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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그들은 모르고 있다

패륜난도토레스2024.03.09 18:08조회 수 62추천 수 1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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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웃긴대학 초록환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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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러프넥은 일어난 뒤에 깜짝 놀랐다.<br> 그리고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br>


그래서 눈을 감고, 한차례 기지개를 켰다.<br> 찌뿌드드한 몸이 개운해진다는 느낌이 들었고,


이내 자신이 완벽히 정신을 차렸다는 생각이 들자 눈을 떴다.<br>


여전했다.<br> 그는 감옥안에 누워있었다.<br>


어젯 밤, 평소대로 직장을 마친 후 차를 몰고 집으로 왔다.<br> 서류를 재검토 한 뒤에 자신의 침대에서


잠이 든 것이 분명하게 기억이 나는데.


지금 이 진풍경은 무어란 말인가.


우선, 왼쪽 손목에 느껴지는 쇠고랑의 차가운 감촉이 꿈이 아니라고 말해주고 있었다.<br>


빌은 천천히 일어나서 방을 한번 훓어 보고는, 자신이 한번도 와본적이 없는 곳이라고 단정지었다.<br>


어두운 회색 콘트리트가 전부였다.<br> 단단해보이는 회색 벽이 사면을 꽉 막는 작은 방이었다.<br>


자신이 깨어난 침대는 쇠로되어 있었고, 매트리스와 이불은 터무니없을 정도로 얇았다.<br>


문은 단 하나, 침대 옆쪽 면의 가운데 튼튼해보이는 쇠문이 자리하고 있었다.<br> 쇠문 위쪽에 난


작은 창이 하나, 그리고 문 아래 식사를 넣어주는 듯한 작은 여닫이 하나.


그리고 문 반대쪽 벽에 3m 위에 나있는 작은 창문.


저렇게 높은 위치에 창문을 달 필요가 있었을까? 창의 크기는 20cm를 못되어 보였고


설령 저 곳에 손이 닿는다 한들 정상적인 키와 몸무게를 가진 성인들은 절대로 빠져나갈 수 없을 터였다.<br>


이 생각을 마지막으로, 빌은 이곳을 감옥이라고 단정지었다.<br>


생각은 자연스럽게 다음으로 연결되었다.<br>


'내가 죄를 지었나?'


순식간에 반론들이 두서없이 떠올랐다.<br> 우선 빌은 전혀, 절대로 수감될만한 일을 저지르지 않았다.<br>


게다가, 어떠한 연고나 절차도 없이 이렇듯 감옥에 처박히는 일이 말이나 되는가!


결론을 내린 빌은 앉은자리에서 일어나 쇠문으로 다가갔다.<br> 왼손에 채워진 고랑은 방 전체를 무리없이


돌아다닐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길었다.<br>


빌은 문위의 창을 통해 밖을 확인했다.<br> 양 옆은 볼 수 없었지만 깨끗하고 흰 복도였다.<br>


혹시나 범죄조직에게 납치된 것은 아닐까, 하던 빌은 묘한 안도감을 느끼고 쇠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br>


텅텅텅-!


"이봐요!, 아무도 없어요!"


아무 응답이 없었다.<br> 빌은 오기가 생겨 문을 더욱 크게 두드리기 시작했다.<br>


두드린지 오분여 정도 되었을까, 구두소리와 함께 반무테 안경을 쓴 백인남자 한명이 나타났다.<br>


눈매가 날카로웠다.<br> 흰 색 옷을 보니 무슨 의사같았다.<br>


어떤 갱들은 일반인들을 납치해 장기를 밀매하기도 한다던데, 하는 끔찍한 상상을 억누르고


빌이 말했다.<br>


"어, 저기요. 무언가 착오가 있는 것 같은데요"


"...."


그는 아무 말 없이 빌을 빤히 바라보았다.<br>


"제가 왜 여기있는 거죠? 전 이런 상황에 처할법한 어떠한 일에도 동의한적이 없거든요.


아니, 그보다 대체 여긴 어디죠?"


남자는 여전히 빌을 빤히 바라보았다.<br> 무언가 분석적인 시선이었다.<br> 대화가 포인트가 아니라,


빌이라는 사람에 대해 알아내는 것이 자신의 과제라는 것처럼.


참지못하고 빌이 한마디 하려는 찰나 남자가 말했다.<br>


"*** *****?"


빌은 귓구멍을 후볐다.<br> 상대방의 말을 잘못들었다고 생각한 것이다.<br> 아니면 상대방이 외국어를 썼거나.


"저기, 전 미국인이거든요. 영어 할줄 몰라요?"


"****** ***** *******"


"에, 뭐라고요?"


"**** ** ***"


전혀 알아 들을 수 없었다.<br> 마치 4,5살의 아이들이 횡성수설 지껄이는 말이랄까, 그런 비슷한


웅얼거림이었다.<br> 혹은 아기들의 옹알이라고나 할까. 귀로 듣는다고 이해할 수 있는 범주의 소리가 아니다.<br>


청소년들의 은어라거나, 다른 형식을 가진 타 민족의 언어라던가 하는 느낌이 전혀 없었다.<br>


그냥 소음이다! 뭐지, 저 소리는?


빌이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괴상한 중얼거림이었다.<br> 비유하자면... 초고속 재생화면을 통해 듣는


뉴스랄까? 빌은 얼이 빠졌다.<br>


그리고, 그 이상한 소리를 중얼거린 사람은 흰 종이에다가 재빨리 무언가를 휘갈기고 빌의 방 앞을


지나쳐갔다.<br>


"이봐요! 기다려!"


빌은 낙담해서 다시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br> 하지만, 체감상 십여분이상을 두드려도 이번에는


아무도 오지 않았다.<br> 마지막으로 쇠문을 걷어차자 요란한 소리와 함께 정적이 찾아왔다.<br>


그러자 대답은 쇠문이 아니라 옆에서 들려왔다.<br>


"보아하니- 새로 들어온 모양인데"


묵직하게 울리는 목소리가 침대가 놓인 벽 앞쪽에서 들려왔다.<br> 빌은 번개같이 달려와 벽에다


귀를 가져다 댔다.<br> 혼자가 아니란 사실에 적잖이 안도가 되었다.<br>


"이봐요, 옆에 있어요? 휴, 난 또 나 혼자만 있는 줄 알았잖아. 아, 당신도 여기 있어서 유감이 아니란


말은 절대로 아녜요. 아무튼, 내말은... 왜 내가 여기 있느냐는 거에요"


옆에서 묵직한 목소리가 낄낄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br>


"퍽 재미있는 친구야. 이제 좀 심심하지 않겠어"


"이봐, 난 진지해요! 난 아무런 잘못도 한 적이 없다구! 왜 이런 빌어먹을 감옥에 갇혀야 하는지,


난 몰라!"


옆방의 목소리가 목을 가다듬었다.<br>


"흠, 글쎄. 나도 여기에 갇혀 있고. 당신 생각에 동의해, 당신은 죄가 없어.


어떻게 아냐구? 나도 죄가 없거든. 아마추어 야구 선수였지만 내 배팅은 끝내줬어,


연습 게임을 마치고 잠자리에 들었는데... 빌어먹을, 잠에서 깨보니 이곳이더군"


옆 방 남자는 도저히 어울리지 않은 여유로움을 가지고 있었다.<br> 그리고 그건...


이 곳에서 오랜시간을 보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br>


"이런 제기랄! 처음보는, 아니.. 처음 대화하는 사람하고 말다툼하긴 싫지만 당신 따윈 관심없어!


여긴 어디지? 왜 우릴 가두고 있는 거냔 말이야!"


옆 방에 잠시 침묵이 일었다.<br> 하지만 아주 잠시였다.<br> 상대는 곧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br>


"좋아... 일단 친구, 자네 이름이 뭐지?"


"빌, 빌 러프넥" 빌은 차가워진 손끝을 초조하게 물어 뜯었다.<br>


"좋아, 빌. 잘 듣는게 좋을 거야. 우선, 나도 많은 것을 아는건 아냐. 명심하라구.


다만, 확실한 건, 아까... 대화해 보았지?"


빌은 눈치가 빨랐으므로 금방 대답했다.<br>


"그래요, 문 밖에 빌어먹을 안경쟁이 말이지요."


다시 낄낄거리는 소리가 들렸다.<br>


"그래, 그 안경쟁이 친구. 대화해 보았다니 알겠지만, 전혀 의사소통이 되질 않아.


그 사람만 있는게 아니지. 이곳에도 많은 사람이 있어. 그런데,


우리처럼 갇혀있는 사람들끼리는 문제가 없지만. 문 밖에 있는 사람들하고는 절대로 이야기 할 수 없어.


우리가 무슨 애기를 해도 그들은 이해하지 못해. 역으로, 그들이 무슨 말을 해도 우리에겐 이해가 안되지.


나 같은 경우엔 어린아이 떼쓰는 소리로 들리던데. 자네는 어떤지 궁금하군. 아무튼...


다행인건 그 친구들이 우리에게 해를 입히지는 않는다는 거야. 이곳에 가두어 두고는 있지만


하루세끼 식사는 꼬박 꼬박 가져다 주지. 뭐, 메뉴가 훌륭한 건 아니지만 말이야"


"제길, 이런 곳 따윈 관심 없어! 난 나가야 돼! 내 삶! 내 식구! 내 직업!"


옆 방의 목소리가 아무런 말이 없었다.<br> 다시 이야길 꺼내는 그의 목소리는 무거웠다.<br>


"이봐, 친구... 아니, 빌이라고 했던가? 그래, 빌.


잘들어둬, 난 이곳에서 벌써 4년 남짓을 보냈어. 내 오른쪽 방에 네가 있고, 왼쪽 방에도 한 녀석이 있는


데, 이름은 케플러라고 하지. 케플러는 이곳에서만 13년을 보냈어. 알아들어?


13년.이.라.구. 그의 말에 의하면 이 수감실을 살아서 나간 사람은 없다지.


네가 오기전까지 그곳은 보르주라는 늙은이가 썼지. 칠십살이었어. 작년에 노환으로 죽었지.


따분하긴 해도 좋은 할아범이었는데... 아무튼, 그 늙은이가 죽고 자네가 온거야.


알겠어? 나가려는 기대는 접어, 괜한 꿈꾸면 기분만 엿 같지. 참, 자살시도는 꿈꾸지도 말라고-


혀를 물던 벽에 머리를 꼴아박던... 놈들은 자연사하기 전에는 죽어도 살려내서 다시 방에 처박아두니까.


케플러 옆방에 녀석은 손목을 물어뜯어 동맥을 잘랐는데, 평생 고정식 침대에 묶여서 수감생활을 했다지."


구역질이 났다.<br> 구토가 올라오려는 것을 간신히 삼켰다.<br> 위액의 신맛이 혀끝에 느껴진다.<br>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br> 빌은 허물어지듯 침대에 누워서 눈을 꼭 감았다.<br>


옆 방의 남자또한 그의 심정을 이해하는지 더 이상 말이 없었다.<br>





빌의 수감생활은 그렇게 시작되었다.<br>


옆 방 남자에게 이름을 묻자, 제임스 헤더웨이라고 했다.<br>


갇혀 있는 상황이었기에 아무것도 볼 수 없었지만, 그는 건장한 흑인이라고 했다.<br>


아마추어팀의 배터(batter), 에이스 타자라고 말하는 그의 목소리에는 자랑스러움이 담겨있었다.<br>


빌은 이 감옥에서 유일한 유흥거리라고는 대화뿐이라는 것을 금방 알아차렸다.<br>


제임스는 자살 따위의 극단적인 상황을 피하기에 아주 좋은 대화상대였다.<br>


그는 유쾌했고, 빌은 능청스러웠다.<br> 그들은 대화로 하루를 때웠다.<br>


가끔 케플러가 불평을 한다고 벽의 반대쪽으로 갈때를 제외하고는 둘은 언제나 이야기를 나눴다.<br>


제임스가 케플러에게 갈 때면, 빌은 자신도 반대 쪽 벽으로 가보곤했다.<br>


한동안 거기서 말을 걸어보기도 했지만 아무도 없는지 대답을 들려오지 않았다.<br>


제임스가 말해줘서 나중에야 알았지만 그곳은 허공이었다.<br> 빌의 수감실이 가장 마지막이었던 것이다.<br>



빌은 자신의 아내와 직장상사, 형편없는 월급과 아이가 생기지 않아서 고민이었다는 애기를 털어놓았다.<br>


제임스는 그대로 학창시절 갱단에게서 스카웃 제의를 받은 일이며, 야구를 처음 가르쳐준 삼촌애기 등을


해주었다.<br> 빌은 제임스와 스스럼없이 이야기하면서, 육체적 접촉이 인간과의 교감에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br>


"그래, 그랬다니까. 그래서, 들어봐. 그래서, 나는 그 얼간이에게 이렇게 말했지.


'이봐, 그렇게 억울하면 너도 내 그곳을 차라고, 야구공보단 덜 아프겠지만 말야' "


빌은 숨죽이도록 웃으면서 콘트리트 벽을 탕탕 쳤다.<br>


일견 놀라운 것은 빌은 한국계 미국인으로 인종적인 차별을 많이 받아왔다.<br>


제임스도 흑인으로써 그런 경험이 없다면 거짓말이었다.<br> 하지만 바깥 세계에서는 서로를


터놓지 못했다.<br> 타인과의 시선이 정답일까.


아무튼 그러한 장벽과 눈길을 넘어서 두 인종이 이처럼 터울없이 우정을 나눌 수 있다는 데에서


빌은 많은 것을 느꼈다.<br>


그들이 대화외에 재미를 붙인 것은 성희롱이었다.<br> 문 위의 조그만 창으로 복도를 지켜보고 있으면


가끔 흰색 옷을 꽉 조이도록 입은 섹시한 여자들이 돌아다녔다.<br>


"휘익! 이봐! 엉덩이 끝내주는데!"


제임스가 외치면 빌은 낄낄대며 딴죽을 놓았다.<br>


"빌어먹을, 취향하고는"


"그러는 자네는?"


"기다려.. 어, 지금 지나간다"


곧 흰색 가운 위로 호피색 브라자가 비춰보이는 금발의 여자가 지나갔다.<br>


"휘유~ 오늘은 더 섹시한데? 그러다 터지겠어!"


금발의 여자는 요염하게 윙크를 하면서 빌의 방 문 앞을 지나쳤다.<br>


제임스와 빌은 한참동안 낄낄 거리다가 그녀와 섹스를 하게 된다면 어떠한 체위를 하고 싶은지


주도면밀하게 토론하기 시작했다.<br>


이러한 농담들을, 그녀들이 알아들을 수 있었다면 무슨 반응을 보였을까.


냉큼 따귀를 날리지 않았을까? 다행인지 불행인지 수감실 외부의 '자유로운' 사람들은


절대로 그들의 말을 알아듣는 법이 없었다.<br>


빌은 서서히 그 생활에 적응을 해나가고 있었다.<br> 싫던 좋던간에 본인도 그것을 인정했다.<br>


현실을 타계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최대한 이 생활을 즐기기로 마음먹은 것이다.<br>


하지만 모든 일상이 유쾌한 것은 아니었다.<br> 갇혀 있다는 사실 자체는 항상 불만스러웠지만,


그것은 그런대로 참아낼 수 있었다.<br> 참기 힘든 것은, 바로 대화가 통하지 않는 이들과 1:1로


대화를 해야 하는 것이었다.<br>


그것은 빌도, 유쾌한 제임스도 질색하는 일이었다.<br>


한달에 한 번, 쇠문 앞으로 의자가 놓여지고 흰 가운을 걸친 남자가 앉아서 그들에게 질문을 했다.<br>


물론, 무슨 말인지 전혀 알아들을 수는 없었다.<br>


요지는 그것이었다.<br>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두 시간 내내 들어야 한다는 것은 고역이다.<br>


더구나 그 날이면 식사도 한시간 뒤로 밀렸다.<br> 옆방에 죄수들과는 절대로 대화할 수 없었다.<br>


빌은 처음에는 대화를 시도했다.<br> 그리고 그 하루만에 포기해버렸다.<br>


하지만 소용없었다.<br> 빌이 대답을 하든 말든간에 남자는 흰색 차트에 무언가를 잔뜩 휘갈기면서


두시간을 꿏꿏이 채웠다.<br>


"***** *** *********** *"


"그래, 너 얼굴 한번 멋지다.<br>"


"***...***"


"혹시 아프리카계 흑인이랑 아랍계 부모 사이에서 태어났어? 그쪽 튀기들이 꼭 너처럼 생겼거든."


빌은 제임스가 이 농담을 들었으면 별로 좋아하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br>


"****..***...****?"


"흠, 빌어먹을. 의문형인건 알겠네. 근데 대체 뭐라는 거야?"


"******* ****"


"닥치고 얼른 갔으면 소원이 없을 텐데..."


요령이 없었다.<br> 말 그대로, 그들은 그 괴상한 소리로 쉼없이 지껄이다가 정확히 두시간 되는 시점에


쇠문 앞을 떠났다.<br> 지켜운 일과였다.<br>


그들이 가고 나면 몸이 축 쳐졌다.<br> 빌은 이것을 신개념 고문으로 사용하면 누구든지 굴복시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br>


'좋잖아, 폭력성도 없고.'


하지만 그것은 무언의 폭력이었다.<br> 제임스도 그것을 두려워했다.<br> 면담 하루 전이되면


유쾌한 그도 말이 없어지곤 했다.<br>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br>


어제는 제임스, 오늘은 빌의 차례다.<br> 빌의 쇠문 앞에 철제 의자가 놓여졌다.<br>


빌은 손톱을 물어뜯으며 초조하게 의자를 주시했다.<br> 이제 곧 빌어먹을 안경쟁이가 앉아서


기괴한 지껄임을 시작하겠지... 나는 두시간동안 질식사 당할거야.


생각이 끝나기 무섭게 구두소리와 함께 안경쟁이가 걸어오는 소리가 들렸다.<br>


그는 의자에 앉아서 은제 만년필과 함께 종이를 꺼냈다.<br>


"******* **?"


"몰라... 모른다고"


"**** ****"


"이런 씨,발, 염,병... 한 두번이라야지, 대체 이 빌어먹을 연극은 왜하는 거야? 엉?"


빌은 문으로 다가가 발로 강하게 걷어찼다.<br>


그리고 빌은 보았다.<br> 안경쟁이가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비웃고 있었다.<br>


속이 부글 부글 끓었다.<br>


그는 침대 위로 박차고 올라가 양손으로 귀를 틀어막았다.<br> 그리고 자신이 지을 수 있는 최대한의


약올리는 표정을 지어보였다.<br>


놈이 한수 위였다.<br> 놈은 다시 피식, 웃어보이고는 만년필을 접어 웃옷에 집어넣었다.<br>


그리고 빌을 빤히 바라보기 시작했다.<br>


빌은 자신이 이길수 없는 게임을 시작했음에 확신했다.<br> 화가 난 그는 몸을 거칠게 뒤를 돌렸다.<br>


철걱! 왼쪽 팔에 걸려있던 사슬이 순식간에 침대 다리에 걸렸다.<br>


동시에 그는 뒤쪽으로 홱 잡아당겨졌다.<br> 시선이 순식간에 기울어져 보였다.<br> 바닥 타일이 순식간에


눈 앞으로 달려들었다.<br> 침대에서 기울어진 까닭에 발은 여전히 침대 위에 엎어져있다.<br>


머리가 수직으로 바닥을 향했다.<br>


눈 앞에 붉은 불꽃이 번쩍했다가 이윽고 시선이 점차로 어두워졌다.<br>


굉장히 큰 소리가 날 것 같았는데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br> 천천히 허물어지는 시야.





짹- 짹- 벽에 난 샛창에서 참새 한마리가 지저귀다 날아갔다.<br>


빌은 힘들게 눈을 뜨고 몸을 일으키다가 머리가 욱씬 거리는 것을 느끼고 몸을 수그렸다.<br>


조심조심 더듬어보니 머리에는 흰색 붕대가 메어져 있었다.<br>


배가 고팠다.<br>


하지만 샛창 밖의 하늘을 보니, 식사를 받으려면 적어도 두시간은 있어야 했다.<br>


오늘은 그 빌어먹을 면접이 있었으니 한 시간 더 있어야 하려나...


빌은 침대에 누운채로 오른손을 들어 콘트리트 벽을 두드렸다.<br>


"이봐! 제임스, 내 면담이 끝나고 얼마나 지난지 알아?"


"...."


빌은 다소 짜증스러운 어조로 재차 물었다.<br>


"갑자기 귀먹어리라도 됐어? 이봐! 제임스!"


그때였다.<br>


"으힉힉"


낮은 톤의 묘한 웃음소리가 옆 방에서 들려왔다.<br> 그리고 이내 쿵, 쿵, 쿵 하고 벽을 두드리는 소리도


들려왔다.<br>


"제임스? 누구야? 이봐요?" 빌은 인상을 찡그리며 벽에다 다시 물었다.<br>


"크힉..으히흑, 그극,극. 이히히히"


실성한 듯한 웃음소리가 옆방에서 들려왔다.<br> 그 이후로도 간헐적인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br>


그리고 제임스의 옆방에서도 웃음소리가 들렸다.<br> 그 웃음을 필두로 전 복도에서 정신을 놓아버린 듯한


섬뜩한 웃음소리가 왁자하게 터져나왔다.<br>


빌은 두려움을 느끼고 그가 처음 이곳에 왔을 때처럼 행동했다.<br>


있는 힘껏 철문을 두드리기 시작한 것이다.<br> 제임스가 이상해졌다! 뿐만 아니라 이 층자체가


이상해진 것 같다! 알아듣지 못하더라도 몸으로라도 알릴 요랑이었다.<br>


"이봐요! 아무도 없어요! 내 옆에 친구가 이상해!"


텅텅텅-!


"누구라도 좀 와봐!"


그런데...




"또 무슨 일인가요, 러프넥 씨?"


빌은 눈을 껌벅거렸다.<br> 너무나 놀란 까닭에 오히려 반응이 빨리 나오지 않았다.<br>


쇠문 앞에는 호피색 브라를 요염하게 뽐내던 그 여자가 흰색 가운을 입고 서있었다.<br>


"어..."


"다친 머리가 아픈 모양이군. 곧 선생님을 호출해줄테니까, 기다려요"


순식간에 지나치려는 그녀에게 빌이 급하게 외쳤다.<br>


"이봐요! 기다려요!"


또각 거리던 하이힐 소리가 멎고, 이윽고 커다랗게 뜬 눈을 한 그녀가 쇠문 앞으로 돌아왔다.<br>


"러, 러프넥 씨. 혹시... 제 말이 들리세요?"


"듣고 있..."


그녀가 흥분에 휩싸여 소리를 꽥 질렀기 때문에 빌의 말은 중단되었다.<br>


"선생님! 선생님! 러프넥 씨의 정신이 돌아왔어요!"


그녀는 힘껏 소리지르고 반대쪽 복도로 후다닥 달려갔다.<br> 잠시 뒤에 요란한 구두소리와 함께


그녀와 안경쟁이가 상기된 얼굴로 나타났다.<br>


"러, 러프넥씨가.. 완치되었다고?"


"예, 그런것 같아요"


안경쟁이는 미심쩍은 눈으로 빌을 바라보며 물었다.<br>


"러프넥 씨, 기르던 고양이가 죽었습니다.<br> 당신의 감정은 기쁠까요? 슬플까요?"


빌은 어리둥절하게 대답했다.<br>


"물론.. 슬프죠"


"그렇군요. 기르던 금붕어가 새끼를 낳았습니다.<br> 기쁠까요? 슬플까요?"


"글쎄요.. 기쁠겁니다.<br>"


안경쟁이는 다시 종이를 꺼내 무언가를 미친듯이 적었다.<br> 급하게 무언가를 휘갈긴 뒤 안경쟁이는


상기된 얼굴로 빌을 보며 중얼거렸다.<br>


"믿을 수 없군. 믿을 수 없어.. 이런 경우가 있다니."


빌은 안경쟁이가 무언가를 적는 것을 보고 서서히 현실감각이 깨어나는 것을 느꼈다.<br>


그리고 그것은 분노가 폭발한다는 의미하기도 했다.<br>


"이,이봐!..이..이게 대체 무슨일이요! 이런 빌어먹을, 말도 제대로 안나오는군.


난 이 염병할 곳에서 1년여간을 억울하게 처박혀 있었어! 대, 대체.. 당신들 누구야?"


그러자 안경과 여자의 표정이 심각해졌다.<br>


여자는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고, 안경쟁이는 금무테 안경을 접어들고는 상의에 끼웠다.<br>


"러프넥 씨, 지금 많이 혼란스러우실 겁니다.<br>"


"당연한거 아니오? 빨리 이 문이나 열어요!"


"아니, 그전에 제 설명을 들으셔야 합니다.<br>"


빌은 씩씩 거리며 그를 바라보았다.<br>


"러프넥 씨... 이해하기 힘들겁니다.<br> 저도 이 상황을 이해하기 힘드니까요.


당신은... 믿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당신은 가족들의 입원 동의서로 인해 이 병원에 수감된 겁니다.<br>


치료를 위해서죠. 하지만 정상으로 돌아올 가망이 거의 없다고 여겨져 중환자들만 격리수용하는 이곳에서


지내게 된 것입니다.<br>"


빌은 눈알을 굴렸다.<br>


"내 몸은 멀쩡합니다.<br> 오늘 다친 이 머리가 좀 아프긴 하지만.. 이걸 빼면 멀쩡하다고요.


대체 이곳이 무슨 병원입니까?"


안경쟁이는 품안에서 작은 디스플레이 기기를 꺼냈다.<br>


"당신 눈으로 직접 보는 것이 훨씬 더 이해하기 쉬울 겁니다.<br>"


화면을 주시하던 빌의 눈이 경악으로 커졌다.<br> 말도 안돼... 라고 중얼거리는 입술이 벌어졌다.<br>


"우히히히.. 히힉.. 컥, 커윽" 실성한 사람이었다.<br> 미친듯이 팔다리를 휘젖는가 하면, 침을 질질 흘렸다.<br>


갑자기 문으로 돌진해 쇠에 부딪히자 커다란 소리가 났다.<br> 지나가는 사람들은 동요없이 그를 지나쳤다.<br>


그는 바로... 빌 러프넥. 그 자신이었다.<br>


"이게... 무슨"


안경쟁이는 디스플레이어를 집어넣었다.<br>


"이제 알겠소?


이곳은 정신병원이오.


그동안 당신은 가족들은 물론 우리 의료진들과도 말 한마디 통하지 않을만큼 중증의 환자였소.


지금 이렇게 회복되기 전에는.. 내 생각에는... 아마 당신이 넘어지면서


머리를 부딫혔을 때, 극히 희박한 확률로 제 정신으로 돌아온 것 같소"


빌은 오한으로 몸을 부들 부들 떨었다.<br>


그렇다면, 대체 내가 겪었던 이곳에서의 1년은 무엇이란 말인가?


나는.. 나, 빌 러프넥은 지금 정상인가?


내가 정상적으로 대화를 나누었던 그 때의 입장에서 정신병자는.. 바로 빌 앞에 서있는 여자와 의사였다.<br>


무엇인가? 단지... 내가 만들어낸 환각인것인가?


그는 확인해야만 했다.<br>


"저, 옆 방에 수감되어 있는 남자 말이오. 이름이... 제임스 헤더웨이가 아닙니까?"


간호사와 의사는 서로를 쳐다보며 당황했다.<br>


"어떻게 그것을..?"


"그가 직접 말해줬소... 내 옆방이잖소"


의사는 빠르게 말했다.<br> "거짓말하지 마시오, 누군가가 당신에게 알려주었겠지. 제임스 헤더웨이씨는


5년전에 이곳에 수감되었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누군가와 대화한마디 하지 못하는 중증환자요"


그랬다, 그들은 모르고 있었다.<br>


빌은 이 충격적인 진실에, 섬뜩한 진실에 무릎을 꿇고 비명을 지르며 절규했다.<br>


그들은 미치지 않았다.<br> 다만 다른 세계에서 살고 있을 따름이다.<br>


우린 어디에 살고 있는 건가? 이곳이.. 빌이 대화를 나누는 이곳이 정상인들의 세계인가? 아니면...


아직도 완전히 각성하지 못한,


스스로 정상인이라고 믿고있는 또 다른 정신 병자들의 세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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