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덤게시물 단축키 : [F2]유머랜덤 [F4]공포랜덤 [F8]전체랜덤 [F9]찐한짤랜덤

실화

고갯마루 토째비

title: 하트햄찌녀2021.07.23 15:42조회 수 476추천 수 1댓글 1

    • 글자 크기



경상북도 반진개(신안)는 제가 자랐던 곳입니다.



그다지 특색 없는 평범한 마을이지만 옛날부터 사람들을 수시로 놀래키던 토째비가 있었습니다. 


(제가 철들기 전에 고향을 떠났기에 아직도 그 놈이 있는지는 모릅니다!)


이야기 전에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토째비라는 것입니다.



토째비란 도깨비의 경상도 사투리입니다.


흔히 도깨비라고 하면 두 개의 뿔에 가시 방망이를 들고 다는 것으로 동화나 이야기 속에서는 그렇게 등장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일제 강점기 때 이민 온 일본 오니의 전형적인 모습입니다.


토종 도깨비는 도포 같은 것을 입고 갓을 쓰고 다니며, 


그리고 집에 눌어 붙어 서양의 폴터가이스트 현상과 유사한 행동으로 사람들을 놀래키는데, 


이런 집을 터가 세다고도 하고 보통 도깨비집이라고 부릅니다.



여하튼 고향의 토째비는 어느 특정한 집에 머물지 않고 마을 사람들이 넘나다니는 반고개라는, 


애장터가 있는 고갯길에 주로 나타나 밤에 지나가는 마을 사람들을 자주 골탕 먹였습니다.


이 토째비의 장난은 오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너무도 많은 이야기가 있지만, 그 중에 친척 할아버지께서 겪은 일을 말하고자 합니다.



할아버지가 초상집에 다녀오는 길이었습니다. 


너무 약주가 과해서 사람들이 자고가시라고 했지만, 


할아버지는 혼자 기다리는 할머니가 걱정 한다고 만류를 뿌리치고 취한 걸음으로 반고개를 넘어갔습니다.


옛말에는 조용한 밤길을 걸을 때 어느 낯선 이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면 세 번 까지는 대답하지 말라는 말이 있습니다.



"여(呂)아무개 영감 어디가나?"



너무도 친숙한 목소리 처음에는 잘 못 들은 줄 아셨습니다.



"이보게 여공 어디를 가나?"



할아버지는 그만 대답을 하고 말았습니다.



"집에 가는 길이네."


"나도 집에 가는 길인데 같이 갈까?"


"그래그래, 가가!"



정체불명의 목소리가 너무나도 친근하여 할아버지는 스스럼없이 같이 가자고 했고, 그 정체불명은 자시는 길 안내 한다고 앞장섰습니다. 


할아버지는 취기가 올라 무작정 그 정체불명의 목소리를 따라갔습니다.



"여기 개울인데 바지 걷게."



할아버지는 무조건 시키는 대로만 했습니다.



"여기는 가시덤불인데 이제 바지 내리게."



그저 정체불명의 목소리가 시키는 대로만 하고 밤새도록 그것만 따라다녔습니다. 그러다가…….



"밤이 늦었네. 여기가 내 집이니 여기서 자고가게."


"응 그러지."



할아버지가 정신을 차리신 건 멀리 동이 트는 새벽.


축축한 논두렁에 누워 계셨습니다.



"할아버지 여기서 뭐하십니까?"



할아버지를 깨운 사람은 같은 동네의 조카뻘 되는 학생인데, 새벽밥 먹고 학교가다가 할아버지를 발견한 것입니다.


머리는 산발한 상태고, 상의는 온데간데없고, 하의는 죄다 찢어져 드러난 맨살엔 온통 가시덤불에 긁힌 상처투성이였습니다.



"으응? 여기가 어디지 분명 친구네 집에서 잤는데……."



학생이 불러온 동네 장정들의 부축을 받아 집에 와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아무래도 마을 사람들의 말대로 토째비에게 홀린 것 같았습니다.


누군지 전혀 모르는 목소리를 친구라고 여기고 밤새도록 온 산을 헤매고 다녔던 것입니다. 


가시덤불이 나오면 개울이라고 바지 걷으라 하고, 개울 나오면 가시덤불이라고 바지 내리라고 하고 등등.


할아버지가 토째비에게 홀린 이야기는 이웃 마을까지 소문이 파다하게 퍼져서, 


한 동안은 열시 넘어 어느 누구도 절대로 반고개를 넘어가지 않았다고 하였습니다.



햄지

    • 글자 크기
댓글 1

댓글 달기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조회 수 추천 수
3030 2CH [2ch 번역 괴담] 이 쓸모없는 것1 title: 고양2민석짜응 1346 1
3029 실화 환자를 태운 택시1 여고생너무해ᕙ(•̀‸•́‶)ᕗ 658 1
3028 실화 우리집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입니다1 title: 연예인1오바쟁이 550 1
3027 2CH 종교시설의 지하1 title: 고양이3전이만갑오개혁 998 1
3026 실화 내가 겪은 귀신이야기 -101 title: 이뻥태조샷건 830 1
3025 실화 그림자 귀신1 Lkkkll 1161 1
3024 실화 실화라던데 이 귀신 이야기 진짜임?1 title: 팝콘팽귄노인코래방 2837 2
3023 실화 의문의죽음1 title: 아이돌의젖홍길동 1204 0
3022 단편 끝나지 않는 지배 7부1 title: 아이돌의젖홍길동 472 0
3021 미스테리 【 그것이 알고싶다 】밀실화재 미스터리, 누가 가스 호스를 뽑았나 1 미숫갈후 1192 0
3020 실화 할머니와 무너진 여우신사1 title: 금붕어1아침엔텐트 1494 2
3019 실화 지하방의 추억1 title: 애니쨩뒤돌아보지마 1165 2
3018 실화 조금은 특별한 남자 귀신만 경험(?)하는 나.1 title: 썬구리강남이강남콩 1724 1
3017 실화 샤우팅노래방귀신(100프로 실화)1 여고생너무해ᕙ(•̀‸•́‶)ᕗ 793 0
3016 실화 제가 겪은 군대괴담1 title: 유벤댕댕핸썸걸 692 1
3015 2CH 도둑맞은 휴대전화1 title: 보노보노김스포츠 1129 1
3014 실화 회사 후배가 술 못 마시게 된 썰1 Guess레기 262 1
3013 실화 가시는길에 제게 들러주신 할아버지1 title: 잉여킹냠냠냠냠 1504 0
3012 실화 내가 겪은 귀신이야기 -111 title: 이뻥태조샷건 822 1
3011 기묘한 [괴담] 유령이 자신의 죽음을 진술한 이야기,,1 title: 두두두두두ㅜㄷ두안구정화죽돌이 1371 2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