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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살충

title: 병아리커피우유2016.02.13 01:14조회 수 1074추천 수 2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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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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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루팡야팡야
제목: 야 저주나 귀신같은거 잘 아는 갤러있냐?
내용: 시X; 이상한 그림 주웠다가 개고생하고있다;
병원가도 뭔지 못밝혀낸다; 그냥 정신과 가라는데 난 제정신같거든.
이거 아무리 생각해도 저주같은데 이런거 잘아는놈 있냐?
무당같은거 찾아가보고 싶은데 뭐 어디로 가야함?
그리고 굿같은거 싸게 받는 법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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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럽지만 나에게는 나쁜 버릇이 있는데, 바로 도벽이다.

정확히는 뭐랄까, 훔칠 수 있는 물건이 있으면 훔치고 본다고 해야하나.

예를 들어서 슈퍼에서 주인이 경계심이 없으면 과자나 음료수같은걸 훔치기도 한다. 안볼때 슬쩍.

나쁜짓인건 안다. 하지만 지금까지 한번도 안걸렸고, 의외로 재미있고 짜릿하다.

거기다가 공짜로 무언가를 받는 기분이 들어서 이거저거 훔치는 버릇을 쉽게 못고치겠다.

문제는 그 버릇때문에 지금 개고생을 한다는것이다.

이야기는 그제로 거슬러올라간다.

나는 아이스크림이나 하나 사먹을까 하고 야심한 밤에 골목길을 지나가고 있었다.

우리 집에서 편의점까지 가는길에는 무당집이 하나 있다.

붉은색의 卍자와 흰바탕의 깃발이 걸려있는데 난 그런건 전혀 관심이 없기 때문에 딱히 들어가본적은 없다.

그런데 그날밤에는 어째서인지 문이 열려있었다.

가까히 다가가서 살펴보니 나무로 된 대문이 썪어서 자물쇠가 떨어져나가있었다.

열려있는 문으로 살짝 고개를 들이밀어봤다. 안에서는 아무런 인기척도 안느껴진다.

진짜 여기서 그냥 가던길 가야했다. 안그러면 이렇게 개고생할 일도 없는데.

하지만 나의 도벽이 발동을 했고, 나는 아무도 없는 빈 무당집에 살포시 들어갔다.

그래. 무당집에 뭘 훔치러 들어가다니 미친듯이 찝찝한 짓이지.

하지만 그때 나는 빈집을 턴다는 긴장감과 흥분때문에 그런건 전혀 못느꼈다.

뭐 이런곳에는 귀신이 많이 꼬인다는데 나는 둔해서 그런지 잘 못느끼겠고.

어두워서 아무것도 안보였다. 더듬거리다가 전등스위치를 찾아서 불을 켰다.

도둑주제에 간도크지.

"우워어으아 씨X!"

무당집에는 벽에 옛날 동양풍 그림이 빼곡하게 붙어있었다. 탱화라고 하던가?

나는 그중의 눈을 부릅 뜬 장군? 무신? 그림을 보고 심장이 떨어지는 줄 알았다.

"씨X 그림이잖아. 개놀랐네"

놀란 가슴을 추스리며 실내를 살펴보니 영화에서 볼법한 이런저런 주술도구가 보인다.

파란색 물감으로 그려진 부적이나 주문같은게 여기저기 붙어있었다.

나는 진열장에 있는 커다란 방울같은걸 들어서 흔들어봤다. 찰그랑하는소리가 울려퍼졌다.

하지만 이런건 훔쳐봤자 돈도 안된다. 사갈사람도 없거니와 가격도 얼마 안할 것 같다.

나는 복채같은게 들어있는 돈통이 나오지 않을가 해서 무당이 앉는자리인지,방석이 놓여있는 앉은뱅이상을 뒤져봤다.

탁자 위에는 딸인건지 여중생정도로 보이는 여자애의 사진이 있었는데, 오랫동안 관리를 안한건지 먼지가 쌓여있었다.

그보다 이 무당집 전체가 오랫동안 방치된 듯 보인다.

그러던중 상아래 상자에서 비싸보이는 그림을 발견했다.

"오오오오..."

금색의 화려한 꽃이 그려진 그림이었다.

꽃의 크기는 손바닥만했는데, 꽃잎을 전부 금으로 칠했다.

금. gold말이다.

반짝반짝 빛나는 노란색 빛깔은 이 그림의 가격이 상당하단걸 알려주고 있었다.

생각치 못한 대박을 건진게 신나서 폴짝폴짝 뛰었다.

"대박. 대박. 대박~!"

그런데 이상한한 점은, 그림에 그려진 곤충이었다.

보통 꽃그림에는 벌이나 나비를 그리지 않나?

그런데 이 그림에는 파리가 그려져있었다.

그냥 벌을 파리처럼 그렸나 싶었는데 자세히 봐도 파리였다.

검은색의 방독면같은 눈에 빨판같은 입, 털난 몸과 다리.

얼마나 생생하게 그렸는지 얼핏 봤으면 그림에 파리가 앉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근데 지금 중요한건 그게 아니다.

꽃이 금인데 파리냐 구더기냐가 중요한가?

나는 그림을 둘둘말아서 허리춤에 쑤셔넣고 부리나케 무당집을 나왔다.

허둥지둥 뛰어서 집에 돌아와서 나는 행여나 떨어트렸을까봐 그림을 꺼내서 펼쳐봤다.

"진짜 금이네 이거. 와...진짜 대박."

나는 그림을 펼쳐서 벽에 걸어봤다.

얼마나 할까? 20만원? 30만원? 꽃이 좀 크니까 더 나가려나?

혹시 역사적인 가치가 있어서 생각보다 더 받을수도 있지 않을까?

벽에 걸어놓으니 비싼 그림이라서 그런지 방안에 금빛이 가득 퍼지는 듯 한 기분이 든다.

나는 이 그림을 팔 생각에 가슴이 부풀었다.




그런데 그날 저녁 이상한 꿈을 꿨다.

벽에 걸려있는 그림에서 파리가 날아올랐다.

그리고 부웅소리를 내면서 방을 날아다니다가 내 입으로 쏙 들어왔다.

나는 식겁하면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시간을 보니 새벽 4시였다.

파리가 목구멍으로 넘어간 듯한. 목구멍으로 무언가 넘어간 것 같은 감각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퉷퉷. 카아악!"

사람이 자면서 먹는 벌레가 1년에 50마리였나 하는 잡상식이 떠오른다.

뭔가 싶어서 어제 훔쳐온 그림을 봤는데, 그림에 그러져있던 파리가 없어졌다.





2)

그림이 낡아서 조각이 떨어져나왔나?해서 방을 구석구석 살펴봤지만 종이조각같은건 결국 발견되지 않았다.

파리가 있던 자리를 자세히 살펴봤는데 처음부터 없었던 것 처럼 아무런 자국도 남아있지 않다.

처음부터 그림이 아니라 파리였나?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그럼 내가 진짜 파리를 삼킨건가?

뱃속에서 파리가 꿈틀거리는 기분이 들었다.

아니 기분이 아니었다.

진짜 뱃속에서 파리가 날아다니는 듯한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방금 삼킨 파리가 뱃속에서 발악하는건가?

파리가 날개짓을 하는 말로 표현 할 수 없는 찝찝함이 뱃속에서 느껴진다.

냉장고를 열어 물을 벌컥벌컥 마셨다. 물에 파리가 빠져죽도록 말이다.

물병에 있는 물을 반쯤 마시니 다행이 뱃속에서 파리가 빠져죽은 것인지 물의 묵직한 포만감 빼고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별 찝찝한 일을 다 겪는다 싶어서 눈을 더 붙이기 위해서 자리에 누웠다.

지지직 지지직

그때 귀에서 파리가 날개짓을 하며 버둥거리기 시작했다.

정확히는 귀 안에서. 그것이 날개짓하며 버둥거리는 듯한 생생한 감각이 느껴졌다.

얇은 파리의 날개가 귓벽에 부딛히며 불쾌한 간지러움을 준다

어떻게 뱃속에서 귀로 들어간거지?

"아 환장하겠네"

다시 침대에서 일어났다.

파리가 들어간 귓속을 손가락으로 후볐다. 당연하지만 굵은 손가락은 귀 안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싱크대로 가서 귀에 물을 쏟아넣고 손가락으로 막았다.

그리고 머리를 좌우로 흔든 후에 손가락을 빼고 머리를 옆으로 기울여 제자리에서 펄쩍펄쩍 뛴다.

이정도면 나오겠지? 싶었는데 장판 위로 물만 후두둑 떨어진다.

그리고 곧바로 반대쪽 귀에서 날개짓을 한다.

사람 짜증나게 만든다고 생각하며 다시 반대쪽 귀로 물을 넣어 위의 과정을 반복했다.

"제발 좀 나와라 썪을!"

다시 파리의 느낌이 사라졌다.

이번에야말로 끝났나 싶었는데 아무리 귀를 털어봐도 파리 시체가 나오지 않았다.

그때 팔뚝이 가려워져서 살펴보니, 피부 아래쪽에 무언가가 기어다니고 있었다.

"씨X! 이게 뭐야!"

나는 손바닥으로 팔뚝을 미친듯이 내려쳤다.

팔뚝이 벌겋게 부어올라서 통증이 느껴지자 손을 멈췄다.

그러자 이제 등에서 뭔가 기어다닌다.

벽에 등을 쎄게 부딪혔다. 충격에 등골이 욱신거린다.

하지만 날 비웃기라도 하는 것 처럼 파리가 다시 팔뚝을 기어다닌다.

착각이 아니다. 내 몸 안에 아까 그 파리가 있는 것이다.

된통 잘못걸렸다는게 느껴졌다.




3)

그 뒤로는 악몽이었다.

파리는 계속 내 몸속 이곳저곳을 기어다녔고, 자해에 가까울 정도로 몸을 내리쳐도 멀쩡했다.

위장뿐만이 아니라 식도까지 올라오기도 하고, 지쳐서 잠들려고 하면 귀 안에서 날개짓을해서 잠을 깨웠다.

모기처럼 귓가에서 날아다니면 억지로 무시하고 자기라도 하는데, 귓구멍 안에서 파닥거리니까 사람을 미치게 만든다.

파리를 어떻게든 죽이기 위해서 귀에 소주를 붓기도 했지만 전혀 효과가 없었다.

인터넷에서 찾아봐도 몸 안을 돌아다니는 파리에 관한 이야기는 없었다.

해결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는 와중에도 파리는 내 몸을 정신없이 기어다녔다.

파리의 여섯개의 가느다란 다리가 내 혈관과 가죽을 딛는 감촉이,

날개짓하면서 나는 진동이, 쭙쭙거리는 구기(口器)가, 꺼슬꺼슬한 털이 쓸리는 느낌이

그 하나하나가 너무나도 생생한 감촉으로 나의 피부 아래를 유린하고 있었다.

파리가 피부 위로 올라오면 피부가 불룩해지며 파리가 움직이는 것이 보인다.

옛날에 본 미이라가 나오는 영화에서 고대의 딱정벌레가 사람의 몸 속으로 기어들어가는 장면이 생각났다.

그 딱정벌레들은 사람의 살을 갉아먹어서 순식간에 뼈다귀만 남겼었는데, 내 몸의 이것은 날 뜯어먹지는 않는게 천만다행일까.

인터넷에서 사람 몸으로 들어가는 파리의 자료를 찾던 와중에 어떤 사진을 발견했다.

전쟁중에 부상당한 병사의 환부에 파리가 알을 까서, 짓무른 상처 위로 구더기들이 허옇게 기어다니는 사진이었다.

순간 소름이 쫙 돋았다.

이 파리가 내 몸을 돌아다니는 이유는 혹시, 알을 깔 장소를 찾고 있는게 아닐까?

그리고 만약 알을 까면, 그 알에서 구더기가 나오면, 어떻게 되는거지?

수십마리의 구더기가 몸안을 기어다니는 상상을 해버렸다.

어째선지 파리가 움직이고있지 않았다. 그 얌전함이 미친듯이 불길했다.

병사의 환부에 생긴 구더기들을 군의관이 핀셋으로 일일히 집어내는 사진을 본 후, 나는 바로 병원으로 달려갔다.




4)

"그러니까... 파리가 몸 안으로 들어갔다고요?"

머리가 희끗희끈하고 후덕한 인상의, 잠자리안경을 낀 동네 의원의 의사가 차트를 작성하다 눈썹을 들어올렸다.

"예. 몸 안을 기어다니고 있어요. 이거 알까고 그러면 어떡하죠?"

"그...일단 파리는 사람 몸에 들어가면 죽습니다. 위장으로 들어가면 위산에 죽고, 귓구멍으로 들어가면 굶어죽어요.

피부가 가렵고 그런걸 착각하는게 아닌가요?"

"아니에요! 진짜 파리에요! 제 몸으로 들어가는걸 봤어요!"

"어떻게요?"

"자다가 꿈에서..."

의사의 표정이 '이건 뭔 병신인가'하는 듯이 변했다.

"최근에 어디 아프리카라도 갔다왔나요? 아프리카에 서식하는 파리중에서 사람몸에 알을까는 종류가 있긴 있습니다."

"아뇨. 전 한국 밖으로 나간적이 없어요. 그리고 알을 깐게 아니라 날아다니는 파리 성충이 몸으로 들어갔다니까요!"

"아..."

의사가 '이 병신을 어떻게 처리해야하나'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럼...그런 벌레가 어디서 왔는지 감이 잡히는게 있나요? 아프리카를 방문한 친척이 있다거나..."

"동네에 무당집에서...아!"

그래! 그 그림이다!

그 금으로 꽃이 그려진 그림에서 파리가 튀어나왔었다!

"동네 무당집에 그림이 하나 있었는데 그 그림에서 파리가 나왔어요!"

"무당집 그림에서 파리가 나왔다고요?"

의사가 안경을 추켜올리며 되물어봤다.

"예!"

"음..."

의사가 키보드를 두드리더니 뭔가 출력했다.

"진료 의뢰서입니다. 이걸 가지고 큰 병원에 가져가시면..."

종이에는 '정신과감정'이라고 써있었다.

"아니 진짜라니까요! 왜 사람말을 안믿어요! 지금도 기어다니는 느낌이 드는데!"

"믿어요. 믿습니다. 그런데 환자분께서 진짜를 말하고 있다고 해도 저는 어떻게 못해드리니까, 여기로 가보세요.

외과적 수술이 필요할수도 있는데 여기선 못하거든요. 아니면 그 무당집에 무당한테라도 가보시던지..."

의사의 한마디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래! 무당한테 가면 어떨까?



5)

무당한테 간다고 해도 그림을 들고나온 그 무당집으로는 갈 수 없었다.

어떤 도둑놈이 미쳤다고 도둑질 한 집에 제 발로 기어들어간단 말인가?

거기서 그림하나 훔쳤다가 이사단이 났는데.

이제와서야 저런 그림을 태워버리고싶지만 혹시 태웠다가 더 안좋아질까봐 섣불리 못하고 있었다.

나는 일단 인터넷 검색창에 무당이라고 검색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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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펴보니 퇴마랑은 거리가 멀어보인다.

거기다가 대부분 유료결제였는데, 이 상황까지 와서도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보니까 굿같은거 받으면 얼마나 필요하지?

대충 찾아보니 싸도 50은 나간다는 모양이다.

이거 도둑질한번 잘못했다가 배보다 배꼽이 더 크게 생겼다.

다시는 무당집에 도둑질 하러 들어가나봐라 하고 이빨을 갈았다.

좀 쉬려고 앉았더니 파리가 다시 몸을 기어다닌다.

몸을 때리기도 지쳐서 애써 감촉을 무시하며 인터넷을 찾아봤다.

그러던 와중에 내가 하던 커뮤니티사이트의 다른 갤러리중에 무속에 관련된 갤러리가 있다는걸 발견했다.

나는 믿져야 본전이다 싶어서 글을 써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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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루팡야팡야
제목: 야 저주나 귀신같은거 잘 아는 갤러있냐?
내용: 시X; 이상한 그림 주웠다가 개고생하고있다;
병원가도 뭔지 못밝혀낸다; 그냥 정신과 가라는데 난 제정신같거든.
이거 아무리 생각해도 저주같은데 이런거 잘아는놈 있냐?
무당같은거 찾아가보고 싶은데 뭐 어디로 가야함?
그리고 굿같은거 싸게 받는 법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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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뾰쭁뾰쭁: 걍 정신과나 가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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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내가 미쳤나 싶다.

순순히 정신과를 가야하나 생각해봤지만 무당집에 들어간게 화근이었으니 해결도 무당이 해주지 않을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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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루팡야팡야
제목: 아 미친거 아니라고 진짜
내용: 길가다가 그림을 주웠거든;
근데 그 그림에서 파리가 튀어나와서 몸안을 기어다닌다;
이거 알까는거 아닌가?
혹시 여기 무당 있냐? 공짜로 굿해줄 생각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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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3)
젤리슬라임: 열정페이 지린다
루팡야팡야: 진짜 내가 돈이 없어서그래. 사람하나 살려주는 셈치고 누가 도와주라 제발 [삭제]
ㅇㅇ: 병신이네 이거. 공짜로 해달라고 하면 어떤 병신같은 무당이 도와주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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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로 굿해달라고 썼더니 악플이 달린다.

기대한 내가 바보같다. 이런 인터넷 게시판에서 뭘 바란거지.

나는 그냥 정신과를 가야겠다 싶어서 정신과를 찾아보려고 했다.

그런데 새로고침을 하니 누군가 게시판에 새글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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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핸섬무당
제목: 루팡야팡야는 이글 본다.
내용: 내가 무당인데 어제 예지몽을 꿨다.
꿈에서 누군가를 봤는데 그게 너같거든?
니가 주웠다는 그림이 금으로 꽃 그려져있는 그림 맞냐?

[목록]

댓글(5)
루팡야팡야: 개소름;;;;;; 진짜 무당이세요???? [삭제]
핸섬무당: 진짜 무당임. 너 그림을 주울 때 청바지에 검은색 나이키티, 운동화 신고있었지?
루팡야팡야: 나 지금 소름돋아서 미치겠다; 어떻게 알았어요? 진짜 꿈에서 보심? [삭제]
사징오징육징: 헐 진짜 무당 입갤함?
정력에는비타민C: 이분 진짜 무당 맞으심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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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했는데 진짜 무당이다!

어제 내가 입고있었던 옷까지 맞추다니 진짜 무당은 이정도구나 싶어서 감탄했다.

그런데 훔친 그림을 주웠다고 하다니 무당이라도 거기까지는 알지 못하는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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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핸섬무당
제목: 루팡야팡야 이글 필독한다. 지금 너한테 뭐가 붙었는지 알려줄게.
내용: 파리가 몸속을 기어다닌다고 했지?
그거 살충(煞蟲)이라는 거다.
사람 몸에 들어가서 알을 까는데 빨리 몸에서 안빼내면 구더기들한테 먹혀서 죽는다.
니 지금 상황 겁나 심각한거다.

[목록]

댓글(4)
사징오징육징: 무당님 저 올해안으로 여친 생기나요?
루팡야팡야: 그럼 저 어쩌죠 무당님; 도와주시면 안될까요. 살려주세요;;;;[삭제]
ㅇㅇ: 루팡야 니새끼 돈 없다는데 도와주겠냐 ㅋㅋㅋㅋㅋㅋ 도와주면 병신이지.
핸섬무당: 내가 공짜일은 안하는데 예지몽에서 널 본거보니 신령님이 계시를 주신 것 같다.
진짜 특별하게 내가 공짜로 해준다. 너 XX동까지 올 수 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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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행운이 있나. 만세가 절로 나왔다.

핸섬무당이 진짜 무당이라고 하는 갤러도 있었고 어떤 그림인지도 맞추는걸 보니까 나도 진짜라고 생각했다.

거기다가 공짜로 해준다니 가서 손해는 아닐성싶다.

당장이라도 몸을 기어다니는 이 빌어먹을 파리를 빼내고 싶다.

몸에 알을 까서 구더기들한테 죽는다니 상상만 해도 욕지기가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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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루팡야팡야
제목: 무당님 감사합니다. 지금이라도 당장 갈수있어요.
내용: 언제가면 되나요?

[수정][삭제][목록]

댓글(3)
핸섬무당: 당장와라. 빨리 빼면 빨리 뺄수록 좋다. 쪽지로 주소 보내놨다. 그림 꼭 가져오고.
사징오징육징: 무당님 저 여친 언제 생기나요?
루팡야팡야: 지금 당장 가겠습니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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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주소를 따라가니 무당집이 하나 나왔다.

내가 그림을 훔치러 간 곳과는 다르게 꽤 번듯한 무당집이었다.

문간에 내가 물건을 훔친 무당집처럼 卍자가 써있고, 옆에는 佳人도령이라고 써있다.

무슨,인도령? 첫번째 글자는 뭐라고 읽는거지?

안으로 들어가니 생각보다 현대적인 인테리어였다.

사람들 몇명이 소파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장사가 꽤 잘되는 것 같았다.

직원으로 보이는 여자가 와서 번호표와 종이컵에 담긴 커피를 건내줬다.

커피를 마시면서 한시간쯤 기다렸다.

신기하게도 이곳에 들어오니 파리가 잠잠했다.

나는 무당의 기에 눌려서 활개를 못치는건가 생각했다.

"67번손님!"

내 번호가 호명됐고 나는 안으로 안내됐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어떤 남자가 병풍 앞 의자에 앉아있었다.

30세 초반? 정도로 보였는데 머리를 깔끔하게 올백으로 빚어넘기고 무당답지 않게 흰색의 와이셔츠와 검은색 슈트바지를 입고 있었다.

닉네임이 핸섬무당이라더니 생각보다 잘생겼다.

선이 날카로운 인상이었는데, 몸이 호리호리하다보니 수트핏과 딱 어우러져 모델같은 느낌을 주었다.

책상에는 알 수 없는 그림들과 붉은 먹물로 노란색 종이에 그려진 부적들이 놓여있었고 한쪽에는 대형 벽걸이TV가 걸려있다.

방 안은 병풍 이외에는 동양적인 요소를 찾기 힘들었다.

전체적으로 어떤 회사의 사장실같은 느낌이다.

"니가 루팡야팡야지?"

다짜고짜 반말로 말을 걸어온다.

하지만 내가 누구인지 바로 맞히는걸 보고나서 따질 생각은 싹 사라졌다.

"파리가 엥엥거리는 소리가 들리는구만. 딱 봐도 알겠어."

"마 맞아요! XX갤러리 핸섬무당님 맞으시죠?"

"쉿!"

갑자기 무당이 내 입을 막았다.

"닉네임으로 부르지마 멍청아! 다른손님이 들으면 내 이미지가 뭐가 되냐?"

"예?"

"가인도령이라고 불러라. 알았지?"

"예..."

나는 떨떠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쨋든, 생각보다 빨리왔네. 그럼 바로 퇴마를 시작하겠다."

가인도령은 책상에서 물건을 꺼내서 주섬주섬 늘어놨다.

그러더니 무슨 가루같은걸 한줌 줬다.

"일단 이걸 먹어라."

"이게 뭔데요?"

"구충제에 부적갈아넣은거."

"...예?"

"먹으라고."

그러더니 물을 한잔 따라준다.

"구충제라고요?"

"그럼 파리 한마리 잡는데 세X코라도 부르리? 빨리 안먹어?"

나는 재촉에 못이겨서 순순히 가루를 입에 넣었다.

의외로 아무맛도 안나서 먹을만 했다.

그런데 가루를 삼키자 몸속의 파리가 미친듯이 발광하기 시작했다.

나는 다시 느껴지는 소름끼치는 감각에 몸서리쳤다.

"으아아 뭐에요 이게!!"

"지 죽이려고 하니까 발악하는거지 뭐. 근데 너 숨 얼마나 참을 수 있냐?"

"예?"

치이이이이익

그러더니 나한테 대고 살충제를 뿌리기 시작했다!

"으아아! 뭘 뿌리는거에요!!"

"에프X라에 부적붙인거."

"뭔 개짓을 하는건데요!"

"개짓? 내 퇴마술에 시비걸지 마라 임마."

개짓이란 말에 발끈했는지 얼굴에 집중적으로 쏘기 시작했다.

연기때문에 눈도 못뜨고 숨도 못쉬겠다.

나는 선무당이 사람잡는다는 속담을 생각하면서 미친듯이 기침을 했다.

"쿨럭쿨럭! 크아악! 퉷!"

그런데 기침에 섞여서 무언가 튀어나와서 바닥으로 떨어졌다.

파리였다.

"오, 성공."

눈이 맵긴 했지만 몸에서 파리가 나왔다는 사실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가인도령은 바닥에 떨어진 파리에 부적붙인 에프X라를 뿌려댔다.

그리고 하얀 거품범벅이 된 파리를 핀셋으로 집어들더니 토치라이터를 꺼내서 태워버렸다.

지지직하더니 파리가 타는 매케한 냄새가 방안에 퍼졌다.

"야, 그림도 가져왔지?"

"쿨럭쿨럭. 예."

"그거 가지고 있으면 좋을 거 없으니까 빨리 내놔."

"넵"

나는 한순간이지만 나에게 공짜로 굿을 해준 가인도령에게 욕을 했다는걸 알고 머쓱해졌다.

그는 가방에서 그림을 받아들더니 펼쳐봤다.

"오 멀쩡하네. 아싸 득템."

그는 그림을 둘둘 말아서 서랍에 넣었다.

"이제 개짓한 돈을 받아볼까?"

그러더니 품에서 핸드폰을 꺼내들더니 전화를 걸었다.

나는 돈이라는 말에 당황했다.

"예? 복채요? 저 돈 안가지고 왔는데. 그리고 공짜로 해주신다면서요!"

"세상에 공짜가 어디있냐? 여보세요? 김양. 올려보내주세요."

짧게 용무를 마치고 전화기를 품에 넣은 그는 나를 보면서 실실 웃기 시작했다.

"니가 들어간 무당집이 어딘줄 알아?"

"예?"

"거기 내가 잘 아는 지인이 하는 무당집이거든. 얼마전에 무당 관둬서 내가 대신 관리하고 있는 곳이야."

"예에?"

"어떤 병신이 도둑질하면서 불을 켜냐? 감시카메라에 니 얼굴 다 찍혔어 임마."

감시카메라? 이게 무슨소리야?"

"잠깐만요! 분명히 예지몽에서 절 봤다고!"

"응. 구라야. 난 예지몽같은거 지금까지 꿔본적 없거든?

어제 경보 울려서 감시카메라 확인했더니 니 얼굴 나오더라. 설치하길 잘했지.

잡을 방법이 딱히 없어서 손 놓고있었는데 인터넷에 글쓰더라? 세상에 이런 우연이 있나. 낄낄."

똑똑

그때 김양이라고 불렸던 여자직원이 노크를 하고 들어왔다.

"아, 오셨네"

그리고 그 뒤를 경찰 두명이 따라들어왔다.

"무단침입 및 절도혐의로 서까지 동행해주셔야겠습니다."

그러더니 양쪽에서 내 팔을 잡는다.

"아무렴. 복채는 필요 없지. 합의금 받으면 되는데 왜 복채를 받냐? 그럼 좀 있다가 보자?"



결국 합의금으로 200만원이 나왔다.





99)

가인도령이 턱을 괴고 인터넷을 하다가 문득 고개를 돌린다.

"김양. 남궁아주머니한테 연락해봐. 도둑 잡았다고 말씀은 드려야지."

"드렸는데 전화를 안받으세요."

김양이라고 불린 여자직원이 고개를 젓는다.

"끙... 이런 문자 보내놓으시고 그대로 연락이 끊켜버리네..."

가인도령은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그리고 문자를 확인했다.

남궁아주머니-무당짓 더 못할 것 같다. 신당에 있는거 다 니가 처분해.

"따님 그렇게 보내고 나서 충격이 상당히 크셨나보네... 그 신당 꽤 비싼거 많은데 이렇게 다 주셔도 되나?"

"왜요? 그냥 받으면 안되나요?"

"지금까지 내가 신세진것도 있고 해서 받기 좀 그러네.

그리고 무당끼리는 원래 도구같은거 잘 안주고받아. 남의 걸로 굿하다가 훅가거든. 다 팔던가 태우던가 해야하는데 그것도 일이구만...

거기 문도 고장났으니 빨리 해결해야겠다.

그나저나 아주머니께 한번 가봐야겠는데... 전화도 안받으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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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징오징육징
제목: 핸섬무당님 제발 이 글좀 봐주세요.
내용: 제가 여친이 생길까요?
언제쯤 생기나요? 제발 답변좀 ㅠㅠ
[목록]

댓글(3)
ㅂㅈㄷㄱ: 니 어제부터 이러는데 징하다 진짜. 핸섬무당 얘 불쌍하니까 빨리 나와서 답변좀.
핸섬무당: 관상을 보니 이번 생애에는 안생기겠구나. [삭제]
사징오징육징: 개새X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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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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