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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원나잇

한량이2020.03.04 13:34조회 수 1724추천 수 2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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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금엔 역시 클럽이지, 신나게 흔들고 스트레스도 잊어버리고! 이 와중에 훈남 하나 잡으면 좋고 좋은 거 아닌가? 그렇게 금요일이 떠나가라 신나게 춤추는 내 앞으로 훈훈한 외모의 남자가 다가왔다.

" 시간 되요? "

나이는 조금 있어보이지만.. 한 눈에 봐서 그의 재력과 매너를 알 수 있었기에 오늘은 이 사람과 놀아주기로 생각하고 그를 따라갔다.

...

" 오빠 너무 웃기다! "

말주변도 좋고, 유머러스한 게 마음에 들고.. 게다가 술이 들어가니 몸이 풀리는게.. 왠지 분위기가 좋아서 그런지 금새 취하는 것 같다.. 아, 얘기 재밌는데.. 더 해야 되는데, 지금 자버리면..




" 허! "

벌떡 일어나보니 이 곳은 한 눈에 보기에도 모텔 방이다. 이런, 썅!.. 결국 이름도 연락처도 모르고.. 고작 술 몇 잔 하고 이렇게 대준거야? 아우.. 아래는 또 왜 이렇게 욱씬거려.. 어라? 왠 메모..

[ 앞으로 몸 조심해. ]

참나, 전화번호라도 남긴 줄 알았네. 꽐라된 여자 하나 엎어다가 자기 맘대로 해놓고 무슨 고결한 성품을 지닌 공자님이라고 이딴 메모를 남겨? 엇, 메모 밑에도 뭔가 있었네?

" 우왓- "

백만원권 수표! 이 아저씨 역시 옷부터 태가 나더니만, 중박은 치네? 꼴에 죄책감은 들었던 모양이지? 좋아, 봐줬다.



" 아우... 씁.. "

씹, 왜 이렇게 아파 진짜!? 칼로 속을 쑤시는 거 같아.. 그 날도 아닌데 왜 이러지? 아니, 그 날이라고 해도 이해가 안 될 정도잖아.. 진통제로는 도저히 답이 안 나온다. 내일 병원 가야겠다..



" 으.. 선생님, 결과가 어때요? 병인가요? 맹장이라도 터진 걸까요? "

" ... 아가씨, 조금 놀라시겠지만 마음 단단히 먹고 들으세요. 음.. 현재 아가씨는 자궁을 '들어내야' 합니다. "

" 네? "

어째서?

" 이 사진을 보세요. 여기가 자궁이 있는 부분이에요. "

사진을 쳐다보자 뭔가 기생충 같은 것이 잔뜩 자궁 안에 꼬여있다. 세상에.. 저게 대체 뭐야!..

" 선, 선생님! 저게 뭐에요? 저거 왜 저래요? 네? "

" 아마 기생충인 것 같습니다. 저것들이 자궁을 갉아먹어서 복통처럼 느껴졌던 거에요. 어떻게 하루내 동안 그 고통을 참아내셨습니까. 어서 수술하지 않으면 목숨이 위험합니다. "

" 기생충이라구요?! 으.. "

말도 안 돼.. 자궁을 들어내라니..?



" 수술은 성공적이었습니다.. 목숨은 이제 염려 마셔도 됩니다. 헌데.. 알려드리기 좀 그렇지만, 환자 분께서 아셔야 할 것 같은 일이 있었습니다. "

수술 후 병상에서 요양 중인 내게 직접 시간내어 찾아오신 의사 선생님께서 건넨 말씀에 나는 없는 기운을 짜내어 의사 선생님과 눈을 맞췄다.

" 말씀..해주세요. "

내 말에 의사 선생님은 시선을 조금 피하는가 싶더니, 질끈 문 입술을 겨우 떼고 말문을 열었다.

" ... 제가 자궁과 함께 몸에서 들어낸 건.. 기생충이 아니라.. 뱀이었습니다. "

뱀?

" 선생님, 무슨 소린가요. 뱀이라뇨. 제 뱃속에 뱀이 들어있었다구요? "

" 확실합니다.. 실뱀 3마리를 제거했습니다. 기생충으로 당연히 저희들도 생각했으나.. 육안으로 관찰된 건.. 실뱀이었습니다. 환자 분께서 진실을 아셔야 하기에.. 무례임에도 불구하고 말씀드렸습니다. "

의사 선생님은 더 이상의 말을 잇지 못 하고 문 밖으로 도망가듯 사라지셨다.

" 왝, 왝..! "

난 그 날 먹은 환자식을 병상 위로 모두 토해버렸다.



차라리 성적인 만족만 원하는 그저 그런 어중이떠중이였다면 괜찮았을텐데, 대체.. 무슨 이유로 아무 저항도 못 하는 나의 아래로 실뱀을 집어넣었을까, 그 생각에 이르기만 하면 나는 수치심과 혐오감에 당장 화장실로 달려가 구역질을 해야만 했다.

누구에게 호소해야할까, 이 끔찍한 기억으로 인해 괴로운 나 자신의 고민을.. 일도 그만 두고, 내 방에서만 시간을 죽이고 있다.

부모님께선 그저 모르는 남자에게 성폭행을 당한 줄로만 아신다. 내가 힘들까봐 내 앞에선 한숨도 못 쉬신 채 전전긍긍 내 기운만 살피신다.

못난 나 자신이 밉다, 클럽 같은 곳을 찾아다니며 남자에게 안길 게 아니라 적당히 착하고 가정적인 남자나 만나서 부모님 손주나 안겨드릴걸.. 이제 와서 후회한들.. 난..

나 때문에 우울함에 잠긴 집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해서라도 좀 기운을 차리자 싶어서 자주 영화를 다운 받던 P2P 사이트에 들어갔다. 밝은 영화라도 보면서 좀 웃으면 기분이 나아질까 싶었다.

꼭 애니란에 영화 올리고, 문서란에 게임 올리는 실수를 하는 업로더들이 있다. 아예 영화판에 대놓고 19금 하드코어란 제목을 당당히 달아놨구만..

[19금] 하드코어 : 뱀이 계속 들어가네 와.. 충격 노모자이크 ㅡ

뱀.. 뱀? 설마, 아닐거야..

클릭하지마, 하고 정신은 말하지만 내 마우스 커서가 그리로 향한다..

안 돼, 그럴 순 없어, 제발..

봐선 안 돼, 하고 직감이 말하지만 내 손가락이 마우스 왼쪽을 클릭한다.

fifi8080 : 썅 대체 저 여자는 무슨 생각으로 저걸 찍은거지? 토나와;; 괜히 봤다 sxx272a : 저거 우리나라 모텔 아냐? TV가 우리나라껀데? 설마 이거 국산이냐? ㄴ erer1113 : ㅈㄹ 말이 되냐? 여자 거기에 뱀을 집어넣는 걸 우리나라에서 찍어?

차마 사진은 보지 못한 채 덧글부터 쳐다본다는 게..

" 어떡해.. "

충격에 눈물을 비죽비죽 흘리며 마우스 스크롤을 올려 바라본 스크린샷 속에는.. 의식을 잃고 있는 나, 그리고 실뱀이 우글거리는 사육장을 들고서 한 마리씩 나의 안으로 집어넣는 낯선 남자 두 명이 자리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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