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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ch] 북알프스 호타카 연봉

화성인잼2015.09.28 11:27조회 수 1067추천 수 1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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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산친구인 선배랑 함께 일본 북알프스의 호타카 연봉을 등정했을 때 이야기입니다.

그 날은 호타카 연봉 북쪽에 있는 야리카타케(槍ヶ岳)부터,

능선을 타고 안쪽에 있는 호타카다케(?高岳)로 이어지는 종주 루트를 오를 예정이었습니다.




그 루트에는 미나미다케(南岳)와 북쪽 호타카다케(北?高岳)를 잇는

다이키렛트(大キレット)라는 V자 모양의 낭떠러지로 구성된 능선이 있습니다.




거친 암벽이 계속되는 이 루트는 일반 등산로 중에서는 최고 수준의 난이도를 자랑하는 곳으로,

매년 실족으로 인한 사망자가 끊이지 않는 곳입니다.




당일 아침에는 해가 얼굴을 내밀고 있었지만,

미나미다케(南岳)에 이를 무렵에는 옅은 안개가 끼기 시작하더니, 서서히 이슬비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일기예보보다 3시간이나 이른 비였습니다.




우리는 투덜거리며 비옷을 입고, 서로의 몸을 로프로 연결했습니다.

키렛트(キレット)는 암벽에 사다리와 쇠사슬을 타고 매달리는 힘든 내리막을 시작으로 200m 정도 내려가야 최하단입니다.




그리고 그 아래에 있는 평탄한 언덕까지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하는 것입니다.

산행을 시작한지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비바람은 거세졌고, 우리를 강하게 공격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쯤해서 그만 돌아갈까 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체력이 충분했기에 오늘 안에 키렛트를 넘어가고 싶은 마음이 강했습니다.




안개 속에 희미하게 보이는 바위산은 우리를 가로막는 것처럼 서 있엇지만,

우리는 그 곳을 향해 발걸음을 계속해 나갔습니다.




암벽을 매달리듯 올라가는데, 머리 위에서 희미하게 남자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등산 시즌도 아니고 이런 악천후 속에 산행이라니..




우리말고도 앞을 나가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호기심이 생기면서도,

나는 같은 등산객을 만날 생각에 들떠 있었습니다.




산꼭대기에 다다를 무렵까지 분명히 남자 목소리가 들렸지만,

산꼭대기에서 본 광경은 김빠지는 것이었습니다.




사람 모습은 어디 하나 없고, 가늘고 우뚝 솟은 능선만 끝없이 이어질 뿐입니다.

금방 우리가 올라온 루트는 한 번에 사람 한 명이 겨우 지나갈만큼 폭이 좁아서, 다른 길로 엇갈릴 리도 없습니다.




능선은 아주 좁은 발디딜 틈만 있고, 삐죽하게 높이 솟아 있습니다.

그 아래는 짙은 안개 때문에 보이지도 않았습니다.




[선배, 금방 남자 목소리 들리지 않았어요?]

[너도 들었냐? 나도 들었어.]

[설마 떨어졌다거나.. 하는 건 아니겠죠?]

[그럴리가. 방금 전까지만 해도 들렸는데다 뭐가 떨어지는 소리도 안 들렸잖아..]

선배의 표정은 불안과 의문이 섞인 것 같은 모습이었습니다.




[환청이겠지. 어서 가자.]

환청이 아닌 것 같았지만, 굳이 반론할 마음도 들지 않았습니다.




발이 미끄러지기라도 하면 곧 죽음인 바윗고개 능선을, 좁은 길을 따라 지나갑니다.

아랫쪽에서는 강풍이 불어와 골짜기와 공명해 기분 나쁜 소리를 퍼트립니다.




바람 소리라고는 해도,

마치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의 절규처럼 들려와 나는 온 몸에 소름이 끼쳤습니다.




[집중해! 바람에 휩쓸리면 끝이야! 절대 몸을 산에서 떼어 놓으면 안 돼.]

그걸 알아차린 것인지, 선배가 해 준 말이 무척 든든하게 느껴졌습니다.




키렛트에 들어선지 2시간이 지나,

최하단의 고개를 통과해 북쪽 호타카다케(北?高岳)로 오르는 험난한 곳에 도착했습니다.

그야말로 벽 같은 그 곳은, 장비 이전에 고도의 산악 기술이 필요한 곳이라는 게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선배가 먼저 올라가고, 나는 아래에서 뒤를 맡았습니다.

선배가 올라가기 시작한 후, 나는 선배가 던져준 로프의 자일을 핀에 연결했습니다.

중간 정도까지 올라갔을 때, 귓가에서 공허한 남자 목소리가 속삭였습니다.




[이봐.]

온 몸의 피가 얼어붙는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다음 순간, 나는 누군가에게 오른다리를 잡혀 그만 미끄러지고 말았습니다.




[야, 괜찮아?]

만약 자일을 제대로 연결해 두지 않았더라면 나는 그대로 떨어져 죽었겠죠.

선배에게 괜찮다고 대답하려는 순간, 귓가에서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살려줘.]

나는 몸서리를 쳤습니다.




공허하고 생기 없는 그 목소리는, 꿈에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지금도 떠올리노라면 소름이 끼칩니다.




그 날은 결국 호타카다케(?高岳) 완등은 포기하고, 북쪽 호타카다케(北?高岳)의 오두막에서 묵기로 했습니다.

거기서 만난 베테랑 등산인인 50대 남자에게 이 이야기를 했더니, 그도 같은 경험을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사람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곳에서 목소리가 들리기도 하고,

오두막에서 여자에게 다리를 잡히는 악몽을 꿔서 깼더니, 친구도 똑같은 꿈을 꿨다는 둥..

산에 자주 오르다 보면 그런 이상한 일도 겪기 마련이라며, 그는 내일 산을 내려가라는 조언을 해 줬습니다.




다음날 아침에는 비가 조금 내려 안개가 자욱했지만, 아래까지 내려오자 맑게 갠 후였습니다.

우리는 하산하기 전에 호타카 신사에 들려 지금 살아있는 것에 감사하고, 조난자의 명복을 빌어주었습니다.

무사히 집에 돌아온 다음날 아침, 선배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야, 지금 뉴스 봤냐?]

[뭐 있어요?]

뉴스에서는 우리가 이틀 전에 지나갔던 그 길을 비춰주며

북쪽 호타카다케(北?高岳)에서 한 남자가 실족해 사망했다는 것을 전하고 있었습니다.




북알프스에서 조난당하는 이들 중에는, "끌려간" 사람들도 꽤 있는 건 아닐까요.

현실적이지 못한 이야기라는 건 알지만, 직접 그런 경험을 하고 난 입장에서는 웃을 수 없는 이야기입니다.




번역 : VKR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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