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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저승사자본이야기

title: 병아리커피우유2016.02.03 07:59조회 수 1292추천 수 3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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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우리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며칠 후임.

어느 날 오빠가 문득 나에게 이런 말을 하는 거임.
장례를 치른 후, 버스를 타고 할머니를 산에 묻어드리려 가는 날에 할머니를 봤다고.

무슨 이야기인고 들어보니,
버스 출발 전에 오빠는 좌석 중 맨 뒷자리에 앉아 졸음을 못 견디고 졸았다 함.
그런데 그 버스 앞문으로 할머니가 올라타더니 오빠가 있는 쪽으로 막 걸어오셨다 함.
앞에는 다른 가족들이 앉아서 자기들끼리 대화를 놔누고 있었는데,
아무도 할머니를 보지 못했고,
할머니 역시 다른 사람들에게 아는 척 하지 않고 오빠에게로 곧장 왔다고 했음.

그러더니 대뜸 오빠에게 화를 내며 막 혼내기 시작함.
그런데 오빠는 할머니에게 혼나는 것보다
할머니가 하고 있던 모습에 마음이 아팠다고 함.

꿈에서 본 할머니 모습이 돌아가시기 전 모습과 똑같았다는 거임.

당시 할머니는 수술 후에 퇴원하시고 집에 계시다 돌아가심.
그때 수술이 다리 길이가 5cm 정도 짧아지는 수술이었음. 평소 거동이 불편하셨던 할머니가 잘못하다 넘어지셨는데, 원체 약한 뼈가 산산조각 나다시피 으스러져서 그 부분을 제거하고 그나마 멀쩡한 뼈와 뼈를 잇는 수술이라고 얼핏 들은 게 기억남. 자세한 건 잘 모름.

어쨌든 수술 후에 다리에 쇠철같은 게 박힌 채로 지내셔야 했음.
살을 관통한 쇠철의 모양새도 모양새였지만, 그 쇠철 무게가 만만치 않아서 아예 움직일 수가 없었음.
하다 못해 화장실도 못 가는 상황이었음.

그래서 매일 기저귀를 차고 메리야스만 입은 상태로 지내셨음......

그런데 꿈에서 그 모습 그대로 오빠한테 나타난 거심...ㅜㅠ
나도 그 얘기를 듣고 마음이 아팠음.

근데 한편으론 또 서운한 거임.
할머니가 하늘 올라가시기 전에 오빠한테만 왔다고, 어린 마음에 그게 못내 서운했음.
내 꿈에도 나타났으면 좋았을 텐데 하고... 지금 생각해보면 난 참 철이 없었음.

그런데 오빠는 나에게 한 가지 더 얘기해줌.
할머니가 꿈에서 오빠를 혼내고 있을 때,
버스 앞문 쪽에 검은 남자가 있었다고 함.
버스에 타지는 않았지만, 검은 남자가 할머니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만은 알 수 있었다 함.

난 그 얘기를 듣고 저승사자인가 보다 했음.

며칠 후에, 난 막내고모를 만나 오빠 꿈 얘기를 막내고모한테 해줌.
오빠 꿈에 할머니가 나타났는데, 할머니 모습이 돌아가시지 전 모습과 똑같았다고 하더라.
그래서 마음이 너무 아팠다고 했다 하니,
고모도 딸 입장에서 그게 너무 속상해 우셨음.

그렇게 할머니를 보내드리고 또 시일이 지난 어느날임.
이번에 내가 꿈을 꿨음.

꿈에서 난 친구들이랑 막 놀고 있었음.
막 모험심에 공사 중인 빈 건물에 들어가 숨박꼭질 같은 거 하면서 뛰놀았음.
그때까진 무슨 일이 일어날 줄 모르고 막 신난다고 놀았는데,
내가 막 뛰놀다가 들고 있던 물건을 놓침.
나는 땅에 떨어진 걸 주우려다가 문득 내 앞을 올려다 봤는데,
글쎄 내 앞에 할머니가 있는 게 아니겠음??

난 너무 놀람. 꿈에서는 보통 인지가 없는데,
나는 할머니가 돌아가신 걸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음.
그래서 너무 놀랐음.

그런데 한 가지 특이한 건,
할머니 모습이 오빠 꿈에서와는 완전히 달랐다는 거임.
오빠 꿈에서는 기저귀에 메리야스 차림이었는데,
내 꿈에서는 다홍색 저고리에, 진한 초록 치마를 입고,
머리도 단정히 빗어서 비녀를 꽂은 모습이었음.

할머니는 굉장히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내가 떨어트린 물건을 주워서 나에게 주심.

근데 나는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사실이 잊혀지지가 않아서
그게 너무 놀랍고 두려워 할머니에게서 물건을 빼앗듯 받아들고는 도망쳐버렸음...
아직도 후회됨. 좀 더 있다가 할머니 얼굴도 보고 얘기도 나누고 할 걸... 하고...

그런데 내가 두려웠던 건, 돌아가신 할머니가 내 앞에 나타난 것 때문만이 아니었음.
그때 할머니는 혼자가 아니었음.
할머니가 나한테 와서 물건을 주워 전달하는 동안,
그 뒤로 조금 떨어진 곳에서 어떤 남자가 우리를 지켜보고 있었음.

그 남자 모습이 너무 시꺼매서 얼굴은 잘 보지 못했었는데,
그냥 입모양만 기억남.
할머니와 나를 보고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었음.

그 미소는 별로 무섭다는 느낌은 아니었는데,
나는 그냥 그 검은 남자 존재 자체가 무섭다고 생각해 도망친 거임.
깨고 나서 생각해 보니 그게 저승사자였던 것 같음.
오빠가 꿈에서 봤던 그 저승사자와 동일인인지는 모르겠으나,
막 위협적인 느낌은 아니었음. 그냥 할머니를 기다리고 있었음.

그래도 꿈에서 할머니를 봐서 너무 좋았음.
게다가 좋은 한복을 입고 계신 모습을 봐서 그런지 그게 너무 안심이 됐음.
좋은 곳 가셨구나... 하고.

그리고 나중나중에 막내고모랑 만났을 때
할머니가 꿈에 나타난 얘기를 다시 해줌. 좋은 모습이셨다고. 좋은 곳 가셨나 보다고.

그런데 막내고모가 이런 얘기를 하는 게 아니겠음?

전에 오빠 꿈 얘기를 들은 후에 고모 마음이 안 좋아서
좋은 한복 사다가 할머니 좋은 옷 입고 좋은 가시라고 태워드렸다 함.

그러니까 그 후에 할머니가 예쁜 한복 입고 내 꿈에 찾아오신 거임.

그때 이후로 난 한 번도 할머니 꿈을 꾸지 않음.
할머니 꿈 한 번만 꿨으면 좋겠다 해도
할머니는 내 꿈에 나오지 않으셨음.

지금도 가끔씩 할머니가 너무 보고싶음.
하지만 꿈에 조상님 나오면 별로 좋지 않다고 하니까
할머니 잘 계시겠지 하며 그럭저럭 잘 지내고 있음.


어쨌든 내가 본 저승사자는 그 꿈 속에서 봤던 게 다임.
평소에 내가 상상할 때는 엄청나게 무서운 이미지였는데,
생각보다 위협적인 이미지는 아니었음.
그게... 설명하기 되게 어려운데,
비주얼적으로 무섭긴 하지만, 막 느껴지는 게 나에게 해를 끼칠 것 같지가 않음.

그 꿈에서도 할머니랑 나를 보며 기다리던 모습이,
할머니를 나에게 안내해주려고 온 안내자 같은 느낌이었음.

썰을 풀다보니 별로 재미가 없어진 것 같음;;;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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