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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신발 제사

title: 하트햄찌녀2021.09.08 15:00조회 수 597추천 수 1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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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에는 중학교 때 선생님 한 분이 얘기 해주신 이야기가 늘 생각난다.

선생님이 해주신 이야기가 생각난 김에 여기에 적어 볼까 한다.



내 기억이 맞으면 중학교 2학년 때로 기억한다.

그 선생님은 50대 후반쯤의 할머니였고 담당 과목은 도덕이였었다.

평소 수업시간에 수업외의 이야기는 전혀 하시지 않으셨고

수업중에 딴청을 피우는 놈들은 까랑까랑한 목소리로 혼내시는게 유명하셨던 분이었다.

그날은 초여름 비가 추적추적 내리며 천둥번개가 치던 날이었다.

그런 날은 으레 수업하러 들어오신 선생님들한테 무서운 이야기 해달라고 졸랐고

선생님들은 이 요구를 무시하면 남은 수업시간에 학생들이 집중을 1도 안 할 거리는 걸 알기에

또는 자기들도 지루했었는지 무서운 이야기나 지인들이 겪었다고 밀하는 무서운 썰들을 풀어놓으셨다.

점심시간 다음 5교시에 도덕 수업였고 그 할머니 선생님이 들어오셨다.

우리 모두는 허튼 소리하면 이 한 시간이 피곤해질 걸 알기에 조용히 침묵을 유지할 때 꼭 눈치없는 놈 하나가 큰 목소리로

"선생님 비도 오는데 무서운 이야기 하나 해주세요" 이러는 거였다.

교탁 바로 앞자리였던 나는 '햐 이제 혼나겠군' 생각했는데 왠걸 선생님은 조용히 우리들을 주시하다가 입을 열었다.


"무서운 이야기가 듣고 싶니들?"

평소와는 다른 분위기 였을까 우리 모두는 크게 "네~" 하였고 선생님은 천천히 이야기를 풀어 나가셨다.


선생님네는 선생님이 어릴때부터 설날이 지나고 따로 제사를 하나 지냈다고 한다.

근데 이 제사가 조금 특이한게 고무신 운동화 군화등 각종 신발을 음식들과 함께 상에 펼쳐놓고

선생님의 아버지 혼자서만 다락방에서 제사를 지내었다고 한다.

선생님이 국민학교 때 너무 궁금한 나머지 제사를 지낼 때 몰레 올라가다가 크게 혼이 난 후

고등학교 때까지 제사 때 다락방 근처에도 가지 못하셨다고 하셨다.


대입수험을 끝내고 가족들과 축하하는 식사자리에서 선생님은 머리도 커져서였는지 아니면 그 동안 참아온 궁금증 때문이였는지

선생님 아버지한테 그 이상한 제사를 왜 하시느냐고 여쭈어봤고 선생님 아버지는 술을 한두 잔 마시다가 얘기하셨다고 한다.


선생님 아버지는 6.25 때 징집되시어 휴전때까지 군에 복무하셨다고 하셨다.

낙동강까지 밀리다가 인청상륙작전이 성공하면서 북으로 북으로 진격하시다가

중공군의 기습으로 선생님 아버지가 속한 부대가 거진 와해되다 시피 했고

선생님 아버지 포함 11명의 부대원들만이 산길을 타고 남으로 남으로 걸어내려오실 때였다고 한다.

워낙 급작스럽게 공격받고 부대가 와해되면서 공급은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았고 탄이면 먹을거면 정말 부족했다고 하셨다.

그렇게 추위와 굶주림을 참아가며 산길을 따라 걷다보면 한명 한명이 쓰려졌었는데

그렇게 한명씩 쓰러질 때마다 죽은 병사의 군화를 벗겨내어 군화 윗부분 말랑한 가죽부분을 잘라내어 물에 삶아 먹으면서 내려 왔다고 하셨다.

그렇게 국군을 만날 때까지 말이다. 결국 국군을 만났늘때는 고작 3명만 살아남았다고 하신다.

그렇게 무사히 전역하시고 결혼도 하고 선생님도 출산하시고 평범하게 살고 계실 때 어느날부터인가 꿈을 하나 꾸셨다고 하셨다.

같이 후퇴할 때 죽어나간 7명의 부하들이 차례차례 꿈속에서 나타나 맨발로 엉엉 울면서 말이다.

선생님 아버지는 부하들이 죽고 자기가 살았다는 죄책감에 울면서

그 동안 어디 있었냐고 가자 우리집에 가서 따스한 밥 한끼 하자 하니

부하들이 한결같이 저는 죽어 저승에 가야합니다 하지만 신발이 없어 가지 못합니다 이를 어찌합니까 하며 엉엉 울다

꿈에 계속 깨시니 이에 마음이 불편하다 부대원들이 신발이 없어서 못간다는 얘기가 퍼뜩 생각이 나서

그때부터 설다음날 신발과 함께 제사를 지내셨다고 하셨다고.

그러면서 하시는 말씀이 자기가 죽어서도 선생님과 선생님 남동생보고 너희들이 그 제사를 이어가달라고 부탁하신다고 말씀을 하셨었는데

임종직전 병원에 모인 가족을 보시며 환하게 웃으시며 하신 말씀이

부하들이 모두 신발을 신고 있는 거를 봤다고 제사는 더 이상 안해도 될 거 같다 하시더니 다음날 그렇게 떠나가셨다고 하셨었다.



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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