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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환생

title: 섹시변에서온그대2016.05.30 22:11조회 수 1142추천 수 1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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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푸! 사람 살, 풉-! 사람 살려! 푸합! 푸! 푸학-! 사람살ㄹ 푸하-! 커컥! 사람- "

20대의 여인이 꾸르륵거리며 물 아래로 가라앉는다. 그녀의 사망이었다.

 


" 사람살려-!! "

30대의 송여인. 온 몸에 식은땀을 흘리며 침대를 박차고 일어났다. 

" 허억...허억...허억...? "

본인의 침실을 둘러보는 송여인의 얼굴이 혼란스럽다. 침대를 벗어나, 화장대의 거울을 보는 표정이 당황스럽다. 믿을 수 없는 얼굴로 자신의 얼굴을 만지작 거리는 송여인.

" 뭐야...? 난...뭐야? 난...난...? "

그때, 안방문이 열리며 송여인의 어린 딸이 품으로 달려든다.

" 엄마~! "

잠깐 당혹감이 시렸던 송여인의 얼굴이 점차 안정을 찾아가며 품에 딸을 안는다.

" 아... 아아 우리 딸...! 우리 딸! "

 


깊은 산 속. 색동옷을 곱게 차려입은 가옥 한 채, 그 집으로 송여인은 들어갔다.
신을 모시는 늙은 무속인은 송여인을 보자마자 재밌다는 듯 웃으며 대뜸,

" 너 아주 재밌는 아이구나? 낄낄낄! 너 , 전생을 기억했구나? 낄낄낄! "

놀라 큰 눈의 송여인이 빠르게 허물어지듯 앞에 앉아 묻는다.

" 정말 그게 제 전생인가요? 제 전생이었나요? 하룻밤 꿈에, 20년이 넘는 꿈을 하룻밤만에 꿨어요! 그게 정말 제 전생인가요? "
" 그럼 전생이지~! 드문 일이야~! 너, 아주 완벽하게 기억하고 있구나? 낄낄낄! 인생을 두번 산 기분이겠구나? "

송여인은 믿을 수 없었다. 그것이 전생이 맞다기엔 송여인에겐 너무나 큰 의혹이 있었던 것이다.


" 그렇지만! 그렇지만, 꿈속의 마지막은 지금과 같은 2016년 이었단 말이에요! "
" 낄낄낄낄낄낄! "

한참을 웃던 무속인은 급 무표정히, 눈깔을 치켜뜨며 말했다.

" 그애가 '지금' 죽어서- , '지금'의 너로 33년 전에 환생한거야. 하늘의 이치를 너의 머리로 재려 하지마. "

송여인은 머리가 복잡했지만, 무속인의 말을 믿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생생한 꿈속의 기억은, 무속인의 말대로 두번의 인생처럼 선명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송여인에겐 문제가 하나 있었다. 

송여인이 전생에서 사망했던 그 날이, 아직 오지 않은 '미래'였기 때문이다!


" 아직...전생의 내가 죽은 날이 오질 않았어요. "
" 그래서 너가 아주 재밌는 아이인거야! 낄낄낄! "


송여인은 망설였다. 이 질문을 해야만 하는가? 어쩔 수 없었다. 송여인은 결국 묻고 말았다.


" 만약 제가... 전생의 나를 구해서 전생의 내가 살게된다면...지금의 저는 어떻게 되죠? " 


" 지금 그걸 묻는거야? 낄낄낄낄낄낄-! "


점쟁이의 섬뜩한 웃음소리에 송여인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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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여인네 가족의 단란한 저녁식사 식탁. 남편과 딸은 웃으며 밝지만, 송여인의 표정은 어두웠다. 홀로 생각에 잠겨 수저질 속도가 느렸던 것이다

.

" 여보 무슨 일 있어? 왜그래? 어디아파? "
" 엄마 아파-? "  
" 아..아니야. 엄마 안아파~. 자, 밥 먹자~ "

사실 지금 이순간 송여인의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는 사람이 따로 있었다. 

그 사람은 바로 청년 '김남우'. 송여인이 전생에 죽기 직전까지도 뜨겁게 사랑하던 남자였다.

전생의 꿈을 꾼 이후로 송여인은 그가 잊혀지질 않았다. 그와 연인이었던 전생의 감정이 송여인을 헷갈리게 만들고 있었다. 
눈 앞에 사랑하는 남편과 딸을 두고서도 자꾸만 머릿속으로는 그가 떠오르는 것이었다. 

송여인은 지금 당장이라도 주말이면 그와 만나 데이트를 해야만 할 것 같았다. 버릇처럼 아침이면 그에게 모닝콜을 해줘야 할 것 같았고, 자기전 문자를 주고받아야 할 것 같았다.

하지만 송여인은 송여인이지, 전생의 그녀가 아니었다. 그의 생각을 의식적으로 떨쳐버리려 했다. 그러나 문득, 달력을 본 순간- 

" 여보, 오늘이 며칠이지? "
" 응? 5월 21일 아냐~ 왜? "
" 우리 결혼기념일이 5월 22일이야? "
" 이 여자가 지금 무슨 소리야? 우리 결혼기념일은 11월 이잖아~ "
" 그렇지? 그랬지... "

송여인의 머릿속이 또다시 그의 생각으로 가득차갔다.

 

 

5월 22일. 날 좋은 놀이공원의 벤치-. 
청년 '김남우'는 손부채질을 하며 여자친구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 그를 먼발치에서 쳐다보는 송여인, 표정이 아련하다. 한참을 망설이던 송여인은 마음을 정한 듯 그를 향해 다가가 말을 건냈다.

" 저기.. "
" 네? "
" 남우...씨. "
" 엇? 아, 죄송합니다. 제가 기억이 잘...저를 아시나요? "

김남우는 자세를 바로해 송여인을 보았다. 

그러나 곧, 송여인은 말도 안되는 기분나쁜 말을 던지고 말았다.


" 여자친구분과 헤어지세요. "
" 네? 뭐라고요? "
" 여자친구분과 헤어지시라고요. "

김남우의 얼굴이 단박에 찌푸려졌다. 

" 갑자기 무슨 그런? 누구신데 갑자기 오셔서,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겁니까? "
" 그녀와 헤어지지 않으시면, 나중에 정말 큰 상처를 받게 되실거에요. "

사실 그랬다. 송여인은 전생의 자기가 죽고 난 뒤의 김남우가 걱정되었을 것이다. 차라리 자기가 죽기 전에 헤어진다면, 김남우와의 관계가 더 진행되기 전에 헤어진다면 좋지않을까?
하지만 지금의 김남우에게 그런 마음을 어떻게 설명하고 이해시킨단 말인가?

" 거 진짜 이상한 분이시네! 갑자기 왜 이러시는건지 모르겠고, 제 이름은 또 어떻게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좋은날에 괜히 기분나쁘게 하지 마시고 가시죠? "

송여인은 안타까웠다. 어떻게 이해시켜야 할지 말이 나오질 않았다. 궁리끝에 송여인은 입을 열었다.

" 그녀가 곧 아이스크림을 사가지고 올 거에요. 달려오던 그녀는 발이 걸려 넘어질 뻔 할거고, 아이스크림을 떨어뜨려 옷에 묻힐 거에요. "
" 그게 무슨?? "

송여인은 그 말을 끝으로 미련없이 돌아섰다.
황당해하던 김남우의 눈에, 멀리서 달려오는 여자친구의 모습이 보였다. 헌데?

" 자기야~ 아이스크림~ 엇! 으아앗! 아~ 뭐야! 내 옷~! 짜증나~! "

놀라 커진 눈의 김남우가 얼른 뒤돌아 송여인의 뒷모습을 쫓았다.

 

 


여느때처럼 점심식사를 위해 회사를 나서던 김남우는 깜짝 놀랐다.
큰 의문을 남겼던 송여인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 당신...! "

송여인은 김남우가 다른 말을 꺼내기 전에 먼저 입을 열었다.

" 이제 곧 그녀에게서 전화가 올 거에요. 강아지를 닮은 구름을 봤다며 얘기를 하고 사진을 보내줄거에요. "
" 그게 무슨.. "

말을 하려던 김남우는 곧, 울리는 전화에 놀랐다. 설마하는 얼굴로 송여인을 보고 전화를 드는데...

[ 오빠! 방금 우리 뽀삐랑 똑같이 생긴 구름 봤어! 사진 보내줄게 한번봐봐 킄큭 ]
" 어... 어어 그래. "

통화를 끝낸 김남우는 믿을 수 없는 얼굴로 송여인을 보았다. 

" 당신, 도대체 뭡니까? 뭐죠? "

이때. 송여인은 말을 돌리지 않았다-


" 당신 여자친구는 곧 죽어요. "

" 뭐,뭐요?! "
" ... "
" 아니 보자보자하니까! 이 아줌마가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
" 일주일 뒤에 그녀는 손가락 골절을 당할거에요. 왼손 새끼손가락. "
" 므,뭐- "

이번에도 송여인은 미련없이 돌아섰다. 어차피 지금 말이 통하지 않음을 알고 있음에.
김남우는 머리가 복잡해졌다. 신경쓰지 않으려했지만, 공포심과 비슷한 감정이 스믈스믈 올라오고 있었다.

 

 

김남우는 지금 몹시 불안정했다. 그여자의 말대로 여자친구가 손가락 골절을 당한 것이었다. 
그래서 점심시간에 다시 그녀를 보았을 때, 김남우는 소리지를 수 없었다. 송여인의 말에 따를 수 밖에 없었다.

" 저랑... 대화 좀 하실래요? "

 

까페에 마주앉은 두사람.
김남우의 눈이, 커피잔을 쥔 송여인의 오른손 새끼손가락을 보고 있다. 왠지 낯설지 않았다.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 당신은 누구..아니, 뭐죠? "

송여인 또한 말을 돌릴 생각이 없었다.

" 믿지 않을지 모르겠지만요....................나야 오빠. 나야 '임여우'. 남우 오빠. "

순간적으로 바뀐 송여인의 말투에 김남우는 놀랐다. 솔직히 말하면 왠지 낯설지 않음에 더 놀랐다. 

" 무,뭡니까 지금? 뭐하는 짓입니까? "
" 오빠. 나라구. 임여우. 오빠 여자친구 임여우. "

김남우의 눈이 흔들렸다. 송여인의 말투, 머리를 쓸어올리는 손짓, 작은 찡그림까지- 여자친구 임여우와 모습이 겹쳐보였던 것이다. 

" 무.뭐야! 무슨 헛소리를 하는겁니까 지금?! "

당황하는 김남우를 아랑곳없이, 송여인은 슬픈 눈으로-, 임여우의 모습으로 말했다.

" 오빠... 오빠 나 죽어. 얼마 안있어 난 죽을거야. 오빠가 나 때문에 힘들어 하는거 보고 싶지 않아. 제발 나랑 헤어지고 마음정리해... "
" 무,무슨 개소리냐니까!! "

송여인-, 임여우는 눈물이 고인 눈으로 울먹이며 말했다!

" 오빠! 나 다 알아! 오빠 다음달 내 생일날에...나한테 프로포즈 할꺼잖아?! 그러지 마 오빠. 난 죽어. 나 죽는다고! "
" 어...! 어...! "

김남우의 말문이 막혀버렸다. 어떻게 이 여자가 내 프로포즈 계획을 알고있단 말인가? 어떻게, 어떻게 이 여자의 우는 모습이...이렇게도 임여우와 닮아있단 말인가?

" 다 당신...당신 도대체...당신...! "

송여인은 기어코 흐르는 눈물로 말을 잇는다.

" 오빠! 난 죽어. 죽는다고! 우린... 결혼 못해. 응? 나 때문에 직장도 옮기지 말고, 부모님 반대에 힘들어하지도 말고. 그냥 나랑 헤어져줘. 오빠 제발. 응? "
" 무,무슨 개소리냐니까! 당신 지금 뭐하는 거냐고?! 다,당신! 당신 뭐야?! "

" 오빠! 난 죽어! 나-! 나, 죽어서 환생했어! 이 몸으로, 이렇게 다시 환생했어! 어?! 환생했는데 다 기억이 나서! 오빠가 다 기억이 나서! 내가 어떻게 죽어서 오빠를 떠날지 다 기억이 나서!! 어?! 오빠가 아파할까봐!! 괴로워할까봐!! 그래서 찾아왔어! "
" 무,무슨 말도안되는 환새-! "

혼란에 빠진 김남우의 말을 막으며, 송여인이 절규하듯 빠르게 소리쳤다! 

" 우리 처음 만난 책방에서 나 때문에 오빠 넘어져서 책들 다 쏟아진거! 우리 백일날 오리보트 타러 갔다가 길 잃어버려서 구조 됐던거! 남이섬에 번지점프하러 갔다가 내가 못 뛰어서 그냥 내려왔던 거! 강원도 천문대에 별구경 갔던 밤에 오빠가 불러줬던 그노래! 모두 다 생생히 기억난다구-!! "

" !! "

" 오빠... 오빠 난 죽어. 프로포즈 하지마... 나랑...제발 나랑 헤어져줘. "

송여인-,임여우는 그 말을 끝으로 눈물을 훔치며 떠났다.
남겨진 김남우의 얼굴이 충격속에 움직일 줄을 모른다. 

 

 

 

" 엄마~! 이거봐~! 유치원에서 엄마 그렸어~! "
" 어머~ 어디보자? 우와~! 잘그렸네~ "
" 헤헤 선생님도 칭찬해줬어! "
" 어구 그랬져~? "

송여인은 귀여운 딸을 보며 너무너무 행복했다. 이렇게 귀한 내 딸보다 소중한 사람이 있을까?

" ... "

송여인은 문득, 김남우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가 걱정이 됐다. 그는 과연 '자신'과 헤어졌을까? 내 말을 믿었을까? 믿는다해도 그가 헤어질 수 있었을까? 

송여인은 아무일도 하지 않고 생각에 잠길때면, 점점 임여우가 되어가는 본인을 느꼈다. 온통 김남우의 걱정으로 가득찬 본인을 느꼈다.

결국 그날 저녁, 송여인은 문을 나서게 됐다.

" 여보, 친구들 좀 만나고 올게. "
" 어? 그래~! 당신 오랜만에 친구들 만나는건데 재밌게 놀다와~! " 

송여인으로선 왠지 자상한 남편에게 미안하다. 그렇지만 '임여우'의 머릿속은 온통-

 


퇴근하던 김남우는 송여인의 모습을 보고 못박힌 듯 굳어버렸다. 
또. 또 임여우처럼 머리를 넘긴다. 또 임여우처럼 입꼬리를 올려 미소짓는다. 또 임여우처럼 뒷짐져 다리를 교차한다.

이번엔 김남우가 먼저 다가갔다.

" 술 한잔 할래...요? "

 


자주가던 칵테일바. 자주앉던 자리. 당연히 그럴 것 같았던 칵테일 '블루 하와이언'. 
송여인의 선택들을 바라보는 김남우 얼굴의 그늘이 더욱 짙어졌다.

서로 말 없이 잔만 비우다가, 한참만에 김남우가 한마디를 던졌다.

" ...내 생일은? "
" 10월 12일... "
" ...첫키스 때- "
" 나방이 날아들어서 깜짝 놀랬었지 "
" ...내 배꼽- "
" 배꼽 옆 점에서 털 한가닥이 자랐잖아? 내가 그거 뽑으려고 당길 때마다 오빤 신경질내고~ 난 재밌다고 계속 당기고 쿡쿡 "
" ... "

김남우는 가만히 송여인을 쳐다보았다. 한참을 그랬다. 정말 한참을 가만히 쳐다보았다. 그러다가-

" ...여우야. "


김남우의 한마디, '여우야' 한마디에 송여인은 울컥! 눈시울이 붉어졌다.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 오빠... "

송여인이 손가락으로 눈물을 훔치는 모습까지 소름끼치게 똑같았다. 김남우는 짧게 한숨을 토했다.

" 하-! .여우구나.. 여우가 맞구나... 여우가 맞어... "
" 오빠... "

김남우는 속이 탄 듯 술을 한모금 했다.

" 그러니까 여우... 너가 죽어서 30년 전에, 지금의 너로 환생을 한거라고? 신기한 일이네. 아니, 웃기는 일이네. 하- 진짜 웃긴다. "
" ... "
" 여우가 죽는다고...여우가 죽는게 맞다고... "
" ... "

다시 한모금을 한 김남우는 다른 곳을 보며 툭 물었다.

" ,,,어떻게 죽었어? "
" ... "
" ...언제 죽었어? "
" ... "

송여인은 대답을 할 수 없었다. 다시 둘 사이에 흐르는 침묵 끝에, 김남우가 어렵게 입을 열었다.

" 여우야...너가 여우를 살려주면 안되는거야? 너는 알고 있잖아. 언제 어떻게 죽는지 알고 있잖아 "
" ... "
" 여우야..너가 여우 좀 살려줘라. 응? 여우야 너가 여우를 좀 살려줘라. "

자신이 하는 말이 무슨 말인지도 모를 김남우는 점점 애원했다.

" 응? 여우야! 너가 여우를 살려주면 되잖아! 그러면 되잖아! 여우야 응?! 여우야 제발! "

또다시 주르륵 흐르는 송여인의 눈물, 미안함인지 원망인지 모를 감정이 토해진다.

" 오빠 안돼...그러면 안되는거 모르겠어? 정말 모르겠어? 오빠! 나! 난, '이' 나에게도 삶이 있어. 가정이 있어. 애도 있어! 7살짜리 딸이 있다구! 우리딸은 어떡하라구? 응? 그러면 안되는거야 오빠... "
" ... "
" 오빠...그냥 나랑 헤어져. 제발 괴로워지지말고...그냥 나랑 헤어져줘. "
" 여우야...여우야 난, 난 그럴 수 없어 여우야. 내가 어떻게 너랑 헤어져? 난 그럴 수 없다고. "
" 제발 오빠... "

다시 한참 아무말이 없어진 공간, 김남우의 눈빛이 달라진다.

" 적어도 내가 프로포즈 할 때까진 살아있는거네. "
" 오빠... "
" 난...절대 여우 널 포기 못해. 절대로. 죽어도 포기 안해. "
" 오빠 제발... "

김남우는 번뜩이는 눈으로 송여인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 여우야. 너가 날 사랑한다면...여우 너가 정말로 날 사랑한다면, 제발 도와줘. 부탁이다 제발 도와줘 여우야...! "

송여인은 눈물을 흘리며 도리질했다. 김남우는 송여인의 양팔뚝을 붙잡고 다시 한번 간절히 말했다.

" 여우야 제발! 여우를 제발 살려줘 여우야! 응? 여우야 제발! "

괴로운 얼굴로 눈물을 흩뿌리던 송여인은, 그 팔을 뿌리치며 벌떡 일어났다.

" 안돼! 그럴 수 없어! 오빠 제발! 제발 나랑 헤어져줘! "
" 여우야! "

송여인은 붙잡는 김남우를 뿌리치고 가게밖으로 뛰쳐나갔다. 남겨진 김남우는 괴롭게 얼굴을 감싸쥐었다. 
괴로워하던 김남우의 눈에, 송여인이 두고 간 지갑이 들어왔다-

 

 

송여인은 며칠동안 정말 괴로워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김남우를 만나는 것이 아니었을 것이다. 
송여인은 지금 분명 송여인의 몸으로 송여인의 집에 앉아 있것만, 하루 온종일 임여우의 머리로 김남우만을 생각하고 있었다.

" 엄마~! "
" ... "
" 아, 엄마아~! "
" 응? 아아! 우리딸~ 다 만들었어요~? "
" 헤헤 짠~! 돼~지! "

송여인은 사랑스러운 눈으로 딸아이를 쳐다보았다. 정말로 소중한 딸이었다.

그때, 송여인의 핸드폰이 울렸다. 낯익지만 모르는 번호.

" 여보세요? "
[ 여우야... ]
" !! "

송여인은 당황하여 자기도 모르게 화장실로 들어갔다.

" 오빠...?! "
[ 지갑 두고갔어. 나... 지금 너네 집 앞이야. ]
" 뭐, 오빠 무슨...?! "
[ 내 차 기억하지? 기다릴테니까 와. ]

일방적으로 끊어진 전화를 보는 송여인의 눈이 마구 흔들렸다. 갈등이야 했지만, 나갈 수 밖에 없으리라.

" 여보- 나 전에 지갑 잃어버린거 친구가 찾았다네~! 잠깐 나갔다 올게. "
" 어~ 그래~! 천천히 놀다와도 돼~! "

송여인은 나가기 전, TV를 보고 있는 남편의 얼굴과 놀이 중인 딸의 얼굴을 의식적으로 가만히 쳐다보다- 문을 나섰다.

 


송여인에게 너무나 익숙한 차, 자연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가 앉았다.

" 오빠... "
" ...가자. 술이나 한잔 하자 "
" 안돼. 나 들어가봐야 돼. "
" 여우야... 나 정말 괴로워...죽을 것 같이... "
" ... "

김남우는 차를 출발시켰고, 송여인은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김남우는 연거푸 소주잔을 털어넣었다.

" 오빠. 너무 많이 마셨어. 오빠. "
" 여우야~~! 너는 도대체 왜 죽는거야~~?  "

송여인의 만류에도 김남우는 계속해서 소주잔을 비웠다. 벌써 몇병째인지, 이미 임여우가 알고있던 김남우의 주량은 훌쩍 뛰어넘었다.

" 아~아~ 여우야~~! 정말 안되는거야? 응? 여우 좀 살려주면 안되는거야 여우야? "
" 오빠 말했잖아... "

송여인은 안타까웠다. 괴로워하는 김남우의 모습에 가슴이 아팠다.
슬픈 얼굴의 김남우가 송여인의 얼굴로 양손을 뻗었다. 천천히 송여인의 얼굴을 쓰다듬는 김남우- 점차 눈물이 흐른다.

" 여우야 왜 죽는거야? 왜 여우 너는 나를 두고 죽는거야? 응? 왜 너는 나만두고 죽는건데 여우야~ 어 여우야~! "
" 오빠... "

송여인의 얼굴도 눈시울이 붉어진다. 괴로워하는 김남우의 모습이 너무나 가슴아팠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본인에 가슴아팠다.

" 여우야~! 어헝 여우야~! "
" 오빠! 그만, 그만마시고 일어나자. 오빠! "

송여인은 통곡하듯 우는 김남우를 부축하며 일으켜세웠다.


가게를 나선 송여인은 김남우를 부축한채 무작정 걸었다. 어떻게 해야 할까? 이렇게 취한 김남우를 어떻게 해야한단 말일까?

얄궂게도, 임여우의 기억속엔 너무나 낯익은 거리였다. 항상 마시던 술집이었고, 항상 걷던 거리였다. 그리고 정말 얄궂게도- 항상 가던 모텔이 보였다. 
본인도 모르게 송여인은 김남우를 부축하며 모텔로 발길을 옮겼다-

 


" 으차! "

송여인은 힘겹게 김남우를 침대로 눕혔다. 

" 후우-... "

그리곤 침대에 앉아 김남우를 쳐다보았다. 괴로워하는 김남우의 얼굴에 자꾸만 마음이 아팠다. 다시 한번 짧은 한숨을 쉬고 일어나려는데-

" 여우야~! "
" 앗-! "

김남우가 송여인을 와락 끌어안아 눕혀버렸다!

" 오빠! 오빠! 정신차려 오빠! "
" 여우야~! "

김남우의 몸이, 손이, 자연스럽게 송여인을 안아갔다-

" 오빠! 이러지마! 오빠 이러면 안돼! 오빠!! "
" 여우야~!! "

김남우의 손이 익숙하게 송여인을 더듬어갔다! 송여인에겐 너무나 익숙한 손길이었다.

" 오빠 안된다니까!! 이러지마! 난 가정이 있는 유부녀라고!! 난, 나는 임여우가 아니야! 오빠! 안돼! 이러지마!! 오빠!! 이러면 안돼!! "
" 여우야! 넌 여우야-! "

김남우의 몸이 위로 반전하여, 김남우의 입술이 송여인의 입술을 덮쳐갔다!

" 읍! 으읍! 오,오빠! 읍! 으으읍! "

집요한 김남우의 몸짓에, 너무나도 익숙한 그 몸짓에 송여인의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져갔다-!
김남우의 손은 어느새 송여인의 옷을 벗기고 익숙한 애무를 해나갔다-!

" 푸핫! 오빠!! 이러지마!! 오빠 이러면 안돼!! 오ㅃ, 으읍! 읍! 읍! "

송여인의 정신은 어느새 점점 임여우가 되어가고- 점점 그 목소리가 의미를 잃기 시작했다-

" 오빠 안돼-... 오빠 안돼-... 오빠- 아- 오빠-... "

어느새 둘의 호흡은 가빠졌고, 점차 끌어오르던 둘은 끝내- 하나가 되었다.

" 아------!! "
" 여우야! 하아 여우야! "

김남우의 몸이 빠르게 움직였고, 송여인의 손은 자기도 모르게 김남우의 등을 감싸안았다. 임여우 일 때처럼-

" 하아 하아 하아 하아 "
" 여우야-! 여우야-! "

무아지경의 그 상황 속- 그때! 
송여인은 보고 말았다. 김남우의 눈에서 흐르는 눈물을-!

빠르게 움직이던 김남우의 속도가 점점 줄어들었다. 점점점점 느려지다 끝내 멈춰진 김남우, 그의 얼굴이 송여인의 얼굴 옆으로 허물어졌다.

송여인의 귓가로 들려오는 김남우의 흐느끼는 목소리-

" 흐윽...여우야...여우 좀 살려줘 여우야... 여우야 제발...여우 좀 살려줘 여우야...흐윽흑... "


그순간 송여인은, 공허한 눈으로 천장을 바라보던 송여인은-. 왜일까? 왜인지 모르지만, 비참하였다.

참으로 비참하였다. 참으로 참으로 비참하였다. 원인을 모를일이지만, 비참하였다.


송여인은 위에있는 김남우를 밀쳐내고 일어났다. 돌아보지도 않았다. 단 한번도 김남우를 돌아보지도 않고 옷매무새를 정리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모텔방을 나가기 직전, 돌아보지 않고 말했다.

" 이제 우리 다시 만나지 마...요. 김남우...씨... "

" ... "

 

 

 


" 엄마~ 봐요! 나 이거 할 수 있다? 봐바~! "
" 어머~! 우리딸 대단하네~! "

송여인은 귀여운 딸의 재롱을 눈앞에 두고서도 자꾸만 달력으로 눈이 갔다. 오늘은 내 생일...아니, 임여우의 생일이었다.

송여인의 기억대로라면 오늘 저녁 김남우는 프로포즈를 할 것이다... 과연 김남우가 프로포즈를 할까? 본인으로 인해 김남우의 프로포즈는 그 의미가 사라졌다. 가뜩이나 부모님이 반대하던 결혼... 김남우가 프로포즈를 할까? 그럴까?

어느새 송여인의 머릿속은 또다시 김남우로 가득찼다.

그리고 그때, 문자가 하나 도착했다. 사진 한장. 그 사진을 본 송여인의 눈빛이 마구 흔들렸다.

금빛의 반지 하나. 송여인에게 있어서 너무나, 너무나 익숙한 반지였다-

 

 

 

 

 


촤아아아----!

장대비가 무섭게 쏟아지는 밤이었다. 간간히 번쩍이는 천둥소리가 무섭게 울려대는 밤이었다. 송여인은 창가에 앉아 쏟아지는 비와 천둥을 바라

보았다. 

송여인의 계획하에 오늘, 남편과 딸은 시댁으로 보내졌다. 어떤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예감은 현실이 되었다.


[ 띵동-! 띵동-! 띵동띵동띵동띵동-! ]


입술을 질끈 깨물은 송여인은 천천히 걸어가 현관문을 열었다.

김남우-. 비에 푹 젖은 김남우가 서 있었다. 

어딘가 이상해져버린 얼굴로 김남우가 말했다.

" 여우야...여우가... 죽었어... "
" ... "
" 여우가 죽었어 여우야... "
" ... "
" 여우가 죽었어 여우야... "

송여인은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 여우가 죽어버렸어 여우야... "
" ... "
" 나 어떡해? 여우가 죽어버렸어...난 이제 어떡해 여우야? 여우가 죽어버렸어... "

김남우의 얼굴이 붕괴되며 하염없이 눈물을 쏟아냈다-

" 흐어엉-! 여우가 죽었어 여우야-! 나만 두고 여우가 죽었버렸어-! 흐어엉-! "
" 오빠...남우 오빠...흐윽...미안해 오빠...흐윽...미안해 오빠... "

그 모습을 보는 송여인도 함께 눈물을 쏟아냈다-

덜덜 떨리는 걸음으로 다가온 김남우가, 그런 송여인을 와락 끌어안았다.

" 여우가 죽어버렸어-! 흐어엉-! "
" 오빠... 남우 오빠... 흐윽... "

김남우는 송여인을 꽈악 끌어안았다. 절대 다시는 놓치지 않으리라는 듯, 꽈악 끌어안았다-!

" 여우야...여우야...! 여우야 너는 절대 죽지마! 너는 절대 날 떠나지마! 여우야 너는 절대 나를 버리고 가지마!! 흐어엉! 너는 절대 나를 버리고 가지마-! "
" 오빠...흐윽... 남우 오빠... "


김남우의 등뒤로, 송여인의 입꼬리가 씰룩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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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약 제가... 전생의 나를 구해서 전생의 내가 살게된다면...지금의 저는 어떻게 되죠? ]

[ 지금 그걸 묻는거야? 낄낄낄낄낄낄-! ]

[ ... ]

[ 낄낄낄낄...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아. 너는 너대로 걔는 걔대로 살아가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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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우야~! 흐어엉! "
" 오빠... "

김남우의 등뒤로, 송여인의 두 눈이 반달처럼 휘었다-

출처 : [단편] 환생 - 공포 - 오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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