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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죽음투표게임

title: 병아리커피우유2016.04.24 08:32조회 수 924추천 수 2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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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마우스에서 손을 떼고 입이 찢어져라 하품을 했다.

 

백수 생활도 하루 이틀이지 이 넘쳐나는 시간을 도대체가 어디다 써야 할지 모르겠다.

 

서른이 넘어가면서 이젠 취업활동도 반쯤 포기하고 될 대로 되란 생각뿐이다.

 

컴퓨터도 지겨웠지만 특별히 만날 사람도 갈 곳도 없다보니 별수 없이 다시 마우스를 쥐었다.

 

 

“이건 뭐지?”

 

스팸만 가득한 메일함을 의미 없이 뒤적이던 중 이상한 제목의 메일이 도착한 것을 발견했다.

 

‘죽음 투표 게임’

 

어디 점집 스팸메일처럼 보이지는 않았기에 난 메일을 열어봤다.

 

메일 안에는 링크 주소와 함께 ‘죽음 투표 게임’에 대한 룰이 간략히 적혀 있었다.

 

 

[죽음 투표 게임]

 

1. 해당 링크를 클릭하시면 ‘죽음 투표 게임’게임에 참여하실수 있습니다.

 

2. 참여를 원치 않으시면 즉시 메일을 삭제하십시오.

 

3. 참여를 원하시면 첨부된 링크를 클릭하십시오.

 

4. 링크를 클릭하시면 ‘죽음 투표 게임’ 초대메일이 주소록에 저장된 3명에게 자동 전송됩니다.(발송자는 표시되지 않습니다.)

 

5. 한번 참여를 결정하셨으면 절대 무를 수 없으며 그 누구에게도 이 게임에 대해 말해선 안됩니다.

 

  

 

뭔가 불법적인 냄새가 났지만 왠지 재미있을 것 같았다.

 

살짝 보다가 위험해 보이면 그냥 나와 버리면 그만이다.

 

난 입술에 침을 한번 묻히고 링크를 클릭했다.

 

 

링크를 타고 들어가니 전체적으로 어두운 웹페이지 하나가 나왔다.

 

중앙에는 영상화면 하나가 있었고, 하단부에는 0:0 이라는 스코어가 표시되어 있었다.

 

그리고 빨간색과 파란색의 투표를 하는듯한 버튼 두개도 보였다.

 

그 외에 별다른 눈에 띄는 것은 없었기에 난 영상에 집중했다.

 

 

영상에는 낡은 창고처럼 보이는 곳을 비추고 있었다.

 

영상 뒤쪽에는 커다란 소각로가 보였고 중앙엔 널찍한 테이블이 준비되어있었다.

 

그 창고를 보고 있자니 어디선가 본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기억을 더듬고 있을 때 화면에 가면을 쓴 남자의 모습이 나타났다.

 

남자는 낮은 톤으로 말을 하기 시작했다.

 

 

“모두들 반갑습니다. 다들 메일을 받고 찾아오셨겠지요.”

 

왠지 익숙한 목소리다.

 

내가 다시 기억을 더듬는 사이 남자는 다시 이야기를 시작했다.

 

“미리 알려 드린 대로 한번 들어오신 이상 절대 중간에 포기하실 수 없습니다.

 

지금 보고 계신 이 영상은 실시간으로 촬영되고 있으며 게임이 모두 끝날 때까지

 

일체의 편집이나 중단 없이 그대로 송출 됩니다.

 

여러 가지로 힘든 게임이 될 테니 다들 각오 단단히 하시는 게 좋을 겁니다.

 

자 그럼 지금부터 ‘죽음 투표 게임’이 무엇인지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남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천에 쌓인 상자 같은 것 두개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이 두 개의 우리 안에는 각각 동물이 한 마리씩 들어있습니다.

 

지금부터 여러분은 둘 중 한 마리에게만 투표를 하실 수 있습니다.

 

더 많은 표를 얻은 동물은 안전하게 살아나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표를 적게 받은 동물은 산채로 불구덩이로 던져집니다.

 

투표시간은 딱 10분.

 

잘 생각해서 투표하시길 바랍니다.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경찰에 신고하거나 해서 이 게임을 방해하는 사람이 있으면

 

앞으로 준비된 모든 동물들이 전부 불구덩이로 던져집니다.”

 

 

터무니없는 말에 난 생각을 멈추고 영상을 바라보았다.

 

남자가 천을 벗기자 우리 안에 있는 작은 동물들이 보였다.

 

“자 첫 번째 게임입니다. 왼쪽 우리에는 귀여운 토끼 한 마리가 있습니다.

 

오른쪽 우리에는 새끼 고양이 한 마리가 있군요.

 

과연 어떤 녀석이 불구덩이로 들어갈까요?

 

투표결과는 실시간으로 확인 가능하며 마지막 1분 동안만은 볼 수 없도록 가려집니다.

 

지금부터 투표를 시작합니다.”

 

 

남자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화면에 카운트다운이 표시 되었다.

 

이런 미친 게임을 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우리 안에 갇힌 동물들을 보니 마음이 약해졌다.

 

동물을 너무나도 사랑하는 나는

 

괜히 허튼짓을 해서 저 아이들이 소각로에 던져지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어떻게 해야 할까?

 

그때, 0:0이었던 스코어의 숫자가 빠른 속도로 올라가는 것이 보였다.

 

12:16, 32:29, 64:63......

 

이 영상을 보고 있는 사람이 몇 명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내 생각 이상으로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는 것 같았다.

 

9분이 지나 스코어가 가려질 때까지 난 결정을 못하고 있었다.

 

투표가 끝나기 직전에야 고민 끝에 눈을 딱 감고 버튼 하나를 눌렀다.

 

 

“네. 10분이 지났습니다. 투표를 종료합니다.

 

결과를 한번 보도록 하겠습니다.

 

왼쪽에 있는 귀여운 토끼에 투표해 주신분이 378명.”

 

남자는 반응을 지켜보는 듯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리고 오른쪽에 있는 새끼 고양이에 투표해주신 분이 383명.

 

간발의 차이로 우리의 고양이가 승리했습니다.”

 

 

나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이내 긴장을 하며 남자의 움직임을 주시했다.

 

“그럼 규칙대로 패배한 토끼는 불구덩이로 들어가겠습니다.”

 

남자는 전혀 주저하지 않고 우리에서 토끼를 꺼내었다.

 

그리곤 토끼가 잘 보이도록 카메라에 가까이 가져와서 보여준 뒤

 

그대로 소각로 안으로 던져 넣었다.

 

 

충격적인 모습에 난 입을 벌리고 화면만 바라봤다.

 

솔직히 설마 했는데 저 미친 녀석이 정말로 불구덩이에 던져 버렸다.

 

목적이 무엇인지 정확히 모르겠지만 이 게임은 단순히 장난이 아니었다.

 

난 잔뜩 긴장한 채로 화면을 주시했다.

 

 

불속에 어렴풋이 보이는 검은 형체를 보니 마치 내가 죽인 것 같은 죄책감이 들었다.

 

아마도 게임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이 다 같은 생각일 것이다.

 

활활 타오르는 불길을 잠시 바라보던 남자는 자리에 앉으며 입을 열었다.

 

“네. 이걸로 첫 번째 게임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다음 게임은 잠시후에 시작합니다.”

 

남자는 가면을 고쳐쓰곤 오른손 새끼손가락을 주물렀다.

 

남자의 그 행동을 보자 떠오르는 사람이 있었다.

 

 

오래전 우리 동네에서 애완동물가게를 했던 남자.

 

동물들을 구경하기 위해 가끔 들렀기에 그 남자와는 안면이 있었다.

 

하지만 어느 날 가게에 불이나는 바람에 가게가 문을 닫았다.

 

소문에 의하면 가게주인인 그 남자가 일부러 불을 내서 동물들을 죽인 거라고 했다.

 

내겐 상당히 끔찍한 사건이었기에 아직 기억하고 있었다.

 

그 남자의 버릇이 새끼손가락을 주무르는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저 창고. 그 가게의 창고 같다.

 

 

난 망설이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가 이 미친 짓을 멈출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창고로 쳐들어가서 남자를 제압하고 불쌍한 동물들을 풀어주는 거다.

 

죄 없는 동물들이 더 죽어나가기 전에 서둘러 저 남자를 처리해야 한다.

 

난 기억을 되살려 그 가게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다행히 가게문은 열려있었다.

 

발소리를 내지 않기 위해 조심하며 조심스레 창고가 있는 지하실로 향했다.

 

창고 문안에서 그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세 번째 투표가 끝났습니다.

 

이번엔 우리의 말티즈가 승리했습니다.

 

그럼 패자는 바로 불구덩이에 던져 넣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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