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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어여 손 잡아!

title: 연예인13라면먹고갈래?2015.08.24 12:02조회 수 903추천 수 1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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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내 이야기인데.... 지난이야기이고 해서 올린다.
난 뭣때문인지 사주나 타로 보면
오복이 뛰어나서 죽을때까지 손에 돈떨어지는 일이 없고
밥굶을 걱정, 몸아플 걱정 없다고 하는거야.

물론 자랑은 아니고, 끝까지 봐봐.

지금까지 어머니가 어디 가서 물어본거나
내가 심심해서 타로 본거 등등 포함하면 약 5군데쯤 되는데
가는곳 마다 그런식으로 이야길 하는데 마지막에 꼭

'딴데 가서 묻지 마세요. 복이 너무 좋아서 아마
일부러 험담해서 부적사라느니 할수도 있으니까'

이런식으로 말을 하더라구.

나는 그냥 이놈들이 자기 실력(?)에 자신이 없으니까
그냥 추켜세워놓고 복채만 받아먹는 거라고 생각했지.

그러다 내가 군입대전에 동네에 못보던 타로집이 생긴겨. 이때가 슴셋때야. 지금 슴다섯.
그집 주인이 30대 중반쯤 되보이는데 꽤 이뻐.
듣기로는 미국에서 대대로 주술?뭐 이런 계열 했던 집안인데
그쪽 생활이 너무 질려서 또 위험해서 한국으로 넘어왔데.

그러다 한국에서는 타로가 돈벌린다길래 타로로 장사하기 시작했고
사실 타로는 그 사람 전문성의 곁다리 수준이라고 하더군.
확실히 아주머니가 영어도 유창하고(전화통화하는데 영어로 하더라)
한국어는 어눌해. 집안에 이상한 약품이나 마법진모양 이런거도 만코;
무엇보다 그 집이 구석진 골목에 있어.. 누가봐도 수상한;;

뭐 그딴건 상관없고 구라든 아니든 그냥 그런 소문이 도니까 관심이 가서
그집에 가서 타로를 봤지.

근데 그 아주머니가 타로를 봐주면서 예전에 봤던 사람들하고
똑같이 복이 많다고 오복이 뛰어나다고 하는거야.
그리고 11월달에 다치는데 그게 나한텐 오히려 좋을수도 잇다더군.

11월이면 내가 군입대후 상병찍을때쯤인데 그게 뭐가 좋은가 - 하면서
나는 그냥 그 일을 잊었어. 그리고 군입대, 그리고 11월에 난 다리를 다쳐서
의병제대했지. 훈련중에 다친거라 국가유공자 자격이 주어지더군..

그리고 다시 그 아주머니가 생각났어. 우와, 정말 정확하다, 하면서.
그래서 다시 그 타로집에 찾아갔어. 그리고 다시 타로 한번 볼셈으로
저 기억하세요? 11월에 다친다고 하시더니 진짜 저 다쳐서 제대했어요 ㅋ
이러면서 인사하니까, 웃으면서 나한테 하는말이 '다시 오실줄 알았다'
이러는거야;

그리고 덧붙이길, 오늘은 말해줄게 없네요. 이제 여기 안오는게 좋을걸요
하면서 타로를 안봐주려는거야. 그래서 내가 왜그러냐고 하니까
잘 사실텐데 뭘 더 알려줄게 있냐면서, 뭔가 말하길 꺼려하는
눈치인 거야. 그래서 떠봤지. 아~ 딴집에서도 물어보면 맨날 오복뛰어나니까
다른집 가서 물어보지마라, 이러는데 자꾸 그소리 하니까 질린다, 그게
진짜 맞느냐, 솔직히 안믿긴다. 뭔가 숨기는거 같다. 이렇게 말했어

그러니까 그 아주머니가 좀 당황하는것 같드니, 그 말이 맞긴맞데.
그래서 내가 '맞긴 맞다, 그건 또 무슨소리예여?'하면서 더 캐니까
하는 말이

오복이 뛰어난데 인생이 24살까지밖에 없네요

예?

얼마 안남으셨다구요

이지럴;; 그것도 침착하게 말해;; 나 그순간 소름돋음;;
그래서 그게 무슨소리냐고, 막 당황해서 말꼬이고 우다다하니까
'이런반응을 보이니까 딴집에서 좋은말만 하는거죠' 이러는거야;

그니까, 죽을때까지 손에 돈 안떨어지고, 하는 말은
내가 스물넷까지 사니까 그때까진 돈이 안떨어지고 밥 안굶고
잘산다.. 뭐 그런이야기라는거..

그래서 내가 아주머니, 지금 저 복채 더 내라고 하는 말이죠?
이러니까, 네, 그러니까 집에 가시구 오지 마세요 이러는거야..

그래서 나는 그때부터 비굴모드로 들어갔지..
살려달라고, 나는 더 살고 싶다고. 진짜 눈물만 안흘렸지
완전 얼굴 다 구기고 말했어. 그러니까 아주머니가, 나보고
한가지 약속만 하면 살려주겠데.

그게 뭐냐고 물으니까,
'결정적인 순간에 누가 쳐다보면, 절대 말하지 마세요.
그게 사람이든 귀신이든'
라고 하는겨. 나는 알겠다고 했지.

그리고 나한테 십자가랑 유리병 하나를 주더라고.
유리병엔 내 소변에 손가락피 조금 섞고, 거기다 십자가 담궈서
이번주 안에 사람 없는 곳에다 버리래. 그 사이에 자기 집에
양초를 하나 피워둘건데, 내가 성공하면 그 양초가 다 녹는데.
근데 통할지는 모르겠데.
글구 한국엔 이상한 고스트가 많아서(신 이야기 하는거 같던데 붓다 어쩌고 하니까)
한국이 진짜 그쪽계열사람들한텐 최악의 환경이라서
자기는 그냥 자기가 아는데로만 알려줄테니 알아서 하래.

그리고 보수는 안받겠데. 받으면 아까말한데로
장사꾼 취급받으니까, 자기는 그게 진짜 기분 나쁘데.

그래서 나는 그날 저녁에 바로 우리집에서 좀 떨어져 있는 대학교
제일 구석진 곳에 그 유리병을 버리려고 갔어. 거긴 대학교 안인데
대학이 워낙에 넓어서 사람이 절대 안다니는 곳이야. 말이 대학교지
사실 거긴 풀숲이었지...

유리병을 거기다 놔두고 돌아서니까, 솔직히 웃기더라고.
내가 왜 이짓을 하는지, 일을 끝내고 나니까 긴장감도 풀려서
웃으면서, 핸드폰으로 친구한테 전화를 걸었어.

근데 진짜 무서운건.............
내가 도서관으로 가는데...
어떤 남자가 검은 모자 푹 눌러쓰고....
바바리맨 코트 있지? 그거 입고... 날 쳐다보면서 다가오는거야....

근데 그사람 눈이 진짜 시뻘게...
진짜 지금도 못잊겠는데, 염소눈 알지? 진짜 그모양에 시뻘건눈...
물론 자세히 보면 그런 모양 아니겠지만 나는 그런눈처럼 보이는거야..
그리고 대뜸 타로카드 아줌마가 한 말이 생각하더라구
그래서 친구가 전화로 여보세요? 하는데도 진짜, 암말도 안하고 그냥
걸어갔다?

그러니까 그 남자가 나 지나치면서 하는말이

'아 핸드폰 있네'

이렇게 속삭이면서 지나가는거야;;;;;;;;;;;; 지금도 생각남;;

담날에 그 타로카드집에 찾아가니까, 그 양초 다 녹아서 없고
아주머니가 차한잔 주면서 설명해주길
내손목에 팔찌가 채워져있엇데.. 무슨 링이라고 하던데
그건 까먹엇고 나쁜 악마같은 존재가 사람들한테 채우는건데
다행히 그게 자기가 다룰수 있는 쪽이어서 가르쳐준거래
글구 자기 절대 사기꾼 아니니까, 다른사람한테 그냥 이번일은
없었던 일이라 치고 말하지 말래. 도와준게 오히려 거짓말이라고 소문나면
장사못하니까 그냥 잠자코 있으래.

그리고 얼마뒤에 자고 일어나니까 엄마가 대뜸 말하길, 그 대학 도서관 앞에서
여대생이 죽었데.... 원인은 사이코가 묻지마 살인.. 소름돋음;

그리고 1년 지났고, 나는 멀쩡히 살아있어..
그 타로집 이제는 안가지만, 작년까지만해도 자주 갔고
아직도 우리동네에서 장사하는데, 장사가 흥해서
길가에다 손글씨 간판도 올리더라고.

근데 나는 솔직히, 그집에 안가는게 더 좋다고 봐.

너무 자세히 알아서, 살기싫어질수도 잇거든이 이야기는 제 동생이 직접 겪은 이야기로, 대필 투고합니다.

2009년 12월 시흥에서 있던 일입니다.

그때 당시 저는 집을 나와 자취하고 있었습니다. 워낙 외로움을 많이 타서 친구였던 가양을 룸메이트로 불러다 같이 살았는데, 가양이 기가 센 덕분에 종종 무언가 보이곤 했던 전 함께 지내는 동안만큼은 편히 잠을 잘 수 있었습니다. 물론, 보이는 일 역시 없었습니다.

가양과 지내는 동안 보이지 않는 일에 익숙해지고, 서서히 잊고 지내게 되었습니다. 어느 날, 가양이 배가 고프다고, 밖에서 사먹고 오자고 보챈 탓에 새벽에 외출을 하게 되었습니다. 마침 고양이 모래도 사와야 할 때라, 나간 김에 이것저것 사다보니 돌아오는 길엔 군것질 거리와 고양이 모래를 비롯한 여러 가지로 양 손에 한 짐씩 들게 되었지요.

그때 가양은 남자친구와 전화를 하고 있었고, 양 손에 한 짐인 저와 달리 작은 비닐봉투 하나를 들고 저만치 앞 서 걷고 있었습니다. 들린 짐의 무게 탓인지, 걸음의 탓인지 저보다 빨리 걷던 가양은 어느 샌가 까마득하게 멀어지고 있더군요.

자취방으로 가려면 직선으로 늘어선 세 개의 교차로 중 두 개를 지나 세 번째 교차로에서 오른 쪽으로 꺾어야 들어가야 하는데, 저는 첫 번째 교차로에 있었고, 가 양은 세 번째 교차로에 접어들고 있었습니다.

겨울 새벽이라 날은 어두웠고, 길도 어두워서 누가 불쑥 튀어나올까 무서워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걸어야 했습니다. 다행히도 길 양쪽에 주차하더라도 차가 지나갈 수 있도록 넉넉하게 넓은 2차선이라 누가 지나가든 훤히 볼 수 있어서 주위만 잘 살핀다면 무슨 일이 있더라도 어느 정도 방비 정도는 할 수 있을 것 같아, 열심히 주위를 살피며 걸었습니다.

이른 새벽이긴 하지만 멀지 않은 곳에 유흥가가 있어서 그런지 새벽부터 할아버지 한 분이 나와 계신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무엇 때문에 나와 계신지 모르지만 첫 번째 교차로의 왼쪽 길에서 가만히 서 계셔서 저는 두 번째 교차로를 지나며 더 이상 보이지 않을 때까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할아버지의 뒷모습을 보았고, 세 번째 교차로에 접어 들 때까지 지나가는 사람 하나 보지 못하고 별 일 없이 오른 쪽으로 길을 꺾었습니다.

멀리서 웬 사람이 하나 서 있는 것이 보이더군요. 가 양은 아니었습니다. 어렴풋이 보이는 형체에 이 시간에 나온 사람이 또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원룸을 향해 부지런히 걸었습니다. 원룸에 가까워 질수록 사람의 형체는 점점 뚜렷한 모습을 띠며 어디선가 본 듯한 낯익음으로 바뀌더니, 형체가 완전히 눈에 들어오자 그 사람이 첫 번째 교차로에서 본 할아버지임을 알았습니다.

제가 밤눈이 아무리 어둡다지만 세 번째 교차로를 지나야 갈 수 있는 이 길로, 할아버지가 달려가는 것을 못 볼 수가 없었습니다. 길 구조상 분명 그러했고, 전 두 번째 교차로에서 할아버지가 한 자리에 가만히 서 계시는 것을 분명히 봤으니까요.

그제야 전 할아버지가 산 사람이 아님을 알았습니다.

그 사실이 너무 무서워져 슬며시 눈을 아래로 깔고 걸었습니다. 걸음은 무거웠고 제가 걷고 있는지 아닌지 조차 알 수 없을 정도로 겁에 질려 있었습니다. 그러다 할아버지가 사라지셨는지 확인하고자 슬쩍 시선을 올렸는데, 그때 그만 마주쳐버린 겁니다. 한 자리에 꼼짝 하지 않고 서 계신 할아버지와!

시선이 마주친 할아버지는 얼른 오라는 듯이 저를 향해 손을 흔드셨습니다. 겁에 질린 전 제 자리에 못 박힌 듯 서서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죠. 손짓의 횟수를 더 할수록, 고개를 저으며 끝까지 거부하자 할아버지의 얼굴이 무섭게 일그러지더니 할아버지 쪽에서 다가오시기 시작했습니다.

이대로 있다간 정말 할아버지와 어디론가 가야 할 것 같아서 먼저 간 가 양을 부르고 싶었지만, 할아버지가 계신 탓인지 할아버지 뒤로 밤안개가 낀 듯 까맣게 되서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제 앞에 당도하신 할아버지는 당연하게 손을 내미셨지요.

할아버지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그 손은 저더러 잡으라고 하는 것이 분명했습니다. 그 손을 잡으면 전 분명 끌려가겠지요. 그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음에도 전 손을 내밀게 되었습니다. 네. 분명 내밀었습니다. 하지만 앞 서 말씀드렸다 시피, 제 양 손엔 고양이 모래 등의 무거운 짐이 잔뜩 들려 있었고, 그 탓에 내민 것은 손이 아니라 들고 있던 커다란 비닐봉투가 되고 말았습니다.

본의 아니게 그리 되어버린 상황이 무서운 가운데에서도 어찌나 우습던지. 저도 모르게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기 위해 얼마나 애를 써야 했는지 모릅니다. 그 탓에 제 얼굴은 일그러졌고, 그 상황이 유지될수록 할아버지의 얼굴도 더 무섭게 일그러졌습니다.

할아버지께서는 끝끝내 꼼짝도 하지 못하는 저를 더 이상 기다리실 수 없으신지 손가락질을 하며 무척 화를 내셨습니다.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전 좀처럼 들을 수 없었지만 할아버지의 말이 반복될수록 조금씩 귀가 뜨이는 것처럼 소리가 들리는 듯 했습니다. 할아버지께서 뭐라 화내시는 지 조금은 알 것 같을 때쯤이 되자 할아버지께서는 손가락질을 그만 두시고 직접 끌고 가시려는 것처럼 제게 손을 뻗으셨습니다.

그때,

"야!"

가양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할아버지와 저 외엔 없었던 기묘한 침묵을 찢고 들린 가양의 목소리는 무척 또렷해서, 그 소리를 들은 할아버지께서는 못 마땅한 표정을 지으시며 제게 뻗었던 손을 거두셨습니다.

"너 거기서 뭐해?"

가양이 버럭 소리치며 다가오자 할아버지께선 더 이상 제게 화를 내지 않으셨습니다. 손가락질도 하지 않으셨고, 방해받아 몹시 속상한 것처럼 잔뜩 얼굴을 찌푸리시더니 가양이 더 가까워지기 전에 제 앞에서 깨끗하게 사라지셨습니다. 그 날 이후 자취를 그만 둘 때까지 새벽 외출은 하지 않았고, 두 번 다시 할아버지를 뵙는 일은 없었습니다.
 

출처 : 잠들수 없는 밤의 기묘한 이야기 [투고] Bugiarda님
 
 .......

*추가(1.16)

한가지 생각났는데, 그 타로집에서 나한테 말하길
다리 다친게 죽기전에 그 악마가 간본거라고 하더군..
물론 지금은 잘 걸어다니고 잘 뜀.



출처 : 와이고수
이 이야기는 제 동생이 직접 겪은 이야기로, 대필 투고합니다.

2009년 12월 시흥에서 있던 일입니다.

그때 당시 저는 집을 나와 자취하고 있었습니다. 워낙 외로움을 많이 타서 친구였던 가양을 룸메이트로 불러다 같이 살았는데, 가양이 기가 센 덕분에 종종 무언가 보이곤 했던 전 함께 지내는 동안만큼은 편히 잠을 잘 수 있었습니다. 물론, 보이는 일 역시 없었습니다.

가양과 지내는 동안 보이지 않는 일에 익숙해지고, 서서히 잊고 지내게 되었습니다. 어느 날, 가양이 배가 고프다고, 밖에서 사먹고 오자고 보챈 탓에 새벽에 외출을 하게 되었습니다. 마침 고양이 모래도 사와야 할 때라, 나간 김에 이것저것 사다보니 돌아오는 길엔 군것질 거리와 고양이 모래를 비롯한 여러 가지로 양 손에 한 짐씩 들게 되었지요.

그때 가양은 남자친구와 전화를 하고 있었고, 양 손에 한 짐인 저와 달리 작은 비닐봉투 하나를 들고 저만치 앞 서 걷고 있었습니다. 들린 짐의 무게 탓인지, 걸음의 탓인지 저보다 빨리 걷던 가양은 어느 샌가 까마득하게 멀어지고 있더군요.

자취방으로 가려면 직선으로 늘어선 세 개의 교차로 중 두 개를 지나 세 번째 교차로에서 오른 쪽으로 꺾어야 들어가야 하는데, 저는 첫 번째 교차로에 있었고, 가 양은 세 번째 교차로에 접어들고 있었습니다.

겨울 새벽이라 날은 어두웠고, 길도 어두워서 누가 불쑥 튀어나올까 무서워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걸어야 했습니다. 다행히도 길 양쪽에 주차하더라도 차가 지나갈 수 있도록 넉넉하게 넓은 2차선이라 누가 지나가든 훤히 볼 수 있어서 주위만 잘 살핀다면 무슨 일이 있더라도 어느 정도 방비 정도는 할 수 있을 것 같아, 열심히 주위를 살피며 걸었습니다.

이른 새벽이긴 하지만 멀지 않은 곳에 유흥가가 있어서 그런지 새벽부터 할아버지 한 분이 나와 계신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무엇 때문에 나와 계신지 모르지만 첫 번째 교차로의 왼쪽 길에서 가만히 서 계셔서 저는 두 번째 교차로를 지나며 더 이상 보이지 않을 때까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할아버지의 뒷모습을 보았고, 세 번째 교차로에 접어 들 때까지 지나가는 사람 하나 보지 못하고 별 일 없이 오른 쪽으로 길을 꺾었습니다.

멀리서 웬 사람이 하나 서 있는 것이 보이더군요. 가 양은 아니었습니다. 어렴풋이 보이는 형체에 이 시간에 나온 사람이 또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원룸을 향해 부지런히 걸었습니다. 원룸에 가까워 질수록 사람의 형체는 점점 뚜렷한 모습을 띠며 어디선가 본 듯한 낯익음으로 바뀌더니, 형체가 완전히 눈에 들어오자 그 사람이 첫 번째 교차로에서 본 할아버지임을 알았습니다.

제가 밤눈이 아무리 어둡다지만 세 번째 교차로를 지나야 갈 수 있는 이 길로, 할아버지가 달려가는 것을 못 볼 수가 없었습니다. 길 구조상 분명 그러했고, 전 두 번째 교차로에서 할아버지가 한 자리에 가만히 서 계시는 것을 분명히 봤으니까요.

그제야 전 할아버지가 산 사람이 아님을 알았습니다.

그 사실이 너무 무서워져 슬며시 눈을 아래로 깔고 걸었습니다. 걸음은 무거웠고 제가 걷고 있는지 아닌지 조차 알 수 없을 정도로 겁에 질려 있었습니다. 그러다 할아버지가 사라지셨는지 확인하고자 슬쩍 시선을 올렸는데, 그때 그만 마주쳐버린 겁니다. 한 자리에 꼼짝 하지 않고 서 계신 할아버지와!

시선이 마주친 할아버지는 얼른 오라는 듯이 저를 향해 손을 흔드셨습니다. 겁에 질린 전 제 자리에 못 박힌 듯 서서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죠. 손짓의 횟수를 더 할수록, 고개를 저으며 끝까지 거부하자 할아버지의 얼굴이 무섭게 일그러지더니 할아버지 쪽에서 다가오시기 시작했습니다.

이대로 있다간 정말 할아버지와 어디론가 가야 할 것 같아서 먼저 간 가 양을 부르고 싶었지만, 할아버지가 계신 탓인지 할아버지 뒤로 밤안개가 낀 듯 까맣게 되서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제 앞에 당도하신 할아버지는 당연하게 손을 내미셨지요.

할아버지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그 손은 저더러 잡으라고 하는 것이 분명했습니다. 그 손을 잡으면 전 분명 끌려가겠지요. 그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음에도 전 손을 내밀게 되었습니다. 네. 분명 내밀었습니다. 하지만 앞 서 말씀드렸다 시피, 제 양 손엔 고양이 모래 등의 무거운 짐이 잔뜩 들려 있었고, 그 탓에 내민 것은 손이 아니라 들고 있던 커다란 비닐봉투가 되고 말았습니다.

본의 아니게 그리 되어버린 상황이 무서운 가운데에서도 어찌나 우습던지. 저도 모르게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기 위해 얼마나 애를 써야 했는지 모릅니다. 그 탓에 제 얼굴은 일그러졌고, 그 상황이 유지될수록 할아버지의 얼굴도 더 무섭게 일그러졌습니다.

할아버지께서는 끝끝내 꼼짝도 하지 못하는 저를 더 이상 기다리실 수 없으신지 손가락질을 하며 무척 화를 내셨습니다.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전 좀처럼 들을 수 없었지만 할아버지의 말이 반복될수록 조금씩 귀가 뜨이는 것처럼 소리가 들리는 듯 했습니다. 할아버지께서 뭐라 화내시는 지 조금은 알 것 같을 때쯤이 되자 할아버지께서는 손가락질을 그만 두시고 직접 끌고 가시려는 것처럼 제게 손을 뻗으셨습니다.

그때,

"야!"

가양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할아버지와 저 외엔 없었던 기묘한 침묵을 찢고 들린 가양의 목소리는 무척 또렷해서, 그 소리를 들은 할아버지께서는 못 마땅한 표정을 지으시며 제게 뻗었던 손을 거두셨습니다.

"너 거기서 뭐해?"

가양이 버럭 소리치며 다가오자 할아버지께선 더 이상 제게 화를 내지 않으셨습니다. 손가락질도 하지 않으셨고, 방해받아 몹시 속상한 것처럼 잔뜩 얼굴을 찌푸리시더니 가양이 더 가까워지기 전에 제 앞에서 깨끗하게 사라지셨습니다. 그 날 이후 자취를 그만 둘 때까지 새벽 외출은 하지 않았고, 두 번 다시 할아버지를 뵙는 일은 없었습니다.
 

출처 : 잠들수 없는 밤의 기묘한 이야기 [투고] Bugiarda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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