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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하루미의 최후

형슈뉴2015.07.11 18:18조회 수 803추천 수 1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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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10년도 더 된 일이다.

당시, 나는 어느 지방의 싸구려 술집에서 일하고 있었다.

같은 가게에서 일하는 어느 여자 한 명과 사귀며 함께 동거를 했다.

그녀의 이름을 '하루미'라고 칭하겠다.

하루미는 도박을 좋아했다. 파칭코, 경정, 경륜, 포커, 마작 등.

재능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번번이 지기만 했다.

예상하셨겠지만, 곧 빚더미를 떠안게 되었다.

하지만 하루미는 어떻게든 일을 하며 갚으려고 했다.

 

동거하기 시작한 지 2년 쯤 되었을 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지경에 이르렀다.

막다른 골목에 몰린 하루미는 사채에 손을 대고 말았다.

어느 날 밤, 집으로 두 명의 남자가 찾아왔다. 척 봐도 야쿠자였다.

돈을 못 갚으면 몸 파는 곳으로 넘겨 버리겠다는 협박을 했다.

그렇지만 하루미는 1주일, 한 달만 기다려 달라고 하며 열심히 일을 했다.

비겁하다고 여기실 지는 모르지만, 난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야쿠자와 관련되는 건 질색이다.

지금은 나를 비난할 지도 모르지만, 여러분들도 나같은 상황에 처하면 알게 될 것이다.


어느 날 밤, 평소처럼 야쿠자들이 집으로 쳐들어 왔다.

그런데 평소와는 조금 느낌이 달랐다.

 

 

 

좀 높아 보이는 간부 급 야쿠자가 온 것이다.

한 차례 하루미와 이야기를 나눈 후, 성큼성큼 나에게로 왔다.

"저게 니 여자 맞냐?"

나는 아니라고 말할 수 없어, 그렇다고 했다.

"그럼 니가 저 여자 빚 대신 갚을 거냐?"

그 당시 하루미의 빚은 천만 엔 가까이 부풀어 있었다. 대신 갚을 수 있을 리가 없다.

당연히 무리라고 말했다.

"그러면 저 여자는 내가 가져간다."

나에게 해만 안 끼친다면 상관없다고 체념했다.

사실, 하루미를 진심으로 사랑한 것도 아니었다.

 

몸만 원했을 뿐.

그런데 그 남자가 이상한 말을 했다.

"저 여자에 대해서는 앞으로 잊어버려. 다른 사람에게 발설하지 않는다고 맹세할 수 있으면, 이걸 받아."

그렇게 말하고 남자는 나에게 봉투를 내밀었다.

딱 백만 엔이 들어 있었다.

아무리 돈이 좋다고 해도, 역시 야쿠자에게서 받는 돈은 찜찜했다.

잘못하면 나중에 말도 안 되는 거액의 이자를 붙여 갚으라고 협박할 지도 모른다.

거절했다.

 

그랬더니 옆에 있던 부하가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내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그 남자가 '받지 않으면 죽이겠다'라고했다.

마지못해 돈을 받았다.

"혹시 이후에 오늘 일을 그 누구에게라도 발설하면, 니가 세상 어디에 숨는다고 해도 찾아내서 죽일 거다."

나는 막연히, 하루미가 매춘업소로 팔려 가는 게 아니라, 다른 일에 쓰일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훨씬 비참한 일에.

 

 

 

하루미는 어느 정도의 옷과 잡화만 여행가방에 쑤셔 담고는, 그대로 끌려 갔다.

집을 나설 때, 하루미는 내 쪽을 쳐다보지도 않고 쓰윽 나갔다.

나는 혼자 남겨진 집에 당분간 멍하니 서 있었다.

내일이라도 당장 가게를 그만두고 멀리 이사를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야쿠자가 알고 있는 집에 더 이상 살기 싫었다.

문득 하루미가 쓰고 있던 화장대에 눈길이 갔다.

리본이 달린 상자가 놓여 있었다.

열어 보니, 내가 예전부터 갖고 싶어했던 시계가 들어 있었다.

아... 그러고 보니 내일이 내 생일이었다.

눈물이 났다.

 

그 때서야 비로소, 내가 하루미를 사랑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다고 하루미를 되찾으러 야쿠자에게 쳐들어 갈 수는 없었다.

이건 현실이고,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다.

 

 

 

 


다음 날, 바로 가게를 그만 둔 나는 백만 엔을 자금으로 해서 이사하기로 했다.

가능한 한 먼 곳으로 가고 싶었기에, 당시 큐슈에 살고 있던 나는 홋카이도로 이사했다.

일단 살 곳이 정해졌고, 급한 불을 끈 나는 일을 찾기 시작했다.

물장사는 이제 지긋지긋했기에, 올빼미형 인간인 나에게 딱 맞는 야간 경비 일을 했다.

 

 

 

그로부터 10년이 흘렀다.

금방 싫증을 내는 성격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꽤 오랫동안 그 직장에서 일을 했다.

하루미에 대해서는 가끔씩 떠올리곤 했다.

그 손목시계는 늘 차고 있었다.

이 곳으로 오고 나서, 다른 여자를 만나고, 또 헤어지기도 하며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약 한 달 전, 동료인 M이 '엄청난 비디오'가 있다며 말을 걸어 왔다.

나는 어차피 야동일 거라 생각했다.

그랬는데 M이

"스너프 비디오라는 거에 대해서 알고 있어?" 하고 물어 왔다.

나도 한가할 때엔 인터넷을 자주 하기 때문에, 기본적인 지식은 알고 있었다.

"내가 아는 사람 통해서 손에 넣은 건데, 이거 한 번 볼래?"

마침 새벽 3시의 휴식 시간이었기에, 심심풀이로 괜찮겠지 싶어, 비디오를 보기로 했다.

 

 

 

나는 어차피 그런 건 짜고 찍는 거라고 생각했기에 쉽게 승낙했다.

비디오를 넣고, M이 재생 버튼을 눌렀다.

전라의 젊은 여자가 넓은 우리 안에 누워 있었다.

머리카락도 포함해, 온 몸의 털이란 털은 다 깎여 있었다.

약에 취한 건 지, 눈동자가 격하게 흔들렸다.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하루미였다.

 

 

 

시간이 지나고, 굵은 튜브 같은 것을 통해서 우리 안에 거대한 아나콘다 한 마리가 들어왔다.

조금의 과장도 없이, 10미터는 족히 넘어 보였다.

그것은 천천히 하루미에게 다가갔다.

M은 "장난 아니지?"하며 뿌듯한 듯 나를 보았다.

그리고 그것은 천천히 몸뚱이를 구부려 하루미의 몸을 둘둘 휘감았다.

성대나 혀도 망가진 것인 지, 하루미는 겁에 질린 표정을 하고서도 아무 소리도 내지 못했다.

하루미의 몸이 마치 연체동물처럼 흐물흐물해 졌다.

10분 정도가 경과하자 그것이 입을 크게 벌렸다.

머리카락 한 올 없는 하루미의 머리를 집어삼킨 것이다.

"여기서부터는 좀 오래 걸려."라며 M은 비디오를 빨리감기했다.

그것이 하루미의 머리를 다 삼키고 나자, 이번에는 하루미의 어깨를 삼키기 시작했다.

몸통 부분에 이르렀을 때, 테이프가 끝났다.

 

 

 

 

 

 

"이거 뒤에 두 편 더 있어."

"됐어."

그리고 나는 도망치듯 순찰을 돌았다.

 

 


그 날 이후, 항상 같은 꿈을 꾸게 되었다.

하루미의 얼굴을 한 커다란 뱀이 나를 얽어 매고 숨통을 조여 온다.

내 뼈가 으스러지고, 하루미가 나를 머리부터 천천히 집어 삼킨다.

나는 하루미의 뱃속에서 천천히 녹아내리기 시작하고,

마치 엄마 뱃속으로 돌아간 것 같은 안정감마저 느낀다.

 


그 비디오는 몇 개월치 월급을 털어 M에게서 사 들였다.

 


세 편을 모두 보고 난 후에

나는 울었고,

모든 비디오를 때려 부쉈다.

 


그 후로부터, 깊은 밤에 혼자 일을 하고 있으면

나는 하루미를 느낀다.

혼자서 순찰을 돌고 있으면 뒤에서 찰박찰박 발소리가 들린다.

뒤돌아보면, 그 곳엔 아무도 없다.

그래서 다시 또 걷기 시작하면,

젖은 수건를 바닥에 내던진 것처럼 찰박찰박하는 소리가 난다.

 

하루미인가, 싶었지만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기척과 발소리만 느껴질 뿐이다.

 

 

 

 


그런 일이 며칠 동안 이어지자, 정신이 황폐해 질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휴가를 받아 쉬고 있다.

그런데 3일 전에,

하루미가 나타났다.

 

깊은 밤, 침대에 앉아 멍하니 담배를 피우고 있었는데

하얀 연기같은 것이 눈 앞에서 한들한들거렸다.

담배 연기인가.

그런데 움직임이 이상했다.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흔들흔들 하며 형상을 이루기 시작했다.

하루미였다.

이미 녹아 내리기 시작하고 뼈가 부서진 온 몸을

마리오네뜨처럼 흔들며, 아직 남아 있는 눈동자로 나를 바라 보았다.

무언가를 말하고 싶은 것처럼 입을 옴짝였지만

혀가 없는 건 지, 성대가 망가진 건 지, 끙끙댈 뿐이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어느 샌가 하루미는 사라져 있었다.

창피하지만, 나는 오줌을 지리고 말았다.

그 다음 날도 하루미는 나를 찾아 왔다.

이젠 하루미가 나를 죽인다고 해도 어쩔 수가 없는 거라고 체념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하루미가 나타나기를 기다리는 마음도 있었다.

하루미는 또 무언가를 말하고 싶은 것처럼 입을 움직였다.

나는 가까이 다가가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야?

내가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건데?

시계. 아, 그 시계 정말 고마웠어.그 때, 아무 것도 해 주지 못해서 미안해.

그 시계는 정말 소중히 여기고 있어! 이거 봐, 시계!"

 


반 미치광이처럼 나는 소리치고 또 소리쳤다.

그러자 하루미가 부러진 목을 꿋꿋하게 내 쪽으로 향하며

이렇게 말했다.

중간 중간 끊기긴 했지만, 나는 그 말을 분명히 들었다.

 

 

 

 

 

 

 

 

 

 

 

 

 

 

 

 

 

 

 

 

 

"나.... 당신 아이가 갖고 싶었어...."

 

 

 

 

 

 

 


오늘도 다시 어둠이 찾아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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