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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이불

title: 이뻥아이돌공작2015.08.10 15:17조회 수 797추천 수 1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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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불이란건 인류의 최대 발명품이라고 생각한다. 그 이유를 대자면 피보나치 수열의 무한처럼 끝이 없다만,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이유를 댄다면, 인간의 의식주에서주에 해당하는 수면에 엄청난 기여를 했다는 것이다. 예컨대, 수면이라는 것은 하루 24시간을 생활하는 인간에게 있어, 적으면 3분의 1, 많으면 2분의 1을 차지하는 시간이다. 아주, 고귀하고, 환고하지 않은 행동이다. 게다가, 이집트 왕족은 수면을 하나의 신앙으로 보고, 더 나아가, 저승세계로 이어진다는 걸 믿고 있었다. 그들에게 있어서 수면은 하나의 신과도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신 의학의 창조주인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앎 없는 수면은 없다.'라고 말했을 정도로 수면이 우리 인류에게 있어서 얼마나 많은 영향을 끼쳐왔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 수면에 있어서 필수불가결이었던 인류 최대의 발명품 이불은 어떻게 현대까지 전해져왔을까. 답은 간단하다. 필요했기 때문이다. 모든 발명품이 그렇듯이 항상 수요에 의해 모든 물건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불의 첫시작은 구석기시대때부터였다. 동굴 생활을 했던 구석기시대때는 아마도 밤과 낮의 온도차를 잘 견디지 못했으리라 추정된다. 그래서 현재는 멸종된 검치의 가죽을 제조해서 이불 비슷한 것을 만들어 잠을 잤으리라고 전해진다.






참고로 우리 몸은 수면시 온도가 많이 떨어진다. 그래서 그것을 보온하기 위해, 이불을 덮는 것이다. 우리 인류의 조상의 생각도 그와 다른건 없을 것일테니까. 그러니까, 만약 이불이 없었다면, 우리 인류는 벌써 얼어죽었을것이다. 그만큼 이불이 얼마나 대단한 발명품인가!






이쯤되서 나를 소개하지. 나는 이불애호가다. 전세계에 있는 이불을 모아서 콜렉션을 만들정도로 이불을 사랑하는 사나이다. 어림잡아서, 수천불은 있을테니, 이 쯤되면 사랑하는 것을 넘어서, 또 집착 증세를 넘어서, 도착 증세도 뛰어 넘어서 완전히 이불에 미친 것이라고 할 수가 있다.






그 많은 이불 중에서 가장 중요한 수면에 쓰는 이불은 그 날 기분에 맞추어서 덮는데, 예를 들어 기분이 좋다 그러면, 붉은색 벨벳 이불을 덮거나(이건 스웨덴에 있는 이불 모직을 전문으로 만드는 공장에 특별 주문을 한 것이다), 기분이 나쁜 날에는 뇌수가 찬 거대한 비커에 담긴 인간의 두뇌가 큼지막하게 그려진 스카이블루색의 양모 이불을 덮는다. 아무래도 기분이 안 좋은 날에는 인간의 두뇌가 그려진 이불을 덮으며 명상을 하면 그 날 내가 왜 기분이 좋지 않은지 잘 알 수가 있고 또 많은 고찰을 하게끔 만든다.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고 있는건, 이불은 꼭 수면시에만 사용해야한다고 하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것은 매우 몰상식한 지각이자, 아주 우둔한 생각이다. 이불의 용도는 다방면에서 쓸 수 있게 만들어 놓은 구조다. 일단 만족스러운 성행위를 하고자 할 때 많은 도움이 되고, 마음을 비우고자 명상을 할 때도 큰 도움이 된다. 그리고 이불은 인생의 반려자며, 애인이자, 같이 붙으며 생각의 공유를 하는 인간의 피부와도 같은 존재다. 






물론, 나도 처음에는 이불을 그저 잠자리 도구로 생각하던 평범하고도 어리석은 일반인이었다. 그런 내게 어느날 갑자기 찾아온 사람은 이불 애호가 모임장 K양이었다. 그녀는 자타공인, 뼛속까지 깊이 이불을 사랑하는 여자라고 불릴만큼, 아마 전세계에서 그녀만큼 이불을 사랑하는 여자는 또 없을 것이었다. 존경하는 K양은 무채색의 일방적인 하루를 보내던 내게 새로 나온 이불이 있다며, 붉은 천과 고급 양주실로 만든 이불을 추천했었다.






"어머머머머! 불쌍해요......, 불쌍해! 당신한테는 아무런 기운도 없어요! 보나마나, 이불도 수준 낮은것을 쓰는 사람이겠죠!"






첫 대사는 그렇게 친절하지는 않은 K양이어서, 그 때의 어리석었던 나는 그저, 정신나간 여자의 시비조라고 생각만 들었을뿐, 그녀를 욕하리라고 마음먹었었다. 하지만 K양은 쓰고 있던 선글라스를 벗었고, 나는 그 눈에 순식간에 매료되었었다.






"눈동자가 이불......?"






그녀의 홍채와 동공, 그리고 모든 안구에 걸쳐서 이불이 나타나고 있었다. 참으로 신기할 노릇이었지만, 그것마저 퍼포먼스라고 생각하고, 그녀를 밀어내려고 했었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그녀에게 정말 미안할 따름이다.




"그래요. 전 뼛 속까지 이불을 사랑하는 여자죠. 이불을 제외한 그 무엇도 저의 사랑과 행복을 대신 할 수는 없어요!"




그녀가 말할 때마다, 동공 속에 비춰 천천히 돌아가는 이불은 나를 이불의 세계에 빠지게 하는 것이 충분했다. 나는 K양의 눈을 보며 그녀의 손을 잡고, 새 인생을 살으리라고 마음먹었다.




"오호호호호호! 잘 선택했어요! 그런 쓰레기 같은 인생, 이 위대한 여인이 위대한 이불로 구원해주겠어요!"




K양은 입을 귀까지 올리며 경쾌하게 웃고는 동공을 삼백육십도로 돌리기 시작했었다. 아, 그 때의 그 짜릿함이란! 몰랐던 무지를 깨달은 기쁨이란! 도무지 말로 표현할 수가 없는 정도였다.




그 날 이후로의 무지했던 내 인생은 유지의 인생으로 바뀌었다. K양이 주최하고 전국에서 이불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이불 애호가 모임. 일명, 이애모. 나는 K양의 저택에서 열리는 그 위대한 모임에 초청되었고, 존경하는 K양의 조언에 따라 버팔로의 털을 가공해 솜으로 만든 이불을 봉제해서 만든 슈트를 입은 채, 모임에 들어갔다. 이애모는 내 예상외로 규모가 작았었고 총 초청된 애호가들은 나를 포함한 10명이었었다.




"정말 굉, 굉, 굉! 장해요오옹! 그 이불 슈트입은 당신 말이에요! 당신 정말 타고난 애호가야! 오호호호호호! 내가 애호가 보는 눈은 아직 녹슬지 않았단 말이야! 자, 보세요. 여러분! 이 축복받은 애호가를 말이에요!"




K양은 이불 슈트를 입은 나를 치켜세워 주었고, 많은 이불 애호가들이 나를 봐주었고, 박수를 쳐주었다. 나는 그런 K양에게 고맙다는 감정을 넘어서 애정의 감정까지 느끼게 되었다.




존경하는 K양의 열띤 추천의 영향을 받아서 내 이불슈트에 가장 많은 관심을 보였던건 이불 미식가 N씨였다. 그는 특유의 튀어나온 광대뼈가 포인트였는데, 그 양 광대뼈에 '이불은 레시피다'라는 타투를 그려넣은게 인상적이었다. 평소, 벨벳 이불을 한입거리로 자른 조각에 타바스코 소스를 뿌려 음미하는 그는 이불은 곧, 인간의 정신적 사고와 육체적 식아를 만족해, 모든 삶에 있어서 긍정의 결과를 낳아 성공을 부른다고 하는 신념을 가진 멋진 애호가였다.




"당신의 그 멋진 이불 슈트, 기회만 된다면 한 번 맛보고 싶군요."




마음 같아서는 그에게 당장 내 이불 슈트를 맛보여주고 싶었지만 이미 벨벳 슈트로 입맛을 고정한 그에게는 버팔로 솜이 힘들다 싶을 것 같아 일단 보류하기로 했었다.




모임이 끝나고, 모든 애호가들이 돌아갔을 때 K양이 나를 불러내 포옹을 하며 물었다.




"오늘밤 어때요?"




거절할리 없던 나는 그녀의 요구에 응했고, 그대로 이불과 함께 뜨거운 하룻밤을 보냈다. 그녀와의 하룻밤을 보내면서 K양의 몸은 정말이지, 뼛속 깊이 이불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도 그럴것이, 풍만하고 낙타의 봉우리 같이 정교하게 솟은 유방은 극세사 이불처럼 부드러웠고, 탄력있고 거대한 엉덩이는 이불의 큰 면적다웠다. 피부 하나하나가 이불과 동화되어서 그 속에서 군림하는 것만 같았다.




"K양. 당신은 정말이지 이불 같아요."




내 말에 K양은 눈꼬리를 밑으로 내리고, 입꼬리를 귓불까지 올리더니, 경쾌하게 한참을 웃었다. 그러고는 나를 눕히더니 내 목에 키스를 했다.




"당신 내 이불이 되어주지 않을래요?"




K양의 부탁이라면 뭐든지 다 들어주리라고 마음 먹었던 나는 이불이 되어달라는 그녀의 요청에 흔쾌히 수락했고, 다시 한 번 경쾌하게 웃는 그녀였다.




난 그 다음날 정말로, 이불이 되어 버렸다. 정말로 행복한 사실이고, 또 이대로 영원히 K양의 이불이 되리라는 건 믿어, 의심치 않는다. 내 두뇌는 꺼내어져 뇌수가 담긴 비커에 담겨서 벨벳 이불에 이식 되었고, 내 육체는 가공되어서 N씨의 타바스코 소스에 곁들어져서 그의 위장 속으로 들어간지 오래다. 나는 그 자체로, 존경하는 K양의 이불이다. 나는 지금 그 누구보다도 행복한 이불이 되었다.




그런데, 한 가지 아쉬운 점은 K양이 내 기억을 멋대로 조작한다는 점이다. 그것만 아니라면 참으로 괜찮은 이불애호가의 인생인데 말이다.




하하, 안 그런가?










출처 : 오늘의 유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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