시절에도 귀신을 봤다고(본인피셜) 한적도 있어

귀신의 존재를 정말로 믿고 무서워하지만


전 오히려 난생 처음 본 커신이 무섭기보단 궁금한 마음이 더 커서

더 잘보기위해 눈을 찌푸려가며 천천히 다가갔습니다.


확실히 그 존재는 남편의 말대로

정말 숨조차 쉬지 않는것처럼 가만히 서있더군요


그제서야 공포심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만

이미 피어나기 시작한 호기심을 누를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그렇게 좀 더 가까이 가자 전 그 귀신이 왜 어둠 속임에도 불구하고

뒷모습으로 보였던 것인지 깨달았습니다.

정면이라면 얼굴이 보여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뒷통수의 머리카락처럼 새카맸거든요.

허나 뒷통수라고 생각했던 그 새카만 부분은 애초에 머리가 아니었습니다.

 

텅 비어있더군요.

애초에 머리가 없었어요.

 

이때 잠깐 멈칫 했었으나 꽃피기 직전의 호기심이 도로 져버리는 일은 없었고

전 다시 천천히 다가갔습니다.


그렇게 그 것을 가까이서 본 저는

그 존재의 정체를 깨닫고 더는 뒤를 돌아보지않고 집으로 곧장 달려왔습니다.

 

그리고 집에 오자마자 남편에게 물었습니다


"여보! 혹시 여보가 어제 봤다던 그 커신! 웃옷이 파란색이었어?"


그 말을 들은 남편은 파란색 맞다며 당신도 보았냐며 많이 무서웠겠다고

화장실 변기위에 앉아 화장실 문만 열고 고개를 빼꼼 내민 채 호들갑을 떨었습니다.

 

전 이어 말했습니다.

"나도 그 커신 보고 사람인지 아닌지 확인해보려고 말이라도 걸까 싶어서 가까이 가봤거든?"

 

남편이 화들짝 놀라며 말을 끊었습니다.

"여보! 그런거 함부러 말걸면 안돼! 집까지 따라오면 어떡해!"

 

전 무시하고 다시 이어서 말했습니다.

"아니 근데 애초에 말 걸필요가 없드라!

 

 


그거 커신 아니고 그냥 파란색 원통 큰거던뎅!

딱 상반신부분만 파랗고 밑에 다리같은 부분은 까만색 길쭉한 받침대 같은거라서
사람처럼 보인거였어!!"

 

그 말을 들은 남편은 굉장히 머ㅡ쓱하게 웃으면서 그랬었냐고

자긴 정말 많이 무서워서 뒷모습이라는 생각 들자마자 눈 마주칠까봐

일부러 자세히 안보고 뛰어와서 몰랐다고 하더군요.


전 깔깔 웃으면서 앞으로 당신이 커신보고 무서워하지 않게,

내가 그런거 다 대신 봐주게 평생 옆에 붙어있겠다고 해주었습니다.

 


평생 옆에 붙어있겠다는 말 듣고

남편이 약간 떨떠름해 한것 같긴한데 기분탓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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