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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양치기 소년

형슈뉴2016.02.16 16:40조회 수 926추천 수 2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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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가 나타나자 양치기 소년은 다시 한번 마을 사람들이 다 들리도록 소리를 질렀어요.


"도와주세요! 도와주세요! 또 늑대가 나타났어요! 양들을 다 잡아 먹는다구요!"


절박하게 소리를 지르는 소년을 무시한 채 마을 사람들은 그 누구도 소년을 도와주지 않았답니다...


소리를 질러대는 그 소년이 늑대에게 물어 뜯겨 죽어가는 순간까지도...


아무도...






"어~~~ 취한다~~~ 한 잔 더 하러가야지!?"


"아 형 오늘은 그만먹지 벌써 2시라고~!!!"


"그으래~? 마누라한테 혼나겠네~!?"


"그러니깐 얼른 들어가쇼~!"


창문 밖에서 만취한 사람들의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온다.


♥♥♥들...


지들도 알다시피 새벽 두시인데 소리를 고래고래 질러가며 단잠을 깨우다니...


물론 저녀석들 탓만은 할 수가 없었다.


내가 사는 이 자취방은 방 크기도 웬만큼 적당하고 가격도 저렴하지만 한가지 단점이 있다면 방음이 안된다는 점이었다.


새벽에는 밖에서 속삭이는 소리까지 들릴 정도로 방음이 안되니깐 말이다...


"으휴... 얼른 졸업하고 돈 벌어서 이사를 가던가 해야지~!"


나는 화장실에서 볼일을 본 후 물을 한잔 들이켰다.


그리고는 자리에 누워 억지로 잠을 청하기 위해 이어폰을 귀에 꽂으려고 하던 그 순간이었다.




"사... 살려주세요..."


"응...? 무슨 소리지...?"


밖에서 어떤 여자의 겁에질린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바로 일어나 창문을 살짝 열어 밖을 살펴 보았다.


창문 바로 밑에서는 한 남자가 어떤 여자의 옷을 강제로 벗기려 하고 있었다.


'저... 저런 미친...'


당장 뛰어 내려가서 도와주고 싶었지만 마음만 앞설 뿐... 쉽게 몸이 움직여주질 않았다.


혼자 상대하다가 제압하지 못하고 오히려 내가 저 녀석에게 당한다면 무슨 망신이겠나...


창문에서 소리라도 질러서 도와줘야 하나? 그러다 저 녀석이 우리집을 알고 보복이라도 하면 어떻게 하지?


여자는 소리도 지르지 못한 채 흐느끼며 녀석의 요구에 어쩔 수 없이 응하고 있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내가 한심스럽고 바보같이만 느껴질 그때였다.


"너 이새끼!!! 거기서 뭐하는거야!!! 도와주세요!!! 여기 좀 도와주세요!!!"


저 멀리서 ♥♥♥을 당하는 여자를 발견한 한 용기있는 남자가 큰 소리로 도움을 요청했고, 그 소리에 놀란 주변 사람들은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여기저기서 창문을 열어 밖을 살펴보았다.


"뭐야... 무슨일이야?"


"웬 소란이래?"


"빨리 내려와서 좀 도와주세요! ♥♥♥ 범이라구요!"


"뭐? ♥♥♥범? 이런 썩을놈을 봤나! 너 거기 꼼짝말고 있어라!"


"뭐... 뭐야... 이런 씨..."


♥♥♥을 하려던 그 남자는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바로 자리를 떴고, 여자만 상의가 벗겨진채 다리가 풀려 바닥에 앉아있었다.


사람들이 하나 둘 나와 그 여자를 둘러 싸기 시작했고, 나 역시 그제서야 용기를 내어 내려가 상황을 지켜보았다.


"아가씨 괜찮아요?"


"아이고... 큰일 날 뻔했네..."


"마 그 썩을놈 내 손에 잡혔으면 아주 그냥 요절을 내는건데"


"경찰에 신고 해야 하는거 아니에요?"


"아가씨 혹시 다음에도 이런 일 생기면 크게 소리를 지르라고~! 그래야 사람들이 도와주지~"


♥♥♥을 당할뻔한 여자는 덜덜 떨리는 몸을 간신히 추스리며 소리를 질러 도움을 요청한 남자에게 감사하다며 수차례 인사를 했고, 그 남자는 별거 아니라는 듯이 손사례를 쳤다.


어디서 저런 용기가 나왔을까...?


나는 바보같이 그 상황에서 아무 결정도 내리지 못한 채 방관하고 있었는데...


지금 내려와서 이 여성을 위로해주고 걱정해 주는 사람들은 정말 저 남자가 소리를 지르기 전까지 ♥♥♥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었을까...?


찝찝한 마음을 지우지 못한 채 나는 다시 집으로 들어갔다...


"... 그래도 이정도로 끝난게 정말 다행이야..."


창문 밖에서는 무슨 재미난 일이라고 아줌마 아저씨들끼리 방금 있었던 일에 대해서 한참을 더 떠들어 대다가 흩어졌다.






"어제 그 ♥♥♥범 있잖아요!"


"네 왜요~? 잡혔대요?"


"아니요 그건 아닌데~ 스토커 같다네요~!"


"스토커요?"


"네 어제 그 아가씨가 최근에 계속해서 누가 따라다니는 것 같고 그런 이상한 기분을 계속 느끼고 있었다네~"


"아이고... 얼른 잡혀야 할텐데 말이에요~"


"그러게요... 세상이 왜 이렇게 흉흉한지..."


"감시카메라 이런것 좀 많이 달아달라고 항의라도 해야 하는거 아니에요?"


"그러니까요~ 우리가 나서서 동네를 지켜야 하지 않아요?"


아침에 일어나서도 동네 사람들은 어제 그 일에 대한 이야기뿐이다.


이 동네 사람들이 원래 이렇게 친하게 지냈었나...?


갑자기 단합이 되어버린 동네 사람들이 조금 낯설었다.


"이래서 냄비근성 냄비근성 하는건가..."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쉽게 식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내 생각이 틀렸다.


며칠이 지나자 동네 사람들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고, 서로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물론 그 ♥♥♥범 이야기 하는 사람들은 전혀 보이지 않았고...


감시카메라...? 항의...?


변한건 아무것도 없었다.


나역시 그들과 다를 바 없었기에 그들을 비웃을수만은 없었다.


아무일 없는게 다행인거지...


그런 생각만 했을뿐...






그렇게 며칠이 흘렀을까...?


다시 동네 사람들이 떠들썩해지기 시작했다.


"뭐지...? 무슨일이 또 생겼나?"


나 역시 호기심이 생겨 아줌마들이 이야기하는 곳에 가서 이야기를 들었다.


"아이고... 어떻게 그런일이 생겨?"


"그러니까... 그 착하고 정의로운 청년이..."


무슨 소리를 하는지 감이 오질 않았다.


"저... 저기 아주머니... 무슨 일 있나요?"


"아... 201호 학생이구만... 학생도 알지? 그 저번에 ♥♥♥ 사건~"


"네 알죠... 그런데 왜요?"


"그때 소리질러서 도움을 요청했던 그 청년이... 글쎄 어제 길가에서 칼에 찔려서 죽어있었다는거야..."


"네?"


"그 스토커가 보복을 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더라고... 그러게 그 때 감시카메라 달자고 적극적으로 항의를 했으면 이런 일도 없었을텐데 말이지..."


순간 간담이 서늘해짐을 느꼈다.


만약 그때 내가 용기를 내서 창문에서 소리를 질렀다면... 내가 죽었을지도 모르는 상황이니까...


다른 사람들도 찝찝하긴 하겠지만 그때 용기를 내서 소리를 지르지 않은것에 대해서 스스로에게 칭찬을 해주고 싶은 마음일 것이다.


"역시 함부로 그렇게 남의일에 나서고 그러면 안되는거야..."


"맞아요 맞아... 자기 몸은 자기가 알아서 잘 챙겨야 하는거지..."


"..... 저... 그럼 말씀들 나누세요 전 이만..."


"그래 학생도 조심하고~"


집에 들어와서도 나는 한동안 아무 것도 하지 못한 채 용기내지 못한 내가 잘한 것인지 아닌 것인지에 대해 깊은 생각에 잠겼다.


"그 여자는 얼마나 죄책감에 시달릴까..."




그렇게 또 시간은 흘러 흘러 다들 일상으로 돌아간 어느 날...


유난히 잠이 오지 않아 밤잠을 설치던 그 날...


"도!와!주!세!요!"


한 여성의 큰 고함소리가 정적을 깼다.


"조... 조용히해 이 ♥년아! 너도 그새끼처럼 뒈지고 싶어?"


"제발요!!! 살려주세요!!!!!"


그때 그 여자...




"아가씨 혹시 다음에도 이런 일 생기면 크게 소리를 지르라고~! 그래야 사람들이 도와주지~"




아저씨가 말한대로 죽을힘을 다해 소리를 질러댔다.


온몸이 떨려왔다.


그때와는 다르게 아예 창문밖을 내다 볼 용기가 없을정도로...


누군가가... 도와주겠지... 저렇게 소리를 질러대는데 말이지...


누군가는 도와줄꺼야...


"아무도 없어요!!!? 제... 제발!!!"


"꺄아악!!!!!"


".....이런...!"


나는 도저히 참지 못하고 자리를 박차고 있어났다.


"....."


"하... ♥♥..."


"도... 도와주...!!!"


"....."


나는 결국 용기를 내지 못하고 다시 조용히 침대에 앉아 이어폰을 귀에 꽂은 채 노래를 튼다...


누군가가 도와줄거라 스스로에게 위안을 하며...










"어쩜 좋아요 글쎄..."


"범인은 잡혔대요?"


"아니요... 못잡았대요..."


"아니 어떻게 사람을 또 죽일수가 있대요?"


"그러게 말이에요... 완전 연쇄살인마네... 이거 불안해서 어디 살겠어요?"


"어쩜 그렇게 쥐죽은듯이 사람을 ♥♥하고 죽일수가 있는거래?"


"그러게 왜 그 죽은 아가씨는 도와달라고 소리도 안 지른거래?"


"너무 겁이나서 소리가 안 나왔나봐요..."


"도와달라고 했으면 내가 당장 뛰쳐나가서 그 자식 요절을 내는 건데 말이야..."


"그러게요... 참 안타깝네..."


"다들 조심하자고... 무슨 일 생기면 항상 도움 요청하고..."


"네... 네... 그래요..."






"....."


다들 들리지 않았다고 조용히 죽은 그 아가씨만 불쌍하다고 이야기들을 한다.


너무나도 뻔뻔한 얼굴들로 말이다...


근데 저렇게 이야기하는 저 사람들 말이 난 이해가 된다.






나도 어제...




아무것도 듣지 못했으니까...











"거~ 맨날 거짓말만 치고 늑대가 나타나지도 않았는데 늑대 나타났다고 그러니깐 우리도 지쳤다고요 그 녀석 거짓말에~"


"마... 맞아요 맞아! 하... 항상 늑대 잡으러 가면 거짓말이였다고 어른들 약올리기나 하고 말이야!"


"어린 녀석한테 이런 말 하면 안되는거지만 그 녀석 어른들한테 매일같이 거짓말이나 하다가 처... 천벌 받은거라구요!"


"그... 그래요... 천벌 받은거에요..."


"마... 맞아요... 그 녀석은... 거짓말... 쟁이... 였다구요..."


"저... 정말로 항상 늑대는 없었다구요... 그 그쵸?"


"마... 맞아요... 우리는... 우리는... 정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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