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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한 밤의 방문자

title: 토낑도나짜응2014.11.28 23:21조회 수 850추천 수 1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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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을 열어 시간을 확인한다. 새벽 2시 41분, 앞으로 1분, 아니 1분도 채 남지 않았다. 




조명이 꺼진 컴컴한 방안에 앉아 나는 현관문을 바라본다. 곧 시작될 일을 두려운 맘으로 기다리며. 





처음엔 그저 장난인 줄로만 알았다. 



그 일이 시작된 것은 나흘 전이었다. 



 그날도 늦게까지 게임방과 당구장을 전전하다 집으로 돌아온 나는 대충 세수만 하고 그대로 침대에 뻗어 버렸다. 


보증금 500에 월 25만 원짜리 원룸은 지어진 지 10년이 다 되어 가는 낡은 건물이었다. 


그 세월을 증명하듯 외벽 곳곳엔 작은 균열들이 있었고 그 위엔 대충 실리콘으로 바른 흔적들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주변 건물들이 채광을 막아 한낮에도 방은 어두침침했고 화장실엔 하수구에서 역류한 시궁창 냄새가 곰팡내와 섞인 채 가득 배어 있었다. 



그럼에도 내가 두 학기 째 이 방을 고수하고 있는 건 학교와 걸어서 5분 거리라는 입지와 주변 시세에 비해 턱없이 싼 가격 때문이었다. 


정신없이 곯아떨어진 나를 깨운 건 벨소리였다. 


어디가 잘못 됐는지 경쾌함과는 거리가 먼 둔탁한 파열음을 내는 기계식 초인종이 띠링 거리며 울렸다. 




나는 짜증스런 한숨을 내뱉으며 시간을 확인했다. 


‘새벽 2시 42분' 




순간 입에선 저절로 욕이 튀어나왔다. 어떤 미친 자식이 이 시간에 남의 집 초인종을 누르는 것인지 성질부터 났다. 


“누구세요?" 




나는 침대에 누운 채 고개만 현관 쪽으로 돌려 소리쳤다. 그러나 밖에선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곧이어 다시 초인종이 울렸다. 


“누구냐니까!" 




이번엔 조금 전보다 크게 소리 질러보았지만 여전히 응답은 없었다. 


‘쿵!' 




갑작스레 방안에 울려 퍼지는 소리에 놀라며 나는 벌떡 일어났다. 



철제 현관문이 쿵쾅거리며 요란한 소리를 내고 있었다. 누군지 몰라도 벨을 울리는 대신 이젠 현관문을 두들겨 대고 있는 것이다. 



난 잽싸게 현관으로 달려가 자물쇠를 풀기 시작했다. 



그때까지도 한밤중의 불청객은 계속 문을 두들겨 대고 있었다. 




나는 씩씩거리며 자물쇠를 풀자마자 벌컥 문을 열어젖히고 복도로 뛰어나갔다. 




“어떤 자식이…….” 


나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그것은 기이한 일이었다. 놈은 분명 내가 열기 직전까지 요란스럽게 현관문을 두들겨 대고 있었다. 



문을 열고 밖으로 고개를 내밀기까지 채 1초나 걸렸을까? 하지만 거기엔 아무도 없었다. 



복도 계단 쪽 조명이 고장 나 컴컴했고 내 방이 계단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그 짧은 사이에 사라졌다는 건 믿기지 않았다. 




그러나 그때까지도 난 그 일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진 않았다. 




그저 엄청 발이 빠른 놈이 장난을 쳤거나, 잠결에 내가 헛소리를 들은 거려니 했지. 




처음 그 일이 있었던 것은 금요일 새벽이었다. 금요일 밤을 불태우며 새벽까지 놀던 나는 토요일 아침에야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다시 그 일이 벌어진 건 그 다음날 그러니까 일요일 새벽의 일이었다. 


‘띵딩' 


울리다 마는 고장 난 초인종 벨소리에 나는 잠에서 깼다. 




그리고 눈을 뜨는 순간 이틀 전 새벽의 일이 떠올랐다. 설마 하는 마음으로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현관 쪽을 보았다. 


“누구세요?" 


나의 질문에 대한 응답은 또 다시 울리는 초인종 소리였다. 



나는 그제야 지난번과 똑같은 장난이란 확신을 갖고 소리를 내지 않으려 조심하며 문 쪽으로 다가갔다. 



그리곤 문구멍을 통해 밖을 내다보았다. 작은 구멍으로 내다보는 한밤의 복도는 간신히 사물의 형체가 구분될 정도로 어두웠다. 



조명이라곤 창을 통해 비치는 가로등 불빛뿐이었다. 


나는 눈을 크게 뜨고 장난질을 치는 녀석의 정체를 찾기 위해 열심히 구멍을 내다보았다. 





그러나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텅 빈 복도만이 보일 뿐이었다. 벌써 도망쳐 버린 것일까, 아마도 한번 대꾸를 했다가 조용하자 수상한 낌 



새를 챈 것일지 모른다. 


“쾅! 쾅!" 




맥이 풀려 돌아서려던 나는 곧이어 문을 울려대는 소리에 숨을 집어삼키며 그대로 나자빠지고 말았다. 



문구멍으로 내다본 복도엔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누군가 빠르게 문을 두드리고 있는 것이다. 순간 나도 모르게 발로 문을 걷어차고 말았다. 



괴상한 장난에 잠을 설친 것에 대한 화풀이이기도 했지만 왠지 모를 공포심을 걷어내고 싶었던 것일지도 몰랐다. 


그러자 문을 두들기던 소리가 그치고 조용해졌다. 효과가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한 가지를 깨달았다. 



그렇다, 놈은 내가 문구멍으로 내다 볼 것을 미리 짐작한 거다. 



그래서 문에 바싹 붙은 채 구멍 아래로 몸을 숙이고 앉아 있었던 것이다. 그런 게틀림없다. 



나는 소리가 나지 않도록 조심하며 자물쇠를 연 뒤 재빠르게 문을 열었다. 



그러나 열린 문 앞에는 아무도 없었다. 




역시나 복도와 계단 그 어디에도 인적은 느껴지지 않았다. 




등줄기를 타고 스멀스멀 올라오는 기분 나쁜 감각을 느끼며 나는 황급히 방안으로 돌아왔다. 


두 번이나 겪은 새벽의 기이한 경험은 일요일 내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처음엔 초자연적인 현상일지도 모른다고 확신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생각은 바뀌며 이런 저런 합리화를 거친 끝에 

결국 저녁 무렵엔 어떤 못된 인간의 교묘한 장난이란 쪽으로 결론이 났다. 




그리고 그날 밤 잠자리에 들며 나는 일부러 현관문의 자물쇠를 풀어 언제라도 열 수 있게 준비해 두었다. 



잠은 오지 않았다. 



말똥말똥 뜬눈으로 불 꺼진 방안에서 현관만 노려보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초인종이 울렸다. 나는 무의식중에 시계를 확인했다. 


‘2시 42분' 




그러고 보니 지난번도 이 시간이었던 것 같다. 아니, 분명 이 시간이었다. 


어떤 놈인지 아예 시간까지 정해놓고 이따위 장난을 치고 있었다. 발뒤꿈치를 들고 살금살금 현관 쪽으로 다가갔다. 



문고리를 잡고 조심스럽게 돌린다. 혹여나 조금이라도 소리가 나면 이 재빠른 녀석은 또다시 도망갈 터였다. 



그 사이 녀석은 벨을 누르는 것을 그만두고 지난번처럼 문을 두드려 대기 시작했다. 




이때다, 문을 두드리는 소리 때문에 녀석도 문고리가 풀리는 소리를 눈치 채지 못할 것이다. 



나는 몸을 부닥치며 힘차게 문을 열었다. 


너무 세게 열어젖힌 탓일까. 나는 스스로의 기세에 못 이겨 문이 열림과 동시에 현관 앞 복도에 나자빠지고 말았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장난꾼을 찾아 주위를 둘러보는 것은 잊지 않았다. 



이런 젠장, 녀석은 또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었다. 아니다. 그건 말이 안 된다. 내가 문을 열기 직전까지도 녀석은 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아무리 빠른 인간이라도 그 사이 도망갈 수 있을 리 없다. 




나는 멍한 표정으로 아무도 없는 복도와 계단을 두리번거렸다 .그리고 다음 순간 도저히 믿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 


‘쾅,쾅,쾅,쾅' 




우리 집 철문이 요란하게 울리고 있었다. 조금 전처럼 누군가 두드려대는 소리였다. 



바로 내 눈앞에서. 하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나 말고 현관 근처엔 아무도 없었다. 



심지어 나와 문 사이 거리는 채 한 발자국도 떨어져 있지 않았다. 



철문은 저 혼자 쿵쾅거리고 있는 것이다. 마치 누군가 두들겨 대고 있는 것처럼. 



전기가 흐르는 것 같은 감각이 어깨에서 시작해 머리를 타고 올라갔다. 머리카락이 쭈뼛 서는 것만 같았다. 



뭐라고 소리 지르고 싶었지만 목에선 가쁜 숨소리만 새어나올 뿐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다리는 후들거리고 심장은 미친 듯이 쿵쾅거렸다. 



나는 거의 구르다시피 계단을 내려왔고 그대로 근처에 사는 친구 녀석의 자취방으로 향했다. 





내 방문은 열린 채였지만 어쩔 수 없었다.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 문을 닫을 용기 따윈 없었으니까. 






[출처] http://m.★★★humoruniv.com/board/read.html?table=fear&pg=0&number=68426 




클랜시 라는 분이 쓴 소설인데 끝이 뭔지 모를 여운이 남아서 퍼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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