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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단편] 천적

패륜난도토레스2024.03.09 18:06조회 수 32추천 수 1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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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웃긴대학 '맥반석계란짱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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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 도어가 열립니다.” 

 

A씨는 지하철에 오른다.  

 

운이 좋게도 가장 가장자리의 자리가 비어있다. 

 

A씨는 서류가방을 무릎에 얹으면서 자리에 앉는다. 그리고 평소의 습관대로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한다.  

 

맞은 편 자리에 앉은 중년 남성은 중간정도 길이의 검은머리에 넥타이를 하지 않은 정장차림이다.  

 

구두는 적당히 광이 난다.  

 

와이셔츠의 단추를 한 개 푼 모습이 그의 오늘 하루를 말 해 주는 것 같다.  

 

전형적인 퇴근길의 피곤한 직장인의 모습이다. 그 옆자리에는 젊은 아가씨가 스마트 폰을 만지고 있다.  

 

단발머리에 가죽 잠바, 검정색 워커를 신은 모습이 스타일이 좋다.  

 

그 옆에 앉아 있는 남자는 앞에 서있는 등 빨이 좋은 20대 남자에게 가려서 잘 보이지 않는다.  

 

체크 남방에 청바지를 입고 백 팩을 맨 모습이 대학생인 것 같다.  

 

이 남자에게 반쯤 가렸지만 맞은 편 의자에 앉아 졸고 있는 뿔테 안경 쓴 청년의 모습이 보인다.  

 

포마드 스타일의 헤어와 흰색 린넨 셔츠의 매치가 댄디 하면서도 깔끔한 느낌을 자아낸다.  

 

그 청년의 옆에는 60대 정도로 보이는 할머니가 앉아 계신다.

 

검은색 비닐 봉투를 무릎에 올리고 꽃무늬 패턴의 분홍색 윗도리와 몸빼 바지를 입고 흰색 고무신을 신고 있다.  

 

그리고  

 

그 옆자리, 즉 A씨의 반대편 끝 자리... 


A씨는 생각했다.
 

 

‘왜지? 왜 비어 있는걸까?’


주변에 서 있는 사람이 다섯 명이나 있는데도 아무도 그 자리에 앉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

 

심지어 아주 고된 하루를 보낸 듯 피곤에 절어있는 교복차림의 학생까지도 그 자리에 앉지 않고 서 있다.  

 

지하철이 멈추고 다음 역에서 사람들이 지하철에 올라탄다.  

 

하지만 아무도 그 비어 있는 자리에 앉지 않는다.  

 

A씨는 이상한 기분을 느꼈다. 퇴근길, 학교 마치고 집에 가는 길,  

 

누구나 피곤한 시간대에 북적이는 지하철에 비어 있는 한자리.  

 

그것도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가장자리의 자리가 비어 있다는 것을 A씨는 납득 할 수가 없었다.  

 

또다시 지하철이 멈추고 사람들이 더 지하철에 탑승 했지만 어느 누구도 그 비어 있는 자리에 앉지 않았다.  

 

A씨는 무릎에 얹은 서류가방에 왼쪽 팔꿈치를 대고 손으로 턱을 받쳤다.  

 

그리고 앞에 서 있는 사람들 사이로 그 비어있는 자리를 보며 생각에 잠겼다.

‘피곤한 사람도 앉지 않는 비어있는 자리.

 

모두 다 한 번 보고는 앉을 생각을 안 하는 자리.

 

도대체 왜?

 

앉지 않는 이유가 뭘까? 도대체 뭐지?


혹시

앉을 수 없는 건가?‘

하지만 A씨는 붐비는 지하철에 남아 있는 자리에 앉을 수 없는 이유는 전혀 생각 할 수가 없었다.  

 

짐작 조차 못한 채 계속 비어있는 자리를 응시하며 A는 답답함을 느꼈다.

‘이 지하철에 있는 다른 모든 사람들은 비어 있는 자리에 앉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것은 나 말고 다른 사람들은 모두 다 그 자리에 앉지 않는 이유를 알고 있다는 것이 된다는 것이다.  

 

심지어 나보다 지하철에 늦게 탄 사람들도 한 눈에 그 자리에 앉으면 안 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왜 나만 모르는 거지.  

 

이해 할 수 가 없다.  

 

난 항상 내 자신이 냉철하고 합리적인 사고를 한다고 생각해 왔다.  

 

그런 내가 다른 사람이 생각하는 것도 생각 할 수 없다니... 인정하기 싫다.‘


“이번 역은 FF, FF, FF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오른쪽입니다. The doors are..... ”

 

 

A는 결국 해결하지 못한 궁금증을 남긴 채로 지하철을 내린다.  

 

한 두 걸음 나가는 출구 쪽으로 걸음을 옮기던 A씨는 답답한 마음에 방금 내린 지하철을 되돌아 본다.  

 

그런데 이게 왠 일인가.  

 

지하철 속 인파 사이로 줄곧 비어 있던 그 자리에 사람이 앉아 있는 것이 보이는 것이 아닌가!  

 

앉아 있는 사람의 후줄근하고 구질구질한 옷차림을 보니 방금 전 A가 내릴 때 지하철에 탄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A는 당황했고 너무나 궁금했다.  

 

그랬기 때문에 A씨는 지하철 역을 나와 자신의 집으로 걸어가는 길 내내 이유를 생각했다.  

 

이윽고 막다른 길에 막혀 더 이상 나아가지 않던 A씨의 생각이 다시 진행되기 시작했다.


‘내가 앉아 있는 동안 지하철이 아무리 붐벼도 사람들은 자리에 앉지 못했다

.
그 말은 즉, 비어있어도 앉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 할 수 있다.

 

비어있는데 앉을 수 없다? 그런 자리가 어디 있지?‘

A씨가 이런 생각을 하던 중 불현 듯 한 가지 생각이 떠오른 것이다.

‘그 자리는 비어있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도 그 자리에 앉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맞다.  

 

그 자리에는 누군가 있었던 거야.‘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A씨였지만 그는 자신이 납득할 수 없는 사실을 인정할 수가 없었던 걸까.  

 

A씨의 합리적인 생각이 막다른 길에 다다르자 그의 생각은 조금은 엉뚱한 쪽으로 방향을 틀어 버린 것 같다.  

 

A씨는 생각한다. 

 

‘내가 내린 FF역에서 탄 구질구질한 남자가 줄곧 비어있다고 생각해왔던 그 자리에 앉았다.

 

이 말은 즉 내가 내릴 때 그 자리가 ‘진짜로’ 비어있게 되었던 것이다. 그 이전 까지는

 

나에게는 보이지 않지만 주변의 ‘모든’사람들에게 보이는 무언가가 그 자리에 앉아 있었던 것이다. ‘

A씨는 B의 존재를 인정하게 되어 버린 것 같다.  

 

붐비는 지하철에 비어 있는 좌석을 본 것만으로 이 정도의 생각을 할 수 있다는 말인가... ... 그저 놀라울 뿐이다.  

 

A씨는 다세대 주택들이 쭉 들어서 있는 골목으로 걸음을 옮긴다.  

 

이 골목이 끝나기 직전 오른쪽에 있는 4층짜리 다세대 주택의 402호가 그의 집이다.  

 

직장을 다니며 서울에서 혼자 살기 위해 전세로 마련한 그 집이 지금 A씨의 목적지이다.  

 

A씨는 걸어가면서 생각한다.

‘다른 모든 사람들에게는 보이지만 나에게는 보이지 않는 무엇이 그 자리에 앉아있었다.

 

그 존재는 도대체 뭘까?’

A의 생각은 또 막다른 길에 도착했다.  

 

하지만 엉뚱하고 비합리적인 생각의 영역에서는 막다른 길이 의미가 없다.  

 

돌아갈 길이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나에게만 보이지 않는 어떤 존재는 내가 내릴 때 따라 내렸다. 왜?

 

그 이유는 나한테만 보이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그 존재는 내가 자기 자신을 보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니까 나는 철저하게 그 존재에 대해 약한 존재인 것이다.

 

A씨는 B의 입장에서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나에게 보이지 않는 존재는 줄곧 자신의 먹잇감을 찾고 있었다.  

 

하지만 그도 나 말고 다른 이의 눈에는 보이는 평범한 사람이라는 말이 된다.  

 

아까 지하철에서 주변 사람들의 반응을 보자면 말이다.  

 

그 보이지 않는 자는 어떤 방법으로 알아냈는지는 모르겠지만 사람과 사람사이에 천적관계가 있다는 것을 알아내었다.  

 

그 천적관계는 지금의 나의 상황으로 판단해보자면 완전한 우열관계,  

 

고양이와 쥐, 개구리와 파리정도의 관계가 될 것이다. 두 사람이 있는데

 

한사람은 다른 이의 일거수일투족을 볼 수 있으나 한사람은 다른 이의 존재조차 알지 못하는 것이다. ‘

A씨가 자신의 집이 있는 주택 입구에 도착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주변을 한번 쭉 둘러본다. 맞은편 건물의 담벼락과 전봇대,  

 

전봇대 밑에 쌓여있는 쓰레기 봉투, 전봇대의 옆에 있는 의류 수거함.  

 

지금까지 걸어온 골목은 가로등의 주황빛을 받으며 은은한 주황빛을 반사하고 있다.  

 

아무도 없다.  

 

아니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A씨의 생각대로라면 B는 A씨를 미행했을 것이다. B의 목적은 무엇인가.


뚜벅뚜벅 뚜벅 뚜벅.

A씨는 계단을 오른다.  

 

그도 이미 알고 있다.  

 

B라는 존재가 자신을 노리고 있다는 것을.

 

날카로운 지성의 소유자인 A는 침착했다.

 

혹시 B가 자신의 발걸음 소리에 맞춰 뒤에서 따라올라오고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한 A는 계단을 불규칙하게 올라간다.

뚜벅 뚜벅 뚜벅 뚜벅

2층

3층

그리고

4층.

침착한 A씨는 아래층의 센서등이 제시간에 꺼지는 지도 체크한다.

착!

디지털 도어락의 덮개를 올리고

삐삐삐삐삐삐!

비밀번호를 입력한다.

띠리릭! 찰칵! ‘402’라는 숫자가 써있는 문을 열고 A씨는 안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현관문을 닫는다. A씨는 서류가방을 거실 쇼파에 던지며 넥타이를 푼다.  

 

와이셔츠의 단추를 하나 씩 풀면서 침실로 들어간다.  

 

옷장에서 갈아입을 속옷을 꺼낸 A씨는 단추가 다 풀린 와이셔츠를 벗고 샤워를 하기 위해 욕실로 들어간다.  

 

옷을 다 벗은 A씨는 물을 튼다.  

 

샤워기에서 물이 나오는데 차갑다. A씨는 생각한다.


‘내가 보일러를 꺼 놓았던가?’

 

A는 욕실 밖으로 나와 다시 침실로 들어가 벽면에 붙어있는 보일러리모컨의 전원 버튼을 누르고  

 

‘온수’로 설정을 한다.  

 

다시 욕실로 들어간 A는 적당한 물의 온도를 찾아 물줄기 아래에서 몸을 적신다.  

 

그리고 생각한다.


‘나에게만 보이지 않는 존재, 그 존재의 목적은 무엇일까.  

 

나의 돈? 집?  

 

만약에 내가 어느 특정사람한테만 보이지 않는다면 나는 무엇을 할까?  

 

악용한다면 어떤 일이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 내 모습을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A씨는 따뜻한 물줄기를 맞으면서도 순간 오한을 느꼈다.  

 

보이지 않는 존재는 이제  

 

A씨의 마음에 각인되었다.  


샤워를 마치고 거실로 나온 A씨는 왠지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그리고 A는 발견한다.  

 

쇼파에 던져두었던 서류가방이 바닥에 떨어져 안에 있는 서류들이 흘러나와 있는 것을...... 

 

A는 생각한다. 

 

 

‘이게 떨어질 리가 없는데?!...’ 

 

 

A씨의 집안에 B가 들어온 모양이다.  

 

그렇게 철저하게 대비를 하였는데도 B가 집에 들어온 것이다.  

 

A는 순식간에 가설을 만든다

‘나에게 보이지 않는 존재는 이미 오래전부터 나를 알고 있었다.  

 

나의 도어락 비밀번호도 이미 예전에 알아두었을 것이고 내 집을 이미 한참 전부터 들락날락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저 오늘 내가 그의 존재를 알아차린 것 뿐이다.  

 

나를 따라 지하철에서 나온 보이지 않는 자는 

 

이미 나보다 앞질러서 내 집에 들어와 있었다.  

 

그리고 나는 쓸데없이 미행을 걱정하며 집으로 들어온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어쩐다?....‘

침착한 A씨는 이런 상황에서조차도 당황하지 않는다.  

 

그의 침착함에 경의를 표한다. A의 생각대로 라면 B는 이미 오래전부터,  

 

즉 A가 B의 존재를 알기 전부터 A의 주변에 있었던 것이 된다.A는 생각한다.

‘충분히 나에게 해를 가할 수 있는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나는 그런 일을 당하지 않았다.  

 

보이지 않는 존재는 그저 이 상황을 즐기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 존재에 대해 내가 눈치채고 있다는 것을 들키면 안돼! 그렇게 되면 내가 먼저 당한다.

 

어떻게 해야 나의 천적을 없애버릴 수 있을까..’

침착한 A씨는 그의 성격대로 침착하게 대응하기로 결심한다.  

 

만약 나였다면 집에 불을 싸질러 버렸을텐데 그의 침착함에 존경을 표한다.  

 

그 후 A는 항상 B의 존재를 염두에 두며 생활을 해나간다.

 

그의 주변에 빈 공간에 대해 극도의 민감함을 느끼며 하루하루 살아간다.  

 

A 주변의 빈공간... 그 허공에 B가 있다. 

 









A의 친구인 C씨는 A의 중학교 동창이다.  

 

C씨는 친구 D와 술잔을 기울이고 있다.  

 

불판에 삼겹살이 지글지글 소리를 내며 익어가고 있고  

 

초록색 병에 담긴 쓰디쓴 액체는 C에게 쓰디쓴 뒷맛을 남기며 그의 식도를 타고 내려간다.


“믿기지 않는다. 정말...”

 

"나도 그래“

D가 말하고 C가 답한다.  

 

헝크러진 머리에 검은정장과 검은 넥타이를 맨 C가 같은 차림의 D에게 말한다.

“왜 그자식이 그런 짓을 했는지 모르겠어. 하지만 분명한건 마지막에 그 녀석 좀 이상하긴 했다는 거야”

“너 뭐 아는거 있냐?”

“그래...”

“그 자식 죽기 전 날 까지도 나한테 이상한 부탁을 했어”

“무슨 부탁?”

“이런 부탁을 한 두 번 한 게 아닌데 자정 넘은 시간에 나한테 전화를 하고 다짜고짜 집으로 와달라고 하는 거야.  

 

그리곤 자기 집을 구석구석 살펴보게 시키더라.”

“왜?”


“나도 몰라. 내가 여기저기 살펴보고 나면 A는 퀭한 얼굴로

‘그새끼 어디있어?’

하더라고“

“그 새끼?”

“나도 모르겠다. 아무도 없다고 대답하면 그제야 조금 안심하고는 미안하다고 집으로 돌아가 달라고 하더라고.”

“그 녀석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아무튼 정상이 아니었어. 안타까울 뿐이다...”

틱!

소주잔이 부딪히며 소리를 내고 쓰디쓴 액체는 또다시 식도를 타고 내려간다.  

 

D와 C는 A의 장례식을 마치고 가장 친했던 친구의 죽음을 술로 달래고 있었다.


A는 죽었다.

 

침착한 A씨였지만 그도 결국에는 나와 같은 생각을 했다.  

 

자신의 집에 B가 있다고 생각한 A씨는 현관문을 걸어 잠그고 집에 불을 질렀다.  

 

곳곳에 기름을 붓고 불을 붙이자 집안은 금새 불타올랐다.  

 

타닥타닥 머리카락이 녹아 쪼그라들고 피부가 겉에서부터 익다못해 쭈글쭈글 타들어가는 동안에도 A는 살아있었다.  

 

불에 타 죽는 것이 가장 고통스러운 죽음이라더니 겉으로 보기에 통구이가 되었는데도 A는 살아있었다.  

 

하지만 그 엄청난 고통속에서도 A는 기분이 좋았다. 그래서 마음 속으로 웃었다.  

 

이미 얼굴 근육은 다 익어서 말을 듣지 않았으니까.

 

그리고 쇼크로 죽는 순간 A는 생각했다.

‘내가 이겼어’



하지만 죽은 A가 이 사실을 안다면 얼마나 속상할까?  

 

다 타버린 402호에서는 A의 시신외에 다른 시신은 나오지 않았다.  

 

그렇다면 B는 어디로 갔을까? 

 

난 정말로 안타깝다.  

 

그 날.

 

A가 B의 존재에 대해 알아차린 그 날이 너무나 안타깝다.

 

멍청한 A. 넌 평생 합리적인 척 살아왔어. 그랬기 때문에

‘자신이 납득할 수 없는 일은 인정 할 수 없는 사람’이 되어 버린거야.

 

 

왜 자리가 비어있었을까?

 

A.

넌 앉아 있었지만 서있었던 모든 사람들은 보았어.
그 비어 있던 자리의 시트가 축축하게 젖어있는 것을.
너가 타기 전에 누군가 음료수라도 흘렸겠지.
하지만 너는 그 사실을 전혀 알아 차리지 못했어.
피곤할지라도 보통사람이라면 아무도 그런 자리에 앉고 싶어하지 않지.
너가 내릴 때 앉은 후줄근한 남자는 뭐 그런 걸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이었겠지.
꺼져있던 보일러? 떨어진 서류가방?
그리고 그 후 A너가 살면서 계속 신경썼을 여러 가지 일들...
그건 다 너의 착각이자 망상이었어.

단지 다른 쪽으로 생각을 못했을 뿐인데 그걸 인정하지 못하고
어떻게든 자기 자신이 납득할 상황으로 현실을 왜곡해버린 것.
그리고 그 생각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것.
그게 너가 죽은 이유야 A.

너가 만들어 낸 가상의 인물과의 싸움이 즐거웠길 바란다.

 



그렇지만 다들 A를 너무 비웃지는 말아줘. B는 정말로 있어.


A의 B는 사라졌지만 당신들의 마음속에도 B는 있어.

자기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생각하고 싶은 것만 생각하면서

 

나 자신은 절대 틀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마음.

그 마음이 만들어 낸 망상, 그게 바로 B야.

당신의 마음속에서 B가 커지면 커질수록 당신이 보는 현실은

 

왜곡되겠지. 당신의 주변사람과 당신이 처한 상황들 말이야.

 

당신의 빈 공간에서 B가 너무 커지지 않기를 바라.

왜곡된 현실속에서 가장 고통스러운건 자기 자신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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