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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광화문에서 귀신을 봤다

가위왕핑킹2020.02.27 15:18조회 수 6144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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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나냔이 몇 년전 대학생 때 겪은 일이야. 

 

 

대학 2학년때던가... 1학기 끝나고 여름 방학이 되었는데 방학동안은 학교에 안 나가니까 동기들 볼 일이 없잖아. 

 

그래서 수도권에 있는 동기들끼리 종로 쪽에서 만나기로 했어. 

 

 

만나서 종로에 금강제화  뒤에 있는 피맛골 골목에서 동기들하고 술을 마시고 막 이런저런 얘기 하면서 시간가는 줄 모르다가, 

 

자정이 넘어서 장소를 옮기면서 외박 되는 동기들은 더 술 마시기로 하고 

 

당시에 외박이 안됐던 나냔이랑 같은 방향으로 가는 동기냔이랑 둘은 집에 가기 위해 일어났어.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새벽 2시까지 우리 동네로 가는 버스가 있었는데 

 

그걸 타기 위해 나냔이랑 동기냔이랑 피맛골에서 길건너 피아노거리 쪽을 지나 청계천 따라서 세종문화회관 쪽으로 가고 있었어. 

 

시간은 한 시 십 몇분 쯤 되었나. 2시까지 차가 있다고 해도 조바심이 나서 걸음을 재촉해 얼른 걸어가는데 

 

이순신 장군 동상 아래 누가 수그리고 앉아있는 거야. 

 

그날은 주말이어서 그 늦은 시간까지 광화문에 제법 사람이 있었고 우리가 가는 정류장 앞에도 사람이 많았어. 

 

나는 취객인줄 알고  '술 어지간히 드셨나보네...' 이렇게 생각하고 얼른얼른 정류장에 가서 서있었어. 

 

그땐 아직 광화문 광장이 없었어서 되게 위태로워 보였거든?? 

 

정류장에 도착하고도 계속 신경 쓰여서 흘끔거리면서 친구한테

 

 '저 아저씨 술 많이 드신 거 같은데 저러다 큰일 나시지 않을까?' 

 

하면서 걱정스럽게 말했거든. 

 

근데 친구가 

 

 

'무슨 소리 하는 거야?' 

 

 

라고 하는거야. 

 

그래서 내가 이순신 동상 아래를 가리키면서 '저사람' 이라고 말하니까 

 

그 순간 이순신 동상 아래 앉아있는 그 사람이 일어나서는 

 

 

'나는!!!! 억울하다!!!!!!!!!! 억울하다!!!!!!!!!!!!!!!!!!! 나는!!! 억울하다!!!!' 

 

 

라면서 소리를 지르는 거야. 

 

너무 놀라서 내가 움찔 하니까 친구가 '너 왜 그래? 아무도 없어.' 라고 했어.... 

 

친구 뿐만이 아니라 정류장에 사람이 대여섯명 있었는데 그 사람들은 아무도 동상 아래 내가 본 그 사람을 보지 않는 거야. 

 

그 사람이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며 '억울하다' 라고 하고 있는데....... 

 

 

내가 술에 취해 헛것을 본 거라고 생각 할 수도 있는데, 

 

그날 나냔은 며칠 전에 배탈났어서 술은 안 마시고 사이다만 마셨었어. 

 

곧 친구는 버스를 타고 가버렸고 나는 퍼뜩 '저거 귀신인가' 라고 생각했어. 

 

순간 온 몸에 소름이 오소소 돋으면서 그 열대야에 한기가 팍 들더라. 

 

 

계속 쳐다보면 안될거 같아서 버스 오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한 20분동안 기다렸어. 

 

20분 쯤 뒤에 버스가 와서 얼른 타고 흘긋 창문으로 이순신 동상 쪽을 봤는데 내가 본 그 사람, 아니, 귀신은 다시 수그리고 앉아있었어.

 

그 일이 있은 후로  한동안 나는 광화문 일대에 가지 않았어.

 

 

8개월 쯤 뒤에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행사가 있어서 그때 다시 광화문을 갔는데 이순신 동상 아래에는 아무도 없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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