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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설화

A마을의 웅신(熊神)전설

title: 금붕어1ss오공본드2016.02.12 03:26조회 수 1752추천 수 2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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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마을은 배산임수의 지리적 특성을 바탕으로 춥지도 덥지도 않는 사람 살기 좋은 마을이다.


그래서 시골임에도 불구하고 옛날에는 꽤나 번창 했었다고 한다. 특히 마을의 특산품으로 곰모양의 조각상이 유명했다.


그러나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곳이다보니 지금은 성공을 위해 또는 자녀교육을 위해 젊은 사람들이 다들 도시로 이주하게 되어, 이제 겨우 7가구 정도밖에 살지 않는 대표적인 고령화 시골마을이 되었다.


 


그외에 눈에 띄는 특징으로는 알파벳C모양으로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산으로 볼 수 있는데


이 산은 왜적이나 재앙으로 부터 마을을 지켜주는 존재로 알려져 왔고, 좋은 땅을 보살펴주는 곰이 산다는 전설로 인해 웅신산(熊神山)이라고 불리운다.


 


마을 특산품의 조각상이 바로 웅신을 본따 만든 조각상으로써 실제로 웅신을 본 어르신도 몇 분 계셨다고 한다.


우리 할머니도 그 몇 분 중 한 분이다


 


배경은 이정도의 설명으로 충분한듯 하니 바로 본론으로 넘어가도록 하겠다.


 


중학교 여름방학때 난 할머니댁에 일주일정도 있었던 적이 있다.


부모님께서는 맞벌이로 바쁘기도 했고, 모처럼 여름방학이니 시골에서 잠깐 지내봐라는 아버지의 권유에서 였다.


여긴 컴퓨터도 게임기도 없다. 그나마 있는 TV는 체널 변경 스위치가 고장이나서 KBS1으로만


고정되어 있었으니 젊은 세대인 나로서는 최악의 조건이 아닐수가 없었다


그래서 다른 흥미를 끌만한게 없나 하고 집안 이리저리를 돌아다니다 텔레비젼 위에 장식 된 곰 조각상이


일반적인 곰이랑은 다르게 생겼다는걸 우연히 알게 되었다.


전체적인 외형은 곰인데 사람처럼 한복을 입고 있고, 상투를 틀고 있으며 비정상적으로 꼬리가


길게 묘사되어 있었다.


 


“할머니~ 이 곰 이상하게 생겼네. 곰인데 한복을 입고 있고, 꼬리가 엄청 길잖아? 이거 잘못 만든거 아냐?”


 


어린 손주의 말의 할머니는 인자한 표정으로 웃으시며 아무말 없이 머리를 쓰다듬어 줬다.


할머니의 따뜻한 손길이 좋았던 나는 딱히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더 물어보지 않고 그냥 넘어갔다.


 


그렇게 3일째 되던 때, 한창이었던 나는 슬슬 좀이 좀이 쑤셔서 집안에서만 놀 수가 없었다.


밖에 나가면 논, 밭, 개울, 산 밖에 없지만 도시에서 살던 나에게는 모험심이 발동 할만한 훌륭한 배경으로 손색이 없었다.


 


할머니는 수시로


“함부로 산에는 돌아다니지 마라”


라고 입버릇처럼 말씀하셨지만  할머니가 잠깐 밭에 풋고추를 따러 갔을때,


나는 “이때가 기회다” 하며 모험을 결심했다.


 


동네 길가에 작은 나무를 꺾어 만든 칼을 양손에 쥐고, 영웅이 된냥 이리저리 휘두르며 할머니집 뒤편 오솔길을 따라 올라갔다.


여름이라 그런지 식물들이 많이 자랐고, 반바지를 입은 채 올라가서 한걸음 한걸음에 이름모를 들풀들이 장딴지를 간지럽혔다.


그러면서 느껴지는 싱그러운 풀내음이 그저 좋았다.


 


얼마나 걸었을까.. 논밭과 대나무숲을 지나 탁 트인 공간의 끝이 보였다.


걸어온 오솔길은 빼곡한 소나무들로 인해 빛이 통과하지 못하여 한층 그늘이 진 어둡고 큰 숲을 통과하고 있으며 그 숲은


“더 이상 들어가지 마시오.”


라는 인상이 강하게 느끼게 했다.


딱 그 숲만 다른 종의 나무들이 자라고 있는 듯, 분위기가 달라 보였다.


 


그때 내 본능을 믿고 그 쪽으로는 가지 말았어야 했다.


 


그 숲 속 입구에 사슴벌래 한마리가 나무에 붙어있다가 안쪽으로 날아가는 것을 보고 흥분한 탓에 따라 들어가긴 했지만, 얼마 못가서 길을 잃어버리게 되었다.


 


한여름이지만 그 숲은 무척 쌀쌀했으며 저녁처럼 어두웠다. 방향 감각이 둔해지는것이 괜히 사람들이 산속에서 조난 당하는게 아니구나 라고 생각했다. 멀리서 봤을 때는 그렇게 높은 산으로 보이지도 않았으니 말이다.


 


나는 내 마지막 희망인 엑스칼리버를 꼭 쥐고 두려움을 떨쳐 내며 숲에서 나가는 길을 찾고 있었다.


그러는 도중 어디서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물 흐르는 소리를 찾아 물줄기를 따라 내려가면 숲에서 나올 수 있다」라는 상식이 머리속에서 번뜩였고, 나는 내 위기탈출능력에 감탄하며 물줄기를 찾아 나섰다.


 


「졸졸졸~」


 


어느정도 걷다보니 저 멀리서 물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왔다.


 


나는 반가운 나머지 무작정 그 소리를 향해 달려갔다. 샌들에 작은 돌이 끼어 발바닥이 아파 잠깐 멈쳐 섰을때를 제외하고는 하염없이 달려갔다.


 


“있다!! 찾았어”


 


나는 보물을 찾은 것 처럼 흥분하며 소리쳤다. 처음으로 스릴 넘치는 모험을 한 듯한 기분에 마음이 들뜨게 되었다.


위에서 바라본 풍경은 계곡의 작은 폭포에서 물줄기가 힘차게 떨어지고 있었고 그 아래 둥근 물 웅덩이가 선녀탕 같이 보기 좋게 자리하고 있었다.


 


자연이 만든 아름다운 풍경에 매료되어 나도 모르게 물가를 향해 기세좋게 뛰어 내려왔다.


그후 주위를 둘러보니, 물 웅덩이의 가장자리에는 위엄있게 생긴 큼직한 동굴 하나가 눈에 떡하니 들어왔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그 동굴보다 더 눈에 띄는게 있었다.


동굴앞에서 바위처럼 쭈그리고 앉아있는 거대한 동물이 나를 살기어린 눈빛으로 계속 쳐다보고 있다.


언뜻 보기에는 사람같지만… 저렇게 큰 사람은 본적이 없다. 몸을 펼치면 3미터 정도나 될 정도로 거대하다.


그리고 온몸에 검은 털이 나있는 곰의 형상을 하고 있다.


입쪽을 보니 하얀 뭔가를 물고 있다. 사람 팔뚝이다.


 


나는 기겁했지만 소리도 지를 수 없었다. 그 짐승은 피가 뚝뚝 떨어지는 팔뚝 하나를 물은 채 계속해서 나를 주시하고 있었고


팽팽한 긴장감에 숨이 막혀온다.


 


살짝 다리를 움직여 뒷걸음질을 치니 그놈은 슬그머니 나에게 한걸음 다가온다. 그리고는 팔 하나를 질겅질겅 씹으며 날카롭게 노려본다.


그것이 뜯겨진 팔을 씹을때마다 신경이 눌러져 손까락이 움직이는 광경은 참으로 기괴하고 끔찍하다.     


 


예전에 불독에게 쫒겼을때도 기싸움에 져서 시선을 돌리는 순간 공격 당한 경험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성급하게 움직이는것을 망설일 수 밖에 없었다.


단지 이 순간에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계속해서 저 짐승을 바라보며 자리를 지키는것 뿐. 지옥같은 시간이 시작되었다.


어린나에게는 감당하기조차 힘든 그런 시간… 1초, 1초가 뇌리에 강력하게 새겨지는 듯한 강렬한 긴장상태에서


나는 오직 기적만이 생기길 바랄 뿐이었다.


 


그러다 갑자기 그녀석이 등뒤에 있던 먼가를 내쪽으로 휙 던졌다.


 


작은 바위가 정확히 내쪽으로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오고 있었고. 이런…저걸 맞으면 난 그대로 죽겠다고 생각했다.


아니 잠깐..근데 날아오는 것은 바위가 아니라 젊은 여자의 머리였다.


 


초점없는 눈을 한 머리통이 회전을 할 때마나 나와 눈을 마주치는데 하마타면 그자리에서 기절 할뻔했다.


그리고는 그 머리통이 내 가랑이 사이로 툭 떨어진다.


 


“으악~~~!!! 살려…줘…”


 


난 기겁하며 고함쳤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온몸이 경직될 듯이 싸~한 또 다른 위화감이 들기 시작했다.


내 앞에는 날 계속해서 노려보던 짐승이 사라진 것이다.


 


“푸스럭 푸스럭~~”


 


머리위에서 나무 잎사귀가 격렬하게 흔들리는 소리가 들린다.


 


반사적으로 위를 바라본 그 순간.


 


눈앞이 깜깜해지며 난 기절 했다.


 


..


 


..


 


..


 


..


 


얼마나 지났을까… 정신을 차려 눈을 떠보니 이곳은 어두침침하고 습하며, 고약한 썩은내가 진동한다.


그리고는 일어나기 힘들 정도로 지독한 두통이 내 머리속을 송곳처럼 찌른다.


아무래도 난 공격당한 그길로 동굴에 끌려 들어온것 같다.


 


주변을 보니 사람 짐승 할것없이 뼈다귀와 살점들이 군데군데 흩어져 있고 핏물로 고인 웅덩이까지 있었다.


더이상 충격적인것을 봐도 무덤덤해지는 내자신이 무서워졌지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


빨리 여기서 탈출하지 않으면 나도 저렇게 되는구나 하고 슬그머니 도망가기 위해 일어서는 순간,


뭔가가 나의 움직임을 방해했다. 녹이슨 굵은 철사로 만들어진 족쇄가 다리에 채여져 있는 것이다.


 


그러나 생각보다 허술하게 만들어져 있어 어떻게든 도망은 갈수 있을 것 같아 온 힘을 다해 철사를 풀어 재꼈다.


무리하게 발을 빼느라 살짝 긁혀 피가 나긴 했지만 어떻게는 빠져나올 수 있었다.


 


그리고는 빛이 보이는 입구 방향으로 조심스레 기어 나갔다.


 


살금 살금.. 최대한 그놈에게 들키지 않게 신중하게..


 


그러자 갑자기 등 뒤에서 엄청난 바람과 동굴이 울려 메이리가 칠 정도로 커다란 목소리가 들렸다.


 


「도망가고 싶으면 그것을 내 놓아라!!」


 


귀가 멍해질 정도로 큰소리에 놀라 나는 그대로 바닥에 엎드려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숨을 죽이고 가만히 그 말의 의미를 추측해 봤다.


 


“그것?”


 


난 아무것도 가진게 없다. 그것이라면…도데체..


 


「도망가고 싶으면 그것을 내 놓아라!!」


 


다시한번 사자후 같은 엄청난 음성이 들려온다!!


 


내가 아무 반응이 없자 그놈은 결국 어둠속에서 기척을 보였다.


 


「없다면 너를 뜯어 먹어 주마!!」


 


쿵!!, 쿵!! 쿵!! 쿵!!


 


한걸음 한걸음에 땅이 울려 엎드려 있는 내 배가 아플 지경이다.


 


“이대로…죽는구나.. 엄마, 아빠, 할머니… 다음 생에선 말 잘들을게요..”


 


눈을 꾹 감고 모든걸 채념 한 순간.. 입구쪽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들린다.


 


“아이고 웅신님. 웅신님. 이걸 받아가시고 제 손자를 살려주십쇼~”


 


“할머니!?”


 


나는 할머니의 목소리에 정신이 번떡 들었다.


 


그리고는 저 멀리 입구에서 실루엣만 보이던 할머니는 동굴속으로 뭔가를 던지셨다.


 


쿵!! 쿵!!


 


거대한 그놈은 나를 무시하고 지나치고는 던져진 그 물건을 가지러 갔다.


그리고는 그것을 줏어 들고 이리저리 확인하더니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알겠다. 돌아가라.」


 


“나… 사는 구나..” 하고 안도감에 긴장이 풀리며 나는 또 한번 정신을 잃었고 깨어났을 땐 할머니 방이였다.


할머니가 걱정스런 눈빛으로 나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할머니를 보자마자 나는 왈칵 눈물이 났고, 그대로 할머니를 부둥켜 안고 밤새도록 울었다.


 


다음날 할머니에게 그 던져진 물건이 뭐냐고 물어보니, 이곳 특산품인 웅신상이라고 한다.


다시한번 설명하지만 여기 마을 사람들에게 웅신은 옛날부터 존재하던 마을 수호신이며 외지에서 침범하는 모든 이들로 부터 마을을 지켜주는 존재로 여겨졌다. A마을 사람이라는 것을 증명 할 수 있는 유일한 물건이 웅신상이고 그것을 가지고 있으면 해를 입지 않게 된다고 했다.


그러나 외지사람이 아무것도 모르고 산에 올라갔다가 살해 당하는 일이 잦아져 마을사람들은 외지인들을 위해 웅신상을 대량으로 만들어 나눠주기 시작했고 그것이 지금까지 이어져 마을의 상징이 된 것이다. 웅신의 존재는 함부러 퍼트려 지는것이 금기시 된 부분이 있어 어릴때 A마을에 살았던 아버지 조차 웅신의 전설은 단순한 이야기로만 알고 있을 뿐이었다.


 


할머니의 당부로 인해 나는 그 일을 아무에게도 말 하지 않았고, 어딜가든 웅신상을 챙기는 버릇이 생기게 되었다.


 


 


그날이 있고 10년이 지난 지금, 난 성인이 되었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게 되어 나는 동생과 함께 할머니의 유품과 빈집을 정리하기 위해 A마을을 다시 찾아오게 되었다.


마당에 널어놓은 고추와 빨래줄에 널려진 빨래, 그리고 대청마루 앞에는 할머니가 아끼시던 고무신이 그대로 있다.


다만 바뀐거라고는 할머니방의 오래된 티비 위에 있었던 웅신상 대신에 도색이 군데군데 벗겨진 철제 과자 케이스가 놓여 있는 것 뿐이다.


 


다시 돌아와서 무섭지 않냐고? 그렇다. 무섭다. 세월의 흐름만으로 그날의 무서웠던 기억이 완벽히 잊혀 질 리 없다.


단지 더 이상 할머니를 볼 수 없다는 슬픈 감정이 그때 기억보다 더 크게 다가왔기 때문에 잠시 잊혀진 것 뿐이다.


 


그러나 지금 그 잊혀졌던 공포가 급격하게 그리고 소스라질 정도로 되살아 나고 있다.


잠깐 피곤해서 졸다 깼는데 동생이 1시간이 지나도 보이지 않게 된 이후로 부터……


 


“내가 그렇게 말했건만!!”


 


난 서둘러 언제나 가방속에 가지고 다니던 웅신상을 챙겨서 웅신산으로 향한다.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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